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6
군주회귀록 126화
일주일 후.
공략을 위한 모든 병력이 집결했다.
A급 군주는 각 열 명의 병사만 데려올 수 있었다.
그리고 B급 군주들은 오십 명씩.
즉, A급 군주 병력 총 오십 명, B급 군주들이 데려온 병력 총 천 명이라는 거다.
그렇다고 해서 A급 군주들이 숫자에 밀린다고 뒤처진다 볼 순 없었다.
A급 군주들이 대동한 열 중 꼭 셋에서 넷은 A급 병력이었으니까.
A급은 결코 쉬이 얻을 수 없다.
당장 B급 군주 중에는 A급 유닛이 하나도 없는 자가 수두룩하니까.
“던전 공략을 시작한다.”
가장 앞에 선 자베스 군주가 말했다.
그녀는 앞서 병력들에게 초입 부분을 어떻게 할지 설명했다.
초입부.
아서가 말했던 것을 그대로 A급 군주들이 움직여 해냈다.
초입부를 뚫는 건 너무나 쉬웠다.
‘내가 원했던 최상의 컨디션이 유지되었어.’
자베스는 꽤나 흡족한 표정이었다.
공략대의 인원 중 그 누구도 죽는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았다.
진짜 시작은 초입부를 넘어 던전 안으로 들어가면서부터다.
“이곳이 최초의 SS급 던전 공략 퀘스트가 벌어질 곳…….”
꿀꺽.
초입부를 지나면 진짜 던전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나타난다.
입구는 커다랬다.
천 명의 병력이 온전히 움직일 수 있을 정도.
곧이어.
“들어간다.”
자베스가 가장 먼저 발을 뗐다.
잠깐 겁먹은 듯 보였던 군주들이 자베스의 등을 보면서 걸었다.
‘총연맹장의 도전 군주……!’
‘자그마치 S급 군주와 함께다.’
‘할 수 있어.’
모두가 에켈로 총연맹장 자베스를 믿었다.
그녀는 그만큼 영향력 있는 여인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틈에서 움직이는 아서.
아서는 총 서른 명의 강철부대 병사, 그리고 피의 학살대 인원 열아홉 명을 차출했으며 거기에 이번 전투에는 버프의 신 아리스도 데리고 왔다.
사실상 현재 A급 군주 다섯 명이서 모인 오십 명에 버금가는 병력을 혼자서 데리고 온 게 그라고 할 수 있었다.
거기에 죽음의 그림 소환수나 창조의 그림까지.
‘이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던 거냐, 자베스.’
아서는 안으로 들어가는 자베스를 보았다.
이 던전 안에서 단 한 명도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S급 도전 군주인 자베스도 이 안에서 죽었다.
그다음 피닉스가 강림했다.
사실상 아서도 전생의 기억은 알아도 이곳의 정보는 모른다는 뜻이었다.
‘피닉스는 이곳 던전을 빠져나오기 전에 과연 완전한 힘을 부렸을까?’
그렇게 생각하면 말이 안 된다.
그럼 이 병력으로는 절대 사냥할 수 없다.
아서의 추측에 의하면 피닉스의 힘은 이 던전 안에서는 일부 봉인되었고, 던전을 클리어하지 못한 조건으로 완전한 힘이 풀린 채 이곳을 벗어난 거다.
던전으로 모든 병력이 들어온 순간.
쿠르르르르!
쿠우웅!
문이 저절로 움직여 닫혔다.
곧이어.
둥!
둥!
둥!
꺼져 있던 모든 불이 켜졌다.
정말이지 거대한 던전.
“살라만더……?”
“저건 불의 전사를 표현한 동상 같은데?”
거대한 던전 안에는 살라만더와 불의 전사와 같은 이들을 표현한 동상이 즐비했다.
즉, 이 던전이 ‘불속성’ 관련한 던전이라는 걸 암시한다.
그리고 이어.
아서는 2차 특성화된 군주 육성기로 진화되어 처음으로 ‘긴급 전투 모드’를 2만 캐시를 들여 가동시켰다.
[긴급 전투 모드가 활성화됩니다.]
세부 설명에 따르면 긴급 전투 모드는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한다.
군주에게 최적화된 방향으로.
아서는 첫 번째로 제시된 긴급 전투 모드의 제안을 확인할 수 있었다.
[힘을 숨겨라.]
‘……이게 무슨 개 같은 소리지?’
아서는 미간을 구길 수밖에 없었다.
첫 번째로 활성화된 긴급 전투 모드가 가르쳐 준 것은 너무나도 터무니없는 내용이었다.
힘을 숨겨라?
‘어째서?’
의문.
하지만 아서는 그 의문을 곧 뒤로 집어넣었다.
‘숨기는 건 어렵지 않아.’
일주일 전 발코르 군주와의 전투에서 알레오가 셋의 오우거 족을 가뿐히 쳐냈다.
그건 알레오 개인의 무력을 보였을 뿐.
모든 병력의 무력을 보인 건 아니다.
