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주회귀록-113화 (113/210)

# 113

군주회귀록 113화

30분 전.

“망망, 꿀벌들 빨리빨리 일 안 해?! 나는 악덕 지휘관 올리아야. 잠은 여덟 시간만 자구, 꿀은 많이많이 먹고 일하란 말이얏! 너무 힘들면 조금만 쉬어도 되고!”

그 모습을 보며 그레모리는 이마에 손을 짚었다.

“저게 어딜 봐서 악덕이라는 거야.”

정말이지 귀여운 개가 아닐 수 없었다.

올리아는 정말 신나 있었다.

말은 지휘를 한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만능 꿀벌들이 알아서 척척 했다.

그들의 작업 속도는 정말 그레모리가 보아도 감탄이 나올 정도로 빨랐다.

만능 꿀벌 위에 타고 있던 올리아가 갑자기 그레모리의 위쪽으로 향해 빙글빙글 돌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그 뜻을 알아차린 그레모리가 양팔을 쫙 펼쳤다.

올리아가 깡총 뛰어내려 그녀의 품에 안겼다.

“망, 어때, 나 무시무시하게 무섭지?”

“무서워서 오줌 쌀 뻔했다.”

“망, 나도 알아. 내가 너무 무섭다고 피하진 말아줘, 모리모리.”

올리아가 씨익 웃었다.

그레모리는 황당해서 웃었다.

그때였다.

바깥에서 소란이 들려왔다.

“어떻게 들어온 거지?”

“뭐야, 어떻게 들어온 거야? 이 광산은 우리 발카스 영지 소유인데…….”

발카스 영지의 영지민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이 광산에는 만능 꿀벌들뿐만이 아니라, 그들을 도와 돌덩이들을 수레로 옮길 일반 영지민들도 지원했다.

물론 아서는 그에 관련한 보수도 톡톡히 쳐주기로 하였고.

계속된 웅성거림에 그레모리의 고개가 돌아갔다.

채찍을 허벅지에 찬 몸에 쫙 달라붙는 검은 가죽옷을 입은 여인이 주변을 둘러보며 들어오고 있었다.

바로 광물 사냥꾼 토미 군주다.

그 뒤로는 그녀가 부리는 개미 병사 오십여 마리와 약 300명 정도 되어 보이는 당장 숨이 넘어가도 이상하지 않을 노예가 있었다.

토미 군주는 이 광산에 들어오고 스킬 중 하나인 ‘약탈 적 탐지’를 통해 얼추 상대편 군주에 대해 확인할 수 있었다.

‘군주보호기간 군주?’

푸흡 웃음이 나왔다.

이 약탈 적 탐지는 광산 주인에 대해 기본적인 걸 보여준다.

말 그대로 기본적인 것이다.

세세한 건 보여주지 않는다.

등급과 같은 걸 보여주는데, 이 광산 주인은 등급이 아닌 ‘군주보호기간’ 군주라고 나왔다.

이거 완전 땡 잡은 거 아닌가?

‘군주보호기간 군주면 약탈꾼 직업을 가진 나라고 해도 죽이면 큰 리스크를 받지.’

군주보호기간 군주가 먼저 공격하지 않는 이상 약탈꾼 직업을 가져도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방법은 있었다.

‘뭐야, 저 자신감은.’

그레모리는 궁딩이를 씰룩거리며 도도한 표정으로 걸어오는 그녀의 얼굴에서 볼 수 있었다.

‘나 돈 많아. 보이니? 내 아티팩트?’

와 같은 모습.

그레모리가 얼추 보아도 보인다.

착용하고 있는 가죽옷과 손가락에 끼워진 액세서리까지 모두가 레어에서 유니크급 이상의 아티팩트였다.

또한 그 뒤의 개미 병사들마저도 아이템으로 치장한 게 아닌가?

하지만 정작 그레모리는 감흥이 없었다.

‘우리 군주님 아티팩트는…….’

유물 두 개다.

유물 하나만 있어도 저 자신감에 찬 여인이 입고 있는 모든 아티팩트를 사고, 모든 개미도 싸그리 사들이며, 아예 영지 다섯 개 이상을 통째로 살 수도 있다.

