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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회귀록-142화 (142/210)

# 142

군주회귀록 142화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 볼틴과 드워프들이 있었다.

볼틴이 한쪽 무릎을 꿇었다.

“군주님,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용서해주십시오!”

볼틴은 자신의 오만함을 깨달았다.

아서의 엄청난 신위를 보고서.

또한, 불멸의 전사인 자신이 한없이 작아지는 순간도 있다는 걸.

‘내가 이분을 밑에 두고 부리려 했다니…….’

참으로 안일한 생각이었다.

그리고 아서는 묵묵히 몸을 돌렸다.

“너희는 이곳에서 대기한다.”

“예?”

볼틴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소리십니까.”

사실상 이미 드워프들의 재앙은 끝났다.

더 들어가기로 한 건 아서의 선택.

“약해빠진 너희는 짐만 된다.”

“……!”

그렇게 말하며 아서는 혼자서 안으로 들어갔다.

그랬다.

불멸의 전사인 볼틴이었지만 아서에게는 지금 짐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어쩌면 무례했던 날 가만히 두었던 건…….’

상대할 가치가 없어서였던 것 아닐까?

볼틴은 던전 안으로 들어가는 아서를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

“두 마리…….”

아서는 트롤 두 마리를 보고 얼굴을 구길 수밖에 없었다.

트롤 한 마리도 정말이지 힘들게 사냥했었다.

그런데, 두 마리라니?

‘이 던전 도대체가…….’

마치 장난처럼 만들어진 던전이라는 느낌.

“크워어어어!”

“크아아아아!”

두 마리의 트롤이 일제히 아서를 향해 접근했다.

아서는 달렸다.

퐈앗!

한 마리의 트롤을 향해 거대한 도끼를 휘둘렀다.

몸을 옆으로 비틀어 피해냈다.

‘일단은 놈의 아킬레스건을 찢는다. 그마저도 힘드니까.’

사실상 행운을 제외한 모든 스텟이 낮은 지금 아킬레스건을 찢어내는 것도 힘들다.

하지만 일단 찢기만 하면 트롤은 재생 전까지 균형을 잃을 터.

아서는 창끝을 밑쪽을 향하게 하며 아킬레스건을 스치고 지나가려 했다.

그 순간.

푸쉬이이익!

트롤의 발목이 깨끗하게 잘려나갔다.

[X15 크리티컬이 터집니다.]

“……!”

아서의 눈이 커졌다.

“쿠화아아아!”

발목이 깨끗이 잘린 트롤이 아킬레스건을 부여잡고 바닥을 뒹굴었다.

‘이럴 틈이 없다.’

아서는 정신을 놓을 틈이 없음을 알았다.

그에 있는 힘껏 트롤의 머리통을 향해 창을 찔렀다.

푸화아악!

그러자 또다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트롤의 머리통이 폭발하듯 터져나갔다.

[X21 크리티컬이 터집니다.]

“…….”

아서는 말문을 잃었다.

하지만 아직 트롤과의 싸움이 끝난 게 아니다.

남은 한 마리의 트롤이 무릎을 차올렸다.

아서가 무릎을 짚으며 몸을 비틀었다.

그 순간 트롤이 힘껏 머리로 아서를 들이받으려고 했다.

‘이건 못 피한다.’

자신의 몸이 느려도 너무 느렸다.

하지만.

후우우웅!

트롤의 머리가 아서의 머리를 비껴가 허공에 박치기를 하며 균형을 잃었다.

“……?”

놀라움도 잠시 아서는 앞으로 고꾸라진 놈의 목덜미에 창을 찔러 넣었다.

[X24 크리티컬이 터집니다.]

퍼지익!

역시나 목덜미가 터지며 놈이 허물어졌다.

“음…….”

아서는 생각을 침착하게 했다.

방금 트롤의 머리가 허공을 갈랐던 이유.

‘회피능력?’

행운 스텟이 한정치를 넘어선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에 따라 회피능력이 생긴 거다.

사실상 군주게임에서의 싸움에서도 ‘운’이라는 게 존재했다.

한 끗의 운 차이로 목숨을 좌지우지하기도 한다.

운이 좋아 피할 때도, 운이 좋아 공격이 적중할 때도 있다.

즉, 행운은 이 ‘운’을 극대로 끌어올려 회피를 만들어낸 거다.

그리고 크리티컬.

애초에 아서의 광전사의 반지는 확률 크리티컬 ‘운’이 존재한다.

그것 역시 극대화로 끌어올린다.

사실상 크리티컬은 이제 100% 터질 것이다.

