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6
군주회귀록 136화
“…….”
“…….”
네크로맨서 잭이 몸을 부들부들 떨 때.
다른 군주들은 입을 꾹 다물었다.
카일 군주의 꽉 쥐어져 있던 주먹이 그제야 펴졌다.
땀이 흥건하게 맺혀 있었다.
그는 아서와 쓰러진 디아블로를 보며 마른 침을 삼켰다.
‘강하다…….’
그 말밖에는 할 수 없다.
사실 카일 군주가 보았을 때, 아서와 디아블로.
그 우위에 선 자는 디아블로였다.
하지만 아서는 그를 이겨냈다.
경험의 차이? 아니면 실력의 차이?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잘했다.”
짝짝짝
그리고 카일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알았다.
그의 박수를 시작으로 다른 군주들이 손뼉을 마주치기 시작했다.
짝짝짝짝-
아서는 조금 전, 랄프 군주의 굴욕을 갚아주듯 디아블로에게 그대로 갚아주었다.
그리고 네크로맨서 잭으로부터 그를 앗아갔다.
아서는 박수를 치는 그들을 돌아보았다.
“네놈…… 이대로 끝날 것 같아?”
네크로맨서 잭이 눈을 빛내며 이죽 웃었다.
이 초대가 끝나자마자 그는 수만의 언데드 군단을 이끌고 이곳을 칠 것이다.
‘승리는 고마우나…….’
카일 군주도 같은 생각을 했다.
이겨준 것은 고마우나 이로써 확실해졌다.
‘아군이 아니라면 위험하다.’
아마도 총연맹장들도 아서의 영지를 공격할 기회를 엿볼 확률도 있다.
아서는 그 틈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그가 둔 최악의 악수는 자신의 발카스 영지의 위치를 오픈했다는 것이 된다.
“습격이라도 하시게?”
“당장.”
“……내 영지가 어딨는지 모르잖아.”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냐.”
네크로맨서 잭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이었다.
아서의 그 발언에 다른 군주들도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 그는 자신이 있는 영지의 위치를 정확히 오픈했다.
그런데 영지를 모른다니?
“모두들 오늘 하루 수고했다.”
그 말이 끝이었다.
아서가 거침없이 몸을 돌렸다.
디아블로가 소환수의 방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와 함께.
그 뒤로 있던 병력이 빛에 휩싸여 사라졌다.
그리고 그는 아서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뭐지?”
아직 카일 군주는 이해하지 못했다.
자베스 군주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곧이어.
그들이 있던 대사관 건물.
그 건물이 허공에 스르르르 사라져 버렸다.
“헉!?”
“무슨 일이야?”
“이게 도대체…….”
모든 군주들이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다.
하나둘 건축물들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그와 함께 영지를 거닐던 영지민들도 허공으로 흩어져 사라졌다.
하나둘.
그렇게 사라지기 시작했다.
군주들은 계속해서 주변을 향해 계속 고개를 돌린다.
계속해서 발카스 영지의 모든 것이 사라져갔다.
모든 것이 사라지고 군주들은 자신들이 허허벌판 위에 덩그러니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영지 이전……?”
영지 이전.
특별한 물품 혹은 막대한 골드를 들였을 때에 가능하다.
이 영지 이전은 불가능은 아니었다.
그것보다 놀라운 건 다른 거였다.
“그럼 우리가 이제까지 본 건 도대체 뭔데?”
발카스 영지.
그게 있었다는 거다.
영지 이전을 했으면, 이곳에 발카스 영지는 없었어야 했다.
카일 군주는 둔탁한 것에 머리를 두들겨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우리 통수 맞았군.”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제까지의 그의 행보를 생각해 보면 충분한 일이다.
왜 오늘 그가 이토록 바보 같이 행동했는가.
그는 바보 같이 행동한 게 아니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그의 철저한 계획에서 우리가 움직였다.’
그리고 그는 성공했다.
자신들로부터 위치를 감춰냈으니까.
“하하하하하하하!”
카일 군주는 미친놈처럼 웃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다른 군주들은 그런 카일 군주를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한켠에 선 네크로맨서 잭.
그는 거의 울기 직전의 표정이었다.
디아블로를 빼앗겼고 거기에 놈의 영지 위치를 몰랐으니까.
그가 진심을 담아 중얼거렸다.
“X발 놈…….”
***
발카스 영지의 외곽에서 나타난 아서는 활발하게 돌아가는 영지를 내려다봤다.
‘내가 무슨 머저리도 아니고.’
강자가 있다.
그 강자를 자신들의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그게 되지 않는다면?
당연히 짓밟는다.
그것이 약육강식의 이치였다.
