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주회귀록-120화 (120/210)

# 120

군주회귀록 120화

41장 루톤의 경매장

보상자의 상점에서 가장 뛰어난 보상은 앞서 말한 두 가지의 보상이다.

하지만 그를 더 뛰어넘을 보상을 받을 편법.

그건 바로 동전 자판기의 역대급 신기록을 달성하는 거였다.

4시간 동안 무한한 골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컥?!”

발렌이 아서의 알림을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신기록이 세워지면 그와 관련해 누군가 신기록을 세웠다는 것 자체는 알 수 있다.

발렌도 모르고 있던 신기록.

무한 골드 주머니라니?

아서는 무한 골드 주머니를 쥐고 흔들어 보였다.

“도대체 어떻게…….”

퉁!

아서는 답하지 않았다.

그저 손가락을 퉁겨 1골드를 그에게 던져줬다.

“팁.”

방금 전 그가 똥을 쌌다고 좋아하듯 한 걸 아서는 눈치채고 있었다.

발렌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저 팁은 발렌을 놀리는 것이다.

그리고 이어 아서가 그 자리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빛에 휩싸여 사라지는 아서는 이러한 생각을 했다.

‘오늘 경매장은 내가 휘두른다.’

* * *

루톤의 경매장.

이 루톤이라는 자는 군주게임에서의 특별한 유닛, 아티팩트, 적재, 광물, 건축물 등을 설계한 인물이다.

그 때문에 간혹 아티팩트 같은 것들에 루톤의 이름이 붙는 경우가 존재했다.

그럴 경우 좋은 아티팩트인 경우가 많았다.

이 루톤의 경매장은 아무나 참가할 수 없다.

대군주들 혹은 도전 군주들까지.

그 외에 아서처럼 특이한 케이스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없었다.

보통 총 수량은 50개로 한정되어 있으며 유닛, 아티팩트, 특별한 건축물, 영지 버프 등 얻을 수 있는 건 다양하다.

[루톤의 경매장 아티팩트 제한 해제 양피지를 찢었습니다.]

빛에 휩싸여 나타났던 아서.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양피지를 찢는 것이었다.

루톤의 경매장에선 다른 아티팩트를 투시하는 특수 능력이 붙은 경우 사용이 제한된다.

아서는 만물자 카르스를 얻었을 때 두 개의 군주가 원하는 양피지를 만들 수 있었다.

이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양피지도 만들어낼 수 있는 뜻이었고, 아서는 아티팩트 제한 해제 양피지를 얻어낸 것이다.

“마하라의 눈의 사용 제한을 해제한다.”

[마하라의 눈의 사용 제한이 해제됩니다.]

아서가 씨익 웃었다.

벌써 그는 다른 자들보다 한 발자국 앞서간다 할 수 있었다.

아서는 멀리 보이는 ‘루톤의 경매장’이라고 쓰인 곳을 향해 걸어갔다.

그 앞에는 여러 종족이 있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자.

‘아수라.’

여덟 개의 팔, 세 개의 머리를 가진 자.

또한 지옥을 관리하는 군주다.

하지만 군주게임에 참가하는 자는 아니다.

이러한 자들을 ‘사대천왕’이라고 부르는데, 아수라는 그중 하나로 자그마치 대군주에 버금가는 힘을 부렸다.

그는 호화로운 마차에 앉아 있었다.

‘이번 루톤의 경매장 관리인은 아수라군.’

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곧 입구를 지키는 문지기가 다가왔다.

아서는 걸어오면서 하얀색 가면을 꺼내 착용한 상태였다.

굳이 추후에 싸울 대군주들에게 지금 그의 얼굴을 보여줄 필욘 없었으니까.

문지기는 지옥 사자였다.

사자의 머리지만 이족 보행.

아서는 그에게 찢어진 루톤의 경매장 이용권을 건넸다.

현재 아서가 자신을 증명하는 방법은 그것뿐이었으니까.

“크르, 군주보호기간 군주시군요. 한데 입장료가 자그마치 30만 골드나 된답니다.”

지옥 사자는 안타깝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군주경합에서 1위를 차지한 것 같긴 하다만 이곳에 온 것은 그의 실수였다.

