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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회귀록-139화 (139/210)

# 139

군주회귀록 139화

꿀꺽꿀꺽.

접시에 받아두었던 물을 집 안으로 가져온 오르콘.

그는 그것을 거침없이 들이켰다.

목구멍 뒤로 물이 쉴 새 없이 넘어갔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탈탈 털어 마신 소년 드워프 오르콘의 얼굴은 시원함에 청량감이 감돌았다.

하지만 곧 그런 자신을 원망했다.

‘부모님은 언데드가 되었는데, 나란 놈은…….’

물을 마시고 살았다고 안도하고 있다니.

정말이지 한심하기 짝이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우르르르.

쾅쾅쾅!

한없이 내리는 빗줄기와 쉴 새 없이 치는 천둥번개가 그런 드워프 오르콘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듯 했다.

그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영지의 외벽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또냐?”

영지 외벽으로 오르는 계단 앞을 지키는 드워프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오르콘은 죄송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오르콘. 내일부터는 안 된다. 그럴수록 너만 더 힘들어져.”

“…….”

오르콘은 대답하지 않았다.

계단을 지키는 드워프 할란은 한숨을 속으로 쉬었다.

‘효자도 이런 효자가 없지.’

망작의 손, 또는 저주받은 손이나 최악의 손이라 불리지만 드워프 오르콘은 하나만큼은 인정받는다.

바로 그 효심이다.

드워프 오르콘은 부모를 향한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각별했다.

흠뻑 비를 맞으면서도 계단을 밟고 올라간 드워프 오르콘은 밑을 내려다봤다.

구워어어어

쿵쿵쿵쿵!

문을 두들겨대는 드워프들.

그 틈에 있었다.

그의 부모님이.

‘누가 너보고 또 최악의 손이라 그러더냐? 그런 소리 믿지 마라. 넌 나에게는 최고의 아들이다. 오르콘.’

‘오르콘. 세상에 태어난 모든 존재는 다 소중한 존재이다. 너를 원망하지 말렴.’

자신의 부모는 ‘최악’이라 불리던 그에게 한 줄기 빛과 같았던 분들이다.

그런 두 분이 목이 말라 죽었다.

마지막 남은 물 몇 모금을 자신에게 건네주고.

그리고 자신은 오늘 죽음에서 살아남았다.

그는 무릎을 구부리고 앉았다.

쿵쿵쿵!

문을 두들기는 부모님을 내려다봤다.

그때.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해보겠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고개가 천천히 돌아갔다.

그곳에 로브의 후브를 깊게 눌러쓴 둘이 있었다.

“아니, 이곳에 있는 모든 드워프를 네가 살릴 수 있다. 오르콘.”

그는 천천히 로브를 걷었다.

바로 아서였다.

***

드워프 오르콘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칸트 군주님이 부른다는 말에 인간 남녀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는 칸트를 보자마자 침을 삼켰다.

황금망치 총연맹의 수장이자 드워프들의 왕과 같은 칸트는 참으로 냉혹한 자였다.

‘너는 우리 드워프들의 수치다.’

‘너 같은 드워프가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구나.’

‘세상에. 그렇게 조잡한 손기술이라니. 쓸모없는 놈!’

그는 매번 자신을 볼 때마다 이러한 독설을 하곤 했다.

그리고 오르콘을 불러오게 한 칸트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두 번째 재앙을 해결할 수 있는 게 최악의 손 오르콘이라니?’

칸트는 의아하면서도 자리에 앉을 것을 권했다.

어깨가 움츠러들어 앉아 있는 드워프 칸트.

“제가 모든 드워프를 구할 수 있는 희망이라고요?”

“그래, 너만이 할 수 있는 일이지.”

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단, 지금은 하기 힘들 거다. 내가 도와주지 않는 이상. 그리고 이게 성공하면 너의 부모도 구할 수 있다.”

“그, 그런……!”

오르콘의 눈이 번쩍였다.

“대신 조건이 있다.”

“조건이요?”

“이 일을 해결하면 넌 나와 함께 내 영지로 가야 한다.”

“…….”

그 말에 오르콘은 놀람 반, 두려움 반의 표정이었다.

드워프가 인간의 영지로 간다?

마치 자신이 팔려가는 것 같지 않은가.

또한, 부모를 구한다 한들 자신은 그들과 떨어지는 것 아닐까?

오르콘은 고민하다가 말했다.

“하, 할게요…….”