아서는 그들을 초대하기 전에 발카스 영지를 그려냈다.
창조의 그림은 이제 하나의 영지조차도 그려낼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것이다.
거기에 영지 이전.
현재 아서가 있는 이 영지는 브루스라는 산맥 뒤쪽에 위치해 있었다.
아직 군주들이 개척해내지 못한 미지의 땅과도 같았다.
인근에 영지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쉽게 표현하면 이곳은 한없이 구석에 위치한 시골과 가까웠다.
‘카일 군주의 추적의 탑은 다시 시동되려면 아직 시간이 남았지.’
그 기간 동안 성장한다.
총연맹들도 건드릴 수 없을 정도로.
그러면 모든 것은 해결된다.
‘라이프도 회수했고, 디아블로도 얻었다.’
디아블로는 언급했듯 ‘입구’를 열 수 있는 특성을 가졌다.
그 때문에 초대장에 잭이 포함되었던 것이다.
이 입구라 하면 다른 종족들이 군주게임을 하는 곳을 뜻한다.
마계, 천계의 경우는 입구를 열 수 있는 특성을 개방해도 2레벨까지 올리지 못하면 갈 수 없다.
하지만 다른 곳은 갈 수 있다.
‘아포칼립토.’
마계나 천계는 마족과 천족이 있다.
그리고 아스가르드는 인간이 있다.
하지만 이 아포칼립토는 여러 종족이 한데, 어울려 군주게임을 하는 곳이다.
이 아포칼립토에서 아서는 황금망치 총연맹장 칸트를 만나 드워프들에게 들이닥친 재앙을 해결해주고 도움을 받을 것이다.
‘그 전에 확인해 봐야지.’
디아블로를.
아서는 소환수의 방으로 들어간 디아블로의 정보를 망설이지 않고 오픈했다.
(디아블로)
소환수
HP:1,1000 MP:3,200
총합 공격력:1,002
총합 방어력:612
등급:SS
잠재력:124
특수능력:
•디아블로의 발자취.
“음?”
아서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디아블로의 특성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특성이 적혀 있었다.
이는 아서가 듣도 보도 못한 특성이었다.
‘어째서 알려지지 않았던 걸까?’
그는 의아해하면서도 세부설명을 확인해봤다.
곧이어 세부설명을 확인한 아서는 자신도 모르게 엉겁결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능력이라면 알려지지 않은 게 맞을지도 모르지.’
한편으로는 감탄스러운 능력이었다.
마계에서 보물을 추적할 수 있는 탐지 능력.
그것이 바로 디아블로의 발자취라는 능력이었다.
어쩌면 추후에 아서가 유용하게 써먹을지도 모른다.
‘이제 특성을 개화하는 일만 남았군.’
디아블로의 특성을 개화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그저 다른 마족이 디아블로에게 마기를 나눠주면 된다.
네크로맨서 잭은 업데이트 이후에 마족의 등장으로 디아블로의 특성을 개화할 수 있게 되었다.
‘마기를 주는 건 어렵지 않아.’
아서에게 가장 가까운 마족이 있지 않은가.
바로 그레모리다.
어떠한 자들에겐 말도 안 되는 깨기 불가능의 특성 개화였다.
아직 세상에 마족이 드러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아서에게는 너무나도 쉬운 특성 개화다.
아서는 걸음을 옮겼다.
‘일단 디아블로를 치료하고 그레모리와 만나게 해야겠어.’
아리스의 힘이라면 오늘 입은 디아블로의 상처를 치료하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 않을 것이다.
그때.
아서가 걸음을 우뚝 멈췄다.
드디어 때가 도래했다.
[대규모 업데이트 공지가 있습니다.]
[대규모 업데이트 공지를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아스가르드 대륙의 전 인류에게 퀘스트가 하달됩니다.]
***
랄프 군주는 카일로부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아서 군주가 자신을 대신하여 그 디아블로를 처참히 짓밟았다고.
‘어떻게 보면 은혜를 입은 셈인가?’
랄프 군주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 다른 이야기도 들었다.
갑자기 발카스 영지가 뿅! 하고 사라져 버렸다는 것.
참으로 그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쉽군. 그놈 족칠 수 있었는데.”
“그러게 말이다.”
랄프와 카일은 서로를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바로 그때.
“뭐지?”
“대규모 업데이트?”
“갑자기 이런 게 떴어.”
인근에 있던 다른 군주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랄프와 카일이 동시에 눈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둘도 업데이트에 대한 알림을 들었고 각자가 홀로그램을 오픈했다.
(대규모 업데이트 공지)
설명: 2주 후. 이제까지 오픈되지 않았던 블러스디 땅이 오픈할 예정입니다.
