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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회귀록-116화 (116/210)

# 116

군주회귀록 116화

만물자 카르스.

이는 한 군주가 퀘스트를 달성하고 얻어낸 유닛이다.

하지만 이 카르스는 지금과 같은 퀘스트로 얻은 유닛이 아니었다.

‘그 의미는 시시때때로 상황에 따라 퀘스트가 바뀌었고 카르스는 매번 기억을 잃으며 새롭게 나타났다는 거다.’

새로 나타난 노예 구원 퀘스트.

이는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1. 300명 이상의 노예가 사망할 시 실패한다.

2. 만물자 카르스가 죽을 시 실패한다.

이 만물자 카르스는 시크릿 유닛 중에서도 유독 희귀하다.

한 달에 한 번씩 군주가 원하는 특이한 물품들을 준다.

예를 들면 미션이나 신기록, 혹은 그 외의 히든피스 보상 등을 통해서 받는 것들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다행이다.”

아서는 들려오는 안도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카르스가 아서의 팔을 비비면서 피식 힘 빠진 듯 웃었다.

“걱정 마. 죽지 않을 거니까.”

카르스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곧이어 켄타우로스족 하나가 외쳤다.

“키히힝, 모두 문 앞에서 출정 대기한다!”

* * *

카르스가 물었다.

어쩌다 이곳에 노예로 오게 되었냐고.

아서는 간단하게 답했다.

“뻔하지. 군주가 패배했고 노예로 잡혀 왔어.”

아서의 말이 건방져 보일 법도 했지만 카르스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래, 계속 그렇게 당당해야 한다.”

그가 어떻게 생각하든 그건 자유다.

아서는 주변을 둘러봤다.

배고픔에 허덕이는 노예들은 갈비뼈가 훤히 보일 정도였다.

몸 곳곳에 난 끔찍한 채찍 자국들도 보였다.

그러고 보면 토미 군주가 광산으로 이끌고 왔었던 노예들도 성한 구석이라고는 하나 없었다.

‘물론 승리를 취한 군주들 마음대로라고는 하지만…….’

썩 마음에 드는 방식은 아니라는 거다.

그때였다.

갑자기 노예들이 우르르 한곳에 모여들었다.

“너 이 새끼, 뭘 처먹고 있는 거야!”

“우리 몰래 뭘 숨겨서 먹고 있어?”

그들의 웅성거림에 모두의 시선이 돌아갔다.

그곳엔 입을 틀어막은 뼈만 앙상한 스물 후반의 남성이 노예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어떻게 치사하게 네놈만 뭘 숨겨놓고 먹을 수 있는 거냐!”

배가 고픈 자들은 극도로 예민해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곧이어.

그들은 나오던 말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케엑, 켁!”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무언가를 입에 넣고 삼켰던 사내가 뱉어낸 것은 나무껍질이었다.

차마 삼키지 못하고 뱉어낸 노예를 보며 다른 노예들도 할 말을 잃었다.

‘죽일 맛이 날 군주 새끼군.’

폭군 자칸은 군주 뜯기를 돕고 또한 소연맹을 통해 가짜 전쟁 모드 제안서를 통하여 약자들을 밟아왔다.

또한 수족으로 부리는 노예들마저 이런 지경.

아서는 쯧 혀를 찼다.

* * *

12시간 후.

자칸 군주는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였다.

‘어째서 이렇게 잠잠한 거지?’

도통 영문을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놈은 단숨에 다섯 개의 영지를 부숴 버렸다.

군주보호기간의 군주?

말도 안 되는 일.

하지만 놈이 정말 군주보호기간의 군주냐 아니냐는 지금 중요한 게 아니었다. 실제로 상당한 전력을 가진 놈이니 지금 당장 공격해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게 중요했다.

그때였다.

때마침 자칸 군주가 보낸 정찰용 매가 발카스 영지에 도착했다.

곧이어 자칸 군주는 볼 수 있었다.

발카스 영지의 치료소 앞에서 부상을 입은 듯 보이는 300여 명의 병사가 치료를 받고 있었다.

그는 그걸 보는 순간 안도의 한숨과 함께 또 다른 생각을 했다.

“놈의 병사들은 지금 큰 부상을 입고 치료 중이다. 지금 바로 우리 ‘명마부대’를 출정하여 발카스 영지로 향한다. 코왈르.”

“키히힝, 예!”

자칸 군주의 대리인 코왈드가 힘찬 푸레질을 하며 답했다.

“만약의 수에 대비하여 나는 성에 남겠다.”

