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주회귀록-118화 (118/210)

# 118

군주회귀록 118화

40장 군주경합

군주경합.

이 군주경합에는 군주보호기간 군주 전원이 참가할 수 있다.

그들은 군주경합 장소 안에서 서로를 죽일 수 없으며 물리적인 해를 가할 수도 없다.

한데 경합이라고 이름이 붙은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은 이곳에서 자신들이 그간 얻어왔던 것들을 뽐낼 수 있었다.

‘측정기’에 다양한 아티팩트를 올릴 수 있으며 또는 영지 현황표를 올릴 수도 있다.

대신 조건이 존재한다.

이 측정기는 그냥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측정기를 이용하는 군주들은 2만 골드를 내야 했다.

또한 군주경합에서 측정기를 통해 점수 1위를 기록하면 그 군주에게는 ‘보상’이 주어졌다.

이 측정기는 말 그대로 군주들의 재력 뽐내기다.

영지 현황, 그리고 군주가 가진 아티팩트를 측정하여 점수가 합산되어 나온다.

말 그대로 군주들이 스스로의 아티팩트, 영지 뽐내는 것에 지나지 않다는 거다.

그리고 바로 지금.

‘부호 영지’를 얻은 군주 라자베는 주변을 둘러봤다.

그는 멋들어지는 갑옷과 아티팩트를 착용하고 있었으며 현재 경합자들의 홀에 와 있었다.

경합자들의 홀에는 연주단의 은은한 멜로디가 퍼져 나가고 있었다.

또 군주보호기간 군주들이 제각기 무리를 이루어 이야기를 나누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리고 라자베는 그들의 틈에서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그가 착용한 멋들어지는 아티팩트.

그리고 금발 머리의 길게 기른 머리카락과 잘생긴 얼굴까지.

그뿐인가?

부호 영지를 얻은 라자베는 이미 군주보호기간 군주들 사이에서 유명했다.

“소문에는 군주의 별을 띄웠던 군주가 라자베라는데? 말도 안 되는 엄청난 부를 축적해서 별이 띄워졌다고. 군주보호기간 군주가 띄워서 성장의 별이라잖아.”

“그래? 그러고 보면 라자베는 ‘은행’이라는 건축물을 특성으로 가졌다지.”

은행.

라자베가 가진 부호 영지에는 은행이라는 특성이 존재했다.

은행에선 매일같이 랜덤으로 골드가 떨어진다.

적게는 1천 골드에서 많게는 3만 골드까지.

정말 대단한 특성이지 않을 수 없었다.

‘군주의 별이라…… 뭐, 다른 종족이 띄운 것일 테니.’

라자베 군주는 굳이 군주들의 수군거림에 부정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단지 지금 쏟아지는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어깨를 으쓱거릴 뿐.

그때였다.

“와아아아!”

“로시드 소연맹의 삼인방!”

모든 군주보호기간의 군주가 탄성을 터뜨렸다.

그들의 고개가 일제히 한곳으로 돌아갔다.

막 홀로 입장하는 그들.

모두가 값비싸 보이는 아티팩트로 무장하고 있었다.

물론 그래봤자 레어에서 유니크 사이였지만 다른 군주보호기간 군주들이 봤을 때는 경악에 경악이할 일이었다.

“듣기로는 로시드 소연맹 삼인방은 보호기간이 끝난 군주들의 영지와 싸워도 손색이 없다지?”

“여러 총연맹이 아주 큰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들었어.”

그들 모두가 군주보호기간 군주들 사이에서 유명했다.

라로크, 알자드, 로이나.

이 세 사람의 등장에 경합자들의 홀에는 탄성과 부러움의 시선이 가득해지기 시작했다.

로시드 소연맹은 다른 총연맹에서도 거래를 트고 싶어 할 정도로 그들 각기가 특별한 특성들을 보유하고 있다.

라로크는 대장장이 특성을.

알자드는 건축 가속 특성을.

로이나는 버프 특성을.

하나같이 대단했다.

로시드 소연맹의 삼인방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담은 시선 속에서 움직였다.

군주들은 양옆으로 나열해 길을 터주었고 그들은 자연스레 라자베 군주의 앞에 섰다.

“안녕하십니까, 라자베 군주님.”

“하하, 앞으로 군주게임을 이끌어갈 세 분을 이 자리에서 또 뵙게 되는군요.”

라자베는 너스레를 떨었다.

“라자베 군주도 로시드 소연맹에 제안을 받았다더니 사실인가 봐.”

군주들의 수군거림이 들려왔다.

