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주회귀록-125화 (125/210)

# 125

군주회귀록 125화

[3:3유닛 PVP가 시작됩니다. 유닛을 지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서는 뒤쪽 병사들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발코르가 말했다.

“어디 보자, 내 특별히 가장 약한 놈들로 해주지.”

그렇게 말하며 명백히 아서를 조소하는 목소리를 냈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참전하고 싶은 병사 있나?”

그 물음에 알레오를 비롯해 피의 학살대 두 명이 자원했다.

“둘. 앉아.”

“예?”

아서의 말에 알레오를 제외한 병사 둘이 고개를 갸웃했다.

아서는 말을 번복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그들이 자리에 앉았다.

곧 알레오가 나섰다.

‘처음으로 군주님께 힘이 될 수 있겠어.’

그때 발코르가 말했다.

“나는 이 셋을 지정했다.”

발코르가 뽑은 오우거는 자신이 보유한 유닛 중 가장 강력한 유닛이었다.

말은 가장 약하다 했지만 그가 그렇게 바보는 아니었다.

오우거 광전사.

오우거 광기사.

오우거 파괴자.

모두가 하나같이 A급 병력.

그들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가는 알레오.

‘허어, 저 군주. 발코르 군주의 꾐에 넘어가다니.’

‘저자가 지면 당장 여기에서 꺼지라고 해야겠군.’

다른 이들의 생각을 아는 것처럼 발코르가 입을 열었다.

“자격이 없는 자는 이번 던전 공략에 참가하면 안 되지 않겠어?”

그에 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다.”

그리고 알레오는 그게 아서 군주님을 겉으로 보고 무시한 것을 알았다.

때문에 몸속에서 충신으로서의 다짐이 끓어올랐다.

‘가장 임팩트 있게!’

곧이어.

[3:3유닛 PVP가 시작됩니다.]

[하나의 유닛씩 출전해 주시기 바랍니다.]

두 사람에게 동시에 알림이 들렸다.

오우거 광기사.

검을 들고 풀 플레이트 아머로 무장한 그가 맹렬한 기세로 알레오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쿵쿵쿵쿵쿵!

곧이어.

둘의 병장기가 부딪쳤다.

태에엥 태엥!

알레오는 검을 막아내며 부드럽게 흘렸다.

갑옷의 빈 부분을 노리고 알레오의 검이 부드럽게 박혀 들어갔다.

푸지익!

“크라아아!”

오우거의 괴성이 터졌다.

모두의 예상을 벗어나는 일.

강력한 힘을 부드러움으로 흘린 알레오는 과연 예사로운 자가 아니었다.

곧이어 알레오가 번쩍 뛰어올랐다.

그리고 힘껏.

수우우웅!

푸지이이익!

오우거 기사의 머리가 단번에 바닥에 떨어졌다.

쿠우웅!

목에서 초록 피가 뿜어졌다.

그리고 알레오가 초록 피를 가볍게 털어내며 검을 어깨에 걸치고 말했다.

“다음.”

그리곤 코를 찡그렸다.

‘음…….’

아서는 코를 찡그리는 알레오가 자신을 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확신했다.

‘나 잘했어요?’

라는 표정이다.

아서는 피식 웃었다.

“무, 무슨…….”

순간 발코르 군주는 너무 놀라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다.

곧이어 추가로 오우거 전사가 출정.

그리고 역시나.

푸지이익!

알레오가 가뿐히 등 뒤에서 검을 뽑아 쓰러트렸다.

그리고 마지막.

알레오는 노련히 움직여 오우거의 아킬레스건 두 개를 양단했다.

그다음 쓰러진 오우거의 머리를 위에서 아래로 내려쳤다.

푸슈유육!

그리고.

아서는 요새 책에서 나왔던 주인공들이 주로 뱉어내던 말을 떠올렸다.

“이런 걸 개이득이라고 하던데.”

[발코르 군주와의 유닛 PVP에서 승리하셨습니다.]

[배팅된 30만 골드를 얻었습니다.]

순간 자신의 소중한 셋의 병력을 잃었다는 것에 발코르는 놀라는 한편으로 분노를 느꼈다.

“뭐야, 발코르 군주 별거 아니었나 본데?”

“몸뚱이만 큰 오우거인가?”

“그럴 리가. 그것보다 발코르 군주가 ‘자격’ 운운해 놓고 졌으면…….”

모든 군주가 일제히 발코르 군주를 보았다.

처음에는 그들도 발코르 군주에게 현혹되었으나 딱 상황만 보면 오히려 아서 편을 들어줘야 할 판 아니겠는가.

‘아니, 저 유닛 한 명만 특별한 게 분명하다. 저 유닛만 아니면……!’

저놈은 보잘것없겠지!

유닛도 중요하지만 군주도 중요하다.

생각을 마친 발코르는 아서를 딱 반쯤만 죽이자고 생각하고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흐음.’

아서는 이놈을 어떻게 족칠까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곧이어.

