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주회귀록-99화 (99/210)

# 99

군주회귀록 099화

떠오른 창은 총 두 개였다.

긴급 퀘스트 창과 중요 정보 열람.

발 빠르게 오픈했다.

띠링!

(긴급 퀘스트: 용군주 사냥)

등급: S

지급 캐시: 30,000

보상: <용군주의 반쪽짜리 얼음 심장, 용군주의 얼음 창> 바로 지급형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시: 사망

설명: 6대 괴물 중 하나인 용군주. 그가 강림했다. 하지만 두려워하지 마라. 그는 지금 반쪽짜리 얼음 심장을 가졌기에 본래 힘의 반절밖에 내지 못한다.

(용군주 사냥 공략)

설명: 용군주의 강림. 그는 현재 반의 힘밖에 내지 못한다. 하지만 상대는 6대 괴물 중 하나인 용군주. 승리하기 위해선 마지막 귀신부대 시련을 달성하고 일깨워라.

‘반쪽짜리 힘?’

용군주가 반쪽짜리 힘밖에 내지 못한다.

그건 아서로서는 천만다행인 일이었다.

추가로 중요 정보 열람.

‘귀신부대를 깨워라?’

용군주를 앞에 두고 귀신부대를 깨운다?

어째서? 분명히 더욱 위험할 것이다.

한데 중요 정보 열람은 그리 가르쳐 주고 있었다.

‘허황된 정보를 줄 리는 없지.’

그러한 생각을 하던 때.

용군주가 등 뒤에 가진 날개가 활짝 펼쳐졌다.

끄드득!

퐈앗!

펄럭펄럭!

용군주가 매서운 기세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곧이어 아서는 그의 창이 휘둘러지는 걸 볼 수 있었다.

아서는 직감했다.

“흩어져서 피해라!”

“허억!”

“흐읍!”

아서의 목소리와 함께 병사들이 사방팔방으로 몸을 빼기 시작했다.

곧이어.

뿌드드드득!

땅을 비집고 수십 개의 얼음 창이 튀어나왔다.

“끄아악!”

병사 한 명이 당했다.

얼음 창에 가슴을 관통당한 병사가 축 늘어졌다.

“죽음의 그림.”

퐈아앗!

검은 기류에 휩싸여 죽음의 그림 수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6대 괴물 중 하나가 드러낸 마당에 훈련 운운하며 몸을 사릴 순 없는 노릇이었다.

어느덧 바로 눈앞에 떠 있는 용군주가 창을 휘젓는 순간이었다.

바닥의 눈이 허공으로 치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퐈르르르르!

치솟아 오른 눈은 곧 거대한 해일처럼 병사들과 아서를 덮치기 위해 쫓아왔다.

타타타탓!

아서와 병사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펜루스, 아이언 골렘!”

아서가 외쳤다.

그들은 그 뜻을 읽었다.

아이언 골렘이 아서와 함께 달리며 양팔로 아서를 감쌌다.

펜루스는 뒤처진 병사들을 있는 힘껏 밀쳐 버리기 시작했다.

퍼억!

“끄아아앗!”

“으앗!”

멀리 날아간 병사들은 땅에 처박혔지만 눈으로 만들어진 해일에선 도망칠 수 있었다.

곧 거대한 해일이 병력을 덮쳤다.

푸화아아아!

사뿐.

바닥에 내려앉은 용군주.

그가 무미건조한 시선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그 순간.

푸화악!

창 하나가 눈 속에서 뽑혀 나왔다.

아서가 눈 사이에서 재빠르게 튀어나왔다.

수우웅!

태에엥!

아서가 창을 휘두르자 용군주 앞으로 반투명한 얼음 방어막이 생겨나 막았다.

마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같았다.

용군주는 5m 크기였고 아서는 고작해야 1m 65㎝였으니까.

“고작…… 인…… 간이…… 대적…… 하려…… 하는가…….”

아서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퐈아악!

퐈아악!

다행히도 병사들이 눈 속에서 몸을 비집고 일어서기 시작했다.

‘반쪽짜리 힘이지만 상대할 수 없어. 무조건 진다.’

이곳은 말 그대로 용군주의 세계였다.

이곳에서는 놈을 잡을 수 없었다.

정말 중요 정보 열람처럼 희망은 그곳밖에 없다.

용군주가 아서를 향해 손가락을 퉁겼다.

태래래래래!

순식간에 생겨난 얼음 창들이 아서를 향해 쏘아져 들어왔다.

태래래래래!

그걸 막아내는 동안에도 용군주는 창을 휘둘렀다.

얼음비가 허공에 흩어졌다.

아서는 그 순간 발로크를 통해 얻은 아티팩트 스킬인 십이검을 발동시켰다.

그와 동시에 인피니티가 검의 형태로 변화했다.

촤라라라랏!

촤라라라랏!

