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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회귀록-132화 (13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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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회귀록 132화

47장 디아블로

다그닥 다그닥.

천천히 좁혀지는 말발굽 소리.

곧이어 검은색 말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지옥마였다.

히히히힝!

그 말과 마주한 순간 아탈라는 머리를 땅에 처박고 마치 무서운 것을 마주한 강아지처럼 바들바들 떨어댔다.

네크로맨서 잭의 시선이 그 위에 올라탄 남성에게로 향했다.

‘기사……?’

그는 바로 창술의 신 라스였다.

라스는 이번 초대에서 영지 입구에서 그들을 맞이하는 중대한 직책을 맡았다.

‘흠.’

라스도 다소 놀랐다.

지옥마가 등장하는 순간, 로브를 두른 자가 타고 있던 말뿐만이 아니라, 그 주변에 있는 모든 말들이 두려움에 떨며 고개를 땅에 처박기 시작했다는 거다.

히히히힝!

푸드드득!

그리고 그 틈에는 총연맹장 카일도 있었다.

“군주도 놀랍지만 영지마저도 놀라울 정도다.”

그는 마른 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카일 군주도 아탈라라는 명마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다.

다섯 마리의 명마 중 하나로 불리면서 그중 가장 위에 선 말이다.

또한, 극강삼인 네크로맨서 잭의 영지는 발키리 총연맹과 맞먹는 힘을 발한다.

때문에 사람들은 이렇게 부르기도 한다.

‘총연맹 군주.’

총연맹 군주라함은 간단하다.

그 군주 혼자서 총연맹의 도전군주들과 맞먹는 힘을 발한다.

비록, 도전군주들이 대군주에 도전할 권한을 가진 자들이라지만 실제로 진짜 그들과 가까운 군주들은 극강삼인이라고 불린다는 거다.

그런 네크로맨서 잭을 등장과 동시에 놀라게 만든 영지.

“들어가 있거라.”

라스는 결국 지옥마를 손가락을 퉁겨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다.

“초대장이 없는 자들은 절대 입장할 수 없습니다.”

라스는 확고한 의지를 보였다.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아스가르드 대륙의 소식을 전하는 통신 영지의 바피르 군주입니다. 저 또한 어떻게 안 됩니까?”

통신 영지.

이는 특수한 영지 중 하나다.

아스가르드 대륙의 소식을 전하고 그를 통해 운영자로부터 골드와 같은 것을 받아 연명하여 먹고 산다.

“안 됩니다.”

하지만 라스는 단호했다.

초대장을 받은 이들을 제하고는 절대 그 누구도 발을 들일 수 없다.

하나둘 군주들이 입장을 시작했다.

***

매혹의 군주.

채칼린이라는 여인을 다른 군주들이 부르는 코드네임이었다.

검은 색의 길게 기른 흑발 머리카락.

또한, 검은 눈동자와 새하얀 피부는 신비스러운 느낌마저 들었다.

그녀는 운영자들이 뽑은 가장 아름다운 군주 중 1위의 자리를 당당히 거머쥐고 있다.

그런 그녀의 성격은 아름다운 외모만큼이나

“전부 오크 투성인 것 같은데.”

더러웠다.

그녀는 사실 외모와 상반되게 성격 하나만큼은 좋지 못했다.

또 그녀의 옆에 함께 서 있는 서큐버스 대리인의 외모 또한 그녀에 견줄 바는 못하나 아름답다 할 수 있었다.

“이곳에도 채칼린 군주님만큼 아름다운 군주는 없는 것 같습니다.”

서큐버스 대리인의 말에 그녀는 빙긋 웃었다.

가슴을 한껏 모아주는 옷을 입은 그녀는 거울을 둘러보며 웃었다.

‘오늘은 나의 날이 될 거야.’

쓱 들어오면서 보아하니, 이곳엔 A급 이상의 군주들이 즐비해 있다.

극강삼인 네크로맨서 잭까지 참가한 마당이다.

어쩌면 오늘 그를 치마 밑에 두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다.

그녀가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그 옆을 서큐버스 대리인이 보좌한다.

대사관에서 마련된 거대한 홀에서 현재 군주들 대부분이 모여 있다는 말을 들었다.

대기실에서 홀로 가기 위해 걸음을 옮길 때마다 모든 남성의 이목이 쏠렸다.

그러던 중.

그녀가 복도를 걷다 막 튀어나온 한 여인과 어깨가 부딪쳤다.

그녀는 미용사 그리덴이었다.

오늘 일손이 모자라 급하게 투입되었다.

“아, 죄송합니다.”

그리덴이 황급히 고개를 숙여보였다.

“눈 똑바로 뜨고 다니지 못해? 이분이 누구인 줄 알고? 매혹의 군주 채칼린 님이시다.”

서큐버스 대리인이 눈을 치켜 뜨며 한 말이다.

“죄, 죄송합니다.”

그리덴이 연신 고개를 꾸벅 숙인다.

