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8
군주회귀록 138화
폭풍우의 부채.
말 그대로 폭풍우를 불러내는 자연재해를 부리는 아티팩트였다.
분명히 위협적인 아티팩트였지만 지금 드워프의 땅에서는 하나의 동아줄이기도 하였다.
거기에 폭풍우의 부채에 의해 생겨나는 폭풍우는 드워프의 땅에 만들어진 건축물들을 허물 강력한 힘은 없었다.
워낙 건축물들이 견고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한다.’
인간에 대한 끔찍한 분노.
하지만 폭풍우의 부채라면 지금 당장 가뭄에 의해 목마름에 죽어가는 드워프들을 구원할 수 있다.
칸트는 분명히 괴팍한 드워프다.
하지만 지금 자신이 어떻게 해야 드워프들이 살 수 있을지는 안다는 거다.
“불 꺼.”
“예?”
“가마솥 불 끄라고!”
칸트가 소리쳤다.
볼틴이 서둘러 부글부글 끓던 가마솥의 불을 껐다.
칸트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원하시는 게 있습니까?”
빠른 태세 전환.
“드래곤 시리즈 제작.”
“……!”
칸트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드래곤 시리즈?’
과거 1차 군주게임에서 칸트가 만들었던 적이 있다.
아서가 말했다.
“세 가지의 재앙을 모두 해결해 주지. 하지만 그 재앙들을 하나하나 해결해 줄 때마다 조건이 붙는다.”
얻을 건 모두 얻는다.
가장 먼저 드래곤 시리즈.
“하지만 드래곤 시리즈는 현재 제작이 불가능하지 않습니까?”
공손해진 말투의 칸트.
그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드래곤이 사라진 세상에서 드래곤 시리즈라니?
“드래곤 시리즈를 통해 전설 아티팩트를 제작하려고 한다.”
“……그냥 도와주기 싫다고 하시지 그럽니까?”
칸트는 미간을 구겼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구리를, 황금으로 만들 순 없는 것이다.
전설 아티팩트?
자신도 만들어낸 적이 없다.
그만한 재료가 모인 걸 본 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앞의 사내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마치 놀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드래곤 시리즈로 유물 정도라면 가능합니다. 하지만 전설이라니. 그 정도라면 엄청난 재료가 필요…….”
그 말이 끝나자마자 아서는 가장 먼저 피닉스의 깃털을 보였다.
“헉……! 저, 저것은 피닉스의 깃털……? 어떻게 6대 괴물 재료를…….”
그가 경악했다.
곧이어 그다음 보인 것.
유리로 되어 있는 고드름이었다.
“확인해 봐도 되겠습니까?”
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곧 유리 고드름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드워프는 그것과 아서를 번갈아 수차례 보았다.
‘이 인간…… 정체가 뭐야?’
어떻게 이런 진귀한 재료들을 가지고 있단 말인가.
한 명이 S급 재료 하나를 가지고 있기도 쉽지 않다.
거기에 아서는 결정적인 재료를 내보였다.
“드래곤 알의 껍데기다.”
“로드의 알껍데기……!”
“로드의 알껍데기?”
그리고 아서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로드의 알껍데기?
드래가 드래곤 로드가 될 이름이란 것일까?
드워프 군주 칸트가 흥분하여 말했다.
“혹시 모르셨습니까?”
“……그저 평범한 드래곤 중 하나일 줄 알았지.”
평범한 드래곤이어도 드래 정도의 힘은 발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사실상 그들의 힘은 밝혀진 게 없으니까.
“로드 드래곤의 알과 일반 드래곤의 알은 확연히 다릅니다.”
그걸 아서가 알고 있었을 턱이 없다.
“일반 드래곤의 알은 여러 가지 색을 가집니다. 레드 드래곤이면 붉은색, 블루 드래곤이면 푸른색. 하지만 이 드래곤 알은 어떠한 색도 없지 않습니까.”
“……그렇지.”
“이 안에서 깨어난 드래곤은 로드가 될 이름이란 겁니다.”
“태어난 녀석은 레드 드래곤이었다.”
“레드…… 드래곤…….”
칸트는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레드 드래곤 로드라…… 상상만 해도 어마어마하군요. 레드 드래곤 로드는 역사상 딱 한 마리가 존재했지요.”
칸트는 흥분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그 레드 드래곤 로드는 역사상 가장 강력했던 드래곤이라 불렸습니다. 어쩌면 그를 이을 드래곤이 이 알에서 부화했던 거군요.”