검이 매서운 속도로 움직이며 허공에 흩뿌려진 얼음비를 쳐냈다.

그와 함께.

용군주의 가슴팍을 스치고 지나갔다.

푸시익!

놈의 가슴팍에서 붉은 피가 솟구쳐 올랐다.

용군주가 손을 들어 자신의 가슴팍을 매만졌다.

아서가 특유의 웃음을 지었다.

“고작이라며?”

* * *

“억!”

자베스.

그녀가 비명을 질렀다.

300명의 정예 병력을 이끌고 베레스트 산맥을 오르던 그녀의 갑작스러운 단말마였다.

“하아하아.”

“괜찮으십니까?”

근위대장 르와드가 깜짝 놀란 듯 서둘러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녀가 손을 들어 제지했다.

통증은 금방 사라졌다.

‘이, 이건…….’

그녀는 베레스트 산맥의 정상을 바라봤다.

용군주와 자신은 말 그대로 연결되어 있다.

그가 다치면 자신에게 통증이 오고 자신이 다치면 그에게 통증이 간다.

영구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서로가 어떤 상황인지는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 이 통증.

그 의미는 지금 누군가 용군주와 싸우고 있고 몸에 상처를 입혔다는 것이다.

‘도대체 누가…….’

믿기지 않는 일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건 하나 있었다.

지체할 시간이 없다는 것.

“서둘러 오른다!”

그녀와 정예 병력 300명은 이 베레스트 산맥에 그 어떤 때에도 자유롭게 오를 수 있는 몇 안 되는 이들이다.

그만큼 그들은 베레스트 산맥을 누구보다 빨리 올랐다.

보통 다른 이들은 한 달 반 정도 소요되는 걸 하루 만에 오를 수 있는 게 그들.

그녀가 속도를 높여 달리기 시작했다.

* * *

타타탓!

아서와 병사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파괴의 살육자는 정말 위험할 때 사용해야 한다.’

쉽게 용군주를 잡을 방법이 있긴 하나 지금은 안 된다.

아서는 그 두 번을 사용할 때를 이미 정해놓았다.

정말 목숨이 위험하다 싶을 때 사용한다.

달리는 병사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용군주의 공격이 그들을 꿰뚫으려고 하면 아서와 죽음의 그림 수하들이 막아냈다.

‘조금만 더……!’

아서는 입술을 깨물었다.

조금만 더 가면 시체가 나온다.

얼마 후, 아서의 눈앞으로 얼어붙어 있는 시체가 보였다.

아서에게 가장 인상 깊은 녀석이었다.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양손을 모으고 기도를 올리는 듯한 자세로 죽어 있었다.

타타탓!

어느덧 근접한 아서가 달리면서 시체에 손을 얹고 중얼거렸다.

“귀신부대.”

끼헤헤헤헤헤!

끼히히히히히!

역시나 영체들이 웃음을 흘리며 흩어져 나왔다.

영체의 숫자는 이전까지보다 훨씬 더 많았다.

곧 수십의 영체가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병사들이 있는 곳이었다.

수우웅!

한 영체가 랜의 몸속에 들어가는 순간.

털썩!

랜이 기절했다.

곧이어 아서는 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모든 병사의 몸속으로 영체가 빨려 들어갔다.

그들이 털썩털썩 쓰러졌다.

하지만 아서만 쓰러지지 않았다.

‘나는 포함되지 않는 시련.’

이제까지 오면서 이러한 시련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아서만 하는 시련도 있었고, 병사들만 하는 시련도 있었다.

이는 후자가 분명하다.

‘녀석들이 잘 해줘야 할 텐데.’

다행히도 용군주의 신경은 오로지 아서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죽음의 그림 수하들과 아서가 힘을 합쳐 막아야 했다.

수우우우!

눈보라가 강력해졌다.

마치 주변의 모든 것을 집어삼키려는 듯.

* * *

랜은 주변을 둘러봤다.

다른 병사들도 함께였다.

그리고 그 중간에는 아서도 있었다.

곧이어.

키헤헤헤헤!

키키키키키!

그 이질적이고 끔찍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홱!

고개를 튼 랜은 하늘을 나는 영체들을 볼 수 있었다.

곧이어 영체들이 내려서기 시작했다.

흐릿했던 영체들이 또렷해졌다.

그 가장 앞에 선 자는 다른 이들과 달랐다.

등 뒤로 여덟 개의 손이 달려 있었다.

그 손에는 제각각의 병장기들이 쥐어져 있었다.

그의 키는 약 2m 정도였다.

척 보기에도 그가 이 부대를 이끌던 자였음을 알 수 있었다.

그가 오른손을 휘두른 순간이었다.

화아아악!

중압감이 병사들을 억눌렀다.

그들이 털썩털썩 무릎을 꿇었다.

그중엔 아서도 포함되어 있었다.