거기에 더 나아가 ‘행운’ 스텟이 몇십 배까지 크리티컬 데미지를 터뜨리는 게 분명해 보였다.

‘이건 일회용이군.’

아서는 이 던전을 빠져나가면 아마도 두 번 다시 이러한 재밌는 상황은 마주하지 못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좋은 건 이것뿐만이 아니다.

트롤은 아이템을 드랍했다.

‘……3천 7백 골드?’

한 마리가 떨어뜨린 골드다.

이게 말이 되는 거란 말인가?

거기에.

트롤 혼자서 자그마치 두 개의 아티팩트를 떨궜다.

아서는 바로 확인해 봤다.

‘트롤의 피와 트롤의 재생벨트.’

트롤의 피는 아티팩트라기 보다는 아티팩트를 만드는 재료다.

하지만 이마저도 상당히 구하기 힘들다.

떠도는 말에 의하면 ‘트롤 500마리를 잡아야 하나가 나올까 말까’라고 한다.

거기에 트롤의 재생벨트.

환상적인 유니크 아티팩트.

차고만 있어도 트롤보다는 못하지만, 재생능력을 가질 수 있다.

아서는 다른 트롤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 트롤에게서도 같은 게 떨어져 있다.

트롤의 피와 재생벨트.

‘이거 완전…….’

사기다.

행운 스텟에 의해 드랍률이 상승한다는 건 아서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말도 안 될 정도로 상승하자 트롤이 줄 수 있는 가장 최고의 아티팩트를 떨군다.

‘여기서 얻은 재료로 칸트에게 추가적인 아티팩트를 제작해달라고 해도 되겠어.’

아서는 그렇게 생각하며 깊숙하게 들어가기 시작했다.

***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경우야!”

루헤드는 까무러치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분명히 소년의 스텟은 낮았다.

하지만 증폭 양피지, 아티팩트 제한 해제 양피지를 각 한 장씩 얻고 갑자기 변해버렸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정말…….’

던전이 클리어가 되어버린다는 거다.

소년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갈수록 몬스터들은 더욱더 강해졌다.

하지만.

‘저 녀석의 정체 모를 능력도 더 강해지고 있어.’

그때였다.

공간이 열리면서 한 존재가 나타났다.

오우거 운영자 발렌.

아서와는 정말 악연과도 같은 존재.

사실상 루헤드는 운영자는 아니었지만, 그와 비슷한 존재였다.

“크르, 왜 그런 표정이지, 루헤드?”

발렌이 고개를 갸웃했다.

곧 그는 루헤드의 시선을 따라 눈을 옮겼다.

그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지더니 말했다.

“크르, 너 X된 거 같은데.”

“아는 놈인가?”

“조금.”

“인간이 저기까지 들어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루헤드는 어떤 이가 들어와도 트롤 정도까지만 깨고 돌아갈 거라 생각했다.

능력치가 떨어졌다는 건 그만큼 커다란 리스크니까.

하지만 소년은 그 끝에 도달했다.

“깨지 말라고 만들어놓은 것을…….”

“크르, 인간 꼬마 원래 저런 거 좋아하는 놈이다.”

이벤트, 거기에 SS급 던전 공략까지.

발렌은 놈을 생각만 해도 눈앞이 아찔하다.

“그것보다 던전 끝에는 네 개의 시크릿 클래스가 있지 않나?”

“그렇지.”

루헤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내 픽 웃었다.

“하지만 네 가지의 시크릿 클래스 중 하나를 선택해 도전해도 사실상 진짜 ‘시크릿 클래스’에 버금가는 직업을 얻을 확률은 미지수지.”

발렌은 그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랜덤이다. 운에 따라 진짜 시크릿 클래스의 힘을 발현할지도. 그러지 않을 수도 있어.”

“흠? 도박?”

“그래, 그냥 하면 재미없잖아. 진짜 시크릿 클래스의 힘을 발현할 직업은 1/20 정도로 나올까 말까라고 해야 할까.”

“그게 가능한가?”

“같은 기사 클래스라고 해도 천지차이지 않나. 그런 경우라고 보면 된다.”

“크르, 참으로 재밌는 던전이군.”

***

아서는 혈혈단신 안으로 들어오면서 스텟 증폭기를 몇 차례 더 얻었다.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루헤드의 신비한 던전에서의 신기록 달성이었다.

혼자서 정말 말도 안 되는 스텟으로 많은 몬스터를 잡은 것에 대한 보상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역시.

아서는 그 다음에도 행운에 모든 스텟을 올인했다.

수우우웅!