칸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드래곤 로드의 알껍데기, 피닉스의 깃털, 유리 고드름, 그 외의 대단한 재료들.
“도전해 볼 만합니다.”
전설 아티팩트.
그리고.
그 답례로 아서는 해줘야 할 게 있었다.
“첫 번째 재앙의 계약은 체결되는 셈이군.”
역시 군주의 서를 작성하는 건 잊지 않는다.
***
랄드는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이 없었다.
당장 숨이 넘어갈 정도였다.
주변의 몇 드워프들 중에는 이미 숨진 자들도 보인다.
그는 아까 전 인간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이제 곧 목마름을 해결해 주겠다고.
‘고작 인간이…….’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역시 예상처럼 그럴 일은 없었다.
위대하신 황금망치 총연맹의 연맹장이신 드워프 군주 칸트 님도 해내시지 못한 것을 인간 따위가 해낼 리가 없지 않나.
바로 그때.
토옥.
랄드의 얼굴을 무언가 두들겼다.
그는 힘없는 손을 들어 올려 얼굴을 스윽 어루만졌다.
“물……?”
그의 고개가 천천히 허공으로 들어 올려졌다.
곧이어.
토옥.
톡.
톡.
투두투두둑!
빗방울들이 허공에서 매섭게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하늘에 시꺼먼 먹구름이 가득 껴 있었다.
쿠르르르르!
천둥에 의해 주변이 번쩍였다.
곧 엄청난 빗방울이 랄드의 온몸으로 떨어져 내렸다.
“비, 비다……! 비가 내린다!”
랄드는 흥분에 가득 찬 표정으로 소리쳤다.
비가 온다.
오랜 시간 지속되었던 가뭄이 끝나고 비가 내리고 있다.
“비야, 비라고!”
벌떡 몸을 일으킨 랄드는 허공을 향해 그 입을 쩌억 벌렸다.
입안으로 떨어지는 비는 한없이 달콤했다.
‘아까 그 인간이 자신이 한 말을 지켰어.’
랄드의 얼굴에 작은 웃음이 감돌았다.
***
쏴아아아아!
거세게 내리는 빗방울.
드워프들이 하나 같이 밖으로 나와 그 비를 온몸으로 맞으며 기뻐하고 있었다.
칸트 군주는 그 모습을 보면서도 기뻐하지 못했다.
‘아직 끔찍한 두 개의 재앙이 남아있다.’
그 두 가지의 다른 재앙도 해결할 수 있다는 건가?
도대체 어떻게?
그는 몸을 돌려 안쪽에서 찻잔을 기울이는 아서와 간식으로 내온 것들을 입에 구겨 넣는 여인을 보았다.
“볼틴.”
“예, 군주님.”
“지금 당장 죽은 드워프들의 시신을 회수하여 영지 밖으로 버려라.”
“……예.”
볼틴은 입술을 깨물었다.
매일매일.
밤이 되기 전에 죽은 드워프들의 시체를 영지 바깥으로 버렸다.
그래야만 했다.
그 이유는…….
곧 알 수 있다.
***
쿵쿵쿵!
그워어어어-
크아아아아-
성문을 두들기는 자들.
그들은 드워프들이었다.
죽은 드워프들.
그들은 밤이 되면 언데드로 완전히 깨어나 밤낮을 가리지 않고 활동했다.
처음 재앙이 도래했을 때 두 번째 재앙에 관해서 알지 못했다.
하지만 드워프들이 목이 말라 죽고 나서 밤이 되었을 때 알았다.
그들은 언데드가 되어 같은 드워프를 죽였다.
언데드가 되어 부모를 죽인 드워프도 있었다.
크화아아아!
크르으으!
거친 괴성을 지르며 드워프의 땅 아르딘 안으로 들어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드워프들.
그 숫자가 쌓이고 쌓이다 보니 어느새 약 1만에 이르렀다.
참으로 끔찍한 참상이 아닐 수 없었다.
영지 문을 지키는 루딘이라는 드워프는 펑펑 울었다.
“라제…….”
자신의 아내 드워프가 언데드가 되어 눈이 붉게 변해 성문을 두들기는 끔찍한 모습.
여러모로 드워프들은 피폐해지고 있었다.
“두 번째 재앙에 관련해 안 해본 것이 없습니다. 대천사의 힘이 깃들었다는 아티팩트를 써보기도 했고 신성력이 가득 담긴 성수를 뿌려 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죽지 않습니다.”
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왜 그런지 난 이유를 알지.”
아주 잘 알고말고.
