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8
군주회귀록 128화
“도대체 정체가 뭘까요…….”
루시 군주.
그녀가 놀라움에 찬 음성으로 말했다.
그에 옆에 있던 군주 아락스가 고개를 저었다.
“글쎄요. 확실한 건 하나 있습니다.”
그는 고개를 돌려 루시 군주를 보았다.
“저 자의 말에 따라야 저희는 이곳에서 살아나갈 수 있다는 겁니다.”
“아…….”
그 말에 루시 군주의 시선이 다시 앞으로 향했다.
그곳에 아서가 죽음의 그림 수하들, 거기에 더해 자신의 부대원들과 함께 선두에 서 지휘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도전군주 자베스보다 뛰어난 전술이라…….’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소름 끼칠 정도였다.
무력에서 자베스를 이겼다?
그래, 그건 그럴 수 있다 치고.
더 말이 안 되는 건 앞에서 군주들과 병력을 지휘하는 아서였다.
그는 체계적인 전술을 이용하여 최소한의 피해로 최대한의 적을 잡아내고 있다는 거다.
그리고 계속 던전 안으로 들어가던 아서가 뒤를 돌아보았다.
“챙겨라.”
“예!”
군주들은 한 편으론 의문이었다.
‘어째서 몬스터들의 사체를…….’
‘그것도 강력한 놈들만 속속들이 고르고 있어.’
몬스터들을 챙겨오게 지시한 아서.
그뿐만이 아니다.
아서는 정말 말도 안 되는 힘을 부리기도 했다.
쓰러져 있는 몬스터 앞에 다가가 무기를 뻗어 본다던가, 혹은 그림을 그려본다던가.
그리고 더 놀라운 건.
“커헉……!”
“또, 또다시……!”
그가 그림을 그려내면 갑자기 그 형상들이 아서 앞으로 고개를 꾸벅 숙여 보인다는 거다.
그리고 아서는 고개를 숙이는 불전사의 단장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또 다른 A급 병력.’
불전사의 단장은 불전사들을 총지휘하는 자다.
그의 무력은 생각보다 대단하다는 거다.
현재 불전사 한 마리, 혼켈베로스 한 마리, 불전사 단장 한 마리를 죽음의 그림으로 그려낼 수 있게 되었다.
‘이프리트라…….’
그리고 아서는 긴급 전투모드가 제시한 다음의 내용을 떠올렸다.
[또 다른 보스. 이프리트.]
이 내용을 보자면 SS급 던전에는 총 두 마리의 보스가 있다는 거였다.
이프리트.
불의 정령왕.
정령들의 땅에는 총 네 가지 속성을 가진 정령들이 주를 이룬다.
그리고 이 네 가지 속성을 지닌 자들은 각 왕국을 일구어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각 속성의 정령들이 사는 왕국을 다스리는 자들.
이들을 4대 정령왕이라고 부른다.
더욱 큰 문제는.
‘이프리트가 가장 강한 정령왕이라고 불린다는 거지.’
이프리트는 6대 괴물들만큼이나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아직 아서조차도 실제 확인한 바는 없다.
‘두 개의 보스 몬스터가 있다는 건 예상 외였지만 SS급 던전이니, 모든 상황을 열어놓고 주시하는 게 맞으니까.’
오히려 아서는 이런 생각을 했다.
‘잘만하면 정령왕 이프리트를 내 밑에 두고 부릴 수도 있어.’
정말이지 달콤한 이야기였다.
피닉스 혹은 불의 정령왕 이프리트.
둘 다 부리게 되면 좋고 그렇지 않다면 한 녀석만 부리게 되도 어느정도 만족하리라.
***
발렌의 얼굴이 사색이 되어 일그러졌다.
“크르, 또 저놈이 망쳤어……!”
본래 예상되었던 시나리오.
그대로라면 이미 전 병력은 전멸하고 던전 공략 실패의 대가로 피닉스가 던전을 뚫고 온전한 힘을 갖춘 채 아스가르드 대륙에 강림해야했다.
그 다음 영지 수십 여개를 초토화 시키는 것이 계획이었다.
그런데, 저 빌어먹을 꼬맹이 놈이 또 다시 망쳐버렸다.
“크르…… 그렇다고 해도…….”
발렌은 짙게 웃었다.
이제 곧 이프리트가 나타날 것이다.
그는 500마리의 불속성 정령, 전사들과 함께 나타날 거다.
그런데 과연 지깟 놈이 버틸 재간이나 있겠는가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불가능하다는 거다.
발렌이 빛에 휩싸여 사라졌다.
그가 나타난 곳.
그곳에는 웅장함을 흩뿌리는 이프리트가 쇠사슬에 묶여 있었다.
“크르, 이제 좀 뒈져버려라.”
발렌이 아서를 저주하며 그의 봉인을 해제했다.
탱그랑!
쇠사슬이 풀려나는 순간.
이프리트의 고개가 천천히 오우거 운영자 발렌을 향해 돌아갔다.
그 시선은 한없이 차가웠으며 한 편으로 오우거 운영자 발렌 따위가 어찌할 수 없음을 보여줬다.
