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4
군주회귀록 124화
42장 대규모 던전
퍼펙트 유닛.
이는 유닛 간의 합성, 혹은 유닛과 강화 물품에 관련한 것을 합성했을 시 가장 이상적인 것이 되었을 때 나타나는 알림이다.
그리고 이 퍼펙트 유닛이 되면 보통 유닛+물품 합성에 관련한 기존의 결과물보다 더 뛰어나진다.
아서는 망설이지 않고 아이언 골렘의 정보를 열람하였다.
(아이언 골렘)
현재 낼 수 있는 힘: 100%
소환수
HP: 6,600 MP: 1,100
총합 공격력: 513
총합 방어력: 672
등급: A
잠재력: 93
특수 능력:
•광란 어그로
•주변 흡수
아이언 골렘은 기존에 B급 유닛이었다.
하지만 융합으로 인해 현재 A급 유닛으로 나아졌다.
거기에 추가적으로.
‘광란 어그로뿐만이 아니라 주변 흡수라는 스킬도 생겨났군.’
광란 어그로는 말 그대로 주변의 모든 시선을 아이언 골렘에게 집중시키는 거다.
그리고 주변 흡수라는 스킬은 말 그대로다.
주변에 있는 것들을 흡수하여 약 30분 동안 일시적으로 변화한다.
‘이는 A급의 한계를 주변의 어떤 것을 흡수했느냐에 따라 넘어설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지.’
아서는 흡족하게 아이언 골렘을 바라봤다.
녀석도 한층 더 강해진 자신이 기쁜 것인지 머리를 북북 긁었다.
아서는 성 외벽에서 평화로운 발카스 영지를 내려다봤다.
‘이제 곧 피닉스 사냥을 할 때가 되가는군.’
피닉스 사냥 후에는 곧바로 드워프 군주 칸트를 만나러 가야 할 것이다.
* * *
시간이 흘렀다.
예정되었던 SS급 퀘스트 던전 공략대가 이제 일주일 후면 던전 공략 시작 예정이다.
말 그대로 예정일 뿐.
자베스의 입이 비틀어졌다.
그와 동시에.
차가운 냉기가 회의실 안에 감돌았다.
쩌저적.
테이블이 순식간에 얼어붙자 앉아 있는 던전 탐험가들은 마른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눈빛이…….’
오금이 저릴 정도.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던전 탐험가 나으리들?”
양다리를 꼬고 앉은 자베스.
그녀가 연초를 입에 물고 뻐끔거리며 테이블에 앉아 있는 던전 탐험가들과 하나하나 눈을 맞췄다.
던전 탐험에 특화되어 있는 군주들.
실제로 어떠한 군주는 대륙에서 던전 탐험가라는 이름으로 손에 꼽힐 만큼 유명하기도 했다.
“그, 그게…….”
“면목이 없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분명히 저희의 공략은 완벽…….”
“완벽? 뒈지고 싶은 건가?”
“…….”
자베스의 말에 던전 탐험가들이 일제히 입을 꾹 다물었다.
이들은 모두 군주게임에서 던전 탐험가라는 능력 하나만으로는 S급으로 떠받들어지는 이들이었다.
던전 탐색 능력, 던전 몬스터 추정 능력, 던전 속성 방어력 능력 등 다양한 능력을 가졌다.
그랬기에 자베스는 꽤 큰돈을 들여 그들을 고용했다.
목표는 하나였다.
‘SS급 퀘스트를 하기 전 정예 참가자들이 최소한의 손실로 알짜배기 던전에 입장해야 한다.’
독특하게도 SS급 던전은 그 입구와 안쪽으로 500m 지점까지는 나갔다 들어왔다 하는 것이 자유로웠다.
그 때문에 정예 병력이 입장할 때 최소한의 피해만 받고 입장해야 했다.
실제로 진짜배기 안으로 들어가면 어떤 놈들이 있을지 모른다.
자그마치 SS급 던전 공략 퀘스트이지 않은가.
문제는 입구 쪽을 뚫는 데도 상당히 힘들다는 점이다.
다른 이들이 뚫고 정예 병력이 들어간다?
설정상 불가능하다.
자베스의 퀘스트는 에켈로 총연맹의 군주들과 진행할 수 없다와 같은 제한 때문에 군주들을 두루 받는 것도 있지만, 그 외에 많은 제약이 있었다.
