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주회귀록-98화 (98/210)

# 98

군주회귀록 098화

알림을 들은 아서가 다소 놀란 표정을 지었다.

미지의 영역.

미지의 영역은 말 그대로 숨겨져 있는 영역을 뜻한다.

이 미지의 영역을 찾아내기만 해도 보상이 주어지기도 한다.

아서가 영지 경험치를 대폭 얻은 것처럼.

아서는 미지의 영역을 찾아낸 것만으로도 영지 총레벨을 15까지 올릴 수 있을 정도로 경험치가 상승한 걸 볼 수 있었다.

거기에 추가로 2만 골드.

‘던전 형태의 미지의 영역은 아니구나.’

미지의 영역은 던전 형태, 혹은 이처럼 신전과 같은 위험이 없는 곳인 경우가 존재했다.

아서는 차분하게 주변을 둘러봤다.

말 그대로 이곳을 표현하자면 얼음 신전이었다.

모든 것이 얼음으로 되어 있었다.

신전의 지붕을 받치는 원형의 거대한 기둥과 곳곳에 조각되어 있는 조각상들까지도.

아서는 인피니티가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나아갔다.

곧 아서의 눈에 신전 화단에 자라 있는 꽃들이 보였다.

이 화단도, 꽃들도 모두 얼음이었다.

그러한 화단의 꽃들 사이에서 유독 더 크고 멋들어지는 꽃.

그 꽃을 보며 아서는 딱 한 가지 생각을 했다.

‘아름답다…….’

그때.

띠링!

[천설꽃을 보셨습니다.]

[모든 스탯+2를 얻었습니다.]

“헙……?!”

아서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저 찾아내고 바라봤을 뿐인데 영구적인 스탯+2를 부여한다니?

경악스러움 그 자체다.

아서는 천천히 천설꽃을 향해 걸음을 옮긴 뒤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천설꽃을 채집했다.

천설꽃은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몽롱한 힘에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확인.”

아서의 중얼거림과 함께 홀로그램으로 천설꽃의 정보가 오픈되었다.

(천설꽃)

수량: 1

특수 능력

•보기만 해도 모든 스탯+2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더해진다.

천설꽃.

아서는 천설꽃이라는 이름이 천 년의 시간 동안 숨겨져 있던 꽃이기에 붙여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가 더해진다.

‘이건 ?가 아니군.’

애초에 찾아내기만 해도 모든 스탯+2를 받았으니, 굳이 ?로 표기할 필욘 없었을 거다.

이 천설꽃으로 만들어낸 것들은 아마도 같은 등급의 유리 고드름을 재료로 쓴 것보다 더 뛰어날 것이다.

거기에.

‘보는 것만으로도 모든 스탯+2가 올라가는 재료로 그림을 그린다면…….’

아서의 목젖이 자신도 모르게 움직였다.

꿀꺽.

정말 생각지도 못한 그림이 탄생할지도 모른다.

가장 먼저 천설꽃을 찾아낸 그는 신전의 깊숙한 곳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러한 미지의 영역 안에는 간혹 보물이 있는 경우도 존재했기 때문이다.

안으로 들어가던 아서는 신전의 끝에 도달할 수 있었다.

마치 군주성의 군주의 방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곳에 서 있는 얼음으로 조각되어 있는 거대한 동상.

‘용…… 족……? 아니, 용족은 아니다.’

분명히 용족과 흡사했지만 달랐다.

용족은 인간과 비슷한 체구에 날개 뼈 위치에 말 그대로 날개가 달려 있다.

하지만 이 앞의 존재는 일반 용족보다 더 거대했고 용족들의 턱 밑에 자라 있는 역린이 없었다.

정체 모를 거대한 동상은 한 손에는 창을, 한 손에는 방패를 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마주 선 병사들.

그들은 아서가 보기에 ‘인간’들이었다.

대치하는 형태의 동상을 바라보던 아서는 비석에 세워져 있는 글귀를 발견했다.

‘6대 악의 괴물 용군주……?’

우로보로스, 피닉스.

그리고 또 다른 6대 악의 괴물 중 하나.

그 존재와 관련된 동상이 바로 이곳에 세워져 있었다.

‘설마 이곳에서 출몰하는 건 아니겠지?’

이제껏 들어본 적은 없었다.

‘내가 들어본 게 아니라 모두 죽었기에 들어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아서가 그런 생각을 하던 때였다.

띠링!

중요 정보 열람이 반짝거렸다.

3,000캐시.

아서는 망설이지 않고 구매해서 확인해 봤다.

(귀신부대의 전설)

당신이 보고 있는 인간 병력의 동상은 귀신부대들의 동상이다. 귀신부대는 당신이 육성해 내려고 하는 강철부대보다도 더 뛰어난 자들이다. 당신이라면 잠들어 있는 귀신부대를 깨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퀘스트: 마지막 지점. 죽은 자들의 한을 달래라.

“귀신…… 부대?”

분명히 중요 정보 열람에 따르면 강철부대보다도 더 뛰어난 자들이라고 한다.

