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2
군주회귀록 122화
쿵!
쿵!
“하르만, 군주님을 뵙습니다!”
“오르세드, 군주님을 뵙습니다!”
경매장의 무대.
그 위에 선 피의 학살대의 이들은 모두 아서를 알아보았다.
그들 모두가 일제히 무릎을 꿇고 경례를 취했다.
아서는 부드럽게 웃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마족 군주 바알.
그가 쥐고 있던 샴페인 잔이 힘에 의해 깨졌다.
와장창!
‘인간에 의해 경매장이 휘둘리고 있다.’
웅성웅성.
아서의 1,000만 골드의 영향이 커도 너무나도 컸다.
거기에 무릎을 꿇고 울며 충성을 다하는 병사들이라니.
‘더 이상 이래선 안 된다.’
VIP석에 앉은 이들은 하나같이 같은 생각을 했다.
이대로는 위험하다고.
‘뭘 벌써부터 쫄려, 이제 시작인데.’
그리고 아서의 본 게임은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다.
* * *
낙찰의 왕 히든피스.
아서는 경매로 피의 학살대를 구매한 후에 그것에 관련한 보상 알림을 들을 수 있었다.
낙찰의 왕 히든피스는 간단하다.
‘허위 매물을 섞을 수 있는 유일한 권한을 일임 받는다.’
아서는 아수라와 바알이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이번 루톤의 경매장에선 지옥마들이 모습을 드러낼 거야. 추정 경매 낙찰가는 600만 골드. 모을 수 있겠나?’
이는 부정행위가 아니었다.
마족 군주 바알은 경매장의 규칙을 뚫을 수 있는 특별한 물품을 얻어낸 적이 있었다.
그 물품을 가진 자는 루톤의 경매장을 총괄하는 자로부터 3일 전에 미리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매물의 가격, 등장 순서, 그와 더불어 그 매물의 정보까지도.
‘600만 골드라. 결코 작은 금액은 아니군.’
대군주라 할지라도 그 정도 골드가 넉넉히 있는 건 아니었다.
그 정도라면 어지간한 A급 군주의 영지 여러 개와 맞먹는 값어치를 지녔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지옥마의 정보를 보니 무리해서라도 얻을 만해 보이는군. 혹시 모르니 더 넉넉히 챙겨 가도록 해야겠어.’
대화 회상을 끝낸 아서는 입술을 비틀었다.
‘지옥마라…… 이때였구나.’
마족 군주 바알을 대표하는 건 무수히 많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손가락에 꼽힐 것 중 하나가 지옥마였다.
지옥마.
입에서 화염을 뿜어내는 거친 말.
그들 하나하나가 A급 유닛이며 또한 S급까지도 성장이 가능한 유닛이었다.
거기에 그들의 속도는 어지간한 명마는 감히 쫓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알려져 있었다.
숫자는 총 다섯 마리.
마족 군주 바알이 지옥마가 이끄는 마차에 올라 전장을 누비던 모습에 많은 이가 감탄하기도 했다.
또한 아서는 실제로 지옥마와 싸워보기도 했으며 그들의 특수 능력도 알았다.
‘나는 그들을 잡기 위해서 판을 만든다.’
아서가 씨익 웃었다.
그리고 경매 진행자가 말했다.
“지금부터 약 30분 동안 휴식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 * *
경매 재개.
“이번에 모습을 드러낼 존재는 이번 경매의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이라이트라.”
“과연 이번 경매의 하이라이트는 뭘까?”
모두가 웅성거렸다.
그와 함께 엘프 경매 진행자의 손에 채찍이 생겨났다.
그가 거칠게 채찍을 휘두르는 순간.
화르르륵!
거대한 화염이 솟아오르며 그곳에 검은색 갈기를 가진 지옥마 다섯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일반 말보다 1.2배 정도 큰 크기에 머리의 중앙에는 붉은 뿔이 하나씩 휘어져 달려 있었다.
히히히히힝!
푸드드득!
지옥마의 웅장함.
또한 등장과 함께 주변에 치솟아 오르는 화염이 그들의 몸에서도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 열기.
그리고 경매장에 참가한 모두에게로부터 지옥마에 관련한 정보가 홀로그램으로 오픈되어 떠올랐다.
“커허억!”
“이, 이건……!”
“우와아아!”
“이번 경매를 관전하게 되어서 다행이야!”
누군가는 그러한 말을 할 정도였다.
그만큼 지옥마는 압도적인 위엄을 뽐내었고 특수 능력 또한 어지간한 유닛으론 견줄 수 없을 정도였다.
그들의 등급은 시크릿 유닛.
하지만 실제로 아서가 생각하기로는 ‘로열’과 견줄 만하다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곧 경매가 시작되었다.
VIP석은 침묵이었다.
그동안 경매가 진행되면서 아서는 여러 번 낙찰에 실패했다.
정확히는 실패한 척했다.
돈이 떨어진 척을 한 거다.
그에 따라 바알은 이러한 생각을 했다.