꿀꺽-
실제 운영자인 오우거 발렌이 그 기세에 눌려 마른 침을 삼킬 정도였다.
곧이어 이프리트가 엄청난 화염을 뒤집어쓴 채 움직이기 시작했다.
화르르르륵!
그 뒤를 쫓아 투명화되어 있는 발렌이 움직였다.
곧이어 안쪽 깊숙이, 피닉스가 있는 지점을 향해 나아가던 아서와 공략대를 마주할 수 있었다.
‘네가 감히 우리의 일을 망쳐!?’
발렌은 이죽 웃었다.
그와 함께.
“저건 또 뭐야!”
“하아…… 나 공략 괜히 참가했어.”
“X발…….”
이프리트는 불의 골렘과 크기는 흡사했다.
하지만 그 웅장함은 차원이 달랐다.
거대한 창을 들고 판금갑옷을 입은 그는 한 왕국을 지배하는 진짜 왕의 모습이었다.
그의 뒷모습을 보며 발렌은 큭큭 웃었다.
‘이제 순조롭게…….’
피닉스가 강림하겠구나.
발렌은 드디어 꼬마놈이 죽는 꼴을 볼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그 꼬마 놈은 당혹한 기색 하나 없이 이프리트 뒤 쪽을 보며 웃었다.
마치 자신을 보듯.
“아이템 잘 먹으마.”
***
“아이템 잘 먹으마.”
애초에 이프리트의 등장을 알고 있던 아서였기에 크게 당혹하진 않았다.
거기에 아서는 루톤의 경매장에 갔을 당시 ‘투명화 감지약’이라는 걸 구매해 복용할 수 있었다.
이는 모든 투명화를 꿰뚫어본다.
심지어 운영자마저도.
그에 저번에 보았던 오우거 운영자 발렌이 짙게 웃고 있는 게 보였다.
그 짙은 웃음에서 자신들이 모두 죽을 걸 예상한다는 듯한 걸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럴 일은 없다는 거다.
오히려.
‘어떤 아티팩트를 주려나.’
이제까지 SS급 던전에 들어와서 잡는 족족 모든 것들이 아티팩트를 드랍했다는 거다.
이프리트도 예외는 아닐 터.
아니, 오히려 더 좋은 걸 줄 확률이 높다.
거기에.
‘내 행운 스텟 특성상. 나나 내 수하들이 사냥하면 드랍률이 상승한다는 거다.’
이프리트 급의 몬스터를 사냥할 만한 일이 몇 번이나 있겠는가.
아마 성장의 별 효과로 경험치도 크게 줄 거다.
“크르, 미친놈……! 여유로운 척하지 마!”
발렌이 소리쳤다.
이프리트도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인간아.”
쿠우우우웅!
이프리트가 땅을 밟았다.
아서의 건방진 태도에 크게 화가 난 게 분명해 보였다.
화르르륵!
그가 땅을 밟자 쩌저적 아서 앞까지 갈라지며 거친 화염이 그 사이로 비집고 튀어나와 넘실거렸다.
푸화아아악!
순식간에 주변의 공기가 뜨겁게 달궈질 정도의 열기였다.
“내 앞에 무릎을 꿇고 기어라.”
이프리트의 목소리는 강압적이었다.
그 기세에 눌린, 군주와 병력들이 자신들도 모르게 털썩털썩 무릎을 꿇을 정도였다.
“내가 두 번 다시 SS급 던전에 들어오면 사람도 아니야…….”
그런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푸화아아아악!
이프리트의 주변으로 수백의 병사들이 나열하기 시작했다.
불의 전사, 살라만더, 불의 골렘, 불의 궁수, 혼켈베로스, 거기에 더해져 불의 골렘이나 혼켈베로스보다도 훨씬 더 강력한 아만타지오라는 몬스터 열댓 마리까지.
이프리트의 군대는 분명히 위협적이었다.
그리고 아서의 오른쪽 손목.
그 위로 주사위 두 개가 나타나 촤르르륵 구르기 시작했다.
스텟 주사위.
마하라의 목걸이에 부가된 특수능력.
모든 능력치 10을 상실하는 대신, 랜덤으로 모든 능력치 상승 효과를 준다.
1%일 수도 100%.
혹은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띠링!
알림이 들렸다.
[6:6의 주사위. 모든 스텟이 30분 동안 일시적으로 120% 상승합니다.]
첫 사용부터 대박이었다.
주사위는 둘 다 6의 숫자가 떠 있었다.
그 알림을 들은 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또 다른 마하라의 목걸이에 붙어있는 특성 하나를 사용할 수 있다.
‘절대군주의 압도.’
이 특수능력은 사용자의 능력치 대비 50%미만의 적군을 강압적으로 무릎 꿇릴 수 있는 스킬.
아서가 스킬을 사용하는 순간.
쿠우우웅!
쿠우우우웅!
쿠우우우웅!
키헤에에에!
크라아아아!
