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7
군주회귀록 137화
48장 3대 재앙
‘마신의 군단장?’
아서는 의아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디아블로는 분명히 그레모리에게 ‘마신의 군단장’이라고 하였다.
마신의 군단장.
들어본 적이 있다.
마계에서 마신을 위한 부대를 다스리는 자들.
총 다섯이 존재했다.
이 다섯은 모두가 하나같이 뛰어난 힘을 발한다 들었다.
다섯의 군단장 부대는 각 특성을 가졌다.
신궁을 모아놓은 활부대.
검에 특화된 자들을 모아놓은 검부대.
그 외의 창, 기마병, 치료병 등등.
하나 확실한 건.
‘마계에서도 엄청난 힘을 발한다는 건데…….’
그런데, 그레모리에게 마신의 군단장이라?
당혹하기는 그레모리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곱씹었다.
“마신의…… 군단장?”
그레모리는 기억하지 못했다.
자신이 마계에서 어떠한 자였는지, 또 자신이 누구를 섬겼는지.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디아블로가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예를 취하고 있었다.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구나.”
“아,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으시는 겁니까?”
디아블로의 목소리는 윗사람을 섬기듯 했다.
‘디아블로가 높임말을 쓰다니…….’
마계에서도 전신이라 불리던 자가 아니던가.
“기억나지 않아.”
“그레모리 님께선 3군단장이셨습니다. 불사의 군단장 그레모리. 당신 밑으로 부려지던 마족만 자그마치 5천이었단 말입니다.”
“……관심 없다.”
그레모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아서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녀는 아서가 마족을 증오하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가장 측근의 자신이 마신의 군단장이라니.
그녀는 머리가 복잡해지는 걸 느꼈다.
하지만 아서가 말했다.
“처음부터 차근차근 말해봐라. 디아블로. 그레모리는.”
아서는 그녀를 돌아보았다.
“어떠한 자였나.”
그에 디아블로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
***
불사의 군단장 그레모리.
그녀는 피도 눈물도 없는 군단장이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그녀가 군주게임을 참가하던 군주는 아니었다.
어찌 보면 ‘시나리오’에 존재하는 불사의 군단장이었던 거다.
그녀는 마신이 아끼던 군단장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그녀는 홀연 듯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3군단의 모든 이들은 그녀가 사라지자 그와 함께 깊은 심연 속으로 잠들어 버렸다고 한다.
“마신께서 당신을 찾고 계십니다.”
“…….”
그 말에 그레모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어색하게 웃으며 아서를 돌아봤다.
“저하고는 관련 없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오로지 아서 군주님만을 모십니다.”
그것은 부정이기도 하였지만, 또 하나는 두려움이기도 하였다.
만약 자신이 기억을 찾는다면 아서 군주님을 떠나지는 않을까.
혹은 아서가 자신을 버리지 않을까.
“관련이 없진 않다. 그레모리.”
“……예?”
“내 대리인이 한때 그렇게 멋진 자였단 말이지.”
아서는 빙긋 웃어 보였다.
다소 놀라운 이야기이기는 하였다.
그리고 언젠간 그레모리가 어떤 여인인지 알게 될 날도 올 거라 생각했다.
처음 그녀가 기억을 잃었을 때부터 범상치 않은 대리인임은 눈치채고 있던 아서였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다. 그레모리, 만약 네가 기억을 찾고 날 떠나려 한다면.”
아서는 쓴웃음을 지으며 멱살을 잡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끌고 와서 내 옆에 계속 두마. 그리고 혹시나 내가 널 버릴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마라.”
아서는 그렇게 말하며 그레모리와 눈을 마주쳤다.
“난 널 버리지 않는다. 그레모리.”
“아…….”
그녀는 가슴 속 무언가 북받쳐 오르는 기분이었다.
작은 웃음이 그녀의 입가에 감돈다.
“소인은…… 언제나…… 군주님만을 위해 살아갈 것이옵니다.”
아서는 고개만 끄덕였다.
그때.
띠링
퀘스트 창이 떠올랐다.
(불사의 군단장의 정예군단.)
등급 : SS
지급캐시 : 25,000
보상: 그레모리 기억 각성, 불사의 군단장의 정예군단 100명< 바로 지급형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시: 그레모리를 잃음.
설명: 불사의 군단장. 그들의 군대는 현재 잠들어 있다. 또한, 잠들어 있는 그들과 그녀가 다스렸던 영토는 현재 던전 형태로 변화하였다. 당신이 원할 때 언제든 그 던전으로 넘어갈 수 있다.
‘정예군단 100명이라…….’
불사의 군단장의 정예군단 100명이면 예사롭지는 않을 터였다.
하지만 아직.
아직은 아니었다.
‘일단은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
차근차근.
그때 아서는 갑자기 또르르 눈물을 흘리는 그레모리를 볼 수 있었다.
“왜, 왜 우나, 그레모리?”
“소인. 너무 기뻐서 그럽니다.”
“……?”
