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9
군주회귀록 119화
측정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참가한 군주는 약 서른 명 정도.
당연하게도 로시드 소연맹의 일원은 모두 그 자리에 포함되어 있었다.
한 여성 군주가 앞으로 나섰다.
“버프리 영지의 오르민 군주군. 이번에 꽤 좋은 유니크 아티팩트를 얻었다지.”
“버프리 영지는 듣기로 재정 상황도 양호하고 병사 훈련도나 영지민 만족도도 꽤 좋다고 들었습니다. 나쁘지 않은 점수가 나올 것 같군요.”
유니크 아티팩트 하나만 가지고 있어도 측정기에서 꽤 후한 점수를 준다.
측정기는 아티팩트와 영지 현황을 모두 총합하여 점수를 낸다.
오르민 군주가 자신감 어린 표정으로 가장 먼저 영지 현황표를 얹었다.
그다음 아티팩트 또한 주입했다.
곧이어.
측정기를 통해 오픈된 홀로그램을 통해서 작은 상자가 달그락달그락 움직이는 장면이 연출됐다.
빰빠라밤 빰빰빰 빰바라 밤!
34점.
“와아, 34점!”
“생각보다 높은데요?”
측정기 앞으로는 평균적으로 통합되는 점수가 표기되어 있었다.
30점만 넘어도 꽤 훌륭하게 영지를 운영하고 좋은 아티팩트를 가졌으며 재정이 훌륭하다 할 수 있었다.
그보다 4점이 높으니 과연 모두가 놀랄 만했다.
한 명 한 명 차례대로.
빰빠라밤 빰빰빰 빰바라 밤!
24점.
27점.
33점.
결국은 30점대에서 머물렀다.
당연한 수순이다.
결국 그들은 군주보호기간의 군주들이었으니까.
그리고 드디어 로시드 소연맹의 이들이 나섰다.
가장 앞선 이는 바로 라자베 군주였다.
“제가 한번 해보겠습니다. 뭐, 기대는 안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하하, 라자베 군주님도 겸손이 심하시군요.”
라자베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측정기에 영지 현황표와 아티팩트 정보를 넣었다.
곧이어 상자가 달그락거렸다.
모두의 이목이 집중된 그때.
빰빠라밤 빰빰빰 빰바라 밤!
“헉……!”
“억! 마, 말도 안 돼…….”
“도대체 군주보호기간 군주가 뭘 가지고 있으면 저런 수치가 나올 수 있는 거지?”
점수는 자그마치 61점이었다.
평균 이상이어도 30점이다.
그런데 그 두 배인 61점이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어마어마한 수치라고 할 수 있다.
곧이어 다른 로시드 소연맹의 군주들이 측정을 시작했다.
42점.
38점.
47점.
그들도 상당히 높은 점수였다.
웅성웅성.
“로시드 소연맹이 답이다…….”
“루이스 군주님, 로시드 소연맹에 들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와아아아…… 나중엔 총연맹까지 성장하는 거 아니야?”
로시드는 벌써 이러한 말을 들을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많은 이의 관심이 로시드 연맹으로 쏠려 있을 때였다.
마지막 차례인 인물이 앞으로 나섰다.
루이스의 시선은 오로지 그에게 꽂혀 있었다.
마지막 인물이 한 걸음 한 걸음 움직였다.
곧이어 영지 현황표를 얹고 아티팩트 정보를 주입하였다.
이 측정기에는 아티팩트 정보를 허위로 입력할 수 없었다.
모든 입력을 끝냈다.
달그락달그락!
상자가 움직이는 소리.
하지만 모두의 시선은 로시드 소연맹의 이들에게 향해 있었다.
그리고 곧.
한두 명의 군주만 측정기를 보고 있다가 괴성을 터뜨렸다.
“억?!”
“커헉?!”
매우 놀란 음성이다.
믿을 수 없기에 이런 말도 했다.
“이, 이거 잘못된 것 같은데?”
