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7
군주회귀록 127화
콰아아아앙!
콰아아아앙!
병력이 쉬고 있던 그곳.
그곳에 거대한 폭발이 생겨나며 순식간에 200명의 병력을 집어삼켰다.
거기에.
“놈들을 죽여라!”
“쓸어버려!”
A급 군주에 이어 그 병력들.
거기에 더 난처한 건 자베스까지 모두가 적으로 돌변했다는 사실이다.
“으아아아…….”
“끄아아악!”
얼음 폭발에 의해 산산조각 난 병력들.
그 인근에 있던 자들은 조각난 병력의 잔해를 뒤집어써야만 했다.
얼굴에 묻은 살점에 군주들이 부들부들 떨었다.
“이, 이번 던전 공략은 실패야…….”
“미친…… 세 명의 A급 군주에 자베스 군주님까지. 이걸 어떻게 이기냐고!”
이길 수 없다.
모든 군주가 절망했다.
자베스를 비롯한 A급 군주들까지 모두 적으로 돌아섰다.
“나, 나가야 해…….”
“우린 모두 죽을 거야!”
“으아아아아!”
모두가 싸워야 한다는 것보다는 이길 수 없다는 좌절감에 무너지려 했다.
그리고 그때.
자베스가 스태프를 휘둘렀다.
차가운 기류가 움직이며 던전 내부를 쩌저적 얼리기 시작했다.
곧이어.
그녀의 얼음 스태프에서 흩어진 기류.
거대한 얼음 창 수십여 개가 나타나 군주들을 향해 쏘아져 왔다.
“으아아아아!”
가장 앞에 있던 군주가 비명을 질렀다.
그 순간.
“스킬 파괴.”
후우우우웅!
아이스 스피어가 빨려 들어가 사라졌다.
군주들 앞으로 빠르게 달려 나가는 이가 있었다.
생각보다 힘을 못 발현한다고 생각했던 그 군주!
그 군주가 차가운 표정으로 자베스를 노려보며 달려 나가고 있었다.
너무 찰나의 순간이었기에 얼음 파괴는 막을 수 없었으나 이제부턴 아닐 터다.
“죽음의 그림.”
수우우우우!
수하들이 곁에 생겨났다.
그리고 이어.
“지금부터는 힘을 숨길 필요가 없다.”
“……어?”
방금 전 날아오는 아이스 스피어에 눈을 질끈 감았던 군주는 어느새 가장 앞장선 아서와 그 뒤의 병사들, 그리고 죽음의 그림 수하들을 볼 수 있었다.
‘숨겨……?’
‘뭘 숨겼다는 거야?’
군주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드래드래!”
아서의 옆에는 드래도 있었다.
그리고 그의 한 손에는 창으로 만들어진 인피티니가, 또 다른 한 손에는 용군주를 사냥했을 때 얻은 창이 있었다.
용군주의 얼음 창.
딱 한 번 용군주의 얼음계열 능력을 부릴 수 있게 도와준다.
오로지 아서만이 꼿꼿이 자베스와 대치했다.
‘긴급 전투 모드가 힘을 숨기라고 했던 것이 이제 이해된다.’
애초에 이 던전에서 가장 최선의 방법은 아서가 피닉스의 정신 세뇌에 걸리지 않는 거였다.
아마도 놈의 특성은 그 어떤 버프 물품, 특수 물품으로도 해지할 수 없는 절대적인 특성이었을 것이다.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어떠어떠한 것을 사용하라고 제시했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이번엔 아서가 세뇌되지 않아야 클리어할 확률이 높았던 것이다.
만약 세뇌되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아서마저 세뇌되었다면 말도 안 되는 참사가 벌어졌을 것은 기정사실.
또 그도 목숨을 잃었을 거다.
“어, 어떻게 하려는 거지…….”
“이길 수 없어요. 상대는 S급 도전 군주입니다. 또 A급 군주들까지 적이 되었다고요. 그들의 A급 병력들을 저희가 어떻게 이깁니까. 당신도 끽해야 A급 군주잖습니까!”
아서는 그 말에 답하지 않았다.
‘한심하구나.’
싸울 생각부터가 아니라 죽을 생각부터 하다니.
곧이어 자베스가 움직였다.
“귀신부대를 사용해라.”
수우우우웅!
곧 강철부대들이 귀신부대 스킬을 사용했다.
그들의 몸이 반투명하게 변화하였다.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라스의 질문.
“군주를 제외한 모든 병력을 죽일 것.”
“충!”
군주들은 기절시키면 된다지만 모든 병력을 그리할 순 없다.
보는 눈이 많다.
또한.
아서는 앞으로 나서기 전 긴급 전투 모드의 다음을 확인했다.
[20분 버티면 특성 해제.]
“건방져.”
자베스.
그녀가 입을 비틀었다.
그녀의 손에 들린 스태프가 움직이며 거대한 해일을 만들었다.
아서의 용군주의 얼음 창도 움직였다.
촤아아아아!
밀려드는 얼음 해일을 얼음 창에서 생성된 얼음구 수십여 개가 뻗어나가 단숨에 상쇄시켜 버렸다.
