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주회귀록-131화 (131/210)

# 131

군주회귀록 131화

아르만 군주는 아서의 외모에 또 한 번 놀랐다.

은빛으로 기른 고풍스러운 단발머리.

가히 황태자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고고한 느낌.

거기에 다소 작은 듯 보이는 체구는 재단사 아르만이 보기에 탄탄함이 숨어 있었다.

‘키는 169㎝. 몸무게는 61㎏.’

그는 보는 것만으로도 키와 무게까지 정확히 측정했다.

예복을 입었을 때 가장 좋을 비율.

키만 크다고 예복이 어울리는 건 아니다.

하체와 상체가 적절히 어울리는지, 또한 머리 크기는 적당한지, 어깨 넓이는 어떤지 모든 것을 생각해야 한다.

그런 걸 생각했을 때, 그레모리와 왕좌에 앉은 아서 군주는 가히 절정이라 할 수 있었다.

군주는 앉고 대리인은 옆에 서 있는 그림을 생각했을 때, 이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조합이 나올 것이다.

“흠.”

아서의 소리.

그에 아르만 군주가 화들짝 깼다.

“죄, 죄송합니다.”

무례라면 무례.

그는 정중히 고개를 꾸벅 숙여 보였다.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

아서의 물음.

그에 아르만 군주는 이번에도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군주님께서 너무나 미남이셔서 놀랐습니다. 아서 군주님의 예복을 맞춤 제작하게 되어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에 아서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레모리. 내가 잘 생겼나?”

“훌륭한 미남이시옵니다.”

“흠, 요샌 그런 생각을 못 느끼겠단 말이야. 평범한 것 같은데.”

“군주님이 정말 평범한 남정네들 앞에서 그 말 하면 꺼이꺼이 울지도 모릅니다.”

그레모리의 말에 아르만의 고개는 1초에 열 번을 움직일 정도로 빠르게 끄덕여졌다.

그때.

끼이이익.

다시 문이 열렸다.

그곳에서 아르만 군주의 옆으로 뛰어오는 존재가 있었다.

그는 아르만 군주의 앞에 멈춰 섰다.

아르만 군주도 그걸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오늘 또 한 번 이쁘게 미용을 마친 올리아가 고개를 갸우뚱한 상태로 빵 하나를 입에 물고 있었다.

‘미, 미쳤다…….’

그리고 아르만 군주는 생각했다.

도대체 이 영지 뭔데!

그는 묻고 싶었다.

‘이 영지의 공격력은 미남미녀입니까? 혹시 자베스를 때려눕힌 게 미남계였습니까?’

정말 그런 말이 나올 정도.

그의 입에서 결국 숨겨두었던 말이 튀어나왔다.

“세상에…… 여긴, 하다못해 개도 예뻐.”

“망? 군주님, 이 분이 저 예쁘대여. 망망! 이쁜 건 알아가지고!”

올리아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아서에게로 달려갔다.

그리고 이어.

“올리아. 내 빵 내놔아아아!”

울분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미 넋이 나가 있던 아르만 군주.

‘설마 아니겠지.’

들리는 소리는 여성의 목소리였다.

천천히, 아르만 군주의 고개가 돌아갔다.

그곳에 있었다.

이 자리에 있던 그 어떤 자들보다.

사람이 이렇게 생길 수나 있을 정도로 의문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운 여인이 달려오고 있다.

올리아가 뺏고 도망친 빵을 탈환하기 위해서.

그녀를 본 순간.

아르만 군주는 심장이 땅바닥까지 쿵 내리 앉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아리스. 손님께서 계시는데 소란은 안 된다.”

“죄송해요. 하지만 군주님…….”

아리스가 아서의 품에 안겨 빵을 물고 있는 올리아를 보며 양쪽 무릎을 굽혀 군주 아서를 올려다본다.

그 모습은 한 명의 신하가, 존경하는 군주를 올려다보는 눈빛이었다.

