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9
군주회귀록 129화
‘반지?’
반지 아티팩트였다.
척 보기에도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도 더 신경쓸게 많았다.
아서는 일단 확인하지 않고 반지를 챙겼다.
“죽음의 그림.”
아서의 손이 발빠르게 이프리트를 그려내기 시작한다.
서서히 형상을 갖추어 가는 이프리트.
아서의 이마에서 땀 한 방울이 흘렀다.
‘실패하지 마라……!’
그리고 이어.
[죽음의 그림. 이프리트를 소환수로 부리실 수 있게 됩니다.]
[소환수 이프리트의 이름을 변경하실 수 있습니다.]
[죽음의 그림 레벨에 따라 이프리트가 온전한 힘을 발현합니다.]
성공이었다.
이프리트는 아서의 앞으로 그 웅장한 크기로 한쪽 무릎을 꿇었다.
-명을 내려주십시오.
아서는 그 말에 답하듯 달리기 위한 제스처를 취했다.
“지금부터 쉬지 않고 달린다!”
“예?”
군주들의 의아함.
“뒤쳐지면 버리고 간다.”
아서는 그 짤막한 말과 함께 매서운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알리샤와 거대한 아이언 골렘, 이프리트에 모든 수하들이 함께 달렸다.
이어 정신을 차린 군주들이 헐레벌떡 그 뒤를 쫓았다.
아직 알리샤의 이용시간이 5분 가량 남아있다.
콰지이이익!
아이언 골렘이 달리면서 나타나는 모든 몬스터들을 단 한 수에 쳐내기 시작했다.
‘SS급이라고 해도 믿겠어.’
순식간에 길을 뚫고 어느덧 아서는 던전의 끝에 도달할 수 있었다.
“크르, 안 돼에에에!”
함께 뒤쫓던 발렌이 소리쳤지만 이미 아이언 골렘이 그 거대한 철문을 몸으로 들이받았다.
콰아아아앙!
철문이 부서지며 그 안에서 막 쇠사슬이 풀린 피닉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키헤에에에에!
[SS급 공략 퀘스트. 6대 괴물 중 하나인 피닉스를 사냥하시기 바랍니다.]
과연 6대 괴물인 것을 보여주듯, 알림까지 울릴 정도.
그리고 피닉스의 깃털이라는 재료를 줄 녀석.
한때 아스가르드 대륙에 재앙을 선사했던 놈이다.
그 존재를 향해 이프리트, 파괴의 살육자, 아이언 골렘이 쏜살같이 덤벼들었다.
딱 20초.
키헤에에에에!
피닉스가 비명을 지르며 너무나도 허무하게 바닥으로 쓰러졌다.
푸쉬이익
화염이 꺼졌다.
발렌이 절망하는 표정으로 털썩 양 쪽 무릎을 꿇었다.
피식
아서는 그를 비웃듯 웃었다.
곧 이어.
[퀘스트. SS급 퀘스트 공략을 완료했습니다.]
[퀘스트에 참가한 모든 자들에게 보상이 주어집니다.]
[기록의 탑이 진동합니다.]
기록의 탑의 진동.
아서는 저번 아르한 영지를 혼자 부섰을 때처럼 홀로그램이 저절로 오픈된 걸 볼 수 있었다.
오픈 된 홀로그램 속.
그 안에는 그때처럼 기록의 탑이 보였다.
기록의 탑이 하늘 높이 별을 쏘아 올렸다.
푸슈유유유!
아서는 이것이 의미하는 걸 알 수 있었다.
‘두 번째 군주의 별……!’
대군주 바알만이 혼자서 두 개의 별을 가지고 있다.
아서는 이로써 그처럼 두 개의 별을 쏘아올린 군주가 되는 거다.
곧이어.
모든 군주에게 같은 알림이 퍼졌다.
[성장의 별을 쏘아 올린 군주가 추가적인 별을 쏘아 올립니다.]
[강화의 별의 탄생.]
[두 개의 별을 쏘아올린 군주에게 별은 로열이라는 이름을 하사합니다.]
“가, 강화의 별……?”
“잠깐만, 성장의 별을 쏘아올린 군주가 강화의 별을 쏘아 올렸다고?”
모든 군주들의 시선이 일제히 한 곳으로 돌아갔다.
그곳에는 아서가 있었다.
‘저, 저자가 분명해…….’
‘생각해 보면 말도 안 되는 기록을 달성하긴 했어. SS급 공략 퀘스트에서 거의 혼자 자베스 군주와 이프리트라는 정령왕, 거기에 피닉스라는 자까지 사냥했으니까.’
“저, 저분이…… 성장의 별을 쏘아 올렸던 분이다…….”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자와 함께 있었던 거야.”
