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0
군주회귀록 140화
49장 루헤드의 신비한 던전
구어어어어.
크허어어어.
그들의 울음소리가 점차 작아지기 시작했다.
한 드워프가 벽을 어찌나 긁어대었던지 손톱이 다 빠져버린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크흐읍, 내가 도대체 왜……!”
“여긴……?”
“뭐지?”
드워프들은 혼란에 빠졌다.
증폭기는 2회 사용 가능했다.
서서히 정신을 차리는 드워프들을 보며 아서는 아리스를 돌아봤다.
그녀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오늘 저녁은 뭔가요.”
“……글쎄, 맛있는 거?”
“열심히 할게요!”
일단 맛있는 거면 그뿐.
아리스가 온 힘을 모아 치료버프를 증폭기 안에 가동시켰다.
역시나 이어.
이번엔 230%의 증폭.
후우우우우웅!
또 한 번 터져나간 빛줄기.
상처 입은 드워프들을 치료시켜주기 시작했다.
“안 돼. 아직 위험해!”
그때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칸트 군주의 목소리였다.
아서가 고개를 돌렸을 때 오르콘이 인근에 있던 밧줄로 작은 기둥을 묶고는 성벽을 내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
오르콘이 있는 힘껏 몸을 던졌다.
그 밑엔 그들의 부모 드워프가 있었다.
“오, 오르콘.”
“위험하게. 뭐 하는 짓이니!”
오르콘의 아버지가 양팔을 활짝 벌렸다.
곧이어.
떨어지는 그를 힘껏 안았다.
“아버지, 어머니!”
펑펑 눈물을 흘리는 오르콘.
두 부모는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그리고 칸트가 중얼거렸다.
“아직 모를 거야.”
그는 오르콘의 두 부모를 보고 있었다.
“드워프들을 구원한 게 당신들의 아들이라는 걸.”
그는 곧 놀라워할 그들 생각에 피식 웃었다.
아서도 묵묵히 그 모습을 보았다.
‘오르콘도 얻었다. 그다음.’
아서의 시선은 아주 먼 곳에 있는 던전에 향해 있었다.
***
“삼 일에 한 번씩 갑자기 생겨난 던전에서 나온 몬스터들이 저희들의 땅을 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세 번째 재앙입니다.”
“……알다마다.”
칸트는 이제 아서가 앞을 꿰뚫는 것에 놀라워하지도 않았다.
역시 ‘특성’ 하나로 얼버무린 아서다.
“몬스터들이 어찌나 강한지 상대하기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마도 무기도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드워프 전사들은 그 던전을 공략하면 습격이 멈출 거라 생각했죠.”
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결과는?
“모두 실패했습니다. 살아남은 자가 없지요.”
아서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큰 문제지.’
세 번째 재앙.
바로 몬스터들의 습격이다.
정체불명의 던전에서 녀석들은 계속된 습격을 가한다.
드워프를 집어삼킨 재앙에 대해서는 세간에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세 번째 습격에 관한 내용도 물론이다.
하지만.
‘던전을 클리어하면 재앙이 멈추는 건 짐작이 간다. 하지만 안에 뭐가 있는지 도통 알 수가 있어야지.’
저 안에 들어갔던 드워프들이 살아 나와야 그 던전에 대한 정보도 생기지 않겠나.
사실상 가장 난해한 게 바로 세 번째 재앙이다.
“말했던 것처럼 세 번째 재앙 조건은 아만타디움을 이용한 병력 방어구 제작이다.”
칸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던전 인원 제한이 몇 명이라고 했지?”
“열 명입니다.”
“깔끔하군. 그럼 딱 아홉 명의 엄선된 드워프 전사들을 모아주지.”
***
드워프 근위대장 볼틴.
그는 드워프 전사 중 가장 최고의 전사들이 하사받는 ‘불멸의 전사’ 칭호를 받은 드워프였다.
사실상 드워프 볼틴은 삼 일 후에 아홉의 병력을 이끌고 저 정체 모를 던전으로 들어갈 예정이었었다.
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인간이 두 가지 재앙을 해결해 줬다.
“볼틴 근위대장님.”
볼틴의 고개가 한 드워프에게 돌아갔다.
드워프들은 최고의 갑옷, 무기로 치장되어 있었다.
하나같이 특수능력이 엄청난 것들이었다.