“군주님 같은 분을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피식.
아마도 자신이 했던 말이 그녀의 가슴을 흔들었으리라.
아서는 일단 그레모리가 디아블로에게 마기를 흘려보낼 수 있게 하였다.
마기를 받은 디아블로의 몸이 밝은 빛에 휩싸였다.
곧이어.
[시크릿 유닛을 찾아내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시크릿 유닛의 소유권자가 되셨습니다.]
아서는 망설이지 않고 개화된 디아블로의 특성을 확인했다.
역시나 예상했던 것처럼 ‘입구’라는 특성이 생겨나 있었다.
이 입구는 현재 1레벨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아서는 소환수의 방에 있는 이들을 제하고서는 단 한 명만을 데리고 아포칼립토로 넘어갈 수가 있다.
아서는 이미 이 한 명을 정해놓았다.
우물우물
바로 아리스였다.
드워프의 땅에 드리워질 3대 재앙 중 하나를 막기 위해선 그녀의 힘이 분명히 필요했으니까.
***
아서는 준비를 끝냈다.
먼저 캐시상점에서 인벤토리 확장을 구매해서 수용할 수 있는 크기를 키웠다.
드워프들이 이곳으로 올 순 없었기 때문이다.
그다음 아리스에게 줄 맛있는 것들도 잔뜩 챙겼다.
‘칸트.’
괴팍한 드워프의 군주.
그들은 인간이라면 혐오했다.
정확히는.
‘대부분의 종족들을 달가워하지 않는 자들이지.’
그 이유는 간단하다.
드워프 족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건 뛰어난 ‘손기술’이다.
모든 종족이 같은 생각을 한다.
그들을 통해 무언가를 받기를 원하고 이용하려 한다.
드워프들은 이제까지 무수히 많이 이용당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경계도 당연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드워프 칸트는 더더욱 까탈스러운 늙은이 드워프라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재앙을 도와준다면…….’
아무리 드워프 칸트라고 할지라도 아서를 멀리하진 못할 것이다.
디아블로.
그의 몸에서 짙은 마기가 흘러나와 주변으로 뻗어 나갔다.
곧이어.
검은 입구가 나타났다.
아서와 아리스가 입구를 향해 움직였다.
***
황금망치의 총연맹장.
그리고 모든 드워프들의 군주.
신의 손 칸트.
그는 끔찍한 참상에 눈을 떨 수밖에 없었다.
“모, 목말라…….”
“살려줘…… 제발, 누가 물 한 모금만 줬으면 좋겠어…….”
화려하기 그지없는 건축물 안의 드워프들은 지금 당장 숨이 넘어가도 이상하지 않을 모습이었다.
정말이지 참담한 모습.
쪼르르르-
그때 드워프 군주 칸트의 눈에 들어왔다.
어떠한 드워프가 통에 오줌을 누고 있었다.
마신 게 없으니, 물도 노랗고 많이 나올 리도 없었다.
하지만 그 드워프는 그 오줌을 따라 지체하지 않고 마셨다.
꿀떡꿀떡
“목말라…… 이대로 가다가는 우린 모두 죽을 거야…….”
드워프의 땅에 재앙이 도래했다.
이 재앙은 고대의 마법사 루헤드에 의해 시작되었다.
고대의 마법사 루헤드는 본래 만년의 유적에서 살아가는 자.
그런 그가 재앙을 내리게 된 이유는 한 달 전 있었던 일 때문이다.
멀지 않은 곳에 물이 없어 고생하는 종족들이 있었다.
끔찍한 가뭄에, 그 종족들은 물을 마시지 못해 죽어 나가고 있었다.
고대의 마법사 루헤드는 이에 드워프 족을 찾아왔다.
드워프들은 공기 중에서 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계를 개발해냈으니까.
하지만 칸트는 이를 거절했다.
‘우리가 어째서 그들을 도와야 하지? 매일 우리를 이용만 하던 자들인데, 그자들 따위 죽든 말든!’
칸트는 콧김까지 뱉으며 기세등등 비웃었다.
그뿐이 아니다.
그들은 이제껏 죽어가는 무수히 많은 종족들을 등한시해왔다.
그들이 도왔다면 살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루헤드도 어느 정도 이해는 했다.
이제까지 다른 이들이 그들을 이용했으니까.
하지만 이는 도를 넘어섰다.
그에 루헤드는 그들의 땅에 재앙을 내린 것이다.
그중 첫 번째.
끔찍한 가뭄.
또한, 공기 중에서 물을 만들어내는 그 기계를 사용할 수 없게 루헤드가 손 써놨다.
강물은 모두 말랐고 보유하고 있던 물도 모두 증발해 사라져 버렸다.
하루에도 수백의 드워프가 목이 말라 죽는다.
어떠한 자는 피를 마신다고까지 한다.
“구, 군주님…… 너무 목이 말라요…….”
한 드워프가 기어와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드워프 군주 칸트는 생각했다.
‘드워프의 땅은 끝이다…….’
