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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회귀록-106화 (106/210)

# 106

군주회귀록 106화

“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하는 거냐!”

로테만과 로크, 그리고 바닥에 주저앉아 겁에 질려 벌벌 떠는 가족들.

그 외의 또 다른 인질들까지.

모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너, 너도 인간이지 않느냐!”

“나?”

로테만이 침을 튀기며 소리치자 헤른이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이죽 웃었다.

“얼굴이 안 보이는 인간도 있던가?”

그는 그렇게 말하며 낄낄 웃었다.

그리고 그의 부하들도 마찬가지였다.

헤른은 정말 뼛속까지 쓰레기였던 것이다.

“싫다면…….”

헤른이 말끝을 흐리자 흡박쥐의 몸에서 촉수 하나가 뽑혀 나왔다.

날선 촉수는 여인의 목 끝에 닿아 있었다.

“아, 아버지…….”

로크가 벌벌 떨며 로테만을 보았다.

“싸워서 이기는 자가 있다면 살려주겠다. 아, 물론 가족들도.”

로크는 입술을 깨물며 아버지를 바라봤다.

로테만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곧 결심한 표정으로 로크를 보며 고개를 미미하게 끄덕였다.

‘날 죽여라.’

‘……!’

로크의 눈이 크게 떠졌다.

하지만 로테만이 생각하기에 현재 상황에서 가장 나은 해답은 그것이었다.

로크는 이를 꽉 깨물었다.

그는 선택했다.

“빌어먹을 새끼!”

로크는 망설이지 않았다.

아버지를 죽여 자신이 살고 싶지 않다.

또한 그것은 다른 가족들도 마찬가지일 터.

로크는 영지군.

그가 쏜살같이 헤른에게 달려들었다.

“그게 정답이지.”

그리고 헤른이 씨익 웃었다.

십중팔구 이러한 답이 돌아온다.

모두가 자신을 공격한다.

그럼 기다리고 있던 흡박쥐가 촉수를 움직인다.

푸지익!

로크의 목에 촉수가 박혔다.

꿀럭꿀럭.

기이하게 움직이는 촉수가 그 피를 빨아먹는다.

푸시이익!

로크는 빠른 속도로 부식되어 갔다.

털썩!

무릎을 꿇은 로테만은 무릎으로 기어 로크에게 다가가 그 말라비틀어진 얼굴을 쓸었다.

“어, 어째서…… 어째서…….”

그는 절망했다.

그리고 곧 로테만과 그의 가족들의 비명이 홀을 가득 채웠다.

* * *

“사령관님.”

도널드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의 시선을 따라 눈을 돌린 고든의 눈에 보였다.

처참하게 목이 잘려 벽 밖으로 던져지는 말라비틀어진 머리들.

차라리 저건 나은 경우다.

어떠한 머리들은 던져지는 동시에 피를 흩뿌렸다.

그러한 머리가 이십여 개가 넘었다.

고든은 표정 변화 없이 그 모습을 지켜봤다.

해가 지고 밤이 찾아온다.

그리고 밤엔…….

‘판도를 뒤집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그는 간절히 바랐다.

저 문이 열리길.

저런 식으로 잔혹무도하게 사람들을 살해하는 놈들에게 벌을 줄 수 있기를……!

* * *

늦은 밤.

아틀라스에서 빠져나온 아서는 곧이어 격납고에서 그처럼 함께 나온 이들을 볼 수 있었다.

‘수호기사단.’

정예 중의 정예들.

그들의 단장 란드가 말했다.

“정말 혼자서 적진으로 가십니까?”

아서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다른 기사가 입을 열었다.

무모하지 않습니까?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아서는 다른 말을 했다.

“너희는 너희가 해야 할 일을 해라. 난 내가 해야 할 일을 하겠다.”

“알겠습니다.”

기사단장 란드의 대답.

곧 그가 기사단원들을 이끌고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탈환 작전이 성공한다 한들, 놈이 도망치면 아무런 소용이 없지.’

아서는 적진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은빛 날개 세트를 착용한 아서가 투명화되어 사라졌다.

* * *

끼이이이이!

열리지 않을 것 같던 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그 앞으로 대기하고 있던 사령관 고든과 병사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드디어……!”

고든은 문을 열고 얼굴을 드러낸 란드를 보며 미미한 웃음을 지었다.

“전군, 바일리 영지를 탈환하라!”

고든의 목소리가 천지를 흔들었다.

“와아아아아!”

병사들이 물밀 듯 들어가기 시작했다.