아니, 사실 값으로 매길 수 없는 게 바로 유물 아티팩트라는 것.

그러한 군주를 모시는 그레모리로서는 딱 이 생각이 든다.

‘꼭 없는 것들이 있는 척해요.’

하지만 그레모리는 곧 표정을 지우며 대리인으로서의 업무에 충실히 그녀의 앞으로 다가갔다.

“발카스 영지의 대리인, 그레모리입니다.”

“……?”

그리고 토미 군주의 고개가 갸우뚱했다.

‘무슨 놈의 대리인이 이렇게 예뻐?’

하지만 그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레모리는 의아한 표정이었다. 토미 군주는 살짝 비웃듯 말한다.

“난 토미 군주다. 광물 사냥꾼 토미라는 이름으로 불리지.”

그녀는 이 말을 뱉고 생각했다.

‘들어봤겠지. 포르데일 땅에서 내 이름을 모르는 군주는 찾기 힘들다.’

그녀가 캐내는 광물을 사고 싶어 하는 군주들이 세상에 널리고 널렸다.

더군다나 총연맹인 발키리와도 거래하고 있는 그녀였다.

또한 단시간에 성장했기에 꽤 많은 군주가 그녀를 알았다.

‘다른 누군 몰라도 토미 군주와의 마찰은 피해라.’

이런 소문도 돈다고 한다.

때문에 토미 군주는 자신의 이름을 들은 앞의 대리인이 ‘아이구, 죄송합니다. 몰라 봤어요!’ 하고 변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레모리는 오히려 얼굴을 구겼다.

“말을 놔도 된다고 한 적 없습니다. 예의를 차려주시기 바랍니다.”

그 말을 들은 토미 군주의 얼굴이 황당함에 물들었다.

그건 됐고 본론으로 가자라고 생각하고 입을 열려 했다.

“내가 이 광산을 사겠…….”

“반말하지 말라고. 그리고 이 광산 안 팔아.”

그 말이 끝이었다.

그레모리는 상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토미 군주고 나발이고.

군주님께서 힘들게 찾은 광산이다.

또한 그녀는 아서에게 이러한 당부를 들은 적이 있다.

‘그레모리.’

‘예.’

‘나를 제외한 그 어떠한 군주에게도 머리를 숙일 필요는 없다. 또한 만약 힘으로 너를 누르려는 자가 있다면…….’

아서는 빙긋 웃었다.

‘나한테 일러라, 다 조져줄 테니.’

이러한 믿음직한 군주님이 계신대, 상대가 토미든 토마토든 꿇릴 게 무엇이 있나.

또한 토미 군주가 어떠한 능력으로 이 안까지 들어왔는지는 모르나 바깥에서 그레모리에게 나올 것을 청할 수도 있었다.

광산이 군주의 것이라면 이 광산을 마음대로 들어오는 것은 염탐과 같았다.

즉, 비매너 행위는 토미 군주가 먼저 했다는 거다.

탱그라아앙!

그때였다.

그레모리의 고개가 돌아갔다.

땅에 떨어져 회전하는 1골드가 있었다.

“어딜 가, 이 X친년아. 1골드에 이 광산 산다.”

그레모리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졌다.

토미 군주는 이런 식으로 다른 군주들의 영지를 빼앗아왔다.

고작 1골드로.

그레모리가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리고 회전하는 1골드를 발로 팍 찼다.

토미 군주의 얼굴로 1골드가 튀어 올랐다.

그녀는 고개를 슬쩍 비틀어 피해냈다.

“안 팔아.”

“아직 사태 파악이 안 되나 본데, 지금 파는 게 좋을 텐데. 봐서 알겠지만 난 돈이 많아. 너희 같은 영지 밀어버리는 건 내 힘을 쓰지 않아도 된다고. 다른 군주보호기간 군주들한테 돈 몇 푼 쥐여 주고 집중 공격을…….”

“뭐래.”

그레모리가 귀를 후볐다.

