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8
군주회귀록 108화
36장 강해지지 않는다면
(라스)
소환수
HP: 6,000 MP: 1,200
총합 공격력: 613
총합 방어력: 521
등급: A
잠재력: 109
처음으로 얻게 된 A급 유닛.
거기에 병영 레벨이 올라감에 따라 S급 유닛으로 변화시킬 수 있었다.
사실상 병영 레벨이 올라간다고 할지라도 병사들의 업그레이드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모든 병사는 B급까지만 강화할 수 있고 A급 이상은 사실상 따로 얻어내거나 혹은 한정된 병력 이상의 보유 잠재력을 가진 자들이어야 한다.
라스는 S급까지 올라갈 수 있는 특별한 유닛.
거기에 더해.
‘강철부대가 함께한다면…….’
금상첨화다.
이전에 아서와 함께 베레스트 산맥을 오른 병사들은 강철부대가 되었고 거기에 특수 능력 귀신부대 스킬을 하루에 한 번 발동할 수 있었다.
그 때문에 그들도 귀신부대로 변화했을 땐 A급의 힘을, 평소엔 B급 정도의 힘을 낼 수 있었다.
그 외의 수많은 병력은 이제부터 사령관 라스가 세분화된 지휘를 하게 될 것이다.
아서가 가장 먼저 고든을 약탈자의 반지를 이용해 얻은 건 분명히 옳은 선택이었다.
이제부터 아서가 보유한 병력은 갈수록 늘어날 테니까.
‘루시아는 지금쯤 뭘 하려나?’
내일 아서의 병력은 영지 발전을 위한 조력을 목적으로 루시아의 영지로 파견을 가게 될 것이다.
* * *
루시아.
그녀의 옆에는 바쿡족 대리인 콜로가 함께였다.
콜로는 여느 때처럼 그녀가 오자 한달음에 달려와 그녀를 향해 부드럽게 웃었다.
“오셨습니까, 군주님. 특별한 문제는 없으셨는지요.”
“없었어.”
“하지만 근심 걱정이 가득하신 얼굴입니다.”
그 말에 루시아는 차마 부정할 수 없었다.
이렇듯 온화하게 웃어 보이는 콜로가 모두 거짓이라니.
그는 루시아의 표정이 좋지 않자 한쪽 무릎을 꿇고 조심스레 손을 뻗었다.
“감히 전하의 손에 제 손을 얹어도 되겠나이까?”
그 말에 루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부드럽게 그녀의 손을 잡은 콜로가 웃었다.
“어떠한 일이 있으셨는지요?”
그 말에 루시아는 이번에 있었던 바일리 영지 탈환 작전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그러자 콜로는 다소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도 고개를 작게 끄덕거리며 그녀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군주님, 강해지셔야 합니다.”
콜로는 그녀가 하는 걱정이 이번 전쟁에서도 무수히 많은 목숨이 사라진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라고 생각했다.
“군주님은 잘하셨습니다. 지금도 현실에서 전술의 신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계시지 않습니까?”
루시아가 전술의 신이 되는 과정에는 콜로의 도움이 컸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몸이 유독 약했고 그것은 열다섯 살이 되던 해에 더욱 심해졌다.
때문에 그녀는 외출조차도 통제받았다.
그녀는 마음이 여렸다.
하지만 도움이 되고 싶었다.
아스간 대륙엔 끊임없이 비명이 퍼진다.
던전 마스터들, 그리고 그 와중에도 전쟁을 벌이는 제국들.
그래서 루시아는 지구의 병법서를 여러 권 읽었고 대륙의 병법서 또한 수백 권을 읽었다.
그러면서 비교하고 또 비교했다.
그녀에겐 전술의 신이라 불릴 만한 탁월한 능력이 존재했다.
하지만 그 소극적인 성격과 여린 마음에 차마 나서질 못했다.
그걸 이끌어준 게 바로 콜로다.
“군주님 덕분에 영지민들을 구했습니다. 피해요? 전쟁이란 피해 없이 끝나지 않는 것이옵니다. 군주님은 어쩌면 그 피해를 최소화시키신 분일지 모릅니다. 부디 마음에 두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 말을 끝으로 손을 놓은 콜로는 고개를 숙이며 뒤로 물러났다.
그다음 무릎을 꿇고 그녀를 올려다봤다.
“힘내십시오. 제가 있지 않습니까?”
그렇게 말하며 콜로는 빙긋 웃었다.
‘말도 안 돼…… 그가 잘못 알고 있는 게 분명해.’
이런 콜로가, 영지민이, 병사들이 모두 자신을 속이고 있다고?
그녀는 그들의 말을 떠올렸다.
‘군주님, 걱정 마십시오. 저희가 저자들로부터 군주님을 지켜 드리겠습니다!’
‘저희 뒤로 숨으십시오.’
‘군주님껜 손 하나 대지 못한다.’