떨어지는 게 중요한가?

부모님을 자신의 손으로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최악의 손인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단다.

그 말에 아서가 꺼내든 건 책이었다.

제작에 관련한 모든 것이 담겨 있는 책.

드워프들의 것과는 달랐다.

오로지 인간들이 작성한 것이었으니까.

칸트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저런 조잡한 책을 왜……?’

이해되지 않는 게 맞다.

읽어도 드워프의 것이 훨씬 뛰어나고 정교하며 완성도도 높으니까.

하지만 아서가 이걸 건넨 이유.

‘오르콘은 드워프의 손기술이 아닌, 인간의 손기술을 타고난 드워프였던 거지.’

그가 드워프들의 손기술을 따라가지 못했던 이유.

그는 인간들의 제작법에 특화되어 있었다.

아니, 그 분야에 있어서는 거의 신과 같았다.

또한, 검은망치 총연맹장 오르콘이 진짜 특성을 개화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인간들의 제작에 관련한 책을 보자마자 진짜 특성이 각성된 거지.’

곧이어 오르콘이 책장을 한 장 넘겼다.

그리고 그다음 장.

한 장 한 장.

계속 넘기기 시작한다.

오르콘은 책을 읽는 속도도 엄청나게 빨랐다.

아서는 묵묵히 지켜봤다.

***

고대의 마법사 루헤드.

그는 드워프의 땅을 둘러보며 놀랄 수밖에 없었다.

“폭풍우……?”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단 말인가.

드워프의 땅에 폭풍우가 생겨났다.

그 폭풍우는 가뭄에 죽어가던 모든 드워프를 구사일생 살려내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드워프들은 가뭄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가뭄을 이겨냈다.

“설마…….”

두 번째 재앙도 이겨낼까?

하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다.

버서커가 되고 난 후, 그들을 30일 내에 구제하지 못하면 결국 죽음에 이른다.

그게 고대의 마법사 루헤드가 걸어놓은 재앙.

‘혹시 다른 누군가의 도움인가?’

그럴 수도 있다.

루헤드의 행동으로 인해 퀘스트를 받은 자가 생겼을 수도 있다.

그리고 만약 이 퀘스트를 달성하면 루헤드는 그자에게 보상을 줘야만 한다.

‘해낼 수 없을 거다.’

루헤드는 짙게 웃었다.

오만한 드워프들.

누군지 모른다만, 그들을 구원할 수 없으리!

***

‘쉬운 일이지.’

아서는 픽 웃었다.

제작에 관련한 책을 모두 읽고 책장을 덮은 오르콘.

그는 곧이어 머릿속으로 수만 개가 넘는 설계도들이 뛰어다니는 걸 느꼈다.

특성 개화!

그와 맞게 아서가 말했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건 딱 하나.”

오르콘의 고개가 아서를 향해 돌아갔다.

“능력 증폭기다.”

“능력 증폭기요?”

현재 필요한 결정적인 것.

만이라는 숫자가 넘는 드워프들을 잠재우기 위해선 아리스의 능력을 증폭시킬 힘이 필요했다.

아무리 아리스가 괴물 같은 버프 능력을 가졌다지만, 그들은 지금 ‘상태 이상’에 걸린 것이다.

고대의 마법사 루헤드의 상태 이상을 해제하기 위해선 일시에 모든 드워프의 상태 이상을 해제해야 한다.

‘퀘스트도 동시에 모든 드워프를 잠재우라고 가리키고 있다.’

아서가 첫 번째 재앙을 폭풍우의 부채로 해결하고 즉시.

루헤드의 재앙이라는 퀘스트가 떴다.

이것도 자그마치 SS급 퀘스트.

예상치 못한 의외의 퀘스트였다.

아서야 나쁘지 않다.

‘루헤드의 보물상자라.’

추가로 얻어갈 게 생긴 셈이니까.

“그래, 능력 증폭기. 만들 수 있겠지?”

당연히 가능하다마다.

특성을 개화하고 난 후, 드워프 오르콘은 남들보다 뛰어남을 보인다.

더군다나, 이 능력 증폭기는 전생에서 이미 오르콘이 만들어낸 적이 있는 것이다.

물론 쓰임새는 달랐었지만 말이다.

‘아쉽게도 2회만 사용 가능하지.’

드워프들이 만들어내는 이러한 특별한 기계들은 사실상 영구적인 경우는 없다.