명마부대는 자칸 군주가 이끄는 정예 부대였다.

최대한 빨리 놈들을 잡는다.

하지만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명마부대보다는 한 등급 떨어지는 흑마부대는 잔존시킨다.

깃발전은 언제 어디서 기습이 들어올지 모른다.

비록 1:1 상황이라 군주가 죽어야지만 깃발을 빼앗을 수 있다는 페널티가 있기는 했다.

군주를 기습하는 건 영지 내에서보다는 바깥에서가 더 쉬운 법이다.

오히려 상대편 군주는 그걸 더 원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그는 성에 잔존하는 걸로 결정했다.

* * *

아서는 이동하는 병력들을 보았다.

‘미리 약 300명의 병력을 창조의 그림으로 그려냈지. 마치 부상을 당한 것처럼.’

아서가 곧바로 습격하지 않으면 분명 자칸 군주가 정찰용 매를 보내리란 것을 예측한 거다.

출정하는 병력 사이에 자칸 군주는 없었다.

사실상 자칸 군주가 출정을 할지 성에 잔존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있었다.

‘최대한 빨리 발카스 영지에 도달해야 하니 노예들은 두고 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노예들은 출정시키지 않을 것임을 알았다.

이렇게 뼈만 앙상한 노예들이라면 빠르게 가야 하는 길에는 짐밖에는 되지 않는다.

아서가 원했던 바였다.

거기에 추가로 자칸 군주가 잔존해 준다고 하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있겠는가.

“다행히 우린 데려가지 않는구나.”

카르스는 빙그레 웃으며 아서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아서는 팍 하고 그 손을 쳐냈다.

“손대는 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귀여운데?”

하지만 카르스는 웃었다.

아서는 그레모리가 이 모습을 봤다면 카르스가 두들겨 맞았으리라고 생각했다.

“나도 너만 한 동생이 있었지. 또 아버지도. 하지만 자칸 군주가 창 연습을 한다고 죽였지. 동생도 그때 죽었고.”

카르스가 아서에게 우호적인 이유를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자식, 다 안다. 너 지금 무서운데 안 무서운 척하려고 일부러 그렇게 차갑게 행동하는 거지?”

‘얼씨구?’

아서는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두렵기는?

개뿔이.

자칸 군주는 아서에게 한 주먹거리도 안 된다.

현재 아서 개인의 추정 무력은 A급 이상이다.

거기에 귀신부대들도 마찬가지였다.

“걱정 마라. 혹시 그런 상황이 와도 내가 넌 안 죽게 지켜주마.”

아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런 영웅 행세하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시크릿 유닛 카르스가 딱 그 짝인 듯싶다.

“나 이래 보여도 검 좀 쓴다고.”

카르스가 제법 두툼하게 굳은살이 박인 손을 들어 올려 보였다.

그때였다.

“키히힝, 너, 너. 이리로.”

켄타우로스족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자칸이 부리는 핵심 병력인 ‘흑마부대’였다.

그들을 본 카르스가 치아를 꽉 물었다.

“빌어먹을 놈들 또…….”

그는 직감했다.

군주 자칸이 하는 것처럼 그의 병사들도 노예들을 데리고 창던지기 연습이나 활쏘기 연습 등을 즐겨 했다.

“거기 너하고 너도.”

켄타우로스족들이 노예들을 하나하나 계속 지목했다.

노예들은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

만약 일어서지 않으려고 하는 자가 있다면.

푸화악!

데구르르.

단숨에 목이 달아났다.

“흐이이익!”

그 모습을 아서는 차가운 눈빛으로 지켜봤다.

‘그 군주에 그 병사들이라.’

입 안이 썼다.

도긴개긴인 세상 아니겠는가.

노예들이 두려움에 벌벌 ᄄᅠᆯ었다.

그러던 중 한 켄타우로스가 카르스를 지목했다.

“키히힝! 너, 그리고 너. 특히 네놈은 평소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

켄타우로스 하나가 평소 카르스를 눈여겨보고 있었던 듯 말했다.

‘젠장…….’

카르스는 여기서 죽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옆에서 아서가 중얼거렸다.

“검 좀 쓴다며?”

그 말을 들은 카르스의 고개가 돌아갔다.

카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죽을 때 죽더라도 한 놈은…… 또 어쩌면 이 아이는 살릴 수 있을지도 몰라.’

죽이고 간다.

아서는 흥미롭게 그를 바라봤다.

켄타우로스족 하나가 카르스에게 접근했다.