‘1,000만 골드를 지른 게 결정적 실수였던 거다.’
만약 놈이 골드를 그런 허접한 병력을 구매하는 데 쓰지 않았다면 지옥마를 구매할 때 자신을 위협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지옥마는 특별한 만큼이나 400만 골드부터 경매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와 함께 뒤쪽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401만 골드!”
바람잡이.
그들은 특수한 NPC들이었기에 그만한 골드를 가지고 있지 않아도 금액을 부를 수 있었다.
아수라가 말했던 낙찰 예상가가 바로 600만.
“422만!”
“443만!”
계속해서 경매가가 치솟아 올랐다.
그리고 이어.
바알이 손을 들었다.
“500만 골드.”
“500만 골드 나왔습니다. 500만 골드면 B급 영지 수십 개를 살 수 있는 어마어마한 돈이지요!”
경매 진행자는 신이 나서 외쳤다.
그리고 이어 바람잡이의 또 다른 금액.
“530만!”
“533만!”
“545만!”
계속 그 언저리에서 맴도는 듯했다.
그리고 숨을 죽여 기다리고 있던 아서.
그가 말했다.
“555만.”
“……?!”
바알의 눈이 번뜩 떠졌다.
‘뭐야, 돈을 다 쓴 것 아니었어?’
아서는 팻말을 흔들며 싱긋 웃었다.
곧이어.
‘아니, 놈은 지금 재산이 그리 많지 않아, 만약을 대비해 남겨둔 돈이 있었던 거야. 이제 곧 밑바닥일 터.’
바알은 곧바로 말했다.
“560만!”
“……아까 나한테 그러지 않았나? 어리석게도 초반에 소모를 많이 한다고.”
바알은 답하지 않았다.
“재밌는 소모를 해보려고. 여기 560만 1골드.”
“……예? 560만 1골드요?”
금액에 제한은 없다.
아서의 끄덕임에 엉겁결에 마주 끄덕인 경매자가 이어 진행했다.
바알이 미간을 구기며 금액을 올렸다.
“570만!”
목에 핏대가 팍 섰다.
“570만 1골드.”
“……지금 뭐 하자는 거야!”
바알이 홱 고개를 돌려 살기를 뿜어낸다.
아서는 어깨를 으쓱했다.
“재밌잖아.”
아서가 피식 웃었다.
바알이 치아를 꽉 깨물며 외쳤다.
“600만!”
“네, 600만 1골드.”
“640만!”
“오! 센데? 640만 1골드.”
뿌드득
바알의 주먹에 힘이 꽉 들어갔다.
곧이어 아서가 이죽 웃었다.
‘장난은 여기까지.’
아서가 꼬았던 다리를 풀었다.
“800만 골드.”
“……!”
바알의 눈이 부릅떠졌다.
현재 보유한 골드가 750만 골드.
바알이 손을 들어 올렸다.
“잠시 쉬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잠시 경매 휴식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VIP들의 특권.
10분간 휴식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그 휴식 시간 동안 그 VIP는 보통 하나의 포지션을 취한다.
“골드를 빌려주지.”
“예? 골드를 말입니까?”
“그래, 최대한 많이. 지옥마는 꼭 손에 넣어야 하는 말이니까. 이 은혜는 나중에라도 갚지.”
치욕이었다.
대군주 바알이 다른 이들에게 손을 벌리는 행위는.
하지만 꼭 얻어야 했다.
그는 다른 VIP 군주들에게 총 800만 골드를 빌렸다.
당연히 군주의 서를 작성하고서.
이 골드로 놈을 잡을 수 있으리라.
바알이 피식 웃었다.
경매가 재개된다.
바알이 말했다.
“1,000만 골드!”
“우와아아…….”
“크, 역시 바알 대군주!”
“재밌다…… 이렇게 재밌는 경매는 처음 봐!”
그들의 웅성거림.
그 틈에서 아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1,100만.”
곧바로 바알의 추격.
“1,200.”
아서의 공격.
“1,400!”
그가 목에 핏대를 세웠다.
이것이 그의 마지막 수인 것처럼.
곧이어 바알이 결정타를 날렸다.
“1,500만 골드.”
씨익
바알이 웃었다.
그는 직감할 수 있었다.
아서의 골드가 모두 떨어졌구나!
그리고 아서는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했다.
그가 욕지거리를 중얼거리며 고개를 떨궜다.
“X발…….”
바알은 쾌재를 불렀다.
드디어 이겼다.
미개한 인간을!
퉁퉁퉁!
낙찰봉이 두들겨졌다.
“1,500만 골드에 지옥마가 낙찰됩니다! 정말 어마어마한 가격입니다. 역대 최고치의 경매가라 할 수 있습니다. 모두 마족 군주 바알 님께 박수를!”
짝짝짝짝!
“크하하하, 역시 인간 따위는 안 되는구나!”
“인간 따위가 감히 어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바알 군주라는 치켜세움의 목소리도 있었다.