물론 실제로는 ‘빵 먹고 싶어요. 군주님’이었지만.

‘부, 부럽다…….’

그러한 생각을 하던 아르만.

그는 더욱더 격하게 심장이 뜨는 걸 느꼈다.

쿵쿵쿵쿵!

순간적으로 그는 가슴의 통증이 절정에 달하고 눈앞이 빙글빙글 도는 걸 느꼈다.

그리고 이어.

“아르만 군주?”

아서가 고개를 갸웃했다.

곧이어 뒤쪽의 누에고치족들이 뒤쪽으로 힘없이 쓰러지려는 그를 서둘러 부축했다.

아르만 군주는 부러움과 함께 심장을 뒤흔드는 아름다움과 멋짐에 잡혀 기절해 버리고 만 것이다.

‘난 천국에 온 것이 분명해…….’

재단사 아르만에겐 어쩌면 딱 그 말이 맞을지도 몰랐다.

***

기절했다가 휴식을 취했던 아르만 군주는 아서와 마주 앉아 있었다.

아서에게는 이번 초대행사도 매우 중요하다.

군주 보호 기간 군주들에게는 꾸밈없는 모습으로 가도 큰 상관은 없으나 이곳 발카스 영지에 오게 될 자들은 다르다.

모두가 하나같이 아스가르드 대륙을 손에 쥐고 흔드는 강자들이라는 거다.

그들 앞에서 아서는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예복은 총 몇 벌을 맞추실 생각이신가요?”

아르만 군주의 물음에 아서는 담담하게 답했다.

“모든 병력의 예복을 맞출까 한다.”

“예?”

그 말을 들은 아르만 군주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예복은 생각하시는 것처럼 싸지 않습니다. 군주님의 예복 정도면 한 벌에 약 5만 골드. 그리고 간부급들이어도 한 벌에 약 2만 골드 정도입니다.”

아르만 군주의 값어치는 낮지 않다.

괜히 그를 불러 예복을 맞추는 이들이 아스가르드 대륙에서 꼽히는 강자들이 아니라는 거다.

하지만 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부 맞출 예정이다. 그리고 그 전에 거래를 제안하지.”

“거래요?”

거래라는 말에 아르만 군주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르만 군주가 딱 30%의 골드만 받는 것. 그것이 거래다.”

“……!”

그 말을 들은 아르만 군주의 얼굴은 일그러질 수밖에 없었다.

‘이 사람도 글러 먹었어…….’

그는 속으로 혀를 쯧 찼다.

멋진 군주, 아름다운 대리인, 풍요로운 영지.

외관상 보았을 때 이 발카스 영지는 듣던 것처럼 신흥 강자가 가지기에 충분한 곳이다.

하지만 그 썩어 곯아버린 군주를 보자면?

완전히 꽝이라는 거다.

반값도 아니고 70%를 깎아 달라?

이 무슨 소리인가.

총연맹장들도 제값을 지불하고 자신에게 맞춤 예복을 입는다.

그런데, 이 앞의 소년은 세간의 관심을 받는 것에 대한 자만심을 보이는 것일까?

“거래라는 것은 서로가 주고받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르만 군주의 눈이 다소 차갑게 가라앉았다.

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그럼 군주님은 70%를 감면해 주는 조건으로 무언가를 해주겠다는 말입니까?”

이랬던 자들이 없는 건 아니다.

자신들의 힘을 믿고 무력으로 자신을 부리려 했던 자들.

하지만 그런 군주들은 모두 아르만 군주가 아니라 다른 군주들이 나서 매장시켜 버렸다.

아르만의 그 말을 듣던 아서는 책자를 내밀었다.

책자를 본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 정도면 그 값어치는 충분히 할 것 같은데.”

그 말에 아르한은 의아한 표정으로 책자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가장 먼저 한 장 넘겼다.

“어……?”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음성은 처음 의문.

다음 장.

“헙!”