애초에 영지를 빼앗기지만 않았다면 헤른과 몬스터 부대는 충분히 잡을 수 있는 자들이었다.

핵심인 문이 열렸다.

물밀 듯 쏟아져 들어가는 병사들 틈에서 고든은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챌 수 있었다.

“아서 경은?”

“호, 혼자 영주성으로 향했습니다.”

란드의 대답에 고든은 깜짝 놀랐다.

“……미쳤군.”

아무리 전장의 귀신이라고 불린다 한들 혼자서 그 지옥 같은 곳으로 갔단 말인가?

고든과 도널드는 아서의 무위를 직접 눈으로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불세출의 천재라 할지라도…….’

결국 아서가 전장의 귀신이라 불려도 그에 대한 평가에 한계는 명확히 존재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인근에서는 전술의 신 라일레가 첩첩산중으로 자신을 둘러싼 병사들과 호위기사 렘지의 보호를 받으며 고든과 란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당신은 직접 못 봤겠지만…….’

라일레는 직접 보았다.

그는 자신이 못하는 일은 하지 않는 자로 보였다.

아니, 어떻게 보면.

‘해내지 못하는 게 없는 걸지도 몰라.’

* * *

“돌격하라!”

“던전 마스터 헤른을 죽여라!”

뿌우우우우-

갑작스러운 함성.

헤른도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느꼈다.

적군들의 함성이 먼 곳이 아닌 가까운 곳에서 들려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때마침.

“끼에에, 마스터님. 문이 열렸습니다. 병사들이 물밀 듯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사옵니다.”

“뭐, 뭣?!”

헤른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놈들이 하늘을 이용해 침투하려고 했다면 유도탄이라는 공성 무기가 스스로 발동하며 격추하였을 거다.

하지만 그도 아니다.

그럼 땅을 파서?

아니, 그건 정말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정말 쥐도 새도 모르게 문이 뚫렸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있다.

“X됐다…….”

그의 입에서 나지막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바일리 영지의 특성이 아니었다면 그은 애초에 승기를 잡지 못했을 것이다.

더군다나 적군 중엔 총사령관 고든이 있었다.

고든은 몬스터급으로 쳐도 A급 이상이었다.

자신이 결코 상대할 수 없는 강자란 뜻이다.

“막아라! 촉수박쥐 부대를 출정시켜!”

정예 중의 정예.

하지만 곧 그들마저 무너질 거다.

그는 이기려는 것이 아니었다.

도망갈 시간을 끌 뿐.

그리고 그에겐 이 성을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 또한 있었다.

그는 재빨리 걸음을 옮겼다.

본인만 살면 그만이다.

하등한 몬스터 부하들 따위 그는 개의치 않아 했다.

* * *

은신 능력을 이용해 성 내부로 들어온 아서는 시간이 다 되자 저절로 투명화가 풀린 걸 확인했다.

그는 즉시 살육자의 방어구 세트로 바꿔 착용했다.

‘어디 있지?’

그는 성내에 있을 고든의 가족들을 찾아 빠르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는 막 지하 감옥까지 다녀온 참이었다.

그 안에서 개처럼 묶여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있던 영지민 천 명 이상을 풀어주고 오는 길이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고든의 가족은 만날 수가 없었다.

‘도대체 어디 있는 거냐.’

아서는 더욱더 걸음을 빨리했다.

* * *

“벼, 병사들이다!”

“드디어 문을 여는 데 성공한 거야……!”

홀 안에 모여 있던 백여 명의 사람이 환호를 시작했다.

그리고 고든의 어머니인 레이 부인 역시 안도의 미소를 띠었다.

“우, 우리 모두 살아 나갈 수 있어…….”

하지만 그 희열 어린 미소에 고든의 아버지 고렘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모두 안심하면 안 됩니다.”

고든의 아버지는 과거 창병 분대를 이끌기도 했다.

지금은 고든이 제시한 떵떵거리는 삶을 저버리고 이곳 한적한 곳에 살고 있긴 했지만.

“보시지 못했습니까? 헤른은 잔혹무도한 자입니다. 적군은 궁지에 몰리면 세 가지 행동을 취합니다. 미친 듯이 싸우다 죽거나, 항복하거나.”

그는 자신에게 시선이 고정된 좌중을 둘러봤다.

“아니면 최후의 발악으로 그들의 것을 앗아 가거나. 저희를 죽이려 들 수도 있단 말입니다.”