거대한 트윈 헤드 오우거가 팔을 힘껏 휘둘렀다.

하지만 그 팔은 저절로 아서를 비껴 지나갔다.

푸지이이익!

아서가 창을 찌르자 녀석의 가슴 부위가 처참히 터져나갔다.

[X43 크리티컬이 터집니다.]

이번에도 아티팩트가 드랍되었다.

오우거의 건틀릿.

에픽 아티팩트.

그 외에 오우거의 심장까지.

‘얻어가는 게 많은 던전이군.’

루헤드의 신비한 던전?

피식-

아서에게는 이제 그가 얻을 보물 던전과 다를 바가 없었다.

아티팩트를 회수하고 아서가 다시 앞으로 걸음을 옮기던 때.

푸슈슈슈슉!

푸슈슈슈슈슉!

루헤드가 걸어놓은 고위급 트릭이 발동되었다.

이 트릭은 고대의 마법사 루헤드가 심열을 기울여 제작한 트릭이다.

어떠한 자도 피하지 못하는 트릭.

수천 발의 화살이 작은 던전 안에서 아서를 향해 쏘아져 나갔고 발 밑의 땅은 쩌적 갈라져 화염을 쏟아냈다.

그리고 던전 전체가 진동했다.

아서도 다소 놀랄 정도.

하지만.

행운 스텟이 1,200 가까이 도달한 현재에 화살이 스스로 아서를 비껴간다고 보일 정도로 회피해내고 있었다.

또한, 땅에서 폭발하는 화염도 아서를 빗나갔다.

그리고 던전의 진동과 함께 천장이 갈라졌다.

쿠우우웅!

쿠우우웅!

천장이 갈라지며 그 위에서 돌무더기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주변으로 자욱한 먼지가 피어올랐다.

그 먼지가 걷히고.

아서만은 멀쩡히 서 있었다.

그는 진동이 멈춘 걸 확인했다.

‘정말 사기 스텟이군. 하긴, 행운을 1,200까지 찍다니. 이게 말이 되나.’

힘도 이 정도 찍는다면 아마 산을 주먹으로 때려 부수는 것도 가능할 거다.

단지, 지금 이 던전에서 긴급 전투모드는 최적화된 방향.

행운을 알려줬던 것.

아서는 돌무더기를 밟고 올라가 내려오자 이제 던전의 끝이 보이는 걸 볼 수 있었다.

그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곧이어 거대한 홀이 나타났다.

홀에는 거대한 네 개의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네 개의 동상은 갖가지 취하고 있는 제스처도 입고 있는 방어구도 들고 있는 무기까지 달랐다.

마치 모두가 다른 직업을 가진 이들을 나타내는 것처럼.

[루헤드의 시크릿 클래스 전당에 도착하셨습니다.]

[동상 앞에 서실 경우 클래스 관련 몬스터가 나타납니다.]

[선택은 하나만 하실 수 있습니다.]

‘이 동상은…….’

아서는 계속 세 번째 동상에 신경이 쓰이고 있었다.

이유는 하나였다.

‘붓을 들고 있단 말이지.’

창조주 군주는 그림을 그리는 직업.

그렇다고 해서 그림을 그리는 다른 직업이 없을 수는 없었다.

창조주 군주가 그림을 그리는 직업 중 최고라고 한다면 그 최하위의 화가도 있는 법이다.

실제로 ‘음악가’클래스를 가진 군주도 있는데, 최하위의 클래스를 가진 군주는 정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하지만 음악가 클래스 중 최상위권을 얻은 군주는 그걸 통해 버프 효과를 주기도 한다는 것.

‘낯도 익어.’

아서는 유심히 동상을 살폈다.

그의 이목은 오로지 세 번째 동상에만 꽂혀 있었다.

“알론 선생?”

아서는 그가 누군지 알아채고 중얼거렸다.

자신에게 그림을 가르쳐 주었던 알론.

그리고 2주 전쯤에는 ‘이제 가르칠 것이 없을 것 같습니다. 군주님.’ 하였던 그였다.

그 말을 듣고 아서는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매혹의 화가 세트를 받았지만, 인피니티라는 유물 아티팩트가 더 뛰어났기에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그때.

띠링!

중요정보열람이 발동하였다.

아서는 망설이지 않고 확인했다.

(창조주 군주의 2차 전직)

설명: 본래의 2차 전직 퀘스트를 비틀고 지금 바로 창조주 군주의 2차 전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세 번째 동상을 선택하라. 그 안에서 나타나는 존재와 싸워 이긴다면 창조주 군주의 2차 전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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