“헉……!”
“이럴 수가!”
뒤쪽의 군주들이 경악했다.
그리고 몇몇 군주는 볼 수 있었다.
A급 병력들이 매서운 속도로 자신들을 죽이기 위해 접근한다.
그 순간.
허공에서 영체화되어 나타난 귀신부대원들.
그들이 단숨에 A급 병력들을 쓸어버리기 시작했다.
푸슈유유유육!
푸슈유유육!
그리고 이어 피의 학살대의 병사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끄아아악!”
“으아악!”
군주들이 모두 딱딱하게 얼어붙었다.
‘A급 병력을…… 저 군주의 병력들이 모두 잡아내고 있어.’
‘이럴 수가. 총 40 이상의 A급 병력을 어떻게…….’
경악.
그리고 더 놀라운 건.
타타탓!
아서가 매서운 속도로 달려 나가며 자베스와 충돌을 일으키는 모습이었다.
아서가 휘두른 용군주의 얼음 창이 그녀를 향해 찌르고 들어갔다.
자베스가 스태프를 젓자 얼음 방어막이 생겨났다.
콰지지직!
창과 방패가 만나는 순간 방어막에 거미줄 같은 균열이 일어났다.
방어막이 깨지기 전.
자베스는 강력한 한 방으로 놈을 죽이자고 생각했다.
순식간에 주변으로 더욱더 차가운 냉기가 뻗어나갔다.
“그, 그레이트 프로즌…….”
한 군주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일반 프로즌 마법을 자베스가 몇 단계 더 끌어 올려 개발해 낸 마법.
이 마법에 의해 영지 하나가 통째로 꽁꽁 얼어버렸다는 일화는 유명했다.
곧 자베스가 중얼거렸다.
“그레이트 프로즌.”
푸화아아아아!
거대한 냉기가 자베스의 몸에서 폭사되어 뿜어져 나왔다.
모든 군주가 마른침을 삼키며 지켜볼 때.
“드래야.”
“드래드래!”
꼬마 드래곤 드래가 울음을 토하며 그 작은 날개를 파닥파닥 아서의 앞으로 움직였다.
놈의 입이 벌어졌다.
그 입에서 하얀빛이 일렁이더니 한 달에 두 번 사용 가능한 특성이 발현됐다.
[그레이트 프로즌을 무효화시킵니다.]
자베스의 가장 강력한 한 방이 사라졌다.
곧이어.
퐈지지지직!
얼음 방어막이 깨지며 아서가 자베스의 앞에 도달해 있었다.
꽈악!
아서는 힘껏 그녀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다리를 걸어 중심을 무너뜨렸다.
그녀의 등이 땅을 향해 하락하는 순간.
아서가 인피니티를 팔찌 형태로 변화시키자 저절로 손목에 감겼다.
촤르르릇!
꽈아아악!
아서의 주먹이 쥐어졌다.
“좀 자라.”
콰아아앙!
아서의 주먹이 힘껏 그녀의 안면을 후려쳤다.
땅에 처박힌 자베스.
아서는 멈추지 않았다.
콰아앙!
콰아아앙!
온 힘을 담아 그녀를 힘껏 내려치기 시작했다.
이제껏 성장의 별과 영지 총레벨 상승에 따른 레벨 업, 그리고 특성화된 군주 육성기의 퀘스트 기능을 이용해 압도적으로 많은 능력치를 올렸다.
현재 아서의 능력치?
그는 최소한 현재 S급과 견준다는 거다.
콰아아앙!
콰아아아앙!
“마, 말도 안 돼…….”
한 군주가 중얼거렸다.
S급 군주가 땅에 처박혔다.
그것도 실제 등급은 B등급인 군주에게.
또한, 어느덧 A급 병력 모두가 그의 병사들에 의해 처참히 죽어 있었다.
콰아아앙!
콰아아아앙!
멈추지 않고 휘둘러지는 주먹.
하지만 자베스는 눈을 감지 않고 계속 덤벼들었다.
“네놈을…….”
콰아아아앙!
* * *
자베스.
그녀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정신 세뇌를 당하고 몸을 지배당하기 시작한 시점에서도 그녀는 볼 수 있었다.
그 꼬마 소년이 모든 상황을 정리하고 있었다.
처음 자베스도 의아했다.
‘이 소년의 병력이 약한가? 아니면…….’
무슨 이유가 있었던 걸까.
그리고 그걸 증명하듯, 그는 자신과 더불어 모든 것을 해치워 버렸다.
그리고 지금은.
콰아아아앙!
얼굴을 힘껏 후려치고 있었다.
“건방진……!”
“닥쳐.”
콰아아아앙!
자베스는 속으로 어서 빨리 이 상황이 끝나길 바랐다.
하지만 자신의 육체는 생각보다 끈질겼다.
세뇌당하는 자베스 안의 진짜 자베스는 볼 수 있었다.
있는 힘껏 자신을 거침없이 두들기는 아서를.
그리고 이어.
마지막 한 방.
콰아아아앙!