이 재앙을 막아낼 방법이 도무지 없었다.
또한, 다른 종족들에 금은보화를 바리바리 싸 들고 찾아가 도움을 청해 보았지만, 그들은 드워프를 멀리했다.
어쩌면 인과응보이리라.
그때.
“군주님.”
근위대장 볼틴이 칸트에게 다가왔다.
“무슨 일인가. 볼틴.”
“한 인간이 군주님과의 대화를 청합니다.”
“인간?”
그 두 글자.
그에 칸트는 극도의 분노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이 드워프의 땅에 재앙을 가져다준 루헤드도 결국에는 인간이지 않았던가.
“대화? 인간 따위가 나와 대화를 하고 싶어 한다고?”
그는 피식 비웃었다.
‘그 인간을 죽여 드워프들의 한이라도 달랜다.’
드워프들 모두가 보는 앞에서 그자를 죽일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한을 달랠 것이다.
***
드워프의 땅에 아서가 나타났을 때 다섯 개의 타이탄과 수십의 전차들이 그를 빙 둘러 쌓았었다.
아서는 단도직입적으로 자신의 용건을 말했다.
드워프 군주.
칸트를 만날 수 있게 해달라.
그리고 의외로.
정말 의외로 드워프들은 순순히 아서를 드워프의 성으로 이끌었다.
아서는 걸으면서 볼 수 있었다.
드워프들이 목마름에 허덕이고 있었다.
길을 걷던 그는 벽에 쓰러져 있는 한 어린 드워프를 볼 수 있었다.
“무울…… 물…… 한 모금만이라도 마실 수 있으면 좋겠어…….”
그는 그렇게 말하며 지나가는 인간을 보았다.
벽에 기댄 드워프는 랄드라는 꼬마 드워프였다.
그는 다른 드워프들에게 들은 인간이란 자들에 대해서 떠올렸다.
‘인간은 정말 별 볼 일 없는 자들이지.’
‘인간만큼 쓰레기도 찾아보기 힘들어.’
‘이번 재앙을 준 자도 인간이지 않은가!’
모든 드워프들의 뇌리에는 그렇게 각인되어 있었다.
그런데, 아서는 길을 가다 랄드에게 말했다.
“곧 너의 목마름을 해결해 주마.”
“인간 따위가? 거짓말.”
랄드는 비웃었다.
어린 드워프여도 알았다.
인간은 이제껏 자신들을 이용하기만 했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은 다른 드워프들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목마름에 허덕이면서도 아서를 증오의 눈빛으로 바라본다.
‘매번 받는 것만을 바랬으니까.’
많은 자들이 바랬다.
드워프에게 해주지 아니하고 오로지 받기만을.
그들의 뛰어난 손의 도움을 받고 싶어만 했다.
그리고 그중 인간들은 유독 더 심했다고 한다.
이러한 눈빛도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몰랐다.
아서가 군주성 안으로 들어갔다.
군주성은 과연 드워프의 성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휘황찬란했다.
금으로 된 동상들과 드워프들의 장인의 손길이 이루어져 하나같이 멋들어지는 인테리어들.
그리고 아서는 어느덧 군주의 방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끼이익-
쿵!
문이 열렸다.
***
드워프 군주 칸트는 짙게 웃었다.
그의 앞에는 피가 팔팔 끓는 가마솥이 준비되어 있었다.
자신과 대화를 하기 위해 요청했던 자?
그자를 이 가마솥 안에 넣고 끓일 것이다.
저 가마솥엔 지금 물을 대체한 말의 피가 한가득 들어 있었다.
안으로 걸어 들어오는 인간.
그는 소년이었다.
드워프 군주 칸트가 말했다.
“감히 나를 보기를 청했나?”
그는 고개를 꼿꼿이 들었다.
당장 망할 드워프의 땅이었지만 그는 드워프가 인간보다 우위에 섰다고 믿었고 또한 이 인간을 죽일 거였으니까.
앞의 인간 군주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리고 칸트를 보고는 말했다.
“감히? 드워프 따위가 고개가 너무 높이 있구나.”
“뭣!?”
드워프 칸트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가뜩이나 성이 나는 상황이다.
그런데, 그가 지금 한 발언!
부글부글!
뜨겁게 끓어오르는 가마솥.
“저놈을 당장 저 솥 안에 넣어라!”
그에 소년 군주는 미동하지 않았다.
“나를 넣고 끓이겠다고? 너는 곧 내게 ‘죄송합니다’라고 할 거다.”
“푸하하하, 무슨 소릴 하는 건지 모르겠구나. 곧 죽을 놈이.”
칸트는 배를 잡고 웃었다.
그가 어떤 인간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무엇을 믿고 정체 모를 여자만을 대동한 채 이 자리에 왔단 말인가.
그리고 곧.
아서가 인벤토리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을 본 순간.
드워프 군주 칸트의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죄송합니다.”
빠른 태세 전환!
아서가 꺼낸 것은 폭풍우의 부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