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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회귀록-102화 (102/210)

# 102

군주회귀록 102화

35장 전술의 신 루시아

주방 한편에 기대어 있는 아리스.

그녀는 잠들어 있었다.

주변으로는 식자재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그녀의 손에는 음식이 들려 있었다.

분명히 잠이 들었다.

그런데…….

“자면서도 먹네?”

“저런 건 처음 봅니다.”

“망, 올리아보다도 돼지야.”

“이제까지 저 상태였나?”

“맞습니다, 군주님.”

그레모리가 얼굴을 구겼다.

아리스는 정말 자면서도 먹어대고 있었다.

한쪽 손엔 빵을 들고 또 다른 손엔 돼지고기를 움켜쥔 채.

“살이 안 찌는 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그레모리는 그거 하나는 부러워하는 목소리로 투덜거리는 듯 말했다.

“혼자서 병사 10인분 몫을 먹는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음…….”

아서는 과거 버프의 신 아리스의 주인이었던 월리엄과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정말 대단한 여인을 얻었군, 월리엄.’

‘그렇지. 근데 단점이 하나 있어.’

‘단점?’

아서는 그때 의아한 표정을 지었었다.

버프의 신 아리스의 단점이라니?

‘너무 많이 먹는다는 거. 진짜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이 먹지. 먹은 만큼 버프 효과를 도와줘, 그리고 시간이 차츰 지나면…….’

그때 월리엄의 얼굴은 참으로 곤란하다는 듯 찌푸려져 있었다.

‘새로운 음식을 줘야만 해. 새로운 음식을 먹은 후엔 그나마 엄청나게 먹어대던 게 일반 사람 먹는 것처럼 적어지긴 해. 하지만 매번 새롭고 맛있는 음식을 준다는 게 참으로 힘들더군.’

그 말에 아서는 머쓱한 웃음을 지으며 이런 말을 했다.

‘예쁜 돼지를 얻었네?’

‘그런 셈이지.’

좋게 말하자면 먹보 아리스.

그녀는 초반엔 엄청나게 먹어댄다.

정말 감당이 안 될 정도로.

그리고 그녀는 ‘식욕’이라는 특별한 걸 가지고 있다.

군주는 이 식욕을 100% 채워줘야만 버프 능력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처음 엄청나게 먹어댄 것과 다르게 시간이 차츰 지나면 양보단 질과 같은 느낌으로 새로운 걸 먹일 때마다 식욕 100%가 채워진다.

“미친 듯한 먹성은 금방 사라질 거다. 일단은 먹게 내버려 두는 게 낫겠지.”

그렇게 말하면서 그레모리에게 눈짓했다.

그레모리가 발로 툭 그녀를 건드렸다.

“맛있는 게 최고야…….”

잠에서 비몽사몽 깨면서 아리스가 한 말이었다.

그녀가 아서를 발견하고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안녕하세요, 군주님.”

그녀는 확실히 예뻤다.

투명한 피부에 허리까지 오는 갈색의 긴 머리카락, 조화로운 이목구비까지.

“이거 맛있어요.”

그녀가 손에 쥔 돼지고기를 보이며 헤실헤실 웃었다.

[아리스의 소유권자가 되셨습니다.]

아서는 그녀가 눈을 뜨자 알림을 들을 수 있었다.

아서는 일단 그녀의 상태창을 확인해 봤다.

(성녀 아리스)

보상병력.

HP: 1,000 MP: 12,000

식욕: 100%

등급: 시크릿 유닛

특수 능력:

•1~3단계까지의 버프 능력

‘무슨 MP가…….’

HP 대비했을 때 MP가 자그마치 12,000에 달했다.

이건 정말 경악스러울 정도라고 할 수 있었다.

아서는 1~3단계까지의 버프 능력의 세부 설명을 확인해 봤다.

‘치유 능력, 병력 강화 능력, 건축물 강화 능력…… 대단하군.’

아서는 혀를 내둘렀다.

능력들 하나하나가 대단한 수준이었다.

군주게임에선 아티팩트를 통해 치유 능력을 가지거나 스킬 같은 걸로 건축물 강화, 병력 강화 같은 걸 할 수 있긴 했다.

하지만 단 혼자서 이 모든 걸 해낼 수 있다는 게 말도 안 될 수준이라는 거였다.

작게 감탄한 아서는 아리스가 자신에게 호의적으로 고개를 숙이는 걸 보고 자신에게 복종 상태라는 걸 알았다.

아서는 빵을 먹고 싶은 듯한 표정이면서도 자신의 눈치를 살금살금 보는 아리스를 보았다.

아서가 그녀 앞으로 다가가 돼지고기와 빵을 빼앗았다.

“아…….”

아서는 자신이 피그족을 데려왔나 싶었다.

그것도 예쁜 피그족을.

아서가 빵을 든 손을 오른쪽으로 쓱 가져갔다.

아리스의 눈도 간식을 기다리는 아기 강아지처럼 그 손을 따라 움직였다.

스으윽.

왼쪽으로 손을 움직이자 역시 눈이 그쪽으로 돌아갔다.