문득 채칼린은 재밌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상체를 조금 숙여보였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리덴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채칼린은 빙긋 웃으며 그녀를 보고 있었다.

“오크구나?”

“네? 이, 인간입니다…….”

오크.

못 생김의 대명사 아니던가.

그 말에 채칼린은 입술 위에 손을 올리고는 고개를 살짝 젖혔다.

“인간이라고? 흐음, 이런 외모를 가진 못 생긴 인간도 존재한다니. 미안하구나.”

그녀는 숙였던 상체를 일으켜 세우며 그녀의 어깨를 두들겼다.

그러면서도 채칼린은 놀리듯이 자신의 어깨를 더럽다는 듯 훌훌 털고는 그녀를 지나쳐갔다.

그리덴의 몸이 미미하게 떨렸다.

인간인 그녀에게 오크냐니.

이만한 굴욕이 어딨겠는가.

그리덴의 입술이 깨물어졌다.

그녀가 복도를 걷던 중.

그녀와 마주오던 여인이 걸음을 멈추며 말했다.

“잠깐.”

그레모리였다.

그녀가 차가운 표정으로 그리덴을 보면서 돌려 세웠다.

그리덴의 눈에서 눈물이 그렁거렸다.

그레모리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

홀에 채칼린 군주가 들어서자마자 탄성이 흘러나왔다.

“와아아아.”

“호오…… 매혹의 군주 채칼린이군.”

“아름답군요.”

홀에는 군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그녀의 등장과 함께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녀가 가진 스킬인 ‘매혹’이 그를 한층 더해줬다.

매혹 스킬은 자신의 아름다움을 더욱더 부각 시키는 능력이다.

단, 자신보다 아름다운 자가 있으면 스킬 효과가 발현되지 못한다.

하지만 이제껏 한 번도 그랬던 적은 없다는 거다.

이 능력으로 그녀는 이제껏 많은 남자를 홀렸고 그들의 영지로부터 지원을 받고는 했다.

그녀가 지원을 받는 수준은 상상을 초월했는데, 영지의 모든 것이 그녀에게 털린 자들도 수두룩했다.

101명의 군주 중 한 명인 그녀였지만 그녀의 대부분의 모든 것은 지원을 받은 것들 투성이기도 했다.

그녀는 매번 매혹할 때마다 그 급을 높여갔다.

D급 군주부터 A급까지 차근차근.

이젠 S급 군주들만 매혹시키면 된다는 거다.

‘어쩌면…….’

이번에 신흥 강자로 떠오른 이 발카스 영지의 군주.

자베스 군주를 때려 눕혔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그를 자신의 치마 폭 밑에 두고 부릴 수 있을 지도 모를 것이다.

대부분의 군주들이 채칼린을 돌아본다.

그때였다.

웅성웅성

채칼린 군주는 더욱더 자신에게 시선이 몰리는 걸 볼 수 있었다.

“진짜 예쁘다…….”

“와아아아.”

“살아 숨 쉬는 게 이상할 정도인데?”

‘호호호호. 오늘따라 내 매혹 스킬이 더 빛을 발하나보구나.’

그녀는 싱긋 웃으며 자신의 가슴을 더욱더 쭉 내밀었다.

도전군주들까지 모두 모인 자리.

그때였다.

“죄송하지만 비켜주시죠.”

순간 그녀의 이마에 작은 혈관마크가 튀어나왔다.

‘어떤 못생긴 년이…….’

남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취하고 있을 때, 감히 누가 자신에게 길을 내주기를 말한단 말인가.

거기에 더 황당한 건 여성의 목소리였다는 거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비켜라, 안 보이잖아!”

“채칼린 군주, 비켜라. 너 때문에 가려지고 있지 않나.”

“햐…… 채칼린 군주가 저 여인 옆에 있으니 오크로 보이는군.”

‘뭐, 뭐야?’

그녀는 당혹한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마치 자신이 뭔가를 가리고 있고 그에 남자들의 심기가 굉장히 불편하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천천히, 그녀의 고개가 돌아갔을 때였다.

그곳에 세 명의 여인이 서 있었다.

“비키라고.”

방금 목소리를 냈던 이로 추정되는 이가 가운데데 서서 양 팔짱을 낀 채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마족 그레모리였다.

그리고 좌측의 입에 알사탕 하나를 넣고 있는 여인.

그녀는 천족 아리스였다.

“인간들은 대부분 이리도 못 생겼나요. 그레모리?”

“아니. 이 여인만 유독 못생긴 것 같은데.”

그레모리가 빙긋 웃으며 아리스의 말에 답했다.

아리스는 그에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우측 끝 편에 선 여인을 보았다.

“하긴, 그리덴은 저렇게 아름다운데요.”

“감사합니다.”

“……?”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조금 전 복도에서 만난 자신이 ‘오크’라고 했던 여인의 목소리.

채칼린의 고개가 돌아갔다.

그곳에 막 화장을 끝내고 처음 보는 신비스러운 예복을 차려입은 인간 여인이 있었다.