그리고 그들의 말처럼 라자베 군주는 로시드 소연맹의 연맹장으로부터 제의를 받았다.

그는 소연맹장과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가 먼저 이러한 제안을 했었다.

‘군주경합에서 측정기를 이용해 점수 1위를 기록하고 당당하게 소연맹 로시드로 가겠다고 발표하도록 하죠.’

오늘 군주경합의 모든 것은 로시드 소연맹에서 주도권을 쥐고 흔들게 될 것이다.

“소연맹장님은 아직이신가 보군요?”

“곧 오실 겁니다. 워낙에 성실하신 분인지라 영지를 또 한 번 둘러보고 오신다더군요.”

“하하, 그런 건 대리인한테 시켜도 되는 것일진대.”

“그런 꼼꼼함과 인자함 때문에 저희가 로시드 소연맹을 믿고 따르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그들을 이끄는 주축.

이 자리에서 주목을 받는 네 사람이 떠받들 정도의 대단한 사람이었다.

그들은 장담했다.

그가 빠른 시일 내에 101명의 군주의 자리에 오를 것임을.

그리고 뛰어난 전술 전략과 그의 언변의 기술은 다시 한 번 떠올려도 라자베가 감탄을 터뜨릴 정도였다.

술을 모두 마신 라자베는 입맛을 다시며 옆에서 지나가던 키 작은 누군가를 툭 치며 말했다.

“가서 한 잔만 더 가져와.”

그것은 무의식이었다.

그는 골드를 자연스레 꺼내 팁을 주듯 건넸다.

어차피 그에겐 넘치는 게 돈이었다.

“뭐 해, 한 잔만 더 가져오라니까. 부족하나?”

그렇게 말하며 골드 하나를 더 꺼내서 내미는 순간.

“님이 처떠다 드세요. 별의별 거지 같은 새끼가.”

* * *

아서는 미간을 구겼다.

라자베 군주.

그가 아서의 팔을 툭 치며 술을 가져올 것을 말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골드를 보이면서.

라자베? 로시드 소연맹?

안다.

잘 알다마다.

그들의 소연맹장이 누구인지도 얼추 짐작이 간다.

하지만 아서에게는 신경 쓰기도 싫은 놈일 뿐이라는 거다.

“지금 뭐라 했지?”

“발이 없나, 손이 없나. 네가 갖다 떠 마시라고.”

“지금…….”

“허어. 이런 정신 나간 군주 놈을 봤나.”

“네 이놈! 이 군주님께서 어떤 군주님인 줄 알아?!”

그들의 말에 아서는 피식 비웃음으로 답변했다.

로시드 소연맹의 이들은 기가 찰 수밖에 없었다.

고작 이런 애송이 꼬맹이 놈이 자신들을 무시하듯 한다.

혹시 이러한 것 때문 아닐까?

“이곳에서 너를 공격하지 못한다고는 하지만 군주경합이 끝나면 너의 영지를 쓸어버릴 수도 있다.”

“아, 그러세요.”

“지금이라도 정중히 사과를 한다면 용서해 줄 수도 있다.”

아서는 피식 비웃었다.

군주들은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저 꼬마가 미쳤나?

저들이 누구인 줄 알고?

바로 그때.

그들의 그런 소란을 잠재울 정도로 엄청난 자가 등장했다.

경합자들의 홀의 문이 열리며 안으로 들어선 이는 새하얀 예복을 차려입은 남성이었다.

그의 등장과 동시에 군주보호 기간 군주들은 경의를 담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로시드 소연맹의 연맹장.

그리고 현재 군주보호기간 군주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자자한 자.

얼마 전엔 에켈로 총연맹의 제안을 거절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하는 남자였다.

“루이스다!”

“황금마차의 루이스!”

터벅터벅 걸어오는 루이스의 한 걸음 한 걸음에 모두가 숨을 죽였다.

‘놀고 자빠졌군.’

그리고 아서는 얼씨구? 하는 표정으로 지켜봤다.

곧이어 루이스는 사람들 틈을 헤집고 다가와 로시드 소연맹의 이들과 나란히 섰다.

“여기들 계셨군요. 라자베 군주님은 무슨 일 있으십니까?”

라자베가 씩씩거리고 있자 루이스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직 아서를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아서는 군주경합에 참가하기 전까지 광산에서 만능 꿀벌들을 지휘하고 점검하고 왔다.

때문에 편안한 복장 그대로 왔다.

그레모리는 그 모습을 보며 이리 말했다.

‘군주님, 그래도 군주경합인데, 예복을 갖춰 입으심이?’