곧이어 몸을 일으키지 않는 그를 향해 힘껏 창을 휘두르려 했다.

그 순간.

수우우웅!

카르스가 옷 속에 숨겨두었던 깎아 만든 나무단검을 뽑아 단숨에 켄타우로스족의 하체를 찔러 버렸다.

푸지익!

“키히히힝, 이런 빌어먹을 놈!”

켄타우로스가 비명을 토했다.

놈의 앞 발길질에 카르스가 뒤로 튕겨 나갔다.

다른 병사들이 몰려들려고 하자 단검이 박힌 켄타우로스가 소리쳤다.

“움직이지 마, 놈은 내가 죽여!”

“키히힝, X신 같은 놈, 저런 노예한테 당하다니.”

“키히힝, 저 노예 좀 봐. 미쳤구만!”

“이 빌어먹을 새끼들아! 덤벼봐, 응?!”

카르스가 기세등등하게 물러서지 않고 외쳤다.

하지만 갈비뼈가 부러진 것인지 당장 통증이 밀려왔다.

그런 카르스의 고개가 옆에서 들리는 소리에 돌아갔다.

“똑.”

그 소리는 소년이 혀를 움직이는 소리였다.

마치 시곗바늘이 움직이는 소리와 흡사했다.

“딱.”

“내가 이놈들의 신경을 집중시킬 테니, 넌 다른 사람들 틈으로 숨어라. 그럼 죽지 않을 거야.”

아서는 차가운 눈으로 카르스를 돌아보았다.

여전히 아서의 입에서는 그 소리가 흘러나왔다.

“똑.”

“딱.”

그리고 그 혀 소리는 갈수록 템포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똑딱, 똑딱, 똑딱.”

켄타우로스가 카르스 앞에 도달했다.

“키히힝, X같은 새끼들. 둘 다 사지를 찢어 죽여주마.”

앞으로 다가온 켄타우로스족은 아서가 자신을 조롱한다고 생각한 듯싶었다.

아서는 멈추지 않고 계속 혀를 퉁겨댔다.

똑딱똑딱똑딱.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고요한 적막 속에서 아서의 혀 차는 소리만이 퍼졌다.

‘대체 왜……!’

굳이 켄타우로스를 자극하는 이유가 뭘까.

그러던 중 아서가 씨익 웃었다.

“이제 됐군.”

그 말과 함께.

콰아아아아앙!

거북이 등껍질과 같은 오르빈 영지의 천장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쿠우우우웅!

쿠우우웅!

두꺼운 건물의 잔해물이 떨어져 내렸다.

곧이어 원 형태로 둥글게 뚫린 천장에서 벌 특유의 날갯짓 소리가 들려왔다.

위이이이이잉

위이이이잉!

만능 꿀벌들은 각자 등 뒤에 병사를 한 명씩 태우고 있었다.

아서는 미리 병사들에게 천장을 위에서 폭파할 것을 지시했다.

그리고 병사들은 아서의 말처럼 폭탄을 제조해 미리 대량 설치해 놨다.

아서는 그 폭탄이 터지는 것을 다른 병사를 통해 지켜보고 있었다.

초침 소리는 폭탄이 터질 시간을 알리는 예고였다.

촤르르륵!

수우우우우!

곧이어 병사들이 밧줄을 내리고 빠른 속도로 하강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

강철부대원들이 귀신부대 스킬을 시전했다.

수우우웅!

수우우웅!

아서의 앞으로 빠른 속도로 정렬하기 시작한 귀신부대로 변화한 병사들.

아서가 로브를 완전히 벗어 던졌다.

파르르르륵!

로브가 흩날리고 검은색 살육자 방어구 세트를 착용한 아서가 모습을 드러냈다.

작은 단검 형태로 만들어놨던 인피니티가 카자벤의 독창 모양으로 변형되었다.

“키히힝, 이게 도대체…….”

앞에 있던 켄타우로스가 당혹한 목소리를 토할 때.

아서의 창이 망설이지 않고 켄타우로스의 목을 단 한 수로 찔렀다.

푸지익!

그리고 망설임 없이 뽑아냈다.

푸슈유육!

너무나 쉬이 허물어지는 켄타우로스.

“군주님,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아서는 그 말에 짧게 말했다.

“모두 죽여.”

“예!”

수우우웅!

수우우웅!

귀신부대 인원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곧이어 고개를 돌린 아서와 카르스의 눈이 마주쳤다.

카르스는 너무 놀라 이러한 소리를 냈다.

“따, 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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