자베스의 머리가 완전히 땅에 처박히며 추욱 늘어졌다.
그녀는 정신 세뇌가 풀리는 걸 느꼈다.
‘난…… 죽진 않을…… 것 같네…….’
기절이라는 걸 그녀도 직감했다.
그리고 끔뻑끔뻑 감기는 시야 사이로 천천히 호흡을 고르며 자신을 안아 드는 소년의 얼굴이 보였다.
‘두…… 번이나…… 목숨을 빚졌어…….’
얼음 심장.
그리고 바로 오늘.
그녀의 시선은 자신도 모르게 그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꼭…… 갚을게…… 이 은혜…….’
그 생각을 끝으로 그녀는 정신을 놓았다.
* * *
풀썩!
자베스를 안아 들었던 아서는 군주들 앞으로 그녀를 던져 버렸다.
데굴데굴 구른 그녀를 보며 군주들은 경악했다.
‘도전 군주를 마치 쓰레기 버리듯…….’
물론 아서가 이기기는 했다만.
‘안 죽일 정도여서 다행이다.’
그리고 아서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가 만약 자베스보다 강하지 못했다는 걸 확신했다면?
최선을 다해 공격했을 거고 그렇게 되었다면 죽였을 확률이 높다.
살리려고 싸우는 것과 죽이려고 싸우는 것은 많이 다르니까.
하지만 자베스는 지금 아서보다 밑이라는 게 확연히 보였다.
‘분명히 쓸모가 있는데, 여기서 죽어선 안 되지.’
아서는 자베스에게 두 번의 도움을 요청할 권한도 있었고 그녀 정도라면 업데이트 때에도 큰 전력이 되어줄 테니까.
“후우우우.”
머리카락을 쓸어 올린 아서는 탐탁지 않은 눈으로 좌중을 훑었다.
겁을 집어먹고 싸우기는커녕 떨기만 했던 자들.
“너희 같은 자들이…….”
아서가 입을 떼자 모든 이목이 집중되었다.
“무슨 SS급 던전을 공략하겠다고.”
아서의 말에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었다.
사실이니까.
한숨을 쉰 아서는 고개를 저었다.
말을 나눠 뭐하리.
한 군주가 말했다.
“이, 이제 어떻게 합니까?”
“뭘?”
“자베스 군주님은 기절했고 A급 군주들의 병력도 모두 잃지 않았습니까. 지금 상황에서 저희가 이 던전 공략을 해낼 수나 있는 겁니까? 보스는 아직 잡히지도 않았어요.”
“명심해라.”
아서는 싸늘하게 말했다.
“나에겐 너희를 떠받칠 책임도, 살려줘야 할 이유도 없다. 사실 나 혼자 지키기도 벅차. 그러기 위해선 걸리적거리는 걸 최대한 방지해야겠지. 그러니까…….”
아서가 그들을 훑었다.
“닥치고 시키는 대로만 해라.”
* * *
카일 총연맹장.
그가 엘프 대리인과 함께 가슴 벅참을 느꼈다.
드디어 그의 영지 특성인 추적의 탑이 활성화되었다.
그리고 그가 필요로 하는 군주.
아서의 흔적을 추적의 탑이 쫓기 시작했다.
추적의 탑은 그의 흔적을 쫓고 쫓아 카일 총연맹장을 한 던전 앞에 안내했다.
“이곳은…….”
카일 총연맹장도 이 안에 자베스 군주와 던전 공략대가 들어간 것을 알고 있었다.
최초의 SS급 퀘스트.
“살아 돌아올 거다. 분명히.”
카일은 피식 웃었다.
“그리고 그는 우리 발키리 총연맹의 군주가 될 것이다.”
그는 던전 앞의 마차에서 지그시 던전 입구를 보았다.
클리어가 완료되면 그자가 나올 거다.
아마 많은 자가 이 상황을 보면 경악하게 될 것이다.
도전 군주 한 명이 고작 군주 한 명을 섭외하기 위해 친히 걸음을 옮기고 기다리기까지 하고 있었다.
‘그때 거절당하긴 했지만 어떤 방법을 써서든…….’
그를 데려오리라.
그리고 그와 멀지 않은 곳.
은신 능력에 특화된 군주 오르곤.
그는 비록 A급 군주였지만 은신 능력만큼은 아스가르드 대륙에서 그 누구보다 뛰어났다.
그러한 그가 다급하게 매를 띄워 올렸다.
그 매는 랄프 총연맹장이 있는 아낙크레스 영지를 향해 날아갔다.
‘곧 랄프 군주님도 도착하실 거다.’
그는 자리를 잡고 기다리는 카일을 보며 생각했다.
‘도대체 어떤 군주길래 두 명의 총연맹장이 움직이게 하는 걸까.’
앞으로 재밌는 상황이 벌어질 것 같다.
그러나 그는 몰랐다.
총연맹장 둘이 아니라 셋.
정확히는 다른 총연맹장 둘보다도 더 아서를 위하는 자가 추가되었다는 것.
공략이 끝났을 땐, 오늘 이 자리에 총 세 명의 총연맹장이 모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