하지만 아서는 무한 골드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얼마를 찾으시겠습니까?]

‘30만.’

곧이어 지옥 사자는 30만 골드를 결제했다는 알림을 들을 수 있었다.

“입구를 지나 잠시 계시면 곧 경매 도우미가 올 겁니다.”

아서는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경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지옥 사자는 의외라는 듯 아서의 뒷모습을 보았다.

‘30만 골드를 쉽게 결제했다. 그것도 군주보호기간 군주가? 신기한데.’

그리고 아수라를 지나쳐 가는 아서의 눈이 붉은빛을 머금었다.

‘생각 투시.’

스킬을 발동하는 순간.

일주일간의 아수라의 모든 기억이 아서의 머릿속으로 빨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번 루톤의 경매장의 핵심 물품은 바로…….’

‘오늘 참가자들은…….’

‘호오, 오늘 이자도 참가하는군.’

‘오늘 바람잡이는 바로 이자다.’

아수라의 머릿속에 있는 경매장의 핵심 내용이 아서의 머릿속으로 썰물처럼 빨려 들어온다.

그리고.

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것.

곧 경매장 도우미가 부리나케 뛰어왔다.

붉은 고블린.

그는 아서의 왼쪽 가슴 위에 있는 노란색 빨간 표시를 보고는 얼굴을 구겼다.

‘키헤에, 군주보호기간 군주?’

애초에 이 경매장을 보상으로 택한 군주보호기간 군주는 무조건 좋은 꼴 못 본다.

철저히 무시하는 듯한 다양한 시스템이 난무한다.

입장료도 그랬고 이러한 노란 표시도 그랬다.

이곳은 도전 군주, 혹은 대군주들을 위해 마련된 장소임을 확실히 알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어딜 감히 군주보호기간 군주가 발을 들이냐고 하는 것과 같다.

이제까지 입장했던 인간 군주는 하나같이 비슷한 말을 했다.

‘엄청난 치욕을 당하고 돌아왔다.’

‘내가 그토록 작은 존재인 줄 처음 알았다.’

그 정도.

“키헤, 저는 군주님의 경매를 도울 도우미 바란이라고 합니다.”

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경매장은 총 세 가지 등급의 좌석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VIP석과 A석, 그리고 보통 B석. B석의 경우 경매장 입장료만 내면 들어갈 수 있으니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바란은 굳이 무엇을 택하겠느냐고 물어볼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군주보호기간 군주니까.

하지만 아서가 말했다.

“VIP석으로.”

“예? VIP석은 정말 엄청난 가격으로 VIP들을 위한 자리입니다.”

아서는 5만 골드를 꺼냈다.

보통 1천 골드가 넘어가면 양피지 형식으로 골드가 나타나며 원한다면 1천, 혹은 1만이 적힌 동전식의 골드로도 낼 수 있다.

아서는 5만 골드짜리 양피지를 건네줬다.

“두 번 말하지 않아. 내 말에 토를 달지 말 것.”

‘5만 골드……?!’

팁이다.

경매장 도우미에게 팁을 주는 경우는 허다하다.

하지만 대군주들도 5만 골드를 주는 경우는 없다!

“키헤에, 성심성의껏 모시겠습니다!”

붉은 고블린 바란의 고개가 땅에 처박힐 것처럼 숙여졌다.

어떻게 5만 골드를 주는지는 모른다.

그저 돈 주면 좋을 뿐!

그리고 아서는 피식 웃었다.

‘무한 골드 주머니는 규칙이 존재한다.’

그 규칙은 간단하다.

대가없이 주는 모든 골드는 소멸된다.

이러한 룰이 적용되는 이유는 간단했다.

만약 아서가 남에게 1억만 골드를 줘놓고 ‘4시간 지나면 줘’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니까.

이러한 것 때문에 그런 제한이 존재하는 것.

팁도 어떻게 보면 꽁돈 아니겠는가.

“VIP석은 딱 다섯 명의 군주에게만 허용된 자리. 때문에 입찰가가 존재하는데, 현재 그 금액이 약 50만 골드까지 뛰었습니다.”

50만 골드.