아서는 추가로 수록되어 있는 퀘스트도 확인했다.

(죽은 자들의 한을 달래라)

등급: S

지급 캐시: 5,000

보상: 귀신부대 > 바로 지급형

승낙 후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시: 강철부대를 얻을 수 없음.

설명: 마지막 지점에 널브러져 있는 시체들. 그들은 귀신부대의 일원이었다. 그들의 시체에 다가가 손을 뻗어 ‘귀신부대’라 중얼거릴 시 그들의 시련을 받을 수 있다.

‘정상에 존재하는 시체가 이런 용도였나?’

아서는 정상에서 기이한 형태로 죽어 있는 무수히 많은 시체를 보았었다.

빙벽의 사이에 틀어박혀 있는 시체.

눈 속 깊은 곳에 파묻혀 있는 시체.

그러한 시체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존재했다.

‘인간이라는 거지.’

그것을 보며 의문을 품었던 적은 있었다.

한데 그자들이 귀신부대의 일원이었을 줄은 몰랐다.

아서는 얼음 신전을 더 둘러본 후에 빠르게 밖으로 나섰다.

* * *

베이스캠프를 벗어난 지 이틀째.

매서운 눈보라가 휘몰아쳤다.

아서가 선두로 빙벽을 타고 올랐다.

그 뒤로 아서와 로프를 연결한 병력들이 거친 신음을 흘리며 빙벽을 함께 오르고 있었다.

삐끗.

후드득!

“크흐윽!”

아서에게조차도 빙벽은 굉장히 까다로운 난코스였다.

발 한 번만 삐끗해도 밑으로 떨어질 수 있었다.

그때에 아서의 시야에 첫 번째 시체가 눈에 들어왔다.

아서는 시체에 관련한 이야기를 병사들에게 이미 언급해 두었다.

이 시체를 통해 시련을 받게 될 거라고.

그리고 그 시련을 이겨내면 더 강해질 수 있을 거라고.

병사들은 수긍했다.

아서는 기이하게도 빙벽 안에 하체가 파고 들어간 시체에 손을 뻗었다.

투욱!

실수로 머리를 치자 투구가 스르르 떨어져 내렸다.

얼굴이 드러난 시체는 전혀 부패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아서는 부릅떠진 눈을 먼저 감겨준 채 손을 떼지 않고 중얼거렸다.

“귀신부대.”

[귀신부대 중 한 명을 찾아내셨습니다.]

[귀신부대의 첫 번째 시련이 시작됩니다.]

키케케케케케케!

키키키키키!

귀신 부대원의 몸속에서 영체가 흩어져 나왔다.

한 명이 아니었다.

여러 명의 영체였다.

곧이어 영체들은 아서와 병사들을 보며 이죽이며 웃더니, 허공에 흩어졌다.

그리고 흩어진 그들은 바람이 되었다.

휘이이이이!

매서운 눈보라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순간적으로 빙벽을 타던 병사들이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아서는 첫 번째 시련을 눈치챌 수 있었다.

“모두 속도를 높여라!”

빙벽에 더욱 매서운 바람이 불 것이다.

자칫 이 바람에 의해 병사들이 떨어져 내릴 수도 있었다.

카앙!

아이스바일로 힘껏 빙벽을 찍은 아서가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밑에서 병사들이 겨우겨우 힘을 짜내어 빠른 속도로 오르기 시작했다.

카아앙, 카앙!

매서운 속도로 올라섰지만 눈보라 때문에 시야를 잡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병사들이 힘겹게 겨우겨우 빙벽을 모두 타고 올라왔다.

“허억허억.”

거친 숨을 몰아쉬는 아서는 하나둘 올라오는 병사들의 손을 잡아주었다.

어느덧 모든 병사가 올라왔다.

아서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런 식의 시험이라…….’

상당히 버겁다.

그것도 고작 하나의 시련을 지나쳤을 뿐이라는 걸 감안하면.

하지만 이 빙벽을 타고 시련을 함께 이겨내자 훈련도가 갑자기 7% 이상 치솟아 올랐다.

아서는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병사들을 지휘해 나아갔다.

* * *

얼음마녀 자베스.

푸른색 머리카락과 대조되게 은빛 눈동자를 가진 여인.

에켈로 총연맹의 군주이자 도전 군주 중 한 명이었다.

그녀는 도전 군주들 사이에서도 유명했다.

냉정한 여자.

그 누구와도 어울리려 하지 않는 자.

그리고 말도 안 되는 빙계열 마법을 부리는 자.

누군가는 그녀를 이리 불렀다.

순수한 무력으론 랄프에 견줄 수는 없으나 그녀의 얼음 마법이 나타나는 순간 그조차도 이겨낼 수 없다고.

그녀는 모든 것이 얼음으로 되어 있는 성에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

에티족 대리인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였다.

“바로 내일이군요.”

“그래.”

그녀는 먼 허공을 바라보았다.

얼음마녀 자베스.

그녀가 그러한 코드네임을 가지게 된 결정적인 이유.

그건 바로 베레스트 산맥에서 용군주와 만난 것 때문이었다.

