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0
군주회귀록 130화
43장 발카스 영지로의 초대
“푸하하하하. 힘만 믿고 까부는 고르딘? 군주님. 저희 발키리 총연맹에 대해선 아시겠지요? 전략 전술을 이용해 최소한의 피해로 최대한의 이득을 취하는 곳이 바로 저희 발키리입니다.”
그 모습을 보며 아서와 함께 기어 나온 군주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저 군주는 달라…….’
‘하긴, 저 정도 자라면 도전 군주들이 탐낼 만하지.’
“아니다. 됐다. 사실 난 네 마음 다 안다. 어디를 선택할지도.”
랄프가 갑자기 진정하라는 듯 아서를 보며 말한다.
‘얼씨구?’
아서는 픽 웃었다.
“네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나는 다 알고 있지. 자, 한 번 네가 골라봐라. 발키리냐, 고르딘이냐?”
“그거 좋군! 그래, 당연한 선택을 하겠지. 하하하하, 군주님. 발키리입니까, 고르딘입니까?”
그 물음에 아서의 고개가 살짝 기울여졌다.
‘놀고들 있군.’
하지만 아서는 말을 하긴 해야 했다.
그리고 그럴 필요도 있었고.
그러려던 때.
퐈지지지직!
거대한 얼음창이 랄프 군주와 카일 군주의 발밑에서 뽑혀 나왔다.
두 사람이 발 빠르게 뒤로 몸을 피했다.
그들의 시선이 돌아갔다.
그곳에 자베스가 싸늘한 표정으로 그 둘을 보았다.
“자, 자베스…… 도대체 왜…….”
“자베스 군주. 미친 건가!?”
그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가 말했다.
“우리 아서 군주님, 귀찮게 하지 마.”
“음……?”
“컥……?”
“헉…….”
모두의 입에서 비슷한 소리가 나왔다.
카일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우리…… 아서…… 군주…… 님?”
누구도 인정하지 않고 믿지 않는다고 알려진 자베스 군주.
그래서 얼음마녀라 불리는 그녀.
그녀가 다시 한번 쇄기를 박았다.
“그래, 우리 아서 군주님.”
그렇게 말하며 아서를 향해 고개를 돌려 부드럽게 싱긋 웃었다.
‘아이구야…….’
그걸 보며 아서는 이마에 손을 짚으며 한 가지 생각을 했다.
뭔 상황이 이렇게 흘러 가냐.
“혹시 자베스. 당신도 아서 군주가 자신의 연맹에 드는 걸 원하는 건가?”
카일 군주가 침착한 어조로 물었다.
그에 자베스는 고개를 저었다.
“감히 내가 어찌? 단지, 이분을 귀찮게 하는 너희들이 거슬릴 뿐이다. 여기서 더 이분을 귀찮게 하면 가만 있지 않는다.”
카일과 랄프 군주는 입을 꾹 다물었다.
다소 황당한 감이 없지 않아서였다.
‘어처구니 없게도 열렬한 지지자를 얻은 셈인가?’
아서는 확실히 정리해야할 필요성을 느꼈다.
“나는…….”
아서가 처음으로 입을 뗐다.
그에 카일 군주와 랄프 군주, 그리고 자베스도 시선을 집중했다.
그 자리에 선 모든 이들이 아서의 다음 말만을 기다렸다.
두 개의 군주의 별을 띄운 군주.
그에 대한 이목은 어쩌면 당연한 것.
“일주일 후에 발카스 영지로 사십 명의 군주들을 초대할 예정이다. 그 초대된 군주들은 모두 후보들이 될 것이다. 고르딘, 에켈로, 발키리 총연맹도, 다른 총연맹에 연맹들까지. 이는 내가 추려 초대장을 보낸다.”
“그 말은 지금……!”
답답한 걸 참지 못하는 랄프 군주.
그는 그 의미가 지금 당장은 답을 내놓지 않겠다고 한 것을 알았다.
그에 아서가 그 말을 끊었다.
“여기서 한마디라도 더 하는 군주는 배제한다.”
“…….”
랄프 군주가 입을 꾹 다물었다.
카일 군주도 마찬가지.
아서는 한 말은 지킨다.
만약 여기서 한 마디라도 더 하는 자가 있으면 그 자는 초대받지 못한다.
모두가 수긍했다.
그리고 이어.
아서가 그 자리에서 군단이동 양피지 한 장을 찢어 홀연 듯 모든 병력과 사라져 버렸다.