“이번 던전 공략 지휘권을 인간이 맡는다는 게 가당키나 한 겁니까?”
볼틴은 그 말에 지저분한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일단 밖에서는 칸트 군주님의 명이 있었으니까, 어쩔 수 없다.”
“밖에서라…….”
그 의미를 질문을 한 드워프는 알 수 있었다.
그럼 안에서는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인간 따위가 우리들을 지휘한다?”
드워프들은 대장장이 기술에 특화되어 있다.
그리고 힘은 기존의 인간들보다 두 배 정도는 강한 편이다.
물론 그렇다고 인간보다 전투면에서 우월하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근위대장 볼틴은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다는 불멸의 전사 칭호를 부여받은 드워프라는 거다.
“그런 개소리가 가당키나 하나?”
드워프 볼틴은 자신 있었다.
사실 이제까지 칸트 군주에게 수차례 말해왔다.
자신이 직접 드워프들을 지휘하여 저 흉악스러운 던전을 클리어하고 몬스터들의 침략을 막아내겠다고.
하지만 칸트는 극구 반대했다.
그중 하나가 물도 마시지 못한 비약한 볼틴이 평소의 힘을 발하지 못할 거란 이유도 있었다.
하지만 볼틴은 이제 기력을 찾았고.
불멸의 전사로서의 힘을 보일 때였다.
터벅터벅.
소년 군주가 나타났다.
그는 드워프들을 둘러보았다.
“가지.”
“예.”
볼틴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 뒤를 따랐다.
다른 드워프들도 마찬가지.
‘마지막 재앙의 공은 내가 가져간다.’
사실상 이 소년 군주는 무력적으로는 그 어떤 것도 내보이지 않았다.
첫 번째 재앙 아티팩트.
두 번째 재앙 데리고 다니는 정체모를 여인.
세 번째 무력?
과연?
설령 강하다 한들, 자신보다 위에 설 순 없으리라 그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리고 곧 소년과 드워프들은 던전 입구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
루헤드.
그는 수정구를 통해 던전 앞에 도달한 드워프 아홉과 이번 재앙을 해결하고 있는 소년을 보았다.
‘인간 소년이라…….’
참으로 재밌는 소년이다.
첫 번째 재앙에 이어 두 번째 재앙까지.
‘그 여인은 안 보이는군.’
무슨 이유가 있는 걸까?
그는 몰랐지만 아리스는 할당된 힘을 다 써버린 것.
그런 그녀를 데리고 올 필요가 없기에 아서가 놓고 온 것이다.
‘이 안은 정말 신비로운 세상이지.’
고대의 마법사 루헤드는 장난스럽게 웃었다.
이 던전은 오로지 자신이 만들어낸 세상이었다.
일반적인 던전으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일 것이다.
“첫 번째 지점만 통과해도 드워프의 재앙은 막을 수 있지.”
이 던전은 아웃브레이크 마법과 리셋 마법, 폭주 마법 세 개가 동시에 걸려 있다.
몬스터는 계속 튀어 나가고 다시 리젠된다.
끝은 드워프의 이름이 사라지는 날일 것이다.
‘이 던전에 들어오자마자 재밌는 일이 기다리고 있다.’
루헤드는 던전 앞에 서서 고심한 생각에 잠긴 아서를 보며 웃었다.
‘혹 마지막까지 간다면…….’
그럴 일은 없을 거다.
그건 절대적으로 불가능할 일이니까.
“그 끝에 선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의 직업들이 숨어 있지.”
그리 말해놓고도 그는 다시 픽 웃는다.
마지막까지 가는 건 정말이지 말도 되지 않으니까.
***
입구 앞에 멈춰있던 아서가 위풍당당 발걸음을 옮겼다.
안으로 발을 들이는 순간.
[미지의 영역. 루헤드의 신비한 던전을 찾아내셨습니다.]
[3만 골드를 얻었습니다.]
[영지 경험치가 대폭 상승합니다.]
[루헤드의 신비한 던전의 패널티가 부여됩니다.]
[모든 스텟이 일시적 하락합니다.]
[모든 스킬이 일시적 봉인됩니다.]
[모든 아티팩트의 특수능력이 봉인됩니다.]
“……!”
미지의 영역.
‘어찌 보면 미지의 영역이지. 들어왔던 자가 깨서 나간 적이 없으니까.’