그다음은 놀라는 것이었다.

그는 계속해서 책자의 페이지 수를 한 장 한 장 넘겼다.

“이것들이 도대체…….”

아서는 피식 웃었다.

“아르만 군주에게 현재 가장 필요한 것. 부정할 수 없겠지? 70% 할인 가능한가?”

그 말에 아르만은 잠시 대답하지 못하고 책자를 한참이나 바라만 봤다.

***

아르만 군주는 차례대로 들어오는 병력들의 치수를 하나하나 재주기 시작했다.

누에고치 족들도 그를 도와 병력들의 치수를 재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나는 이로써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어.’

아르만 군주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감돌았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얻게 되었는데, 이는 기쁘지 않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는가.

‘그것보다 어떻게 알았지?’

아르만 군주는 고개를 갸웃했다.

현재 그는 시크릿 클래스인 재단사 직업의 신의 재단사라는 2차 전직을 위해 준비 중이었다.

하지만 그 관련 퀘스트가 상당히 난해한 편이었다.

‘새로운 옷들을 만들어라.’

새로운 옷을 만드는 건 어렵지 않다.

문제는 그 옷의 질과 편의성을 두루 갖추었냐는 거다.

그 부분에서 출중한 점수를 받아내고 정해진 퍼센트를 채워야지만 그는 2차 전직을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오늘 아서 군주가 건네준 책자.

그 책자에는 귀족들이 입는 예복과 흡사하면서도 전혀 다른 실용적인 예복들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어쩌면 이것은 새로운 혁신이 되어 줄 거다.’

그가 보여준 예복들은 하나 같이 핏이 딱 맞아 떨어졌고 세련되었다.

그는 몰랐지만 아서가 루시아에게 받은 지구의 책 중 ‘2017년 가장 핫한 패션 트랜드’의 책자를 준 것이었다.

아르만 군주는 웃었다.

재단사에게 새로운 도전, 패션계의 혁신을 일으키는 건 그 누구보다 기쁜 일 아니겠는가.

‘거기에 환상적인 옷걸이들까지.’

그는 서둘러 그가 제시한 옷들을 만들어주고 싶을 지경이었다.

기간은 딱 2주.

2주가 지나면 아서 군주와 그 병력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예복을 입어줄 것이다.

***

마흔 명의 군주들을 초대한 바로 당일.

아서는 재단사 아르만 군주가 보내준 상자에 가득 담겨 있는 옷들을 볼 수 있었다.

시녀들이 다가와 아서에게 멋들어지는 예복을 입혀주기 시작한다.

발카스 영지는 손님들을 맞이할 준비 또한 모두 끝냈다.

본래 영지는 남에게 보여주지 않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이번은 예외.

또한, 그와 관련한 대책도 아서는 이미 세워둔 바가 있었다.

‘그들이 모두 모이는 자리는 이번을 제외하고 두 번 다시는 없겠지.’

사실 그들을 굳이 어째서 모으는지 의문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마저도 필요하다.

지금 오는 자들은 모두 대규모 업데이트 때 참전하였던 군주들.

그들 중 약 70%가 죽어 나갔다.

검의 대제 랄프, 군주게임의 전술의 신이라 불리는 카일.

그 외에 무수히 많은 군주들이 죽어 나갔다는 거다.

그를 막기 위해 필요한 것.

‘라이프 회수.’

그들의 라이프를 쥐도 새도 모르게 빼야만 했다.

그러기 위해서 꼭 그들 모두가 모여 있어야 한다.

또한, 그들의 생존은 아서의 앞으로의 대군주의 자리에 오르기 위한 과정에도 분명히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었다.

“군주님. 하나둘 군주들이 도착하고 있습니다.”

아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밖으로 나왔다.

그를 본 그레모리가 자신도 모르게 그에게 매혹되어 말문을 잃었다.

***

네크로맨서 잭.

까악까악.