거기에 입구를 다른 이들이 뚫고 정예 병력이 들어가는 건, 인원 제한으로 인해 불가능했다.
대신에 편법이 있다.
일단 다른 병력이 한번 뚫어보고 정예 병력에게 도입하는 거다.
하지만 결과는?
“위대하신 탐험가 여러분, 덕분에 입구에서 실패한 횟수가 벌써 여덟 번입니다. 그뿐입니까? 어제는 그 완벽하다는 방법을 써먹었다가 에켈로 총연맹의 소중한 병력이 전멸했다는 겁니다.”
“…….”
“죄, 죄송합니다.”
그리고 던전 탐험가들은 도통 믿기 힘들었다.
이런 식으로 입구마저 뚫기 힘든 던전은 난생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자베스는 지끈거리는 이마에 손을 짚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예정 일을 미뤄야 할지도 모르는데…….’
아마 그렇게 될 확률이 매우 높아 보였다.
그때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자베스 군주님, 던전 공략대 군주들 모두 집결했습니다.
그 말에 자베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일으켰다.
“나중에 다시 이야기해.”
자베스로서는 그들에게 좋은 목소리가 나올 턱이 없었다.
그들은 부리나케 도망치듯 그곳을 벗어났다.
‘그 소년도 왔겠군.’
자베스는 문득 한 명의 군주가 생각났다.
얼마 전 총연맹 네 사람에게 발 닦고 자라고 한 그놈.
그리고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기도 하다.
* * *
웅성웅성.
홀에 모여 있는 자들 중엔 자그마치 A급 군주가 다섯 명이었다.
거기에 추가로 B급 군주가 자그마치 스무 명 정도.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은 아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모두가 제각각 다른 총연맹, 혹은 연맹 소속이니까.
그들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그 틈에는 아서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를 사납게 노려보는 사내가 있었다.
‘저 빌어먹을 새끼가 분명해.’
미친개 발코르.
그는 이 자리에 있는 A급 군주 중 가장 유명하면서도 강했다.
그는 지금 굉장히 심기가 불편한 상황이었다.
그 이유는 하나다.
‘저놈 때문에 아르스가 참가를 못 하게 되었어.’
A급 군주 미친개 발코르에게는 아주 끈끈하게 지낸 동료가 한 명 있었다.
둘은 오랜 시간 합을 맞춰왔다.
아쉽게도 B급으로 한 단계 급이 떨어지나 발코르는 자신의 이름값을 이용해 아르스도 이 던전 공략대에 참가시켰었다.
이 던전 공략은 성공하기만 해도 에켈로 총연맹에서 막대한 보상을 약속했다.
또한 그 안에서 나오는 것들만 해도 엄청난 값어치를 지녔을 터.
‘뜬소문에는 이 안에서 유물 아티팩트, 어쩌면 그 이상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말이 허다하지.’
그 때문에 많은 이가 이 던전 공략에 참여하기 위해 발악을 했다.
발코르는 아스르를 위해 친히 자리도 만들어줬고.
한데 갑자기 확정되었던 통보가 변경되어 날아왔다.
발코르는 수용하나 아스르는 불가.
그리고 소문은 빠르게 돌았다.
‘한 군주가 자베스의 입김으로 박힌 돌 빼내고 참가하게 되었다.’
그런 말을 들으니 발코르는 당연히 기분이 안 좋을 수밖에.
또한 현재 이 자리에서 얼굴을 둘러보면 다 기존에 아는 얼굴들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얼굴.
가면을 쓴 정체 모를 군주.
저자가 분명히 굴러 들어온 돌이다.
그의 뒤에는 오십 명의 병력이 나열되어 있다.
발코르는 피식 웃었다.
‘인간들 따위로. 어지간히 입김이 강했나 보군.’
발코르가 부리는 족은 자그마치 오우거족.
지금도 나열하고 있는 오우거 병력을 보며 모든 군주가 감탄하고 있었다.
‘도저히 기분이 나빠서 안 되겠군. 증명도 안 된 군주가 감…… 음? 호오, 증명이라.’
발코르는 피식 웃었다.
증명.
좋은 말이지 않은가.
이 SS급 던전 공략은 모두의 목숨이 달려 있다.
최초이니만큼 얻을 것도 크겠지만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른다.
그곳에 허수로 들어온 자는 있으면 안 될 것이다.
그러니 자신이 그가 단순히 입김으로 참가한 자라는 걸 증명한다.