콰아아앙!

파지지직!

발코르 군주의 주먹이 허공에 막혔다.

아서의 앞으로 거대한 얼음 벽이 나타나 그를 보호하고 있었다.

“……야.”

싸늘한.

자비라고는 일말도 없는 목소리.

얼음마녀 자베스.

그 차가운 목소리에 발코르는 흠칫 고개를 돌렸다.

자베스의 눈빛은 아무런 감정이 담겨져 있지 않은 것처럼 고요했다.

그 때문에 발코르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감정 없는 눈으로 자베스가 말했다.

“죽어볼래?”

“……죄, 죄송합니다!”

미친개 발코르라고 할지라도 앞에 있는 자는 얼음마녀 자베스다.

이런 일화도 있다.

얼음마녀 자베스는 영지의 어린 소녀가 울자 얼려서 울지 못하게 했다고.

그 정도로 피도 눈물도 없다는 말이었다.

그 하나쯤 죽이는 것?

총연맹장 자베스에겐 일도 아니다.

“꺼져.”

“예?”

“귓구멍에 X 박았나? 넌 던전 공략에서 제외다. 네 말마따나 자격 없는 놈을 우리 공략대에 끼워줄 순 없지.”

“……!”

발코르의 순간의 감정.

하지만 자베스가 무를 여인은 아니었다.

미친개 발코르는 처량하게 돌아가려 했다.

그 순간.

콰지이이익!

“커허어억!”

아서의 주먹에 맞아 발코르가 바닥을 굴렀다.

아서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거렸다.

“아, 빚지고는 못 살아서.”

분명히 그는 아서를 공격하려 했다.

죽인다면 시끄러워질 테니 그렇게까진 하지 않겠으나 그냥 돌려보내긴 찝찝한 게 분명하니까.

발코르는 아서의 주먹에 맞고 뒹굴다가 그가 자신의 상대가 아님을 그제야 알았다.

그리고 발 빠르게 도망치듯 그곳을 벗어났다.

자베스가 이들을 소집한 이유는 공략을 위한 담합.

기본적인 인사.

그리고.

‘오늘 같은 경우 공략을 미루겠다고 공표했지.’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욘 없을 것이다.

아서는 자베스에게 다가갔다.

모든 군주가 일제히 아서와 자베스만을 바라봤다.

‘저 군주가 뭘 하려고 저러지?’

곧 아서는 자베스와 몇 마디 말을 나눴다.

그녀의 얼굴에 잠깐 놀람의 빛이 스쳤다.

그리고 곧 자베스가 말했다.

“잠시 모두 대기.”

그 말을 끝으로 아서와 함께 몸을 돌렸다.

* * *

“SS급 던전 초입 부분, 해결 못 했지? 내가 아는 방법 한번 써보겠어?”

아서에게 자베스가 들은 말이었다.

그녀는 그 말을 듣고 놀랐다.

아직 공표하지 않았는데 그 사실을 어떻게 안단 말인가.

‘확실히 뭔가 달라.’

이 군주는 남들과 다르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곧이어 그녀는 회의실 안으로 들어오는 던전 탐험가들을 볼 수 있었다.

던전 탐험가들은 상당히 불쾌한 기분이었다.

그들은 미리 자베스가 보낸 수하를 통해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한 군주가 우리 대신 초입 부분의 공략법에 대해서 설명한다고?’

‘허……! 던전 공략의 최고들만 모인 우리 앞에서 감히?!’

누가 봐도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는 격 아니겠는가.

때문에 이런 생각도 들 정도다.

‘자베스 군주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닌가?’

아서는 자베스에게 건네받았던 초입 부분을 공략하기 위해 이제까지 세워졌던 많은 전술 전략에 대해 적혀 있는 양피지를 훑어봤다.

대부분 아티팩트, 특별한 물품, 병력 방어구 등에 치중했다.

아서는 짧게 말했다.

“쓰레기군.”

“……!”

그 말에 세 던전 탐험가의 눈이 번뜩 떠졌다.

그중 이들의 리더격인 이안 군주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째서 쓰레기라고 하는 겁니까? 다짜고짜 그러면 저희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이 모든 전술 전략에 의해 뚫지 못했다는 것, 엄한 병력이 죽어나갔다는 것.”

아서는 양피지 뭉치를 두들기며 말했다.

애초에 그들의 ‘고집’도 있었다.

할 수 없었으면 하질 말았어야지.

“그럼 쓰레기가 아니고 뭐라고 부르지.”

“크흠, 그럼 그쪽 분께서 한번 말씀해 보시든가요.”

아서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자베스 역시 이안 군주의 말에는 동감한다.

‘쓰레기라고 말한 만큼, 확실한 공략법이 있어야 할 거다.’

그렇지 않다면 아서가 그럴 말을 할 입장은 못 된다는 거다.

“자베스 군주.”

“응?”

“…….”