“미친, 이건 말도 안 돼!”
정말이지 말도 안 된다.
이런 게 가능할 리가 없다.
그리고 루이스.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하루.’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로시드 소연맹을 아서가 터는 데 하루면 충분하다.’
그 정도의 점수.
411점.
그와 동시에.
빰빠라밤 빰빰빰 빰빠라밤.
[군주경합. 역대급 신기록자가 탄생했습니다.]
[역대급 신기록자에게 더욱더 나은 보상이 지급됩니다.]
[보상은 운영자를 통해 받으실 수 있습니다.]
모두의 고개가 측정기로 돌아갔다.
로시드 소연맹 인물들의 눈은 번쩍 떠져 있었다.
특히나 라자베는 너무 놀라 숨이 턱 막힐 정도였다.
아까 전에 아서가 그에게 했던 말.
‘님이 처떠다 드세요. 별의별 거지새끼가.’
거지새끼.
감히 자신에게 거지새끼라고 했었다.
때문에 라자베는 네깟 놈은 과연 얼마나 나오겠느냐며 다른 이들과 다르게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
한데 그는 결코 따라갈 수 없는 점수가 나왔다.
“말도 안…….”
너무 놀란 라자베가 그대로 정신을 놓고 말았다.
쿠웅!
부호 영지를 가진 라자베가 한없이 초라해지는 순간이었다.
‘도대체 넌…….’
루이스의 주먹이 꽉 쥐어졌다.
말도 안 되는 능력과 성장 속도에 자신이 한없이 작아진다 느껴졌다.
모두가 자신을 떠받들지만 결국 자신은 아서라는 소년 앞에서는 호랑이 굴의 여우 격밖에 되지 않으니.
* * *
도전 군주.
그리고 총연맹장 네 명이 오래간만에 모여 있었다.
군주경합 1등의 보상은 여러 개가 존재했다.
그중 하나는 바로 총연맹장 네 명을 만날 수 있는 것이며, 그들의 스카웃 제의를 듣고 조건도 들을 수 있는 거였다.
그들 중 두 명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다.
‘내 생각이 맞다면 오늘 그자가 이 자리에 오게 될 거다.’
‘드디어 그 재수 없는 놈을 만날 수 있어.’
그런 생각을 하는 두 명.
랄프 군주와 카일 군주였다.
그들은 서로가 찾고 있는 군주가 동일하다는 것을 알았다.
‘카일 총연맹장은 군주보호기간의 군주를 찾고 있지. 그 말은 오늘 이곳에 놈이 나온다는 말이 된다.’
랄프도 그 정도는 눈치챘다.
카일이 안경을 고쳐 쓰며 말했다.
“랄프 연맹장, 누가 봐도 아니지 않나?”
“뭐가 아니라는 거지?”
“검만 휘두를 줄 아는 무식한 자네가 가지기엔?”
“가져요? 뭘요? 두 분, 표정이 왜 그래요?”
버로우 총연맹의 연맹장 카와르.
머리를 짧게 친 서른 초반의 남성.
그는 평소 장난기가 많은 성격이었다.
둘의 대화를 들으며 고개만 갸웃갸웃거릴 뿐.
“글쎄. 나는 그자와 싸워본 적이 있어. 목소리도 알지. 근데 발키리 총연맹은? 아무것도 모르잖나.”
랄프는 비웃듯 말했다.
“아니,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데요.”
카와르가 의아한 듯 퉁명스럽게 물었다.
하지만 둘 중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카일이 사납게 말했다.
“그도 생각이 있다면 무력으로 밀어붙이는 고르딘이 아닌 우리 발키리를 택할 것이다.”
“아니, 진짜 무슨 이야기인데요. 나도 알려…….”
“닥쳐.”
“닥쳐.”
둘이 동시에 말했다.
카와르가 에휴 하고 한숨을 쉬며 양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 틈에 껴 있는 에켈로 총연맹의 자베스.