그에 아서는 피식 웃었다.

뭐 그거밖에 안 하냐는 듯.

“싸군.”

“싸, 싸다구요?”

바란의 눈은 또 한 번 동그랗게 커졌다.

이번 VIP석은 역대급 최고 가격대를 자랑할 만큼 높았기 때문이다.

“100만 골드에 산다. 못 내면 꺼지라 그래.”

곧 아서는 가볍게 100만 골드를 결제했다.

그가 당당히 경매장 쪽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때.

아서의 걸음이 멈칫했다.

꾸우우욱.

꽉 쥐어진 주먹.

“왜 그러십니까?”

그가 걸음을 멈추자 바란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서의 눈에 보였다.

모여 있는 각기 종족이 다른 이들.

그중에 끼어 있는 한 명의 대군주.

바로 바알.

아서를 죽인 그가 바로 이 자리에 있었다.

‘고맙군.’

아서는 꽉 쥐었던 주먹을 풀었다.

독보적인 대군주의 자리를 지켰던 자가 있다.

그게 바로 마족 대군주 바알이다.

지금도, 그리고 수년 후의 앞으로도 마족 군주 바알은 여전히 대군주의 자리를 지킨다.

갈수록 자신의 힘을 키워가며 무너지지 않았다.

그가 이 자리에 있다.

그리고 오늘.

‘나는 널 밟을 것이다.’

그의 주위에 함께 있는 자들.

마족 군주 바알의 마족 근위대.

보기만 해도 엄청난 압박감이 몰려올 정도였다.

지나가는 도전 군주들마저도 그 위세에 차마 말을 뱉지 못할 정도.

그때 바알의 시선이 아서에게 돌아갔다.

“군주보호기간 군주?”

그는 흥미롭다는 듯 말했다.

그의 근위대 마족들의 시선이 일제히 아서에게로 향했다.

“더럽군요. 꼴을 보아하니 인간 군주 같습니다.”

“미개하군요. 고작 인간이 루톤의 경매장 안에 발을 들이다니요.”

“경매장을 어찌 관리하는 건지……. 바알 군주님, 당장 치워 버릴까요?”

“너무 그러지들 말지.”

바알이 피식 웃었다.

“개미를 보고 미개하다 말하는 자는 없지 않나?”

“아차, 맞는 말입니다.”

“그렇군요. 저희가 신경 쓸 필요도 없는 자에게 말을 주는 행위를 하고 있었습니다.”

무슨 말을 할까.

아서는 욕할 생각도 없었다.

곧 보여줄 거니까.

아서는 몸을 돌려 경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곧이어.

바알 군주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함께 대군주에 앉은 자, 천족 루마니아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바알 군주, 이번에는 함께 VIP석에 앉지 못할 것 같군요.”

바알은 특별한 말은 하지 않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어떤 미친 군주가 100만 골드로 VIP석을 구매했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들은 바알이 오호라 하는 표정이 되었다.

“100만 골드라…….”

* * *

VIP석.

딱 다섯 명의 군주에게만 허용된 진짜 왕의 자리.

그 자리값은 평균 30만 골드다.

어지간한 영지는 수년을 굴릴 수 있으며 유니크 아티팩트를 다섯 개 넘게 구할 수도 있다.

또한 유닛도 강화할 수 있다.

그 자리에 앉은 아서.

그리고 그 자리에 착석을 시작한 VIP석의 군주들.

그들은 하나같이 놀란 음성을 토했다.

“군주보호기간……?”

“음? 이, 인간이…….”

“허어…….”

“대부호 특성이라도 가진 건가?”

“도대체 어떤 특성이길래 군주보호기간의 군주에, 그것도 인간 따위가?”

그 말에 아서는 특유의 능청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이 VIP 자리에 앉는 군주들은 경매를 돈이 아닌 혓바닥으로 하나 본데?”

“뭣?!”

“이런 미개한 것이……!”

“미, 미친……!”

그들이 길길이 날뛰었다.

그리고 묵묵히 자리에 앉아 있는 바알.

그는 생각보다도 신사적인 자다.

하지만 그것은 가면.

그는 그 가면 뒤로 차가운 표정으로 아서를 보았다.