꼭 처음 발견자가 미지의 영역을 탐사한 자는 아니다.
그들은 결국 이 안에서 죽었으니까.
아서는 알림을 들으며 생각했다.
‘모든 게 일시적 하락이라면…….’
아서는 자신의 상태창을 오픈해 봤다.
말 그대로 일반 사람과 같은 스텟.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절대 감각, 행운 스텟, 카리스마 같은 스텟은 보유하고 있으면 5를 유지한다.’
아서는 아티팩트도 모두 확인해봤다.
특수능력은 알림처럼 모두 제한당했다.
“지금 이 말은…….”
“이런 육체로 싸우라고?”
아서 뿐만이 아니라 드워프들도 온몸의 힘이 쭉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게 무슨…… 평범한 드워프 시민들과 다를 것 없지 않나.’
주먹을 꽉 쥐어본 볼틴은 이맛살을 구길 수밖에 없었다.
당혹하기는 인간 소년 군주도 마찬가지인 듯 보였다.
하지만 곧.
볼틴은 웃었다.
‘어찌 보면 이게 더 나으려나?’
군주와 자신은 다르다.
군주들은 영지를 레벨 업 시키고 스텟을 올린다.
그래서 그로 인해 강해진 군주들도 한 둘이 아니라는 거다.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거다.
‘그들은 레벨 업 시스템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다.’
힘이란 스텟을 올리면 힘이 세진다.
민첩을 올리면 몸이 빨라진다.
이것은 그들의 장점이기도 하였지만, 취약점이기도 하였다.
이처럼 모든 게 평균화된다면.
하지만 그와 반대로 자신과 다른 드워프들은 날 때부터 몸을 단련한 자들이라는 거다.
혹독한 훈련을 이겨낸, 드워프이지만 손기술이 아닌, 전사의 길을 택한 자들.
볼틴이 앞으로 나섰다.
“뒤쪽에 계시죠. 저희가 앞장서겠습니다.”
“위험할 텐데.”
“하지만 스텟 시스템이 없으니…… 오랜 시간 숙련도를 쌓아온 저희가 가는 게 맞지요.”
볼틴은 피식 웃었다.
아서도 그에 픽 웃었다.
‘뭘 생각하는지는 알겠다.’
아서는 굳이 그의 그러한 자만감에 맞장구쳐줄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볼틴은 이로써 자신이 지휘권을 가지게 되었다고 믿었다.
‘밖으로 나가면 나 또한 드워프의 재앙을 막아낸 영웅이 될 것이다.’
볼틴은 그런 자였다.
남들에게 떠받들어지고 싶은.
그래서 미친 듯이 노력하고 노력해 불멸의 전사라는 이름을 얻어낸.
그들은 천천히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서는 그 무리의 뒤쪽에서 역시나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긴급 전투모드.’
그리고 특성화된 군주 육성기를 가동시켜봤다.
군주 육성기는 사실상 아티팩트의 범주가 아니다.
모든 군주가 평등하게 지급 받고 특수능력이라고 한다면 퀘스트나 미션을 인식한다, 혹은 영지가 레벨 업하면 군주도 업을 시켜준다 정도.
그렇기 때문에.
[긴급 전투모드가 가동됩니다.]
성공적으로 가동이 시작되었다.
키이익키이익.
키이익키이익.
곧이어 드워프들은 귀에 들려오는 음산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가장 앞장선 볼틴.
그는 이 소리의 주인을 짐작했다.
그리고 아서 역시도.
‘설마…… 리자드맨?’
그리고 예상처럼 리자드맨 네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서는 얼굴을 구겼다.
2성과 3성 사이의 몬스터.
그게 바로 리자드맨이다.
놈들은 힘도 강했지만 스피드도 빨랐다.
‘저걸 평범한 성인 남성의 힘으로 잡으라고?’
실질적으로 가장 필요한 건 바로 경험, 실력이다.
그 외의 모든 건 배제된다.
드워프 볼틴.
“아우! 아우! 아우!”
그는 괴성을 지르며 용맹함을 보였다.
다른 드워프들도 발로 힘껏 땅을 밟으며 소리를 친다.
그들만의 의식.
곧이어.
리자드맨을 향해 달려갔다.
‘실력 좀 볼까?’
아서는 고개를 기울이며 그 모습을 지켜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