‘꼭 없는 것들이 장비 탓하는 법이지. 또 군주경합에 내가 꿇릴 것 따위 있겠어?’

그 말에 그레모리는 단번에 수긍했다.

때문에 현재 아서의 복장은 흔히 말하는 ‘작업복’이라는 거다.

“이 건방진 군주 놈이 글쎄, 술 한 잔만 가져다달라고 했더니 욕설을 지껄이지 않습니까?”

라자베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말을 순화시켰다.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루이스 군주는 미간을 구겼다.

누군가 라자베 군주에게 욕을 퍼부었다?

그는 이제 곧 루이스 군주가 이끄는 로시드 소연맹에 들어올 거다.

그는 이번에 이 자리에서 측정기 점수 1위를 기록하고 ‘로시드 소연맹으로 간다!’라고 말하는 것으로 위상을 드높여 이름값을 올리려 했다.

한데 이렇게 군주가 많은 자리에서 그런 말을 한 자가 있다?

어쩌면.

‘본보기가 될 수도 있겠지.’

루이스는 고개를 돌렸다.

그 건방진 놈을 본보기로 밟아놔야 한다.

물론 그것은 자신이 아닌, 로시드 소연맹의 다른 네 군주가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군주의 얼굴을 확인한 루이스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정말이지 황당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이 겁 없는 꼬맹이 놈의 영지를 쑥대밭으로 만들어야겠습니다.”

“하하하, 꼬마야. 이분이 누구신 줄 아느냐? 바로 루이스 군주님이시다. 들어는 봤겠지? ‘황금마차’를 이끄는 바로 그 루이스 군주이시자 로시드 소연맹의 연맹장님이란 말이다!”

“지금이라도 무릎을 꿇고 빈다면 루이스 군주님께서 친히 너를 용서해 주실지도 모른다.”

루이스는 그들의 그 말을 들으며 속으로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군주의 별을 띄운 군주가 나타났다.

아서가 훈련소를 수료하고 얼마 뒤의 일이었다.

또한 고르딘 총연맹의 랄프 군주가 어린 소년의 목소리를 가진 자를 쫓고 있다고 한다.

루이스는 그것이 아서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가 아는 아서는 아주 무서운 자였다.

“이놈, 뭐라 말이라도 해봐라. 군주경합이 끝나면 네놈의 영지를…….”

루이스가 입술을 깨물었다.

“제발 조용히 좀…….”

하지만 라로크라는 군주는 침까지 튀겼다.

“밀어버릴 것이야! 우리 로시드 소연맹의 이름을 걸고 말이다. 지금이라도 바지에 오줌이라도 지릴 것 같…….”

“제발 아가리 좀 닥쳐!”

“예?”

순간 루이스는 이 버러지들이 뭐라고 지껄이는 건가 싶어 자신도 모르게 말했다.

그래놓고 입술을 꾹 깨물었다.

‘진짜 강자 앞에서 기세등등한 것과 뭐가 다른가.’

루이스는 쥐구멍이라도 숨어 들어가고 싶을 지경이었다.

진짜 강자.

그게 바로 아서다.

단지 훈련소와 전멸의 토벌대에서만 겪어본 것뿐이지만 아서는 딱 그런 자였다.

그런 자 앞에서 자신과 네 명의 군주가 어깨를 으스대고 있었다.

루이스는 최대한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오랜만입니다, 아서 군주님. 저희 소연맹의 군주들이 실수를 범한 것 같군요. 넓은 아량으로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죠.”

루이스.

그가 작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 모습을 보는 군주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도, 도대체 이 꼬마가 누군데?’

‘이놈이 뭔데?!’

그런 루이스를 보며 아서는 말했다.

“졸렬한 수준 하고는.”

피식

비웃음.

그걸 끝으로 그는 몸을 돌렸다.

루이스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그의 추측이 맞다면 지금의 아서는 절대 건드려서도, 대적해서도 안 되는 군주였다.

‘어쩌면…….’

오늘 측정기를 통해서 그 사실이 명명백백 드러나게 될지도 몰랐다.

“아는 군주였습니까?”

“도대체 누구길래 루이스 님께서…….”

루이스는 그들의 말에 한숨을 쉬며 다른 말은 하지 않고 강조했다.

“다시는 저 군주하고 충돌하지 마십시오. 지금은 그냥 넘어갔지만 만약 정말 일이 커졌다면…….”

모두의 이목이 루이스 군주에게 집중되었다.

“로시드 소연맹은 그날로 지도상에서 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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