그 위로 허공을 배회하는 뼈만 앙상한 까마귀가 있었다.

그는 명마 아탈라 위에 올라 있었다.

명마 아탈라.

군주게임에는 총 다섯 마리의 명마들이 존재한다고 전해진다.

그 명마들은 하나같이 어떠한 말보다 빠르고, 또한 특수능력도 가히 일품이었다.

거기에 네크로맨서 잭은 101명의 군주였으나 반년 전에는 그 힘을 인정받고 극강삼인 중 하나로 불린다.

그 또한 이번에 초대장을 받았다.

“재밌는 군주구나.”

구워어어어!

구라아아아!

네크로맨서 잭의 말에 그 뒤로 이어진 언데드 행렬에서 포효가 터져 나왔다.

‘감히 군주가 된 지 1년밖에 안 된 자가…….’

세간에 무성한 소문이 있다.

그 군주는 단순히 별을 남들보다 쉽게 얻을 수 있는 특성을 가진 군주일지도 모른다고.

그러한 군주가 감히 자신에게 초대장을 보냈다.

극강이라 칭호가 붙은 자들은 감히 그 누구도 쉬이 주무를 수 없는 자들.

심지어 총연맹장들마저도 그들을 쉬이 대할 수는 없다는 거다.

심지어 네크로맨서 잭의 영지.

죽음의 왕국이라 불리는 그곳의 수만 언데드들은 하나의 총연맹과 맞먹는 힘을 발한다는 소문이 무성하다는 거다.

그렇기에 네크로맨서 잭으로서는 그 군주의 자만이 우스워 보일 수밖에.

곧이어.

“군주님, 발카스 영지가 보입니다.”

가장 앞장선 데스 나이트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발카스 영지가 눈에 들어왔다.

벌써 그 주위로 무수히도 많은 군주가 모여 있었다.

아직 총연맹장들은 도착하지 않은 듯 보였다.

영지 주변에 모인 군주 중에는 초대받지 않은 자들도 있어 보인다.

영지 구경이나 해보겠다는 거다.

그리고 네크로맨서 잭의 등장과 함께.

“헉……! 네크로맨서 잭이다!”

“극강삼인!”

모든 군주들이 경악했다.

네크로맨서 잭이 참가할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네크로맨서 잭이 언데드 군단과 함께 걸음을 옮기자 모든 군주가 양옆으로 물러났다.

“며, 명마 아탈라!”

“소문으로는 오우거도 뜯어먹는다는 그 명마가 아닌가.”

네크로맨서 잭은 뒤집어쓰고 있던 로브의 후드를 걷었다.

그러자 그의 뼈만 앙상한 얼굴이 드러났다.

그는 무표정했다.

그리고 곧이어.

끼이이이.

“드디어 문이 열린다…….”

“초대장을 받지 못한 자들은 들어갈 수 없다지?”

절대 들어갈 수 없다.

아서는 이미 운영자에게 군주들 초대와 관련한 승인을 받았고 이 안에서 승인된 것 외의 살생도, 그 어떠한 것도 할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쿠우우웅!

웅장한 문이 열렸다.

다그닥 다그닥.

그 안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히히히히히힝!

그런데 갑자기 명마 아탈라가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아탈라?”

잭이 미간을 구기며 명마 아탈라를 불렀지만, 통제되지 않았다.

히히히힝!

겁에 질린 아탈라가 앞발을 들었다.

재빠르게 데스 나이트 하나가 번쩍 뛰어 잭을 안아 들고 내려섰다.

곧이어 앞발을 치켜들었던 아탈라가 한 행위는 몸을 최대한 밀착시킨 채 고개를 수그리는 행위였다.

‘이건…….’

잭의 얼굴이 천천히 일그러졌다.

아탈라는 잭과 동기화되어 있다.

그는 알 수 있었다.

앞에서 들린 말발굽 소리.

그 소리에 아탈라가 극심한 공포에 사로잡혀 버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