“이유…… 가 있단 말입니까? 언데드로 변화한 그들의 힘이 너무 강력한 것이 아니고요?”
“언데드?”
피식.
아서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저들은 언데드가 된 것이 아니야.”
“예?”
칸트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저들은 아직 살아있다.”
“……!?”
***
드워프의 땅의 세 가지 재앙.
그중 두 번째.
이는 어떻게 보면 언데드처럼 보이기 충분했다.
죽었던 자들이고 다시 깨어났을 때 마치 언데드처럼 모든 것을 죽이려 들며 이성을 잃었으니까.
하지만 이는 언데드가 아니다.
아서는 전생에서 드워프의 땅에 도래했던 재앙에 관한 모든 내용을 읽었다.
첫 번째 가뭄.
두 번째는 언데드…… 가 아닌 버서커화였다.
버서커.
이는 루헤드가 걸어놓은 두 번째 재앙.
실제로 그는 언데드처럼 보이게 하려고 했고 그는 성공했다.
가뭄에 의해 목이 말라 죽은 자들.
그들은 고대의 마법사 루헤드에 의해 죽는 순간, 정확히는 심장이 정지된 잠깐의 순간 버서커화에 빠지게 된다.
그 시간 동안 그들은 심장이 정지한다.
하지만 그들을 깨울 방법은 있었다.
“살아…… 있다고요?”
칸트는 도저히 믿을 수 없어 되물었다.
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몸이 부패하지 않는 게 증거이지 않나?”
“그, 그렇긴 하지만…….”
부패하지 않는다.
이에 의문을 품기는 하였다.
하지만 누가 봐도 그들은 언데드 같았다.
울음소리, 난폭함, 부모도 알아보지 못하는 것까지.
모든 것이 언데드와 다를 것이 없다.
“두 번째 재앙의 조건을 말하지.”
칸트는 일단은 들어보기로 했다.
“영지에 있는 오르콘이라는 드워프를 아는가?”
“오르콘 말입니까?”
그 말에 드워프 군주 칸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다마다.
오르콘은 소년 드워프였다.
그리고 영지 내에서 손기술이 아주 최악인 드워프로 유명했다.
그는 만지는 것마다 레어 등급이면 메직 등급으로 떨어뜨릴 수 있는 ‘최악의 손’으로 유명했다.
그의 대장장이 선생은 그에게 이런 말을 했을 정도다.
‘오르콘. 넌 농사를 짓는 게 좋아 보이는구나.’
드워프에게 농사라니!
하지만 그 정도로 오르콘은 손재주가 영 꽝인 드워프였다.
한데, 아서는 말했다.
“그 오르콘 드워프는 내가 데려간다.”
“……어째서입니까?”
데려간다.
그 말에 칸트는 정말 의외일 수밖에 없었다.
진귀한 보물.
엄청난 손기술을 가진 여덟의 드워프 장로들.
그 외에 난다긴다하는 드워프들이 널렸다.
만약 그게 싫다면?
‘아티팩트를 몇 개 달라고 해도 되지 않나?’
그런데 왜 굳이 드워프 역사상 최악의 손기술을 가졌던 오르콘을 데려가려 하는가.
아서는 그 말에 이리 답했다.
“그냥.”
드워프 군주 칸트는 미간을 구겼다.
‘이자…… 뭔가 알고 있어.’
그럴 수밖에 없다.
재앙을 해결해 주고 조건부 무언가를 얻어간다.
그런 그가 오르콘에 대해서 그냥 요구하는 건 아닐 터.
다르게는 그가 ‘그냥’이라 얼버무린 것일 뿐이다.
그리고 실제로.
‘귀찮게 설명해 줄 필요가 있나.’
아서가 하나부터 열까지 설명하면 굉장히 이야기는 길어지고 그는 납득이 안 될 거다.
때문에 편하게 가기로 한 거다.
오르콘.
검은 망치 총연맹의 연맹장.
황금망치 총연맹과 함께 칸트 군주는 재앙과 함께 역사 속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대규모 업데이트의 시작.
그 후로 그때 당시 살아남았던 드워프들도 아스가르드 대륙에 발을 내리게 된다.
그리고 그 후 ‘신의 군주.’라 불리는 넷이 존재했다.
신의 군주.
이는 극강삼인처럼 강했고 뛰어난 특별한 한 분야를 담당하던 군주들이다.
이 중 하나.
그것이 바로 검은망치 총연맹을 만들어낸 자.
‘절대 손 오르콘.’
그리고.
‘제작의 신의 군주.’
바로 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