푸른 빛을 뿌리는 구두를 신은 여인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그녀는 바로 미용사 그리덴.

‘마, 말도 안 돼…!’

조금 전까지 빗자루처럼 꺼칠꺼칠했던 머릿결의 머리카락은 부드럽게 웨이브져 있었고 주근깨는 모두 사라져 오히려 반들반들 잡티 하나 없는 피부 같았다.

또한, 늘씬한 다리에 시녀 복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봉긋 솟은 가슴, 그리고 부드러운 다리까지.

여인인 그녀가 봐도 절로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채칼린이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감히 내 사람에게 뭐라고 해?’

그리고 그런 채칼린을 보며 그레모리의 눈은 한없이 차가워지고 있었다.

그녀는 복도에서 만난 그리덴과의 대화를 회상했다.

‘왜 우는 거냐, 그리덴.’

‘그, 그게…….’

그때의 그리덴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가 그녀의 험악해진 표정에 결국 입을 뗐다.

‘.조금 전 지나간 여인이…….’

그 말을 들은 그레모리는 황당함을 느꼈다.

더군다나, 그녀는 꾸몄을 때의 그리덴을 본 적이 있었다.

인간 중 꾸몄을 때 가장 아름다운 여인은 바로 그녀라고 자부할 수 있을 정도로.

얼굴에 주근깨가 있긴 하지만 그 정도는 화장으로 가리면 그만.

빗자루 같은 머리는 빗어 주고 펴주면 된다.

그레모리는 치아를 빠득빠득 갈며 그녀를 변화시키고 데려왔다.

그리고 최고의 옷을 입히고 구두를 신겼다.

재단사 아르만이 만들어준 옷 중에 시녀들을 위해 선물로 받은 것들이 몇 벌 있었기 때문.

그걸 모두 입은 그리덴은 정말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리덴.

그녀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비키세요. 군주님. 못생김에 눈이 부실 지경입니다.”

“……!”

‘우리 그리덴 잘한다.’

그 모습을 보며 그레모리는 입술을 비틀어 웃었다.

그리덴은 이제까지 그레모리와 자주자주 만났다.

올리아의 미용에 관련한 일이 많았다.

그녀의 츤츤모리가 나타나는 날 말투와 행동이 다른 걸 알았다.

하지만 정말 화가 났을 땐 어떻게 되는지 알았고 그걸 눈 너머로 보았다.

그 카리스마, 차갑게 가라앉은 눈. 말하는 투까지.

그리덴이 비웃듯 채칼린을 향해 입술을 비틀어 올렸다.

그에 채칼린은 입을 어버버 거렸다.

“드, 들었어? 채칼린 군주에게 못 생겼대…….”

“허어…….”

군주들은 놀라는 한편, 마주 선 두 사람을 보고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화장한 그리덴 앞에서 채칼린 군주는 한없이 못났다.

아니, 세 여인 앞에서 한없이 못났다.

그때에 채칼린의 얼굴이 붉어지며 욕설이 비집고 나오려는 순간.

“비키라니까?”

그레모리가 그녀를 슬쩍 밀어냈다.

그와 함께.

그녀가 뒤를 돌아봤다.

닫혀있던 홀의 문이 그녀가 손뼉을 치는 순간 열렸다.

짝!

끼이이이-

쿵!

그 안에서 하얀색 예복을 입은 발카스 영지의 병력들이 허리춤에 검을 찬 채 들어오기 시작했다.

척! 척! 척!

그들은 각을 잡고 양 옆으로 길게 나열되었다.

다그닥 다그닥.

히히히히힝!

그 중앙에서 네 마리의 지옥마들이 거쎈 화염을 뿜어냈다.

푸화아아아!

허공에 뿜어졌던 화염은 곧 사라졌다.

곧 이어 양 옆으로 길게 나눠졌던 병사들이 일제히 한쪽 무릎을 꿇고 앉으며 검을 뽑아 대각선으로 뻗어보였다.

그 사이로 한 마리의 지옥마가 혼자서만 검은 색 예복을 입은 아서를 태운 채 유유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다그닥 다그닥.

홀에 정적이 일며 모든 군주의 시선이 아서에게 향했다.

채칼린 군주.

그녀는 경직되어 방금 전 화났던 감정도 눈 녹듯 사라지며 감탄했다.

‘머, 멋있다…… 이렇게 멋있는 영지는 처음 봐.’

처음 보는 생소한 예복들.

하지만 그 예복들은 핏이 딱 맞아 떨어졌고 깔끔하기까지 했다.

거기에 군주의 하얀 얼굴과 은빛 머리카락이 조화를 이루니, 가히 엄청난 미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직도 그 자리에 서 움직이지 못하는 그녀의 앞에 멈춰선 아서.

그가 그녀를 내려다봤다.

자신도 모르게 채칼린 군주의 양손이 모아졌다.

그의 입이 열리는데,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 같다.

곧 아서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길 막지 마라, 추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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