“그 말은 초대장을 받은 군주들에게는 모두 기회가 생긴다는 거잖아?”
“이, 이거 대박인데?”
“나도 초대 받았으면 좋겠군.”
그리고 카일 총연맹장은 옆에선 채 아서가 사라진 자리를 묵묵히 보는 랄프를 보며 조소했다.
“분명히 우릴 선택할 거야.”
하지만 랄프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카일은 보았다.
그의 주먹이 꽉 쥐어져 있다가 슬며시 풀어졌다.
“자베스.”
“……?”
랄프의 목소리에 막 몸을 돌리려던 그녀가 걸음을 우뚝 멈췄다.
“솔직히 말해라.”
“뭘?”
그녀가 고개를 갸웃했다.
“너라면 저 군주를 이길 자신이 있나?”
그 물음에 자베스의 입이 다물어졌다.
실제로 그녀는 던전 안에서 그에 의해 쓰러졌다.
그리고 랄프 군주.
총연맹장 중 가장 강력한 무력을 자랑하는 검의 대제.
그는 사실 아서가 걸어 나올 때부터 그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기세에서부터 느꼈다.
‘어쩌면 지금의 나도…….’
모른다.
그와 한 번 싸워보기는 했었다.
서로의 모든 능력치가 동등해진 상태에서.
서로가 서로의 스텟을 이용해 붙는다고 했을 때는?
‘그때도 모르겠어.’
하지만 자베스는 답하지 않고 몸을 돌렸다.
‘답은 금방 얻겠지.’
그녀가 사라지고 랄프 군주와 카일 군주는 다른 군주들을 통해서 들을 수 있었다.
“자베스 군주를 기절시켜……?”
“50명의 병력으로 다른 A급 병력을 무력화시켰다고?”
두 사람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세뇌.
그것이 자베스가 밀리게 한 가장 큰 요인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자베스를 때려눕혔다는 건 너무나도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
캐리스 영지의 군주 아르만.
그는 군주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또 다른 이름으로는 재단사 아르만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그의 영지, 또한 유닛은 매우 특별한 편이다.
그의 영지에서는 옷감을 만드는데 최적화 되어 있는 재료들을 뽑아낼 수 있었다.
거기에 유닛들은 ‘누에고치족’이라는 특별한 자들이었는데, 이들은 누구보다 옷감에 대해서 이해도가 높았고 실력 또한 남들과 사뭇 달랐다.
“후우, 덥군.”
발카스 영지.
그 안에 도착한 군주 아르만은 발카스 영지를 올려다봤다.
그는 매번 사람들로부터 ‘예복 요청 제작’을 받으면 그 영지로 간다.
물론 군주의 서를 미리 작성한다.
또한, 아르만 군주는 총연맹장들의 무한한 총애와 사랑도 받고 있었기에 아무도 쉬이 건드릴 수 없다는 거다.
“누구십니까?”
인간 병사들의 질문.
“아서 군주님께서 예복 제작을 의뢰하셨습니다.”
“영지 현황표 좀 주시겠습니까?”
병사는 꼼꼼히 신분을 확인하였다.
신분이 검토되는 동안에도 군주 아르만은 상당히 신비로운 느낌이 나는 영지라 생각했다.
‘거대한 뱀의 동상이 놓여 있군. 군주의 별을 두 개나 띄었다지.’
요즘 아스가르드 대륙의 가장 큰 이슈는 바로 이 아서라는 군주다.
이는 얼마 전 ‘초대장’을 발언하였다.
그가 사라지고 소문은 빠르게 퍼져 나갔다.
과연 누가 마흔 장밖에 없는 초대장을 받을 수 있을까.
이는 단순히 아서 군주를 섭외해야 한다기보다는 일종의 자존심 싸움으로 이어졌다.
아서라는 떠오르는 신흥 군주가 초대장을 보낸 이들은 결코 호락호락한 군주들이 아닐 테니까.
또한, 그 자리에는 최고의 군주들만 모일 확률이 높다.
그걸 대비하기 위해서 아서 군주는 자신을 불렀겠지.
‘그는 어떤 자일까.’
이렇게 빠른 속도로 성장한 군주를 아르만조차도 본 적이 없었다.
그러한 생각을 하던 때였다.
발카스 영지로 들어가는 문이 열렸다.
끼이이익.
쿠우웅!