경매장의 열기가 후끈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이어 다음 경매가 재개를 시작했다.
“이번 경매 물품은 바로…… 어?”
엘프 경매 진행자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뭐, 뭐야, 이게?”
당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의 당혹함에 모두가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한 번도 이런 적은 없었다.
경매 진행자가 당혹하며 경매가 중단되는 일은.
그에 VIP들이 성을 토해냈다.
“허어, 루톤의 경매장에 오류라도 있는 건가? 이곳도 다 됐군!”
“빨리 경매 재개 안 해?!”
이어 엘프 경매 진행자는 뒤쪽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는 아수라에게 빠르게 달려갔다.
세 개의 머리를 가진 아수라.
그가 답했다.
“이 정보가.”
“사실이다.”
“경매를 속행하라.”
“그, 그렇습니까……?”
도통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경매를 총괄하는 자가 이러한 말을 하니 어쩔 수 없었다.
곧이어.
경매 진행자가 주춤하면서도 입을 뗐다.
“이, 이번 경매품은 지, 지옥마입니다!”
“뭐?”
“무슨 소리야!”
“무슨 개 같은 소리를 하는 거야!”
그리고 그중 가장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건 바로 바알이었다.
“무슨 소리지? 이번 경매가 지옥마라니. 방금 전에 분명히 지옥마를 1,500만 골드에 낙찰받았다.”
“그, 그게…….”
경매 진행자는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다시 한 번 확인하기 위해 방금 전에 진행했던 지옥마에 대한 경매 표를 확인해 보았다.
그리고 그의 눈이 휘둥그레 떠져 있었다.
방금 전 보았던 지옥마가 사라지고 생소한 아티팩트, 아니, 너무도 초라한 물품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변 닦는 양피지……?”
그리고 그 틈에서 웃는 아서는 쓰윽 고개를 돌렸다.
“웁스, 똥 닦는 종이를 1,500만 골드나 들여서 구매하셨네요? 돈도 많으셔.”
그가 특유의 능글맞은 웃음을 지었다.
* * *
경매 시작 전.
“반가움의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지금은 저들에게 한 방 크게 먹일 때야.”
아서는 그렇게 말하고 감격에 찬 표정의 피의 학살대를 진정시켰다.
그리고 아서가 히든피스 보상을 사용한다 말하자 이번 경매의 총괄자인 아수라가 나타났다.
아수라는 상당히 놀란 표정이었다.
‘경매 최고액 히든피스라…….’
2,000만 골드를 사용한 자.
그것도 인간에 군주보호기간 군주였다.
‘이게 말이나 되는가?’
아서는 보상을 사용했다.
“어디 보자, 이런 허위 매물을 만들까 하는데.”
아서가 입술을 톡톡 두들기며 말했다.
허위 매물은 유닛도, 아티팩트도, 적재도, 그 어떤 것도 만들 수 있었다.
단, 확실한 이미지를 말해야 하며 특수 능력, 공격력, 등급 등은 군주가 모두 지정해야 한다.
“일반 말의 1.2배 크기. 검은색 갈기와 이마에 뿔이 달린 말. 그리고 입에서는 화염을 뿜어내고 특수 능력은…….”
“너.”
“도대체.”
“정체가 뭐냐.”
아수라의 질문.
그가 말한 건 지옥마와 똑같았다.
아직 경매에도 드러나지 않은 존재.
즉, 아직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게 바로 지옥마다.
한데 세세한 것까지 모두 알고 있었다.
아서는 피식 입을 비틀어 웃었다.
“억만장자.”
그 말이 끝이었다.
아서는 더 이상 말해주지 않았다.
아수라가 말했다.
“허위 매물을 만들어낸 후에는 실제로 쓰일 그 매물의 실체가 필요하다.”
아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변을 닦는 데 사용하는 양피지를 척 내밀었다.
“허위 매물은 이걸로.”
그 후에 경매는 재개되었고 아수라는 두 눈 똑똑히 뜨고 볼 수 있었다.
정체 모를 인간 군주는 일부러 바알의 화를 끌어 올렸다.
또한 마치 예상했다는 것처럼 바알이 빚까지 지게 만들었다.
‘세상에나.’
‘대군주 바알이.’
‘농락을 당했다.’
아수라는 생각했다.
오늘.
대군주 바알은 가장 큰 치욕을 당하게 된 날일 거라고.
* * *
“양피지 따위가 왜 소환의 방에서 나와!”
벌떡 몸을 일으킨 바알.
그는 흥분에 차 놀란 목소리를 토해낼 수밖에 없었다.
소환의 방에서 분명히 지옥마가 튀어나와야 하는데, 허공에 펄럭거리며 땅으로 떨어지는 건 양피지 한 장뿐이었다.
짜악.
짜악.
짝!
아서의 박수 소리가 바알의 귓가를 때렸다.
“축하한다. 빚까지 져서 1,500만 골드에 변 닦는 양피지를 산 미개한 군주는 아마 네가 처음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