그녀가 한숨을 쉬었다.
“이런 바보들과 언제까지 앉아 있어야 하는 건지…….”
“크흠!”
“흠!”
자베스의 말에 두 사람은 헛기침을 크게 했다.
“이번에 SS급 퀘스트를 받았다며, 자베스?”
“던전 공략대를 모집하고 있다고 들었지. 그런데 왜 우리 총연맹은 참가를 배제하는 건데?”
“남이야. 신경들 끄세요.”
차갑게 말한 자베스는 이 꼴 같지도 않은 만찬이 서둘러 끝났으면 한다는 표정이었다.
곧이어 운영자가 들어왔다.
그는 오우거 운영자 발렌이었다.
랄프와 카일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는?!”
“지금 들어오는 건가?”
그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옷매무새를 추슬렀다.
카일에게는 이벤트를 승리로 이끌어준 자.
랄프에게는 자신과 순수한 무력으로 싸워서 밀리지 않는 자다.
곧 오우거 운영자 발렌이 난처한 기색으로 말했다.
“크르, 그게 점수가 가장 많이 나온 군주가…….”
랄프와 카일이 동시에 침을 꿀떡 넘겼다.
발렌이 말했다.
“볼 필요가 없다고 하는군.”
“뭣?!”
“그, 그게 무슨 소리인가!”
그만을 오매불망 기다렸던 두 사람에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크르, 그가 이런 말을 남겼어.”
둘은 발렌의 입에 집중했다.
“할 일 없으면 영지 가서 발 닦고 잠이나 자.”
“푸하하하하!”
그 말을 들은 자베스는 배를 부여잡고 웃을 수밖에 없었다.
문득 그러다 얼마 전에 만났던 그가 생각났다.
얼음 심장을 준 그.
‘혹시……?’
* * *
10분 전.
“할 일 없으면 영지 가서 발 닦고 잠이나 자라고 전해줘.”
아서의 말을 들은 오우거 발렌은 정말 기가 찰 노릇이었다.
‘도대체가 이놈은!’
이 군주경합을 기다린 건 총연맹의 둘뿐만이 아니다.
발렌도 기다렸다.
측정기를 통해 1위를 기록하는 자야말로 이벤트를 흔든 그놈이 분명하니까.
한데 지금 그 소년이 하는 말은 경악스러웠다.
“다시 한 번 설명하지만 네 개의 총연맹은 아스가르드 대륙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측정기 점수 1위를 기록한 너는 오늘 그 자리에서 가장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총연맹에 들 수 있는 기회가…….”
“그렇게 좋으면 너나 들어가고. 다음 보상으로 넘어가지.”
측정기 1위를 기록한 군주는 여러 가지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크르…….”
가뿐히 씹힌 발렌이 고개를 끄덕이며 홀로그램을 오픈했다.
보상자의 상점.
이 안에서 군주는 보상을 선택할 수 있다.
“선택은 딱 두 개만 가능하다.”
아서는 묵묵히 고개만 끄덕였다.
그는 이 상점에서 가장 뛰어난 보상을 알고 있었다.
?로 표기되어 있는 낡아빠진 검 조각과 헤파이스의 목걸이.
이 두 개를 함께 구매하면 조합되어 에픽 아티팩트로 나타난다.
아서가 먼저 낡아빠진 검 조각에서 멈췄다.
발렌이 흠칫하는 게 보였다.
아서는 피식피식 웃었다.
‘크르, 뭔가 알고 있기라도 한가?’
두렵다.
이 꼬마 군주가 뭘 할지 이젠 오우거 발렌이 치가 떨릴 정도다.
하지만 아서는 다행히도 그대로 넘어갔다.
그리고 아서가 선택한 것은 다름 아닌 동전 자판기와 루톤의 경매장 이용권이었다.
‘동전 자판기? 푸흡. 생각보다 안 좋은 걸 골랐어. 또 루톤의 경매장이라니. 쯧!’
