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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회귀록-133화 (133/210)

# 133

군주회귀록 133화

“……!”

그 말에 채칼린은 정신을 번뜩 차릴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어버버 거리기 시작했다.

아서는 무심하게 그를 스쳐 지나갔다.

‘어쩌면 그레모리의 말처럼 이런 퍼포먼스도 군주들의 뇌리에 깊게 남을 방법이겠지.’

이는 그레모리가 제안했다.

그리고 홀에 들어가기 전, 그레모리는 영지민에 관련한 일을 보고했다.

올리아의 미용을 담당하는 여인이 당한 봉변.

그 말을 듣고 아서는 그레모리를 칭찬했다.

사소한 일 하나도 보고하라는 걸 잊지 않았으니까.

그 말을 끝으로 지옥마 네 마리는 불에 타서 사라져버렸다.

양 옆으로 나열된 병력들이 일어서 아서를 따라 붙었다.

아서가 지옥마에 내려서 손가락을 퉁겼다.

따악!

마지막 남은 지옥마가 화염이 되어 사라졌다.

그가 왕좌에 앉았다.

“멋있다…….”

“저자가 두 개의 군주의 별을 띄운 군주.”

모두의 탄성.

그러던 중.

“이거 완전 미친 거 아니야!?”

채칼린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고요한 정적 속에서 그녀가 내뱉은 말.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돌아갔다.

그레모리는 여전히 그녀의 근처에 있었다.

“나보고 추녀라니. 나보고 못생겼다니! 눈깔이 삔 거 아니니!?”

그녀는 도움을 청하는 듯 주변을 둘러봤다.

남자란 뻔하니까.

미녀 앞에 약하고 나서고 싶고 지켜주고 싶어 한다.

이곳에도 자신의 흑기사쯤은 차고 넘칠 거라 생각했다.

그에 주변을 둘러봤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고 오히려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또각또각.

그리고 군주들의 시선은 이내 돌아가 그녀를 향해 걸어가는 그레모리에게 꽂혔다.

“홀에서 소란 부리지 마.”

“하……! 대리인 따위가 내게 말을 놔?”

그레모리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이야기는 들었다. 우리 영지민을 복도에서 만났고 오크처럼 못 생겼다고 말했다지. 예쁘게 태어난 거?”

그레모리는 피식 웃었다.

“그건 분명히 좋은 거지. 아름답다는 건 매우 기분 좋은 일이야. 그런데, 예쁘게 태어났으니까 네가 그러면 안 되는 거지.”

“……뭐?”

“네가 그러면 안 된다고. 너한테 그럴 권리도 자격도 준 사람은 없어. 대우받고 싶으면 대우해 주는 방법부터 배워라. 속이 썩은 여인을 진짜 아름답다 하는 자는 몇 없다.”

그 말이 끝이었다.

그레모리는 두 여인과 함께 몸을 돌렸다.

채칼린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와우. 성격도 화끈하군!”

“크흐, 저런 대리인이 옆에 있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채칼린 군주. 예의가 없군.”

“사람 무시하는 것들은 제대로 된 자가 없지.”

“저런 자가 101명의 군주라니, 부끄러워 죽을 지경이다. 소문으로는 남자 군주들을 홀려 간이고 쓸개고 다 빼 먹는다던데.”

채칼린 군주의 얼굴이 사색이 되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받아보는 질타.

다른 군주들의 눈엔 지금 더 아름다운 그레모리와 다른 여인이 보일 뿐이다.

그리고 사실상 채칼린 군주의 ‘매혹’ 스킬에 대해선 소문이 많았다.

그녀가 이곳에서 자신을 뽐내려 했던 것은 어쩌면 자신을 구덩이로 밀어 넣는 결정적 실수이기도 했다는 거다.

얼굴이 붉어진 그녀가 황급히 자리를 떴다.

그녀가 사라지고 홀 내부가 조용해졌다.

모든 군주의 시선은 아서에게 향해 있었다.

초대.

그를 연맹에 넣기 위함도 있지만 그저 그를 보기 위해 자리에 참석한 이들도 많다.

어찌 보면 친분 유지를 위해서일 수도 있고.

그리고 초대장을 보낸 마흔 명 중 참석하지 않은 몇도 있다.

현재 총 인원은 서른 네 명.

‘이 정도면 충분하다.’

아서는 남을 위해 사는 사람이 아니다.

자신을 위해 산다.

하지만 이들이 추후 자신의 밑거름이 되고 도움이 되어줄 것은 알고 있었다.

“이제 결정했나?”