“B급 군주가 S급 군주의 힘을 낸다…… 그 정도라면 가능해. 아니, 인정해야 해…….”
두 개의 별을 쏘아 올린 것에 대한 인정.
‘이제 정체를 숨기는 건 무리이니까.’
그리고 아서는 자신의 얼굴을 감추고 있던 하얀 가면을 스르르 벗었다.
투욱.
그리고 그걸 바닥에 미련 없이 버렸다.
‘카일 군주는 곧 추적의 탑을 사용해 날 찾아낼 거다.’
그는 짐작하고 있던 사실이다.
카일 대군주가 추적 탑을 가지고 있는 건 유명하다.
이제 숨기는 건 여기까지면 족하다.
아서는 순차적으로 절차를 밟았다.
강화의 별을 쏘아 올린 것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피닉스에게 죽음의 그림을 사용해 보는 게 먼저다.
물론 놈은 엄청난 피닉스의 깃털을 떨구었고 꽤 대단해 보이는 검도 떨구었다.
그걸 모두 챙긴 후에, 스킬을 사용했다.
“죽음의 그림.”
피닉스 위로 형상이 그려진다.
이마저도 된다면 엄청난 대박 중의 대박.
하지만 곧이어.
[죽음의 그림이 실패합니다.]
쓴웃음이 입안에 감돈다.
그렇지만 너무 큰 욕심은 화를 부르기 마련.
이쯤에서 만족하기로 했다.
그다음 아서는 강화의 별에 대해서 오픈해봤다.
(강화의 별.)
칭호 등급: 별의 칭호.
특수능력:
⦁군주 모든 능력치 +2% 상승.
⦁보유한 모든 병력에게 ‘분노의 의지.’ 스킬 생성.
로열의 이름에 따른 특수능력:
•추가별을 쏘아 올릴 시 모든 스텟+20
•추가별을 쏘아 올릴 시 로열조각 지급.
•로열조각 보유 시 로열상점 오픈 가능.
일단 강화의 별의 능력 중 모든 병력에게 분노의 의지 생성은 상당했다.
세부설명에 따르면 엄청나다.
어떠한 병력이든 HP가 5% 미만으로 떨어지면 순간적으로 HP가 15까지 차오르며 모든 공격력이 20% 상승한다.
아서가 보유한 모든 자들이라는 걸 감안하면 정말 엄청난 수준.
그다음.
‘로열조각이라…….’
아서는 처음 보는 내용에 그걸 곱씹었다.
군주의 별을 추가로 띄울 시에 로열조각을 얻어낼 수 있다.
그리고 로열상점이 오픈한다.
그 안에는 어떠한 아티팩트가 있을까.
그 물음은 일단은 뒤로 밀어 넣었다.
아서는 그다음에 이프리트가 남겼던 반지를 꺼냈다.
이프리트의 반지는 꽤 투박한 모양새의 붉은 반지였다.
(이프리트의 소환 반지.)
등급:환상적인 에픽.
내구도:10,000/10,000
특수능력:
•정령 친화력+100%
•정령왕의 명령
•이프리트의 근위대 소환 가능.
이프리트의 반지도 분명히 쓸만한 아티팩트다.
거기에 환상적인 에픽이면 사실상 특수능력만 본다면 하찮은 유물 급은 된다는 거다.
그를 증명하듯 두 가지 특수능력은 대단했다.
정령왕의 명령이 발동되면 2시간 동안 상급 정령과 그 이하의 자들까지도 모조리 통솔할 수 있다.
속성과 상관없이 말이다.
거기에 이프리트의 근위대 소환.
이 소환은 A급 병력으로 치부되는 불의 전사 단장급의 병력이 열이나 소환되는 거다.
아서는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이프리트의 정보도 확인했다.
(이프리트)
소환수
HP:7,500 MP:2,200
총합 공격력:890
총합 방어력:784
등급:SS
잠재력:112
특수능력:
•이프리트의 포효.
파괴의 살육자보다는 조금 뒤처지는 능력치지만 SS급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다.
‘피닉스 공략은 확실히 얻은 게 많아.’
뜻하지 않은 이프리트의 등장.
그 덕에 얻은 게 많다.
더군다나, 이프리트도 피닉스의 깃털과 버금가는 재료를 드랍했다.
바로 이프리트의 눈물.
이는 붉은 색 투명한 보석과 흡사했는데, 피닉스의 깃털처럼 이러한 설명이 있다.
‘그 어디에서도 흔하게 볼 수 없는 아티팩트 제작 재료.’
아서가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제야 경악에 찬 목소리로 수군거리는 군주들을 돌아봤다.
“…….”
“…….”
모두가 입을 꾹 다물었다.