아서가 씨익 웃었다.

‘조련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겠군.’

단어 선택이 조금 그렇긴 했지만 이 정도면 정말 먹이를 통한 조련이라고 생각될 정도.

“아리스, 네가 해줘야 할 일이 있다.”

“네, 네. 뭐든 시켜주세요.”

표정은 딱 이랬다.

대신 그 빵을 제게 주세요, 군주님.

* * *

아서는 아리스를 이끌고 브록 군주에게로부터 받아 왔던 드래곤 알이 보관된 장소로 왔다.

작은 방이었다.

침대 위에 드래곤 알이 놓여 있었다.

“네가 할 일은 치유 능력을 이용해 이 알을 부화시키는 거다.”

“알겠습니다, 군주님.”

여전히 아리스는 아서의 손에 들린 빵에 향해 있었다.

아서가 홱 던지자 그녀가 덥석 받아 들었다.

“먹어도 된다.”

우물우물.

빵을 먹는 그녀를 보며 아서는 피식 웃었다.

그래도 예뻐서 그런지 복스럽게 먹는 모습이 퍽 귀여웠다.

아서는 그녀의 상태창을 열람해 식욕 100%가 채워진 걸 보았다.

100%가 된 식욕을 이용해 치유 능력을 사용하면 드래곤 알을 깨울 수 있다.

“그레모리, 먹을 것들과 간식거리를 방에 갖다 놔라.”

“예.”

먹을 것을 가져다놓는다는 말에 아리스가 헤실헤실 웃었다.

아서도 작은 웃음을 짓고는 방을 나섰다.

지정 중요 정보 열람이 가르쳐 준 정보에 따르면 아리스가 치유 능력을 이용해 약 1주일 정도만 알에 온 신경을 집중해도 부화한다.

알에서 막강한 힘을 부리는 로열 코드 수호자가 탄생하게 될 것이다.

아서는 성 외곽으로 나왔다.

[VIP-3레벨 이용권이 활성화됩니다.]

캐시 상점에서 3레벨 이용권을 구매 후 곧바로 활성화시켰다.

기존에 2레벨 이용권까지 가지고 있었지만 아서의 영지 총레벨이 12를 넘었을 때 3레벨 이용권도 생겨났다.

가격은 2만 캐시.

거기에 효과는 영지 총레벨을 18까지 올릴 수 있다는 것과 히든 던전을 탐색한다는 거였다.

이는 참으로 구미가 당기는 말 아니겠는가.

아서는 곧바로 영지 총레벨을 올린 후에 모든 건축물도 업그레이드해서 15로 맞췄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총 열다섯 번의 레벨 업 소리.

아서는 흡족해하며 현실을 떠올렸다.

‘블라드 협곡에서 공을 세웠다.’

군주게임에서 40일.

현실에서도 40일이 넘는 시간이 지난 셈이다.

아서는 현실에서 전쟁터로 갔었다.

그리고 ‘흑투구 부대’에 들어갔고 전멸할 뻔했던 흑투구 부대를 구사일생으로 구원했다.

이것이 전쟁터로 간 지 약 10일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다음 아서는 여러 가지의 과거의 기억을 이용해 공들을 쌓았다.

고작 40일 만에.

아서는 전쟁터에서 꽤 이름 있는 이가 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아서를 과거처럼 ‘전장의 귀신’이라 불렀다.

귀신처럼 나타나 적들의 모든 동선을 읽고 역공격을 가하는 자.

또한 그 움직임이 신출귀몰하고 귀신같이 빠르다 하여 붙여진 별명.

아서가 현실에서의 일을 모두 아는 이유는 군주게임에 접속해 있어도 당사자가 원하면 언제든 기억을 끌어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치러질 전투는 중요하지.’

아서는 하나의 부대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다.

그는 처음 머물렀던 흑투구 부대 사령관의 인정을 받고 그로부터 ‘자유의 기사’를 하사받았다.

이 자유의 기사는 이필립스 제국에 위치한 부대라면 어디든 들어갈 수 있으며 또는 자유로운 기사임을 보인다.

그 덕분에 아서는 여러 부대를 돌면서 공을 쌓으며 과거 있었던 던전 마스터들에 의한 학살을 막아낼 수 있었다.

‘이번 전투는 내게도 중요하다.’

이번 전투는 ‘바일리 영지 탈환 작전’이라고 불린다.

그리고 전생에서 이 바일리 영지 탈환 작전은 실패하고 말았다.

또한 가장 큰 핵심.

‘전술의 신이 뒤에서 지휘했다는 거지.’

전술의 신.

던전 마스터와 아스간 대륙 이들의 처절한 싸움 속에서 등장한 자.

그는 여러 가지 전술 전략을 이용해 이제까지 무수히 많은 던전 마스터의 부대를 무너뜨렸다.

그는 항상 기상천외한 방법을 사용해 적들의 허를 찔렀다.

하지만 이번 바일리 영지 탈환 작전에서 그의 전략 전술이 처음 실패하게 된다.

그는 베일에 감춰져 있다.

그 누구도 실제로 그의 얼굴은 보지 못했다.

단지 소문은 있었다.