곧이어 아르만 군주는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꾸울꺽-
아르만 군주가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곧이어 아르만 군주의 뒤쪽에 있던 누에고치족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끼에끼에, 옷 제작해주고 싶어…….”
“끼에, 저런 여인에게 맞춤제작 예복을 해준다면 어떤 느낌일까.”
그들의 웅성거림.
그 중심에는 바로 그레모리가 있었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은…… 처음 본다…….’
아르만 군주의 직업 특성상 아스가르드 대륙뿐만이 아니라 실제 현실에서도 그와 같은 직업을 갖추고 있었기에 다양한 미남 미녀들을 보고는 했다.
하지만 이러한 여인은 처음이었다.
대륙 최고 미녀라고 불리던 자의 옷을 맞춤 제작해준 적도 있는 아르만 군주였다.
그런 그도 이런 미모를 가진 여인은 처음 본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인간이 아니라는 거다.
그녀는 어깨까지 기른 하얀 단발머리였다.
거기에 군살이라고는 하나도 없었고 가슴은 탐스럽게 봉긋했으며 골반은 가히 예술과 같았다.
또한, 얼굴은 어떠한가.
오똑하게 솟은 코와 눈꼬리가 올라간 듯하면서도 또렷한 눈동자가 그 부분을 보완했다.
갸름한 턱선과 오똑한 콧날은 가히 조화를 이루었고 얼굴은 자신의 손바닥을 펼쳐서 대보고 싶을 정도로 작았다.
그런 그녀가 가슴 위에 손을 얹고 최소한의 예의를 취했다.
“발카스 영지의 대리인 그레모리입니다. 군주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안내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 예.”
잠시 넋이 나가 있던 아르만 군주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그녀의 뒤를 쫓으며 이러한 생각을 했다.
‘만약 대리인의 옷은 맞춤제작 하시지 않는다고 하면 서비스로 해드린다고 해야겠어.’
이것은 재단사에겐 쾌감을 주는 일이다.
옷걸이라는 말이 있다.
옷도 중요하지만, 그 옷을 누가 입느냐도 매우 중요하다는 거다.
아르만 군주는 자신의 옷을 입은 그레모리를 상상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웃었다.
그때.
“……혹시 제 엉덩이 보고 웃었습니까?”
“예, 아, 아뇨. 아닙니다.”
대리인이었지만 그레모리는 위압감도 일품이었다.
아르만 군주.
그가 분명히 자신도 모르게 웃었기에 그레모리에게는 민폐일 수도 있었다.
그녀의 차가운 눈빛에 흠칫 몸을 떤 아르만.
그가 횡설수설했다.
“대, 대리인께서 너무 아름다우셔서 제가 맞춤 제작한 예복을 입으면 어떨까 싶어 상상해보았습니다. 무례를 끼쳐드렸다면 죄송합니다.”
발카스 영지는 아르만 군주에게 하나의 고객이었다.
그것도 떠오르는 신흥 강자 고객.
때문에 아르만 군주는 정중했다.
또한, 예법을 충실히 하는 그였기에 재단사로서도 사랑 받고 있는 이유기도 했다.
그에 그레모리는 픽 웃었다.
“제가 아름답다고요. 예전엔 저도 그런 줄만 알았지요.”
“예?”
아르만 군주는 그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줄 알았다는 말은 이제는 아니라는 말이었다.
‘이런 미녀가 자존감이 낮다니. 이게 말이 되나?’
그녀가 본 미녀라는 자들은, 아니, 못생겼어도 돈 있거나 치장하기 좋아하는 자들은 자존감이 하늘을 뚫는다.
‘호호호, 오늘따라 더 아름다운걸?’
‘아르만 군주.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지?’
이런 공주병 걸린 미친년들이 여간 많다는 거다.
그런데도 그런 발언을 하다니.
끼이익-
거대한 군주의 방의 문이 열렸다.
아르만 군주는 그 사실도 모르고 생각에 가득 차 그레모리에게 횡설수설 말하려 했다.
“감히 한말씀드리자면 자신감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대리인께선 제가 이제까지 세상에서 본 그 어떠…….”
그 말을 아르만 군주는 끝맺지 못했다.
그녀를 바라보던 시선이 붉은 레드카펫 끝의 왕좌에 앉아있는 군주에게 고정되었다.
순간 그는 입을 꾹 다물었다.
“이건 정말 말도 안 돼…….”
“……?”
아르만 군주의 작은 탄성.
그 탄성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소리였다.
그 시선 끝 왕좌에 앉은 아서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