아서는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수집했던 아티팩트 중 일부를 던져놨다.
“이거면 몫은 충분할 거다.”
SS급 퀘스트에 따른 퀘스트 알림이 들렸고 모두가 보상을 받았다.
그리고 아서는 독식하지 않고 얻어낸 잡다한 것들은 모두 앞에 내려놨다.
만약 모두 삼키면 아무리 아서의 활약이 컸어도 말은 생기기 마련.
“호, 혹시…….”
그때 한 군주가 입을 뗐다.
루시 군주였다.
그녀가 마른 침을 삼키며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연맹을 만드실 생각 없나요?”
그 말이 시작이었다.
“제, 제 이름은 라딘 군주입니다. 당신의 연맹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전 프루마 영지의 군주 레빈이라고 해요. 당신의 연맹에 들어가고 싶어요!”
시끄러운 소리가 북적북적 주변을 삼켰다.
그에 아서는 짧게 말했다.
“연맹을 만든다 해도 이곳에서 함께할 만한 자를 보지 못했는데?”
즉, 자격 미달.
‘이런 걸 팩폭이라 하던가?’
지구에선 종종 쓰인단다.
정곡 찌를 때.
그 말에 모든 군주는 입을 꾹 다물었다.
“죽을 궁리부터 하는 자들을 받아줄 만…….”
쿠우우우웅!
그때 또다시 던전이 진동했다.
“헉!”
“또 뭐야.”
“도대체 이 던전은 왜 끝이 없냐!”
그런 소리를 할 때.
그들이 눈을 몇 번 감았다 뜬 순간.
그들은 순식간에 던전에 들어왔던 입구에 있었다.
[SS급 던전 공략을 성공하신 것에 축하드립니다.]
[모든 군주에게 SS급 던전 공략 보상으로 SS던전 사냥꾼 칭호가 하사됩니다.]
그들의 우려와 다르게 또 다른 추가 보상 알림이었다.
그와 함께 들어왔던 입구가 열렸다.
즉, 출구도 된다는 의미.
출구가 열리고 강렬한 빛이 안으로 들어왔다.
***
입구 앞.
그곳으로 거대한 두 개의 세력이 조금 전까지만 해도 당장 붙을 것처럼 흉흉한 기세를 풍겼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은 오로지 입구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두 개의 거대한 세력.
하나는 랄프 군주가 있는 아낙크레스 영지의 거미 병력들이었다.
또 다른 하나의 세력은 카일 군주의 아스반 영지의 요정족들이다.
처음 카일은 조그마한 소규모 병력과 있었지만 랄프 군주가 상당한 병력을 이끌고 와버리자 그도 질 수 없다는 듯 대부분의 병력을 끌고 왔던 거다.
‘또 다른 군주의 별이 쏘아졌다…….’
‘역시 그 소년이 맞았어. 그런데 두 개째라니…….’
도대체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리고 그들뿐만이 아니다.
사실상 이번 던전 공략에는 꽤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려 있다.
최초의 SS급 던전 공략이었으니까.
그 순간.
드드드드득!
드디어 입구가 열렸다.
입구와 출구가 동일한 경우는 없으나 인근에서 그들이 나타날 거라 생각했는데, 때마침 좋은 타이밍이었다.
곧이어 안에서 하나둘 군주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허억허억……!”
“사, 살았다.”
“무사히 나왔어.”
그리고 밖으로 나온 그들.
그들은 곧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아스가르드 대륙의 도전 군주 두 명.
랄프는 그립에 손을 얹고 안을 바라보고 있었고 카일 총연맹장은 양 팔짱을 끼고 지켜보고 있다.
그 둘의 눈빛은 이러했다.
‘길 막지 말고 꺼져.’
군주들은 황급히 길을 텄다.
그리고 그 안에서.
뚜벅뚜벅
그 소년이 걸어 나왔다.
랄프의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재수 없는 놈이 생긴 건 더럽게 잘 생겼군…….”
“뭐, 발키리 총연맹의 부연맹장이라면 저 정도 외모는 기본이지.”
카일은 어깨를 으쓱했다.
밖으로 나온 아서는 그들을 보며 미간을 구겼다.
‘벌써 나를 추적했군. 귀찮게.’
그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카일의 말에 랄프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발키리 부연맹장? 개 헛소리를 하는군. 저 군주는 우리 총연맹에서 공격대를 담당하는 군주가 될 거야. 생각해 봐라.”
그는 아서를 보며 침까지 튀기며 말한다.
“고르딘 총연맹의 모든 군주의 통솔권이 네게 넘어가는 거다. 총 군주의 숫자는 스물이 넘는다. 병력으로만 따지면 3만 명이 네 발밑에 있다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