그와 함께 대규모 업데이트가 진행될 겁니다. 이번 대규모 업데이트를 통해 아스가르드 대륙에서는 더욱더 많은 종족과 함께 군주게임을 진행하게 됩니다.
또한, 대규모 업데이트 전 이벤트 형식으로 블러스디 땅에 나타날 마계입구 파괴 퀘스트가 전 인류에게 하달됩니다. 블러스디 땅엔 총 1,000명의 군주, 병력 포함만 입장가능하며 마계 입구 파괴 시 참가자들은 막대한 보상을 얻게 됩니다.
거기에 더해져 마계 입구 파괴실패 시 대규모 업데이트 당시 블러스디 땅에서 많은 마족이 영지를 내리고 군주게임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추가사항은 세부공지를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업데이트?”
“마계 입구를 파괴하는 데 실패하면 마족들이 블러스디 땅을 집어삼킨다…….”
위의 세상의 강자들.
이 대규모 업데이트 공지는 두 사람이 보기에 척이면 척이었다.
“이제 슬슬 겨루게 하겠다는 건가.”
도전군주는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대군주에 도전하기 위함이지만 실제로 그 기회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제부터 여러 인류가 싸우게 된다는 의미로 보여진다.
‘탈환이라…….’
블러스디 땅은 아스가르드 대륙의 정중앙에 위치해 있다.
이 블러스디 땅에는 막대한 자원과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소문이 허다했다.
하지만 시스템상 군주들이 접근할 수 없게 막혀 있다는 거다.
카일 군주가 랄프를 보았다.
“총연맹장 소집 회의를 해야 할 것 같다.”
“동감이다.”
두 사람은 뭔가 심상치 않은 기류를 느꼈다.
아스가르드 대륙에 피바람이 불 것 같다.
***
디아블로는 자신의 발목 쪽을 감싸는 따뜻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입에서 무언가를 우물거리고 있는 아리스가 그를 치료하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커헙!
거친 숨을 토해내며 일어난 디아블로.
그는 동시에 알림을 들을 수 있었다.
[네크로맨서 잭에서 아서 더 프레스로 복종 군주가 변경되었습니다.]
[마신의 족쇄에 의해 아서 더 프레스 군주에게 불복종할 시 사망하게 됩니다.]
그 알림을 들은 디아블로는 그제야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치욕.
엄청난 치욕을 겪었다.
-이럴 수가…….
살아서 누군가에게 패해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그는 마신의 공격대 공격대장을 맡기도 했다.
가끔 그는 인간이라는 족들에 대해 들었다.
마족에 비해 한없이 약하고 감정적인 자들이라고.
그런데 바로 오늘.
그는 인간이라는 자에게 패했다.
-도대체…….
머리가 복잡했다.
분명히 모든 것을 자신이 앞섰다.
하지만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이 무력했다. 그것도 고작 덜 자란 인간 소년한테.
물론 이제는 그가 모셔야 할 군주가 되었다.
‘빌어먹을 족쇄.’
마신의 족쇄는 채워지면 뭐든 복종하게 한다.
물론 그 충성도는 족쇄 따위가 결정할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적어도 명령에 대해 이행하지 않을 순 없었다.
“가만히 좀 있어요.”
-너는 천족?
“반말하지 말고.”
아리스가 미간을 구기면서 여전히 뭔가를 우물거린다.
하지만 디아블로는 그 와중에 놀랐다.
‘일반 천족이 아니다.’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대천사의 ‘그것’이었다.
도대체 이 영지 정체가 뭔데!?
바로 그때였다.
“망망, 못생긴 마족이 들어왔다고요, 군주님?”
“그래, 올리아. 너에 비하면 한없이 못났지.”
“망, 저도 알아요!”
소란이 들리며 문이 끼이익 열렸다.
아까 전 들었던 군주의 목소리와 정체 모를 개(?)소리.
그리고 이어 문을 열고 한 여인이 들어오며 뒤를 돌아봤다.
“올리아. 군주님 귀찮게 하지 마라.”
“망, 나는 군주님을 즐겁게 해드리는 거라고. 바보 모리!”
“하…….”
이마에 손을 짚으며 들어오는 여인.
그녀를 보는 순간.
디아블로의 심장이 쿵 밑으로 내려앉는 것 같았다.
그가 재빠르게 움직였다.
“앗, 움직이면 안…….”
하지만 그 전에 이미 디아블로는 무릎을 땅에 쿵 소리 나게 왼쪽 가슴 위로 자신의 주먹 쥔 손을 올렸다.
“마신의 군단장을 뵙사옵니다!”
그 시선은 그레모리에게 향해 있었다.
“망, 쟤 뭐라는 거야?”
정적 속.
올리아가 한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