만약 그런 모든 것이 영구적이면 그것은 말 그대로 사기가 되는 셈이니까.

오르콘은 잠시 눈을 감았다.

칸트는 이맛살을 구겼다.

‘능력 증폭기? 그런 걸 만들 수 있을 리가 없잖은가.’

그러한 특수함을 가진 기계는 드워프들도 무척 힘겹게 만들어낸다.

또한, 칸트는 방어구 제작에 특화되어 있기에 당장 떠오르는 설계도가 없었다.

하지만 곧이어.

오르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커다란 양피지를 테이블 위에 촤르륵 펼쳤다.

그리고는 펜을 들었다.

빠른 속도로 그의 손에서 설계도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마치 빛과 같다 할 수 있을 정도로 거침없이 그려내는 오르콘.

그걸 보며 칸트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매일 최악의 손이라고, 드워프의 수치라고 생각하고 있던 오르콘이었건만?

곧이어 완전히 완성된 설계도.

오르콘은 스스로 그려내고도 놀라웠다.

그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저주받은 손인 줄 알았건만.

하지만 지금 한 가지 확실한 건 있었다.

오르콘은 다리를 꼬았다.

그리고 조금 거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칸트 군주님?”

“어……? 어어. 그, 그래. 오르콘.”

“이런 거 하실 수 있습니까?”

“…….”

“제가 좀 합니다.”

그랬다.

오르콘은 힘이 생기면 생긴 만큼 누군가에게 앙갚음은 할 수 있는 자였다.

그 말에 칸트는 입을 꾸욱 다물었다.

오르콘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실력 있는 드워프 50 정도를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

탕탕탕탕!

“저, 저게 오르콘이 맞아?”

“최악의 손 오르콘이라고?”

“허어…….”

드워프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오르콘이 제시한 설계도.

그대로 제작을 시작함과 동시에 가장 선두에 서서 노련하게 제작을 시작한 오르콘 때문이었다.

자그마치 제작의 장인들인 드워프들 오십이라는 숫자가 모여들어 증폭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제작은 딱 이틀 만에 끝이 났다.

아서는 완성된 증폭기의 빨간색 버튼을 보았다.

“이 버튼을 누르면 증폭이 시작되나?”

“그렇습니다.”

오르콘은 자신이 만들었지만 사실상 긴가민가했다.

자신의 머릿속에 증폭기라는 말을 듣는 순간, 이것에 대한 설계도가 번뜩 떠올랐던 것.

사실상 증명되지는 않은 셈이었다.

아서가 빨간 버튼을 꾹 눌렀다.

그러자.

쿠르르르르.

[증폭할 능력을 지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증폭되는 양은 사용자의 능력 범위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아리스에게는 최상의 조건이 갖춰진 셈이었다.

그녀는 상태 이상 해제 능력을 준비했다.

마법사들도 상태 이상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버프에 특성화된 자들과 다르다.

마법사들이 1~2단계까지 상태 이상을 해제할 수 있다면, 천족들과 같은 특수한 경우, 그리고 아리스처럼 더 특별한 버프의 신의 경우는 5단계 상태 이상도 해제할 수 있다는 것.

‘지금 이 버서커는 추정 4단계.’

사실상 깨는 건 누가 봐도 불가능하다.

4단계 상태 이상을 1만 드워프에게 해낼 수 있는 자가 과연 세상에 몇이나 있겠는가.

곧이어.

아리스의 손에서 하얀빛이 일렁였다.

“큐어 포이즌!”

그 하얀 빛이 이내 증폭기 속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쿠르르르르!

[증폭 수치를 확인합니다.]

[사용자의 범위 증폭. 1%, 12%, 33%, 55%, 85%, 99%…….]

범위 증폭의 수치가 계속 올라간다.

아서는 척 봐도 알았다.

증폭기가 말도 안 될 정도로 높이 치솟고 있다는 걸.

곧이어.

[120%, 155%, 183%. 200%, 211%가 증폭됩니다.]

퐈아아아앗!

허공을 향해 상태 이상 해제 마법인 큐어 포이즌이 폭죽처럼 쏘아져 올라갔다.

곧이어.

퐈아아아아!

힘 있게 터져나갔다.

터져나간 상태 이상 마법은 곧이어 하얀 빛 가루처럼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구워어어어.

쿠헤에에에.

그리고 버서커가 되어버린 드워프들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나둘.

그들의 붉었던 눈이 본래의 색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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