랜은 방금 전을 떠올렸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거대한 용 형태의 이족보행 괴물.

그와 싸우고 있었다.

한데 어째서 지금 이곳에 있을까?

파지짓!

이질적인 거짓 기억이 주입되었다.

‘우리는…….’

랜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 정체 모를 괴수는 돌연 사라졌다. 그리고 아서는 늘 그랬듯 시련을 시작했다.

아서가 손을 뻗는 순간 갑자기 나타난 이 앞의 자들이 자신들을 빠르게 제압했다.

아서조차도 무력하게 쓰러졌다.

‘죽는 건가?’

랜은 거짓된 기억을 진짜라고 믿고 있었다.

“이자들의 군주가 누구인가.”

쿠우웅!

여덟 개의 팔을 가진 자.

그가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

아서는 그를 노려보고만 있었다.

“수장의 목만을 취하겠다. 조무래기들 따위 필요하지 않아. 감히 우리를 깨우려고 한 대가를 수장만이 받으면 된다.”

랜은 보았다.

아서의 등이 미미하게 떨렸다.

‘군주님은 왜 안 드십니까?’

‘50개밖에 없으니까.’

‘군주님도 춥지 않으십니까?’

‘춥다. 얼어 죽을 만큼. 하지만 내가 이렇게 하면 너희가 더 잘 따라올 것 같거든.’

아서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그는 차가운 듯 보였지만 항상 자신들을 이끌어줬다.

히든 던전에서도, 다프 군주라는 자와의 전투에서도, 또 피그족과의 싸움에서도.

그리고 이곳 베레스트 산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솔선수범해 왔다.

그런 군주를 섬겼다는 것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게 랜이었다.

그는 정말 강한 자였다.

후회란 없다.

그렇기에 몸을 일으켰다.

“나다.”

랜이 말했다.

어차피 한 명만 죽는다면 자신이 그를 대신해 죽으리.

그는 해야 할 일이 많다.

또한 자신보단 아서가 사는 것이 영지를 위한 일이다.

팔이 여덟 개 달린 자는 랜을 보며 이마에 손을 짚었다.

키케케케케!

키헤헤헤헤!

여전히 병사들은 웃음소리를 흘렸다.

여덟 개 팔을 가진 자.

그가 말했다.

“마지막 시체는 무릎을 꿇고 죽어 있었지. 그는 동료들에게 배신을 당하고 그 자리에서 절망하며 얼어 죽었다.”

이마에 손을 짚었던 그는 피식 웃었다.

“너희는 서른다섯 명이 시련에 참가했다.”

“무슨 X같은 소릴 하는 거지? 내가 군주다. 약속처럼 빨리 날 죽이고 모두를 보내라.”

랜은 성큼성큼 사람들을 헤치고 나아갔다.

“그리고 서른다섯 명 중 그 누구도 진짜 군주를 지목한 자는 없었다. 모두 너와 같았다.”

키히히히…….

케헤헤헤…….

병사들의 웃음소리가 잦아지기 시작했다.

“시련을 이겨낸 걸 축하한다.”

수우우우우!

수우우우우!

웃음이 잦아들었던 병사들이 다시 영체로 변화하며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곧.

푸화아아악!

푸화아아악!

푸화아아악!

병사들의 몸 곳곳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 * *

“허억허억.”

아서의 입가에 묻은 핏물이 곧바로 얼어버렸다.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펜루스와 브레드, 로든, 아이언 골렘이 합세해도 놈을 어쩔 수 없었다.

더군다나 이 빌어먹을 지독한 추위.

아서는 이미 스킬 파괴도 사용했고 놈에게 돌려줬다.

하지만 그 힘을 용군주가 막아냈다.

그다음 놈은 수백의 얼음 병사를 소환했다.

얼음 병사들은 아서를 포위하고 있었다.

놈들은 강하지 않았다.

하지만 용군주와 합세하자 쉽지 않았다.

아서는 힐끗 쓰러져 있는 병사들을 돌아봤다.

아직도 깨어나지 않는다.

그는 물 없는 세수를 크게 했다.

용군주가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고 있었다.

‘어쩔 수 없군.’

파괴의 살육자를 부른다.

이곳에서 쓰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선 어쩔 수 없다.

“파괴의 살…….”

“아직입니다.”

그 말을 채 끝맺기 전이었다.

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병사들이 하나둘 일어서기 시작했다.

그들은 반투명했다.

[마지막 지점. 죽은 자들의 한을 달래라 완료.]

[서른다섯 명의 병사가 강철부대로 변합니다.]

[서른다섯 명의 병사에게 스킬 ‘귀신부대’가 귀속됩니다.]

[서른다섯 명의 병사가 귀신부대를 사용합니다.]

수우우웅!

아서가 눈을 깜빡한 사이였다.

마치 죽음의 그림 수하들처럼 검은 영체가 된 병사들이 아서의 앞으로 내려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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