‘강철부대는 귀신부대로 바뀌기 이전에는 특별하게 뛰어난 병사들일 뿐. 노련함을 충분히 감출 수 있다. 피의 학살대도.’
사리려고 하면 얼마든지 사릴 수 있다는 거다.
분명히 긴급 전투 모드는 이곳에 있을 무언가를 예상했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힘을 숨기라고 한 거고.
곧이어.
키햐아아아!
키헤에에에!
첫 번째 몬스터들이 등장했다.
“과, 과연…… SS급 던전 공략 퀘스트……!”
“혼켈베로스 세 마리에 불의 전사 삼십 마리라…….”
모두가 경악했다.
혼켈베로스는 거대한 개의 형상에 온몸이 뜨거운 화염에 덮여 있었다.
자그마치 5성 급으로 분류되며 A급 병력들이 상대해야 할 정도.
그런 존재가 세 마리.
거기에 더해져 불의 전사 삼십 마리까지.
하나하나가 B급 병력의 힘을 발현하고 빠르면서도 강했다.
화르르르륵!
불의 전사.
그들이 발 빠르게 병력을 향해 움직인다.
“대열을 가다듬어라! 최대한 안쪽으로 끌어서 사냥한다!”
자베스조차 다소 놀랐다.
아무리 S급 군주라 할지라도 모든 병력을 앞에서 잡으며 나아갈 순 없었다.
MP의 한계, 그리고 체력의 한계까지.
자베스는 힘을 보존하고 최대한 A급 병력과 B급 병력이 힘을 합치는 게 나았다.
자베스는 가장 기초적인 힘부터 발했다.
그녀의 스태프가 빛을 머금었다.
용군주가 발했던 눈의 해일.
그 해일이 혼켈베로스들을 향해 뻗어나갔다.
촤아아아아!
크라아아아!
크르르르!
놈들의 몸의 열기가 한층 식었다.
혼켈베로스는 몸의 불이 모두 꺼지면 죽어버린다.
곧이어 가장 먼저 B급 병력들이 나섰다.
쿠쿠쿠쿠쿵!
스거어엉!
스거어엉!
꽤 수월한 전투.
이 자리에 있는 것은 군주 자베스가 엄선하여 추린 자들이었다.
먼저 B급 병력이 혼켈베로스와 불타는 전사들과 싸워서 힘을 빼놓았다.
그리고.
타타타탓!
타타타탓!
발 빠르게 각 군주들의 A급 병력들이 움직였다.
푸지익!
푸지익!
A급 병력들이 혼켈베로스의 몸에 병장기를 꽂아 마무리했다.
키레에에에!
혼켈베로스 한 마리의 몸의 불이 꺼졌다.
그와 함께.
탱그랑!
탱그랑!
후두두둑!
“허억!”
“컥!”
군주들과 자베스는 경악했다.
‘무슨 보상이……!’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골드와 아티팩트가 드롭되었다.
곧이어 다른 녀석들도 잡아냈다.
그러자 놈들도 무지막지한 것들을 드롭했다.
“확실히 SS급 던전…….”
“다르다. 이제까지 갔던 던전들과 달라!”
몬스터 수준도 높았지만 드롭되는 것들의 수준도 터무니없이 대단했다.
혼켈베로스에게서 하나의 유니크가, 불의 전사들에게서 두 개의 레어가 떨어졌다.
계속 이런 식으로 나와준다면 군주 숫자가 많긴 해도 모두가 넉넉히 챙겨 돌아갈 터.
“보스를 잡으면 얼마나 줄까.”
“유물 떨어지는 거 아니야?”
그렇게 군주들은 시끌벅적 떠들어댔다.
그리고 한편에선 A급 군주 두 명이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뭐야, 저 군주. 생각보다 별론데?”
“그러게. 난 또 저번에 발코르 군주를 이기길래 우리보다 훨씬 강할 줄 알았더니, 고만고만한데?”
그들의 시선 끝엔 아서가 있었다.
아서는 군주들이 흘끔거리는 걸 보았지만 개의치 않아 했다.
그는 그럴 이유가 있었고 다른 이들의 의문은 당연했다.
원래대로라면 앞서서 모두 발라 버렸을 거다.
‘아직은 할 만하군.’
아서가 고개를 끄덕였고 자베스도 같은 생각인 듯 말했다.
“빠르게 안으로 들어간다.”
“예!”
모두가 다시 SS급 던전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 * *
오우거 운영자 발렌.
그는 SS급 던전 끝에 서서 쇠사슬에 묶여 있는 거대한 피닉스를 바라봤다.
키헤에에에에!
놈의 울부짖음.
발렌은 홀로그램을 통해 안쪽을 향해 들어오는 군주들을 볼 수 있었다.
‘중간 부분. 그 부분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피닉스는 아주 특별한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때부터가 진짜 이 던전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발렌은 홀로그램을 보면서 미간을 구겼다.
‘저놈은 왜 가는 곳마다……!’
그 꼬마 소년이다.
저놈이 나타나는 곳에는 원하는 판이 벌어진 경우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아니리.