동전 자판기는 말 그대로 골드 자판기다.
군주는 그 안에 이제까지 얻었던 무수히도 많은 아티팩트와 적재, 광물 등을 넣고 돌릴 수 있다.
희귀하거나 더 좋을수록 골드는 많이 나오게 된다.
문제는 아티팩트나 광물, 적재를 넣은 것에 비해 골드가 한없이 적은 양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거였다.
동전 자판기는 사실상 측정기 보상 중에서 가장 쓰레기.
그리고 루톤의 경매장 이용권.
‘가면 말이라도 섞을 수 있겠나?’
발렌은 피식 웃었다.
그곳에 가면 다른 종족들이 즐비했다.
그리고 수십만 골드로도 살 수 없는 것들이 경매로 올라왔다.
아무리 그가 뛰어나도 자금에는 한계가 있다.
더군다나 그곳에 가면 일단 입장료로 기본 30만 골드가 소요된다.
아서는 입구에서 돌아 나와야 할지도 모른다는 거다.
결국 군주보호기간 군주가 입장하기에는 턱없이 힘들고, 가봤자 엄청난 대부호가 넘친다는 거다.
그들 틈에서 과연 네가 뭘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던 때였다.
“……지금 웃은 것 같은데?”
“크르? 아니, 아니다. 정말 좋은 것들만 뽑아서 기뻐서 웃었지.”
발렌은 낄낄 웃었다.
멍청한 꼬마 군주 놈!
여기에서 똥을 싸는구나!
어쩌면 소년은 대군주들과 눈이라도 마주칠 수 있다 싶은 자만감 때문에 택했을지도 모른다고 발렌은 생각했다.
그리고 아서는 입술을 비틀었다.
“그래, 정말 좋은 걸 뽑아냈지.”
아서는 그 말과 함께 인벤토리를 오픈했다.
그리고 먼저 동전 자판기를 가동시켰다.
아서는 이제껏 모아왔던 것을 판매한 적이 없었다.
오늘 이 순간을 위해 모아왔다.
엄청난 숫자의 레어 아티팩트와 유니크 아티팩트.
그리고 군주보호기간 군주가 절대 가질 수 없는 적재와 광물들까지.
아서는 하나하나 넣고 돌리기 시작했다.
곧이어 동전 자판기에 아티팩트가 깔리며 이런 알림이 들렸다.
촤르르르!
[2131골드를 얻었습니다.]
촤르르르!
[3,513골드를 얻었습니다.]
발렌은 보지 않아도 어느 정도의 골드를 얻었을지 직감했다.
아마도 소년은 속이 아프겠지 생각했다.
하지만 아티팩트를 돌릴수록 쓰레기 같은 골드가 나옴에도 소년은 멈추지 않고 돌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갈수록 발렌은 의아했다.
‘왜……?’
이 소년이 그토록 바보일까?
자기가 손해 보는 걸 알 텐데?
아니, 그가 아는 소년은 그 정도 바보가 아니었다.
그런데 도대체 왜 멈추지 않는 것인가!
아서는 계속 넣고 돌렸다.
돌리고, 돌리고, 또 돌리고.
[4,122골드를 얻었습니다.]
[5,221골드를 얻었습니다.]
멈추지 않았다.
계속해서 돌리던 아서.
그의 입술이 비틀어졌다.
“아직 한참 남았어.”
“……!”
발렌은 이때 한 번 놀랐다.
아직도 더 있다고? 도대체 군주보호기간 동안 뭘 한 거란 말인가!
하지만 아서는 멈추지 않았다.
계속계속 돌렸다.
쉬지 않고.
아서는 무한의 주머니처럼 인벤토리에서 계속 아이템을 꺼냈다.
그리고 돌려서 얻어낸 골드가 어느덧 30만 골드에 육박한 순간!
띠링!
[동전 자판기 역대급 신기록을 달성했습니다.]
[4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무한 골드 주머니가 주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