그건 바로 여인이라는 거였다.

하지만 아서도 그를 보지 못했다.

단지.

‘갑자기 소리 소문 없이 전술의 신이 사라져 버렸다.’

하늘로 솟은 것인지 땅으로 꺼진 것인지 전술의 신은 사라졌다.

하지만 이번 바일리 영지 탈환 작전에서 아서는 그를 만날 것이다.

그리고 약탈자의 반지를 이용해 그녀를 휘하로 부려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그녀가 나를 만나길 원하고 있어.’

아서 스스로 바일리 영지로 목적지를 세웠을 때, 때마침 그녀가 자신을 만나길 청한다고 했다.

‘이번 작전에서 날 사용하려는 거지.’

어떤 식으로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녀와 만날 수 있는 기회.

어쩌면 베일에 감춰진 그녀의 정체를 알 게 될지도 몰랐다.

* * *

현실.

묵직한 풀 플레이트 아머를 착용한 기사가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이름은 렘지.

렘지는 전술의 신이라고 불리는 베일에 싸인 여인을 모시고 있는 기사였다.

이필립스 제국을 상징하는 문양이 그려져 있는 천막 수백 개가 빼앗긴 바일리 영지 인근에 쳐져 있었다.

현재 이 바일리 영지 하나를 다시 탈환하기 위해 이필립스 제국에서 가장 이름 있는 사령관이자 창술의 신이라 불리는 고든까지도 이곳에 내려왔을 정도였다.

렘지는 전술의 신이 있는 막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일반 병사들의 막사와는 달랐다.

또한 막사 주위를 수십의 실력 있는 기사가 지키고 있었다.

철통 보안.

전술의 신을 만나는 데 허용된 이는 그를 지키는 자들과 총사령관 고든, 그리고 전술의 신이 직접 파견을 요청한 전장의 귀신이라 불리는 자뿐이다.

렘지는 천막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한쪽 무릎을 꿇었다.

“라일레 전…… 아…….”

렘지는 실수로 그의 이름을 말하고는 서둘러 정정했다.

“로시스 지휘관님. 전장의 귀신이 방금 막 전쟁터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전술의 신.

그녀는 하얀색 복면을 착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굴곡진 몸매와 아름다운 얼굴선은 숨길 수 없었다.

“다음부턴 실수하지 말아주세요.”

“죄, 죄송합니다.”

렘지가 고개를 푹 숙였다.

“이곳에서 전 황녀가 아니라 지휘관 로시스일 뿐입니다.”

“예.”

렘지가 또 한 번 고개를 숙였다.

놀라운 사실이다.

모두가 알고 있는 전술의 신은 이필립스 제국의 황녀였다.

현 황제의 세 번째 딸.

‘몸이 쇠약하신 라일레 전하께서 전략 전술에 능통하실 줄은 꿈에도 몰랐던 거지.’

렘지는 그녀를 오랜 시간 보필했다.

그녀는 몸이 매우 쇠약한 편이다.

또한 그녀는 소극적인 성격이기도 했다.

그녀는 자신을 드러내는 걸 좋아하지 않았고 현황제 또한 그것을 배려하였다.

사실 세 번째 딸이 있다 카더라는 이야기는 있지만, 그녀의 얼굴을 본 자는 그리 많지 않을 정도였다.

“어서 그를 데려오세요, 렘지 경.”

“예.”

렘지가 서둘러 밖으로 나섰다.

렘지는 곧이어 한 막사 안에서 전장의 귀신이란 자와 만날 수 있었다.

그의 첫마디는 이거였다.

“전장…… 의 귀신…… 이십니까?”

아서는 이젠 익숙하다는 반응으로 끄덕였다.

누가 봐도 그는 창과 갑옷이 어울리는 모습은 아니었다.

그나마 요즘은 키가 조금 커서 168㎝를 바라보지만, 여전히 남들이 보기엔 작았고, 또 귀공자 같은 얼굴과 작은 체구 때문에 이런 취급을 받는다.

만약 군주게임이었다면 렘지는 아서에게 맞았을지도 모른다.

아서는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전술의 신.

그녀가 이제까지 펼쳤던 혁혁한 공들은 아서의 뇌리에 깊게 박혀 있었다.

“지휘관 님 앞에서 무례를 범하셔선 안 됩니다. 또한 눈을 마주 보지 마십시오.”

렘지의 말은 요약하면 간단했다.

얼굴을 쳐다보지 말라는 의미였다.

그녀가 있는 천막 인근에 도착한 아서는 주변에 깔린 기사들을 보았다.

‘이러니 전술의 신이 어디에도 알려지지 않았지.’

곧 렘지가 천막의 입구를 걷어냈다.

천천히 아서가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아서를 기다리고 있던 전술의 신.

‘저, 저분은…… 아서 군주님……!’

미리 일어나 있던 전술의 신.

그녀가 자신도 모르게 투명한 천 사이로 상체를 90도로 숙여 보이며 인사했다.

“아, 안녕하세요. 군주님!”

“……?”

“……?”

그녀는 저도 모르게 저지른 실수에 입을 막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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