기연?

아니, 그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빠드득.

자베스의 치아가 갈렸다.

그녀는 왼쪽 가슴 위로 손을 얹었다.

두근두근.

심장이 뛴다.

이 심장은 용군주의 반쪽짜리 심장이었다.

그녀가 가졌던 소모성 아티팩트 ‘심장포식자의 단검’ 덕분에 용군주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 심장포식자의 단검은 적을 찌르면 상대방의 심장을 자신의 심장으로 대체할 수 있는 힘을 가졌다.

자베스는 이 단검을 다른 곳에 사용하려 했었다.

그러나 용군주에게 모든 병력이 학살당하고 가까스로 놈에게 이 단검을 찌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거기까지.

온전히 녀석을 죽일 순 없었다.

아무리 심장포식자의 단검이 대단한 것이었다고는 하나, 용군주와 그녀의 무력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때문에 죽일 순 없었고, 심장포식자의 단검조차도 반쪽자리 심장밖에 빼앗지 못했다.

그녀는 알았다.

‘이번 년도? 아니, 어쩌면…….’

지금 당장일지도.

그녀는 죽을 것이다.

반쪽짜리 심장은 위험 경고를 보내왔다.

용군주의 남은 반쪽짜리 심장을 섭취하지 못하면 자신은 죽을 것이라고.

‘심장을 나눠 가진 나는 용군주를 죽이지 못하지.’

피식.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자신은 죽일 수도 없다.

현재 용군주는 자신처럼 반쪽짜리 힘밖에 부리질 못하며 그녀와는 서로를 공격할 수 없다.

하지만 이마저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끽해야 영지 총레벨 17 군주들이 죽일 수 있을 리가 없다.’

자신은 죽음을 맞이하고 말 것이다.

하지만 아주 작은 희망.

그것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그녀는 용군주가 강림하는 그날 매일같이 베레스트 산맥에 오른다.

누군가 그를 죽인다면 용군주의 심장을 얻을 수 있으리.

그것은 그녀의 작은 희망의 끈이었다.

* * *

8,000m를 향해 나아간 지 삼 일째.

“구, 군주님…… 다섯 명이 죽었습니다…….”

떨리는 랜의 목소리에 어둠 속에서 눈을 뜬 아서가 고개를 돌렸다.

얼어 죽어버린 병사가 자그마치 다섯 명이었다.

이제까지 잘 해왔다.

하지만 여섯 번째 시체.

그게 문제였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시련이야…….’

이 휘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 시력을 잠시나마 앗아가는 게 시련이었다.

때문에 아서와 병력들은 몸을 얼리는 추위 속에서 아서의 절대 감각 스탯에 의존해 나아갔다.

하지만 그중 몇몇 병사는 두려움과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따라오지 못했다.

뒤처졌다는 건 곧 죽음을 뜻한다.

현재 생존한 병사는 서른여덟 명.

이 여섯 번째 시련에서 가장 많이 죽었다.

‘훈련도가 100%인데 병사들이 아직 변화하지 않았어.’

아서는 그 이유가 귀신부대를 만드는 퀘스트 때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이제 고작 하나의 시체가 남아 있다.

아서는 이 정상을 많이 찍어본 만큼 시체들의 위치는 모두 꿰고 있었다.

‘마지막 시체가 고비일지도 몰라.’

병사들은 침울해했으나 아서는 다시 나아가자 했다.

눈 속을 걸으면서도 아서는 생각했다.

‘어째서지…….’

의문.

그 의문은 쉴 새 없이 계속되고 있었다.

‘어째서냐…….’

몬스터들이 없었다.

아니, 본 적이 있긴 하다.

한데 몬스터들이 모두 밑으로 내려갔다.

마치 살기 위해 도망치듯이.

그 덕분에 그나마 서른여덟 명의 병사가 생존할 수 있었다.

과거 백 번도 더 넘게 산맥에 오르는 동안 이런 기현상은 본 적이 없었다.

그때.

쿠와아아아아!

귀를 찢어발기는 고성이 들려왔다.

그의 시선이 저절로 소리가 들린 곳으로 틀어졌다.

그곳엔 눈보라에 의해 희미하게 보이는 거대한 봉우리가 있었다.

‘베레스트의 봉우리…….’

저 봉우리를 보면서 어째서 존재할까 해서 탐사해 보려던 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접근 자체가 불가능한 영역이었다.

곧이어 그 봉우리가 폭발했다.

콰아아아앙!

그리고 폭발한 봉우리에서 정체 모를 자의 손이 불쑥 튀어나왔다.

쿠웅!

봉우리에서 몸을 끄집어내는 정체 모를 존재.

아서는 멀리서 본 인영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요, 용군주……?”

미지의 영역.

얼음 신전에서 보았던 존재.

그 용군주가 분명해 보였다.

쿠화아아아아!

놈의 포효에 베레스트 산맥이 진동했다.

후두두둑!

눈들이 떨어져 내렸다.

그와 동시에.

삐이삐이삐이!

특성화된 군주 육성기가 붉은빛을 흩뿌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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