그 옆에 앉은 올리아가 말했다.

“망, 쟤 이상해. 자기가 최고라고 생각하나 봐.”

“역시 올리아. 네가 저 여인보다 똑똑한 것 같다. 한 번에 알아보는구나.”

“망, 그렇지?!”

그레모리와 올리아의 케미가 착착 감겼다.

토미 군주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그 빌어먹을 군주보호기간의 페널티.

하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먼저 공격하게 유도하면 된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

그러던 중 토미 군주는 재밌는 생각이 났다.

저 정체 모를 하운드족.

꽤 아끼는 존재 같아 보인다.

저런 자들에게 어떤 말을 해야 선공을 할까.

선공만 저들이 해주면 토미 군주는 이 영지 전체를 싸그리 밀어버릴 수 있다.

그때 그레모리라는 대리인이 아마도 군주와 대화를 나누는 듯 허공에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생각을 끝낸 토미 군주가 말했다.

“저 X새끼, 존나 맛있게 생겼네.”

그 말을 들은 그레모리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그녀의 고개가 천천히, 아주 천천히 돌아갔다.

그리고 그녀가 곧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너 큰일 난 것 같은데.”

“저 X새끼, 나한테 1골드에 팔아라. 내가 아주 맛나게 끓여 먹어주지.”

“마앙……?”

그레모리의 얼굴은 더욱더 차가워졌다.

그녀도, 평소 아서라는 군주와 올리아를 보아왔던 발카스 영지 영지민들도 일동 멈춰서 토미 군주를 보며 딱 한 가지 생각을 했다.

‘쟤 X됐다…….’

하지만 토미 군주는 이런 식이면 저 대리인이 발끈하여 자신에게 덤벼들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망…… 쟤 이제 큰일 났어.”

그리고 그 조그마한 하운드족이 중얼거렸다.

토미는 피식 웃을 수밖에.

그때 광산 안으로 들어간 만능 꿀벌 한 마리가 빛에 휩싸였다.

그리고 곧.

수우우웅!

작은 바람이 불었다.

토미 군주는 채 뭐라 말하기도 전에 머리를 당기는 스산한 느낌을 받았다.

“아…… 뭐야, 뭐가 내 머릴…….”

그녀가 그 말을 끝냈을 때, 그 옆엔 그녀의 머리칼을 힘껏 움켜쥔 아서가 있었다.

“1골드 줄 테니, 네 병력은 전부 내가 죽이마.”

콰아아아앙!

아서가 토미 군주의 얼굴을 힘껏 후려쳤다.

토미 군주는 정신을 차릴 수도 없을 만큼 강렬한 힘을 느꼈다. 그리고 날아갔다.

‘군주보호기간의 군주에게……?’

그런 의아함과 함께 그녀가 땅에 고꾸라졌다.

“망, 군주님 화났엉.”

“쉿. 이런 건 보면 안 돼. 쟤 불쌍하잖아.”

그레모리는 놀리듯 말하며 올리아의 눈을 가려줬다.

아서는 토미 군주를 멈추지 않고 그 자리에서 패기 시작했다.

여자든 남자든 상관없었다.

퍼억! 퍼억! 퍼억!

“커억……!”

토미 군주는 피를 한 움큼 토하면서도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분명히 적 약탈 감지 스킬에 따르면 군주보호기간의 군주라 했다.

그런데 어떻게 A급 군주인 자신을?

“구, 군주님을 지켜라…….”

“공격해라!”

상황을 뒤늦게 인식한 개미 병력들이 아서에게 덤벼들려고 했다.

그레모리는 허리춤에서 두 개의 단도를 뽑아 들었다.

아서가 중얼거렸다.

“죽음의 그림.”

푸화아아악!

검은 기류에 휩싸인 수하들이 나타났다.

그와 함께 잠시 토미 군주를 패는 것을 멈춘 아서는 죽음의 그림 수하들에게 명령했다.

“막아라.”

-예!

죽음의 그림 수하들이 답했다.

그리고 밀고 들어오는 개미 병력을 막아냈다.