크르르르-
이프리트 주변의 모든 적들이 갑자기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그 장관에 이프리트가 다소 놀란 눈으로 주변을 흩었다.
그리고 그 뒤의 발렌은 경악어린 목소리를 토해냈다.
“크르, 이 말도 안 되는……!”
그리고 아서는 이프리트를 보며 말했다.
“이제부터 넌 내 다리 사이를 기며 말하면 된다.”
아서는 그가 조금 전 말했던 ‘내 앞에 무릎을 꿇고 기어와라’라는 말이 상당히 성가셨었다.
“주인님, 발을 핥을까요? 왈왈.”
그가 능청스레 웃었다.
이프리트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파괴의 살육자.”
수화아아아아!
아서의 앞으로 파괴의 살육자 알리샤가 나타났다.
몬스터 조합사 칼란, 핏빛의 살육자 발로크.
잿빛의 살육자 알리샤의 모든 힘을 가진 2회성 소모 유닛.
그리고 실제 무력은 6대 괴물을 뛰어넘는다.
키헤에에에!
캬하아아아!
먼저 파괴의 살육자가 엄청난 숫자의 몬스터를 소환했다.
퐈드드드득!
그 다음 대량 살상 스킬 백오검을 발현해 30초도 안 되는 시간에 이프리트의 무릎 꿇은 모든 병력을 쓸어버렸다.
퐈지지지직!
몸에 전력을 수십 배 증폭시키는 번뇌자를 사용한 알리샤가 온몸에서 스파크를 튀기며 바람같이 움직였다.
어느덧 그녀는 이프리트의 바로 코앞에 서 있었다.
그의 창이 휘둘러졌고, 알리샤의 검이 움직였다.
콰아아아앙!
파지지지직!
***
이프리트와 파괴의 살육자 알리샤가 치열한 접전을 벌일 때.
아서는 아이언 골렘을 보았다.
‘‘파괴의 살육자’의 발동시간은 15분. 그때면 충분히 잡을 수 있겠지.’
피닉스는 파괴의 살육자를 여기서 사용한 마당이니 아서가 다른 힘을 이용해 잡아야 했다.
아마 발렌이 이곳까지 나온 걸 보면 피닉스도 곧 만날 수 있을 터.
“아이언 골렘. 주변흡수.”
아이언 골렘의 특성인 주변흡수가 발현되었다.
곧 녀석이 죽어버린 아만타지오에게 손을 뻗었다.
촤아아아앗!
죽은 아만타지오가 아이언 골렘의 몸 안으로 빨려 들어왔다.
이어 그는 계속해서 팔을 곳곳에 뻗어댔다.
아이언 골렘이 흡수하는 건 그 자리의 모든 게 아니다.
한정된 숫자.
그리고 아서는 혹시 몰라, 계속 사냥한 녀석들을 끌고 오지 않았던가.
물론 이프리트가 군사를 소환할 걸 몰랐기에 한 행위다.
그리고 아이언 골렘은 어떤 녀석들을 흡수해야 가장 강할지 알고 그들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푸샤야아아아!
푸솨아아아!
아이언 골렘은 쉴 새 없이 모든 걸 빨아들였다.
곧 이어 모든 흡수를 끝마친 아이언 골렘의 온 몸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먼저.
화르르르륵!
그의 몸이 거칠게 불타올랐고, 아만타지오를 상징하는 거대한 두 개의 뿔이 솟아났다.
한쪽 팔에 살라만더들의 꼬리에 달려 있는 창들이 수십여 개가 생겨났다.
그리고 또 다른 팔은 혼켈베로스의 머리로 변화했다.
두 다리는 불의 전사들의 것으로 변화하였고 그의 크기는 7m 정도로 거대해져 이프리트를 뛰어넘을 정도였다.
쿠화아아아아아!
주변흡수 스킬을 통해 완전히 변화한 아이언 골렘.
그는 아서가 보기에도 치가 떨릴 정도의 흉흉한 기세를 뽐내고 있었다.
‘SS급 던전의 몬스터들을 흡수했으니, 당연할 수 밖에.’
곧 이어 아이언 골렘이 충돌을 일으키는 이프리트와 알리샤 사이로 난입했다.
그리고 이어 이프리트의 목을 움켜쥐더니 벽에 몰아붙였다.
쿠우우우웅!
“커허억…….”
곧 아이언 골렘의 다른 손.
켈베로스의 머리로 되어있는 손이 이프리트의 머리를 겨냥했다.
그리고 혼켈베로스가 화염을 뿜어내던 것처럼 그 손으로 화염이 일렁이더니.
푸화아아악.
이프리트의 안면을 집어삼켰다.
끼이익쿵 끼이익쿵!
퍽퍽퍽퍽!
이프리트의 몸 곳곳을 사정없이 가격하는 아이언 골렘.
곧 이프리트가 그 위대한 위엄은 어딜 간 건지 아이언 골렘의 악력에 바닥에 쳐 박혔다.
쾅!
몸에서 타오르던 화염이 꺼진 이프리트.
그의 몸 위로 반짝거리는 하나의 아티팩트가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