그 틈에 서 있던 랄프 군주가 한 걸음 나서며 물었다.

그의 옆에는 자베스 군주와 카일 군주도 함께 있었다.

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했지.”

“어떤 연맹으로 갈 거지?”

사실상 아서를 데려가지 못할 것을 확정짓고 있던 군주들도 모두 시선을 집중했다.

당연했다.

떠오르는 군주가 어떤 영지를 선택하느냐도 앞으로의 아스가르드 대륙에도 막대한 파장을 미치게 된다.

당장 네 개의 총연맹은 균등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중 아서가 고르딘 총연맹으로 간다고 말하면?

단번에 고르딘 총연맹이 가장 앞서 나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될 지도 모른다는 거다.

즉, 균형이 파괴되고 고르딘이 가장 높게 우뚝 설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옳지 않다.’

사실 아서가 보기에 지금이 최적화 되어 있다 볼 수 있다.

그리고 애초에.

‘들 생각도 없다.’

그가 입을 열었다.

“생각해 보니까, 총연맹에 든다는 건 나의 위에 누군가 있다는 거다.”

그 말에 군주 중 다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서가 밑으로 들어가는 거다.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이미 도전군주의 자리를 잡고 있는 네 명의 군주들이 있다.

또한, 도전군주에 오르기 위한 시험을 치르는 날짜는 아직 남아 있다는 거다.

그리고 아서는 이미 일을 크게 벌려 놨다.

두 개의 별을 쐈고 이벤트를 승리로 이끌었으며 자베스를 때려눕혔으니까.

“그래서 내 위에 누가 있는 건 인정하지 못하겠다. 나보다 강한지도 모르는 자들에게 내가 왜 끌려다녀야 하지?”

“……미쳤군.”

“발카스 영지는 오늘부로 끝인 거군요.”

“직접 발언하셨고 이는 저희를 조롱한 꼴밖에 되지 않습니다.”

군주들이 아서의 말에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정말 들 생각이 없었다면 초대장은 왜 보냈냐다.

그리고 아서는 발카스 영지의 위치를 이미 오픈한 상황.

이젠 빼도 박도 못한다는 거다.

내로라하는 강자들이 이곳 발카스 영지의 지리를 안다.

공격이 이어질 것이다.

총연맹의 공격.

자신들의 편이 되지 못하면 누른다.

카일 군주도 고개를 끄덕였다.

“예쁘다, 예쁘다 했었습니다.”

카일 군주가 입술을 혀로 핥았다.

그저 그가 예뻐 보였다.

이벤트를 승리로 이끌었고 그 뛰어남에 가지고 싶은 욕망이 끓었다.

하지만 지금 그의 발언은 모두를 조롱했다는 거다.

하나의 총연맹이라도 들었다면 이해할 수 있었을 거다.

“그런데 도가 지나치군요.”

“동감한다.”

랄프 군주도 그 매서운 눈으로 아서를 보았다.

그 틈에 선 브록 군주.

‘도대체 어쩌자고…….’

애초에 초대장이라도 보내지 말던가.

그랬다면 군주들은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여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로라하는 자들을 모아놓고 ‘생각해 보니 아닌 것 같아’라는 말은 조롱한 것밖에 되지 않는다.

‘너 정말 어쩌려고 그러는 거냐. 아서.’

브록이 보았을 때 아서 군주는 끝이다.

하지만 아서는 그들을 둘러보며 평온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 나는 말했다. 내 위에 있는 건 인정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이는 바뀔 수 있는 생각이다.”

랄프 군주가 먼저 반응했다.

“바뀔 수 있다?”

“이곳에서 누가 가장 강한지 증명해봐라.”

“……뭐?”

아서는 다리를 꼬며 다시 한번 말했다.

“발카스 영지의 모든 것을 걸고 제안한다. 이 자리에서 유닛 혹은 군주들 중 지원자만 겨룬다. 그리고 모두를 제친 군주가 나와 겨룬다. 내가 패배했을 시 1등을 한 군주가 발카스 영지의 소유권 30%를. 그리고 나머지 서른여 명의 군주들이 70%를 나눠 가진다. 이는 전쟁모드 제안서를 모두에게 보내줄 생각이다.”

“…….”

“미친…… 새끼…….”

랄프 군주가 너무나 어이가 없어 중얼거렸다.

너무 터무니없다.

아서가 자베스를 때려눕혔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하지만 아서는 지금 ‘유닛’도 포함시켰다는 거다.

군주를 뛰어넘지 못하는 유닛이 대다수이지만 꼭 그러리란 법은 없다.