살기.

동석한 다른 군주들도 마족 군주 바알의 차가운 눈동자에는 꿈쩍도 하지 못했다.

마족은 대체로 싸움을 좋아했다.

죽이는 것에 미쳤고 살기를 내뿜는 것은 날 때부터 배운다.

그 거대한 살기가 마치 한 마리의 드래곤처럼 아서를 향해 뻗어왔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 바알 대군주와 함께 앉아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스러울 정도다.’

다른 VIP석의 이들은 감탄을 흘렸다.

그리고 그와 묵묵히 시선을 마주하는 아서.

다른 이들은 생각했다.

저 인간 오줌 지릴라.

실제로 마족 군주 바알이 보는 것만으로도 졸도해 죽어버린 이가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그만큼 끔찍한 살기가 아서를 향해 뻗어온 거다.

하지만.

“눈깔에 힘 좀 빼라, 퉷!”

그리고 능청스레 웃고는 다리를 꼬았다.

이곳에선 서로가 서로를 해할 수 없었다.

해하려 한다면 규율에 따라 영구 추방이다.

“나와 눈을 마주치고도 떨지 않는 자라.”

“어디서 오는 자만심이지? 너와 눈 마주치면 떨어야 한다는 건.”

그 둘은 서로 정면만 보았다.

‘예사 인간이 아니다. 신기하군.’

아직 인간들과의 군주게임을 해본 적이 없으나 들어본 것에 따르면 개미만큼 미개하다 하였다.

하지만 자신과 눈을 맞추고도 아무렇지 않다?

‘어쩌면 내가 인간을 너무 과소평가했나?’

그런 생각을 할 정도였다.

그리고 곧이어. 경매가 시작되었다.

사회자가 앞으로 나섰다.

지옥 엘프가 마이크를 쥐고 외쳤다.

“경매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곧 무대 위로 하나의 목걸이가 떠올랐다.

“이 목걸이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자그마치 빛바랜 유니크 아티팩트로 천족들의 힘이 깃들어 있습니다.”

루톤 경매장의 특성은 바로 다른 족들의 힘이 깃든 것들을 얻어 올 수 있다는 거였다.

유니크 따위라고 해도 무시할 수 없었다.

“꽤 좋은 버프 효과를 가지고 있지요. 더 놀라운 건 특별하게도 유닛도 착용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아이템에 대해선 직접 눈으로 확인하시지요!”

곧이어 군주들의 눈앞으로 아이템의 정보가 떠올랐다.

미카엘의 목걸이.

특수 능력.

착용자 주위의 열의 유닛들까지 공격력 1.3배까지 일시적 상승.

또한 치료 효과도 탑재되어 있다.

나쁘지 않다.

경매가 시작됐다.

“7만 골드.”

VIP의 뒷좌석부터.

VIP석의 이들은 그저 여유롭게 지켜본다.

그들은 쓰레기는 사지 않는다.

한정된 돈.

진귀한 것을 얻기 위해 온 거지, 유니크는 조잡해 보일 뿐이니까.

“8만.”

“8만 1천!”

“8만 2천!”

“8만 3천!”

“8만…….”

생략

“11만 2천 4백!”

경매가가 치솟았다.

11만 2천 4백 골드까지.

바알은 고개를 미미하게 끄덕였다.

‘저따위 것에 11만 2천 4백이라, 초반부터 오늘은 불이 붙는군.’

저마저도 꽤 과하게 받는 거라 생각했다.

아마 돈 많은 도전 군주의 허황심일 터.

경매 진행자인 남자 엘프가 주변을 둘러보며 묻는다.

“더 없습니까? 더 없어요?!”

그가 낙찰봉을 두들기려는 순간.

“20만 골드.”

“……?”

모두의 고개가 일제히 돌아갔다.

그곳에 다리를 꼬고 하품을 하는 숫자 ‘51’의 팻말을 들고 흔드는 군주가 있었다.

그가 자신을 돌아보는 VIP석의 군주들을 보며 말했다.

“이 정도 돈은 다 있잖아? 설마 없나? 미개한 나보다 돈이 없다니, 쯧!”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