태연하게 그녀를 부르는 그를 보며 던전 탐험가 셋은 또 경악했다.

‘미쳤다…….’

‘얼음마녀 자베스에게 반말을…….’

‘태연하게 받아들이는 게 더 이상할 정도야.’

얼음마녀 자베스는 누구도 가까이 하지 않는다 소문나 있다.

하지만 자베스도 당연하게 답했다는 거다.

“뇌전의 건틀릿, 실프의 날개, 요르문간드의 피 음료…….”

아서의 말을 자베스는 귀담아 들었다.

그중에는 병사들이 착용한 유니크 방어구 세트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 정도. 준비할 수 있겠지?”

“그 정도라면 2시간 안으로도 가져올 수 있지.”

“그거만 있으면 뚫을 수 있다.”

타악!

그 말을 들은 이안 군주가 테이블을 내려치며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까. 들어보니까 전부 이번 던전과는 어울리지 않는 물건인데!”

“확실해?”

아서의 그 말에 이안 군주는 끄덕였다.

이안 군주와 던전 탐험가들이 생각하는 던전 공략을 위한 효율적인 방법은 그 던전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다.

하지만 앞뒤를 따져보았을 때, 아서가 말한 것들은 전부 무용지물이라는 거다.

더군다나, 그들은 세 명이 머리를 쥐어짜고도 여덟 번을 실패했다.

그런데 그것을 한 번에 하겠다고?

“그럼 이렇게 하지.”

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보아하니 에켈로 총연맹에서는 저 세 사람이 초입 부분을 뚫으면 보상을 약속했을 거야.”

자베스가 끄덕였다.

“방금 말한 것들이 준비되면 내가 직접 가서 내 병력 70명으로 초입 부분 뚫는 것을 증명한다. 그렇게 되면 저자들에게 주기로 했던 보상.”

아서가 빙긋 웃었다.

“나한테 주고 쟤들 잘라 버려.”

* * *

자베스와 아서가 함께 움직였다.

아서는 자베스의 힘의 일부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녀도 분명히 던전 공략대의 한 명이었으니까.

아서가 말했던 초입 부분을 뚫어내는 데는 전적으로 그녀의 힘이 필요한 곳이 있었다.

“이안 군주님, 저 군주 놈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어떻게 되긴. 꽁무니가 빠지게 도망쳐 나오겠지. 아니면 모든 병력이 전멸하거나.”

자베스가 저 초입부에서 죽을 일은 없을 터.

초입을 공략하는 데 애를 먹는 건, 힘을 최대한 소진하지 않고 본 게임을 시작하려는 데 주력하는 부분이 있어서다.

곧이어 아서가 피의 학살대, 강철부대를 이끌고 자베스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그 뒤를 따라 이안과 다른 두 명의 던전 탐험가가 함께했다.

그리고 이어.

콰르르르르!

후우우웅!

던전 초입에 걸려 있는 고난도의 트릭들이 발동되었다.

그 순간.

아서는 준비해 왔던 것들을 사용했다.

먼저 뇌전의 건틀릿.

주변에서 솟아오르려던 수천 개의 창, 화살들.

뇌전의 건틀릿이 스파크를 튀기는 순간.

수우우우!

드르르르!

창과 화살들이 발동되지 않았다.

스파크가 창과 화살들을 가동시키는 트릭을 마비시킨 거다.

“어……?”

“컥……?!”

던전 탐험가들이 놀란 탄성을 흘렸다.

이어.

병력들 수백을 집어삼킬 법한 거대한 화염이 쏘아져 나왔다.

쿠화아아아아아!

“자베스, 얼음으로 된 비를 소환할 수 있겠지?”

그 말에 자베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손이 움직이는 순간.

추와아아아아!

거대한 얼음비가 허공을 잠식했다.

실프의 날개가 사용되었다.

실프의 날개는 거대한 소용돌이를 만든다.

소용돌이는 엄청난 속도로 얼음비를 빨아들였다.

곧이어.

화르르르륵!

쿠우우웅!

앞에서 쏘아져 나오던 거대한 화염이 순식간에 상쇄되었다.

그렇게 아서는 계속해서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갈수록.

“이럴 수가…….”

“헉…….”

던전 탐험가들의 얼굴이 사색이 되어갔다.

* * *

던전 공략을 위해 모였던 자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토했다.

벌써 세 시간 동안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자베스 군주의 ‘잠시 대기’라는 말은 생각보다 파장이 컸다.

투덜거리긴 해도 이렇다 할 항의를 하는 자는 없었다.

그때에 드디어 자베스 군주가 나타났다.

그녀가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일주일 후에 보지.”

그 말을 끝내고 몸을 돌렸다.

군주들은 다소 황당하단 표정으로 어버버거렸다.

한편으로는 이런 뜻이기도 했다.

‘정말 그 소년이 단 15분 만에 여덟 차례 실패한 초입 부분을 뚫어냈어.’

피식.

자베스가 자신도 모르게 웃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