아서 군주는 뛰어나다.
하지만 이번엔 틀렸다.
그걸 내일 증명할 것이다.
“참, 내일 발카스 영지의 아서 군주와 그 병력이 파견을 올 예정이야, 콜로.”
“호오, 그렇습니까? 말만 들어도 참으로 기대됩니다. 그분은 군주님의 친구이시기도 하니, 최대한 입맛에 맞는 음식, 환대로 그를 맞이해야겠군요.”
콜로가 부드럽게 웃었고 루시아도 픽 웃었다.
내일 아서 군주가 틀렸다는 게 증명될 것이다.
* * *
이스벨 영지의 문이 활짝 열렸다.
콜로와 모기 병사, 그리고 정예 부대 40인 사마귀 기사들까지.
그들 모두가 문을 중심으로 양옆으로 나열해 펜루스에 올라 이스벨 영지 안으로 들어오는 아서와 그의 정예 병력 40명가량을 맞이했다.
아서가 끌고 온 정예 병력은 강철부대, 그리고 통솔자로 라스를 데려왔다.
라스는 생김새만 다르다 뿐이지 젊었을 적의 고든을 본다고 할 정도로 냉혹한 성격이었다.
하지만 아서에 대한 충성심 하나만큼은 발군이었다.
“어서 오세요, 아서 군주님.”
“잘 지냈나, 루시아 군주.”
아서는 루시아에게 자신을 현실에서 만난 것은 말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루시아는 실제로 어제 콜로와의 대화에서 그 모든 걸 배제했다.
‘역시…….’
그리고 루시아를 바라보는 아서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용언의 연금술서의 한 부분.
바로 투시를 할 수 있는 약초를 제조할 수 있었다.
아서는 이 이스벨 영지에 들어오기 전 밖에서 그걸 씹어 삼켰다.
아서의 눈에는 똑똑히 보이고 있었다.
루시아의 배 속에 꿈틀거리고 있는 아주 작은 생명이.
정말이지 작은 생명이었다.
그녀의 배가 부르지 않는 게 당연할 정도의 크기.
하지만 크기가 문제가 되는 게 아니었다.
‘애초에 숙주는 몸을 빼앗는 거지, 태어나는 게 아니야.’
배꼽을 기준으로 하여 몸을 웅크리고 있는 그 작은 생명은 루시아의 몸 곳곳에 나무뿌리 같은 줄기 수백여 개를 뿌리고 있었다.
그 뿌리는 서서히 그녀의 뇌를 향해 올라가는 중이었다.
‘며칠 안 남은 게 분명해.’
그녀가 몸을 빼앗길 때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아마도 2주 내.
그 안으로 해결해야만 한다.
그러지 못하다면 아서가 직접 루시아를 죽여야 할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가시죠. 식사를 차려놨습니다.”
루시아는 아서를 대사관으로 이끌었다.
대사관으로 아주 맛 좋아 보이는 음식들이 가득 차려졌다.
또한, 악기를 다룰 줄 아는 벌레 군악대가 음악을 뽐냈다.
콜로 군주는 아서의 투명한 물 잔에 정중하게 물을 따라줬다.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군주보호기간의 군주시라는 게 믿기지 않아요.”
아서는 묵묵히 식사만 했다.
하지만 콜로는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살짝 숙여 뒤로 물러났다.
아서는 묵묵히 스테이크를 썰었다.
그리고 캐시 상점을 이용해 아군과의 은밀한 대화를 구매했다.
그 후에 루시아에게 적용했다.
‘당황하지 마라.’
‘네.’
이미 아서가 언급한 바가 있는 행동이었기에 그녀는 침착히 고기를 썰어 입에 넣으며 빙긋 웃었다.
“입에 맞으시나요?”
“벌레들이 만든 것치고 괜찮군. 병사들도 배불리 먹여줬으면 좋겠어.”
“그건 걱정 마세요.”
그 말을 끝으로 다시 식사.
그리고 대화가 시작되었다.
‘아서 군주님, 군주님은 잘못 알고 계신 게 분명해요. 저희 영지민, 병사, 콜로는 그럴 자가 아니에요.’
그녀는 단호했다.
그에 아서는 이마에 손을 짚고 싶어질 정도다.
‘또 그 소리인가? 제대로 현혹되었군.’
‘현혹이 아니…….’
‘닥쳐라, 루시아.’
그녀는 말을 잇지 못했다.
아서가 괜히 그녀에게 이러한 말을 뱉는 게 아니다.
‘나는 대사관에 오자마자 내 추측이 맞음을 확신했다. 곳곳에 너를 감시하는 눈들이 존재한다. 이 대사관만 해도 수십여 개야.’
‘그, 그게 무슨…….’
‘아마도 한 벌레가 가진 감시 능력인 것 같다. 군주인 너조차도 확인할 수 없는 감시 능력이라…… 확실히 넌 그저 숙주를 키우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았던 거야.’