좌중은 그 말에 여전히 원을 그린 채 자신들을 포위한 몬스터들을 보며 두려움에 떨었다.

지금 이 순간만.

이때만 지나가면 끝이다.

그때였다.

한 소년이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소년……?’

안으로 뛰어 들어온 소년을 보며 모두가 의구심을 품었다.

소년이긴 하나 완전무장을 한 이였으니까.

그리고 곧 인질들을 지키던 흡박쥐들이 소년을 향해 덤벼들었다.

푸지익!

콰악!

퍼어억!

쿵!

“……헉!”

“어, 어찌…….”

그들은 경악했다.

소년이 찰나의 시간에 모든 흡박쥐를 가뿐히 꿰뚫었다.

아서는 100여 명의 사람을 둘러봤다.

‘이들 중 있다.’

분명하다.

복장만 보아도 바일리 영지의 핵심 인물들이 모였음이 보였다.

헤른은 분명히 이곳에 그의 가족들을 함께 인질로 잡고 있었을 거다.

“혹시 고든 총사령관님의 가족이 여기 있습니까?”

모든 사람이 안도했다.

정체는 몰랐지만 그는 강했다.

그라면 병사들이 당도할 때까지 자신들을 지켜주기에 충분하리라.

“나일세.”

고렘이 몸을 일으켰다.

고든의 어머니, 그리고 임신을 해서 배가 부른 여동생, 혼인식을 올린 남성까지.

모두가 살아 있었다.

“우, 우린 살았어요!”

레이 부인이 기쁨에 소리쳤다.

죽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헤른은 항상 말했다.

네놈들의 아들놈이 공격을 감행하면 자신들을 하나하나 죽여 머리를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내걸 거라고.

그리고 헤른은 본보기로 눈앞에서 많은 자를 잔혹한 방법으로 죽여왔다.

그녀도 고든이 자신들 때문에 후퇴하는 것을 원치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살고 싶지 않았던 것 또한 아니다.

모든 것이 잘 해결되었다.

자신들은 살아서 나갈 거다.

그녀가 기뻐하며 고렘의 손을 잡았다.

아서는 천천히 그들을 향해 걸어갔다.

그 순간.

뿌지지직!

아서의 창이 망설이지 않고 고렘의 복부를 꿰뚫었다.

“여, 여보……?”

“쿨럭……!”

고렘의 눈이 크게 떠졌다.

하지만 아서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는 그의 복부에 틀어박혔던 창을 있는 힘껏 뽑아냈다.

푸쉬이익!

그의 배에서 뿜어져 나온 피가 아서의 얼굴을 적셨다.

천천히 허물어지는 고렘을 보며 아서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감돌았다.

그리고 곧.

“꺄아아악!”

“히이익……!”

“우, 우리 편이 아니었어?!”

비명이 퍼졌다.

* * *

헤른은 지금껏 자신의 특성을 이용해 무수히 많은 전쟁에서 도망쳐 던전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병력을 이끌고 나타나기를 반복한 자였다.

그를 놓친 게 자그마치 세 번이었다.

그가 마지막에 죽던 그때서야 어째서 그를 놓쳤는지 비밀이 밝혀지게 되었다.

그는 아주 작은 낙인을 지정된 사람의 귓불에 새길 수 있었다.

이는 딱 한 명만 가능하다.

그리고 이 한 명의 경우 언제든 헤른이 몸을 바꿔치기할 수 있었다.

그 얼핏 낙인은 검은 얼룩처럼 보이기도 했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알아채지 못했다.

하지만 정말 자세히 들여다보면 알 수 있었다.

얼룩은 하나의 모양을 띠었다.

바로 까마귀의 형상이다.

또한 헤른이 스킬을 이용해 다른 사람과 몸을 바꿔치기한 경우, 낙인을 가진 자의 기억이 상당량 주입되었다.

적어도 한 달가량의 기억을 가져올 수 있었다.

한 달의 기억이면 그 사람이 어떠한 사람인지 알아내는 것이 가능하다.

그는 그걸 이용해 교묘히 연기했다.

마치 그 본인처럼, 자신이 그 사람인 것처럼 말이다.

아서는 인질들을 찾으면서도 계속 생각해 봤다.

그가 누구와 몸을 바꿔치기하려고 할까.

만약 모든 몬스터 병력이 죽었을 때 누구의 몸에 낙인을 새겨야 그가 안전하게 이곳을 빠져나갈 수가 있을까.

그는 간단하게 유추할 수 있다.

바로 고든의 아버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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