그럼 다른 군주들도 ‘저런 자가 왜 이번 던전 공략에 있나?’ 하면서 자신 편을 들어줄 터.
그럼 에켈로 총연맹장의 얼음마녀 자베스도 아무리 독고다이라지만 ‘닥쳐, 내가 데리고 가고 싶어’라고 할 순 없지 않겠는가?
그가 입을 비틀며 천천히 그 군주를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 군주는 책 읽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봐.”
발코르가 그를 불렀다.
* * *
세계인이 좋아하는 1,001가지 요리 비법.
아서는 그걸 읽고 있었다.
루시아에게 받아 온 지구라는 곳에서 온 요리책이다.
요리책 외에도 가지고 있는 책이 참 많았다.
무협지나 판타지 소설이라는 것도 있었고 전술 전략에 관련한 책들도 있었다.
아서는 요즈음 그런 것을 틈틈이 읽고 있었다.
재미도 재미 나름이지만 아서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도 꽤 많았기 때문이다.
“이봐.”
누군가 다가오는 건 알았지만 아서는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그 부름에 아서의 뒤에 있던 병사들이 심상치 않은 기류를 예상하고 경계 어린 표정을 지었다.
아서는 책을 덮고 그를 올려다봤다.
오우거처럼 덩치가 산만 한 자였다.
거기에 험상궂게 생긴 얼굴까지.
“이 자리에 있는 이들 중 자격 미달인 사람이 있는 것 같은데, 그게 바로 너인 것 같아서 말이야.”
발코르는 단도직입적이었다.
‘이런 사람 한 명쯤은 있게 마련이지.’
아서는 피식했다.
없다면 더 이상하리라.
“아마도 총연맹장님과 연이 있는 것 같은데.”
아서는 답하지 않았다.
그건 사실이긴 하다.
자신이 던전 공략에 포함시켜 달라고 하였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따진다면 발코르도 자신의 힘을 이용해 동료를 끼워 넣기 하려 했으니 더하면 더한 자라는 거다.
“여러분, 이번 던전 공략은 매우 위험합니다. 최초의 SS급 던전 공략 퀘스트! 그런데 이런 자가 여기에서 저희와 함께하게 된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먼저 발코르 군주는 주변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확실히…….”
“저 군주는 누구야?”
“혹시 이름이 뭐요?”
발코르의 말은 설득력 있었다.
여기 있는 모두는 앞으로 서로의 등을 맡기게 될 것이다.
그런데 허수로 들어온 자라?
당연히 탐탁지 않을 수밖에.
하지만 아서는 작은 웃음을 지우지 않고 말했다.
“본론만.”
“이놈 보이나?”
발코르는 오우거 병사를 내세웠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아서에게 병사 정보표를 건넸다.
아서는 그걸 읽어봤다.
‘B급 병력이군. 오우거고 이 중에서 중간 정도의 무력을 가졌어.’
“네 병력 중 하나라도 이 오우거를 이길 자가 있는가?”
“그럴 것 같은데.”
아서의 말에 발코르는 피식 웃었다.
주변 눈을 의식해 거짓말하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하는 거다.
“나와 이 자리에서 유닛 PVP를 해보는 게 어떤가. 30만 골드를 걸고.”
“와…….”
“3, 30만 골드……!”
“역시 미친개 발코르……!”
그가 미친개라 불리는 이유는 한번 물면 어떠한 짓을 해서든 무너뜨린다는 이유도 있지만, 정말 머저리 같은 짓도 많이 한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강한 오우거를 부린다는 것.
아서는 고개를 느리게 끄덕였다.
“30만 골드라. 나쁘지 않군.”
아서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 발코르도 웃었다.
자신의 도발에 넘어왔구나.
유닛 PVP는 여러 진행 방식이 있다.
그리고 가장 보편적인 건 바로 이거다.
3:3으로 승부한다.
즉, 병사가 세 명씩 출전한다.
A와 B의 병사가 싸워 A가 이기면 이긴 병사는 잔존하고 B는 새로운 병사가 출전하는 식으로 반복되며, 모든 병력을 잃은 자가 패배한다.
어찌 보면 간소화된 전쟁 모드다.
곧이어 아서에게 알림이 울렸다.
[발코르 군주가 3:3유닛 PVP를 제안합니다.]
[배팅금은 30만 골드입니다.]
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승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