아서가 빻아 삼킨 물건은 감시자들의 눈까지 볼 수 있게 해주었다.
그녀는 여전히 믿지 못하는 표정이었지만 사실이었다.
벌레의 눈들이 곳곳에 투명화되어 눈을 끔뻑이고 있었다.
테이블 위.
의자.
장식품.
하다못해 그녀의 옷까지.
엄청난 철통 보안이다.
일단 여기에서 나가야 한다.
때문에 예정된 사실을 말했다.
“식사 후에는 함께 던전을 공략하는 효율적인 방법을 가르쳐 주지.”
그에 콜로가 흥미로워하는 표정이었다.
“호오, 루시아 군주님께 이야기는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던전을 탐색할 수 있다고요?”
아서는 대답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콜로도 이 부분에 대해선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루시아는 믿지 못하는 표정이다.
확실히 인지시켜 주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 * *
던전 공략이 끝났다.
이스벨 영지의 모기 병력과 아서의 병력이 도와주니 정말 금방이었다.
명목은 사냥법을 가르쳐 주겠다는 식으로 대충 갖다 붙였다.
막 그들이 던전을 빠져나가려던 중이었다.
쿠지익!
수우우웅!
“억?”
“헉?!”
아서와 루시아가 움직이던 중간 갑자기 땅이 꺼지며 두 사람이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두 사람이 사라지자 콜로는 깜짝 놀랐다.
“군주니임! 빨리 루시아 군주님과 아서 군주님을 구하라!”
갑작스러운 구덩이라니?
설마 다른 히든 던전으로 이어지기라도 하는 걸까?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모기 병력이 들어가서 살피자 아서와 루시아는 상처 하나 없이 멀쩡했다.
정말 그저 구덩이에 지나지 않았던 듯했다.
그 후에 아서와 루시아는 병력을 이끌고 돌아갔다.
아서는 이스벨 영지 곳곳을 거닐며 루시아에게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때마다 콜로는 감탄했다.
‘확실히 범상치 않은 군주님이시다…….’
그리고 밤이 깊었을 때 루시아는 자신의 침실로, 아서는 대사관에 마련된 군주 전용 침실로 들어갔다.
둘은 잠에 빠졌다.
그리고…….
쥐 수십여 마리가 영지를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 * *
아서와 루시아는 성 밖에 있었다.
현재 성안에 있는 루시아와 아서는 가짜였다.
아서는 미리 입장을 자유로이 할 수 있는 던전에 들어가 창조의 그림으로 구덩이를 파고 그 위로 땅을 그려냈다.
그리고 그곳에 추락했을 때, 그 안에서 자신들과 똑같이 생긴 자들을 그려냈다.
아서의 창조의 그림이 7레벨이 되면서 예전 이벤트 때처럼 사람의 형상도 그려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그림으로 만들어낸 둘의 능력치는 실제 두 사람과는 다르나 의심을 피하기에는 충분했다.
아서가 굳이 이렇게 번거롭게 일을 진행한 이유는 간단하다.
“족히 수만 개의 눈이 영지 곳곳에 뿌려져 있다. 또한 콜로는 나의 등장에 경계를 늦추지 않을 터. 단둘이 있는 것만으로도 감시하려 할 거다. 차라리 밖에서 지켜보는 게 낫겠지.”
루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십 마리의 쥐는 영지 곳곳을 뛰어다녔다.
아서가 캐시 상점을 통해 구매한 정찰용 쥐들이었다.
그들이 걸리지 않는 감시의 눈을 사용한 것처럼, 아서도 의심을 사지 않는 감시의 눈을 사용했다.
이스벨 영지의 밤은 무척이나 평화로웠다.
홀로그램을 통해 모든 걸 지켜보는 루시아는 곧이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홀로그램 너머 콜로는 늘 그랬듯 잠시 동안 루시아 군주의 침실 앞을 지켰다.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침소에 드셨군. 하긴, 피곤하실 만도 하지. 푹 쉬십시오, 루시아 군주님.
콜로는 부드럽게 웃었다.
그 말을 들으며 루시아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이, 이것 봐요, 아서 군주님. 그, 그는 절대 그런 자가 아니라고요. 군주님이 말씀하신 상황은 일어나지 않잖아요!”
하지만 아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래야 숙주께서 당신을 잡아먹지 않겠습니까.
곧이어진 홀로그램에서 들려온 말에 루시아의 고개가 천천히, 정말 천천히 돌아갔다.
그곳에 있었다.
기괴한 미소를 지으며 얼굴을 한 손으로 감싼 채 웃는 콜로가.
* * *
뚜벅뚜벅 침소 앞을 벗어나는 콜로.
그는 완전히 가면을 벗어던졌다.
“저런 병신 같은 군주 년을 언제까지 모셔야 하는지 모르겠단 말이야. 빨리 뒈져 버렸으면 좋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