이중 누군가는 엄청난 유닛을 숨기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아서의 영지는 척 보기에도 엄청난 영지.

거기에 그 병력은 SS급 던전 공략에서 A급 병력 수십을 때려눕혔다고 들었다.

그 영지를 나눠 가질 수 있다는 건 상당히 군침이 도는 이야기다.

비록 아서는 갖지 못하겠지만.

그리고 어쩌면 굳이 서로가 싸울 필요도 없다.

단지 추려서 한 명이 아서와 싸우면 될 뿐.

“우리가 놀아나는 것 같지만 보상이 좋군.”

카일 군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군주들도 하나둘 끄덕이기 시작한다.

다른 이들은 좋을 수밖에.

가만히 앉아 구경해서 이 영지의 몇 %를 가져갈 수 있을 테니까.

“대신 나도 얻는 게 있어야지. 이 자리의 모든 군주는 3만 골드와 함께 군주 총 능력치의 1%를 내게 줘야 할 거다. 그리고 1위로 출전하는 자는 내가 지목한 하나를 걸어야 하지. 만약 거절하면 다른 이가 1위로 올라온다.”

“총 능력치 1%?”

“흠…….”

총 능력치 1%면 생각보다 크다.

그리고 그 1%는 아서가 회수할 라이프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누가 봐도 이 싸움은…….”

한 군주가 말끝을 흐리다 말했다.

“저희가 이길 것 같군요.”

얼마나 저 군주가 자존감이 하늘을 찌르는지 모르겠지만 군주들이 숨기고 있는 비장의 카드가 있을 터.

‘어차피 아서를 못 얻으니, 다른 거라도 얻는다.’

군주들은 그러한 생각을 했다.

“전 좋은 것 같습니다.”

“해 볼만 하군요.”

군주들이 수긍했다.

그리고 그 틈에 있던 군주 중 한 명의 짙은 웃음이 홀을 가득 채웠다.

“푸하하, 정말 재밌는 군주구나!”

모두의 고개가 돌아갔다.

그곳에 있었다.

네크로맨서 잭.

그리고 아서는 그를 보며 빙긋 웃었다.

‘내 예상대로라면…….’

1위로 오르는 자는 저자이다.

다른 군주들은 모를 것이다.

아마 1위로 올라 아서와 겨룰 자가 랄프 군주라고 생각하고 있을 터.

하지만 아서는 안다.

그가 가진 유닛 중 하나가 있다.

그는 바로 ‘디아블로’

마족 유닛이었다.

아서는 이번 초대에서 얻을 것을 추렸다.

사실 네크로맨서 잭은 이곳에 있는 이들 중 유일하게 다른 게 존재했다.

그는 대규모 업데이트의 희생양이 아니었다.

그가 있는 이유는 오로지 하나.

‘내게 디아블로를 바치기 위해서지.’

이번 초대를 통해 아서는 디아블로, 그리고 라이프도 모두 가져올 생각이었다.

디아블로는 마족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전사 마족이다.

그런 디아블로는 ‘입구’를 열 수도 있는 특성을 가진다.

그 특성을 아직 네크로맨서 잭은 개화하지 못했다.

대규모 업데이트 때 아서는 디아블로의 힘도 필요했다.

“푸흐흐흐흐, 오랜만에 너무 웃었더니. 배가 아플 지경이야.”

낄낄거리는 네크로맨서 잭을 보며 따라 웃는 군주들은 없었다.

그가 어떤 자인지 알았으니까.

소문으로는 군주들의 영지를 쓸고 그 유닛의 시체를 모아 새로운 유닛을 재창조한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그럼에도 총연맹도 현재 건드리지 못한다.

너무나 막강한 영지.

똥이 무서워서 피하랴? 더러워서 피한다.

그와의 싸움에서 총연맹들이 승리한다 해도 얼마나 커다란 피해를 가져다줄지를 모두가 알았다.

“크흐흐흐!”

웃음소리만 고요하게 퍼지던 때.

아서가 빙긋 웃었다.

“너는 혀로 쳐 싸우냐?”

네크로맨서 잭의 웃음이 천천히 잦아든다.

“쫄려서 쳐 웃나 보군. 쫄리면 빠져.”

아서는 그의 화를 돋웠다.

그는 디아블로의 치명적인 약점을 알았으니까.

그리고 네크로맨서 잭은 차가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유닛들의 몸을 분리해 새로운 언데드로 만들면 좋겠군. 나도 참가하지.”

네크로맨서 잭이 미끼를 무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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