그럼에도 계속 불길하다.
‘이 불길함은…….’
그는 작은 한숨을 뱉어냈다.
* * *
키에에에에!
쿠우우우웅!
화염 골렘.
혼켈베로스보다도 한 급이 더 높은 몬스터.
자그마치 6m 크기에 육박하는 화염 골렘 세 기가 강력한 화염을 뿜어내며 팔을 휘둘렀다.
수화아아아!
그럴 때마다 거센 화염이 병력을 향해 뻗어왔다.
수우우웅!
자베스의 스태프가 휘둘러지며 그 화염을 집어삼켰다.
‘확실히 들어갈수록 강해져.’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갈수록 강해지고 있었다.
또한 주위의 몬스터들까지 처리하려니 MP를 아끼려고 해도 되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현재 병력 손실은 B급 병력 약 70 정도가 다라는 거였다.
쿠우우웅!
A급 군주 발로가 뛰어올랐다.
그의 강력한 주먹이 화염 골렘을 후려쳤다.
콰아아아앙!
땅에 처박힌 화염 골렘의 몸에서 불이 꺼졌다.
발로 군주는 자신의 손이 지독한 화상을 입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서둘러 치료 물품을 발라 치료했다.
어느새 겨우겨우 마지막 화염 골렘이 쓰러졌다.
“후.”
자베스의 입에서 안도의 한숨이 새어 나왔다.
“잠시 이곳에서 쉰다.”
“휴우!”
“하아, 좀 쉬자.”
군주와 병력들이 하나둘 자리에 주저앉았다.
벌써 여섯 시간.
끊임없이 사냥하며 진격했다.
모든 군주가 녹초가 되어 있었다.
아서도 자리에 주저앉아 휴식을 취했다.
“맛있나?”
“네, 맛있어요. 군주님.”
아서는 옆에 앉아 먹을 것을 우물거리는 아리스를 보았다.
그녀는 이런 상황에서도 열심히 먹어댔다.
‘그녀의 활약도 꽤 기대되는데.’
현재는 긴급 전투 모드에 의해 그녀도 힘을 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곧 진짜 버프의 신의 모습을 보일 것이다.
그때였다.
발로 군주가 아서의 앞에 다가왔다.
“예상했던 것보다는 별로군.”
그는 아서 뒤쪽의 병력을 보며 피식 웃었다.
“큰 활약을 할 줄 알았더니 말이야. 또 어떤 미친년은 계속 뭔가를 여유롭게 처먹어대고 있고.”
발로 군주는 앞에서 누구보다 강한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었다.
자베스가 ‘호오’ 하는 소리를 낼 정도로.
그런 그였기에 자존감이 치솟았다.
또 1주일 전에 보았던 아서가 생각보다 활약하지 못하자 실망감도 컸다.
“꺼져라.”
아서의 짧은 말.
그 말에 발로 군주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때.
던전이 크게 진동했다.
쿠우우우우!
지진처럼 땅이 흔들리자 모두가 중심을 잡고 주변을 다급하게 둘러봤다.
곧이어.
[던전 보스의 특성이 발현됩니다.]
“특…… 성?”
“뭐, 뭐야.”
“특성이라니?”
모두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이어.
자베스.
그녀가 갑자기 머리를 감싸지고 주저앉았다.
“하악하악.”
무언가 빨려 들어온다.
그녀의 정신을 조종하기 위해.
“꺄아아아악!”
단말마의 비명.
그와 함께 발로 군주도 갑자기 눈이 흰자만 보이더니 몸을 부들부들 떨어대며 아서의 앞에 주저앉았다.
아서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기 시작했다.
그의 시선이 빠르게 주변을 훑었다.
‘서, 설마……!’
힘을 숨기라는 말.
그리고 피닉스의 특성.
‘만약 놈의 특성이 던전 입장 후 높은 기여도를 달성한 자들을 부리는 거라면……!’
큰일이다.
이어 아서의 예상은 현실이 되었다.
가장 앞서 싸웠던 세 명의 A급 군주와 그 병력들이 쓰러져 부들부들 몸을 떨기 시작했다.
모두가 기여도를 추정하자면 가장 많이 획득했을 자들.
더 절망적인 것은.
‘그들의 병력들까지 눈이 뒤집혔다. 놈의 특성이 이런 것이었다니…….’
과거의 전멸이 해명된다.
당연히 자베스 그를 비롯한 가장 높은 기여도를 얻었을 A급 군주들이 변했을 터.
그다음 어떻게 되었겠는가?
자베스와 A급 군주들의 병력이 모두를 쓸어버렸을 거다.
‘정말 엄청난 특성…….’
갖고 싶다.
하지만 무섭기도 한 능력이었다.
곧이어.
“꺄아아아악!”
자베스가 또 한 번 비명을 질렀다.
이어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녀 역시 눈에서 검은자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소름 끼치게 작은 웃음을 지은 그녀가 중얼거렸다.
“얼음 폭발.”
병력이 밀집되어 앉아 있던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