개미 병력은 그들을 뚫으려고 했지만 뚫리지 않았다.

그 와중에도 아서는 토미 군주를 패고, 패고, 또 팼다.

“히에엑, 제, 제발 그만해라!”

“군주니이임!”

밀고 들어오려던 개미 병사들이 외쳤다.

언젠간 뚫리겠지만 이대로는 지금 당장 토미 군주가 죽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무기 버려.”

아서는 축 늘어진 토미 군주의 멱살을 쥐고 말했다.

개미 병력들이 병장기를 땅에 버렸다.

그와 함께 아서가 정신을 잃어가는 토미 군주를 패려던 차였다.

“나, 날 죽이면……!”

“죽이면?”

아서는 어디 한번 말해보라는 듯 입술을 비틀었다.

“발키리 총연맹에서 널 가만두지 않을 거다.”

“흠.”

발키리 총연맹.

그 이름에 아서는 피식 웃었다.

하지만 토미 군주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말했다.

“지금 현재에도 발키리 총연맹의 군주가 오고 있다. 이제 곧 그가 올 것이다. 이 모습을 보면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지금 이 상황, 감당할 수 있겠어?”

그 말에 아서는 턱을 쓸었다.

“대단한 자라도 오나?”

“대단하고말고. 아스가르드 대륙에서 테이머 능력으로 으뜸이라 불리는 자지.”

그 말을 듣자 아서는 한 명의 인물이 떠올랐다.

* * *

브록 군주.

와이번에서 내린 그는 혀를 찼다.

‘거래도 끝이군.’

어쩌다 토미라는 개차반 같은 군주와 발키리 총연맹이 계약을 트게 되었다.

하지만 이제 이번 광산 거래를 끝으로 토미 군주와 발키리 총연맹은 안녕이다.

처음엔 토미 군주와의 거래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갈수록 그녀의 악행이 심해져 갔고, 발키리 총연맹에서도 이번 거래를 끝으로 그녀와의 거래를 중단하라 명령이 내려왔다.

아무리 총연맹이 이득을 위해서는 뭐든 하는 집단이라지만 토미 군주 같은 악질을 계속 상대해 줄 리 없는 카일 총연맹장이었다.

그리고 브록 군주도 내심 그걸 반겼고.

‘브록 군주님, 이번에 마피노스의 광물이 있는 광산을 거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말한 토미 군주는 브록에게 위치를 보내왔다.

‘또 누구의 것을 빼앗으려는 거겠지. 쯧.’

브록 군주는 혀를 차며 생각했다.

그 빼앗긴 군주에겐 브록 군주가 토미와 이야기를 나눠 합당한 보상을 줄 생각이다.

토미가 개차반인 거지 브록이나 발키리 총연맹이 개차반인 건 아니니까.

또한 브록 군주의 말이라면 토미 군주도 수긍할 터.

바르노프 광산 앞에 선 브록 군주는 자신의 입장이 허용되어 있자 고개를 갸웃했다.

“응?”

그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그리고 곧 볼 수 있었다.

토미 군주가 익숙한 한 소년에게 멱살이 잡혀 곤죽이 되어 있었다.

팔로 부리나케 기어온 토미 군주가 브록에게 말했다.

“저, 저자가 나를 이리 만들었어요. 브록 군주!”

“…….”

브록 군주는 말없이 소년을 바라봤다.

그리고 토미 군주를 보더니 이마에 손을 짚었다.

“대체 왜 그런 거지?”

그 말에 토미 군주는 옳거니 했다.

그녀는 발키리 총연맹과 거래를 하는 사람.

때문에 브록 군주가 자신을 도와줄 거라 생각하고 목에 핏대를 세워 다리를 부여잡고 말했다.

“그렇죠?! 저자를 발키리 총연맹에서 ‘학살령’을 내려 처단하면…….”

“아니, 저분 말고 너. 그리고 학살령은 만약 내려지면 ‘너’에게 내려질 것 같은데.”

“예……?”

브록 군주의 표정이 싸늘해졌다가 아서를 보고서는 빙긋 웃었다.

“잘 지냈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