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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회귀록-95화 (95/210)

# 95

군주회귀록 095화

“예?”

설인족 근위대장 루잇이 그 말에 고개를 돌려 바스를 바라보았다.

그는 탐욕에 눈이 먼 표정을 짓고 있었다.

“보이지 않느냐, 저 번들번들한 아티팩트들. 그리고 4만 골드라는 거금을 단번에 턱하니 내놨어.”

4만 골드.

결코 작은 금액이 아니다.

한데 소년은 돈 많은 졸부라도 되는 듯이 빠른 생각 끝에 빠르게 돈을 건네줬다.

“혹시 영지에 금광이라도 있는 건가?”

생각만 하면 절로 군침이 돌았다.

그리고 곧 저 아티팩트들은 자신의 것이 될 테니.

바스가 그런 생각을 할 때.

“이제 그만 올라가죠.”

모든 재료를 습득한 아서가 말했다.

그는 골똘히 생각하던 표정을 지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들이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각자가 속내를 숨긴 채.

* * *

“이제 곧 첫 번째 베이스캠프입니다.”

바스의 말이었다.

베레스트 산맥에는 총 여덟 번의 베이스캠프가 존재했다. 1,000m 지점마다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예.”

바스의 말에 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스도 노련히 산을 탔다.

주변 지형지물을 꿰고 있었고 이용할 줄도 알았다.

하지만 아서보다는 아니었다.

산을 오르던 총 100여 명의 병력은 드디어 베이스캠프가 보이기 시작한 걸 알 수 있었다.

“저기에서 하룻밤 묵은 후에 다시 올라가겠습니다. 쉴 수 있을 때 쉬어야 합니다.”

“예.”

바스의 말처럼 쉴 수 있을 때 쉬어야 한다.

사실 4,000m 지점까지는 일반 병사들도 다리만 튼튼하면 오를 수 있다.

그 이상부터 진짜 베레스트산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베이스캠프에 도착하자 바스 군주는 설인족과 함께 막사 하나에 들어갔다.

그것은 아서와 병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아서는 들어가자마자 문을 닫아버렸다.

* * *

깊은 밤.

아우우우!

아우우우우!

아우우우우!

갑작스러운 늑대들의 울음소리가 베이스캠프 전체를 흔들었다.

“아, 아서 군주님!”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바스 군주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뛰어 들어왔다.

아서와 병력들도 갑작스러운 늑대 울음소리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피신처로 가셔야겠습니다.”

“피신처요?”

“예, 본래 2,000m 지점에서 나타나는 얼음 늑대 수백 마리가 어쩐 일인지 이 근방에 내려왔습니다. 피신처로 가야 합니다. 설인족들 말로는 놈들이 배가 고파 밑으로 내려온 것 같다고 합니다.”

본래 스무 마리 정도 무리를 지어 나타나는 게 얼음 늑대다.

한데 얼음 늑대 수백 마리가 함께 내려왔다는 건 위험하다.

“피신처로 가면 안전한 겁니까?”

“예, 피신처는 시스템상 안전지대로 구분되기에 놈들이 공격할 수 없습니다.”

“그럼 서두르죠.”

“챙길 것만 챙기시죠. 피신처로 갔다가 놈들이 올라가면 저흰 다시 베이스캠프로 돌아가면 되니까요.”

“예.”

오십 명의 아서의 병력은 무장만 하고 빠르게 나왔다.

기다리고 있던 설인족들이 그들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아우우우우!

크으으으!

주변에 얼음 늑대들이 사방팔방에 깔리기 시작했다.

어두운 산은 위험하다.

하지만 설인족은 이 산에서 노련하게 아서와 그 병력을 안내했다.

그들은 어두운 산을 빠르게 탔다.

뒤쪽으로 하나둘 얼음 늑대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걸 보며 바스는 다급하게 말했다.

“빨리요, 서둘러야 합니다.”

“예!”

아서와 병사들도 그들의 길안내에 속도를 높였다.

그리고 어느 순간.

알림을 들을 수 있었다.

띠링!

[죽은 자의 지대에 입장하셨습니다.]

[죽인 자의 모든 것을 약탈할 수 있게 됩니다.]

바스의 입꼬리가 찢어졌다.

그리고…….

‘연기하는 것도 힘들군.’

아서도 웃었다.

그 웃음과 동시에 바스가 몸을 돌려 아서의 목을 향해 무기를 힘껏 찔렀다.

수우웅!

아서는 가뿐히 그의 검을 바닥으로 내려찍었다.

태엥!

망설이지 않는 반격.

검끝이 땅에 박혔다.

그에 바스 군주는 눈치챌 수 있었다.

‘알고 있었다?’

바스는 생각을 끝내자마자 곧바로 몸을 뒤쪽으로 빼내 거리를 벌렸다.

“도대체 어떻게 알고 있었는지는 모르겠다만…… 푸흐흐흐, 미친놈. 도망쳐도 모자랄 판에 제 발로 쫓아오다니.”

그렇게 웃는 바스를 보며 아서가 말했다.

“네가 믿고 있는 그 반지 때문에 그러는 것 같은데…….”

미친놈처럼 웃던 바스의 웃음기가 사라졌다.

“유니크 아티택트. 베레스트의 지배자.”

“……그, 그걸 어떻게?”

바스는 놀란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이 베레스트의 지배자 반지는 총 세 개의 수량이 풀려 있다.

그것도 에켈로 총연맹에서 그와 함께 이 베레스트 산맥을 약탈하는 발칸 소연맹의 인물들만 소유하고 있다.

세 개의 반지는 비슷한 능력이지만 부릴 수 있는 게 다르다.

“이제껏 특수 능력을 이용해 얼음 늑대를 부려왔겠지. 그리고 얼음 늑대들이 마치 베이스캠프를 습격하려는 것처럼 꾸민 뒤 ‘피신처’라고 거짓말하고 이 ‘죽은 자의 지대’로 이끌었을 거다.”

알림처럼 이 죽은 자의 지대에선 죽이는 족족 모든 아티팩트가 드롭된다.

이처럼 베레스트에는 특이한 시스템이 곳곳에 숨어 있다.

‘도대체 그 사실을 어떻게 아는 거지?’

바스의 상식으론 이해할 수 없었다.

이 베레스트의 지배자는 자신들만 가지고 있는 것인데, 그가 어떻게 아는 것인지.

하지만 이제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럼 알겠군. 이제 너희들이 얼음 늑대들에게 뜯어 먹히리라는 걸.”

그가 몇 걸음 뒤로 물러나자 설인족들이 그를 호위했다.

곧 설인족들이 보란 듯이 랜턴을 더 켜기 시작했다.

크르르르르!

크라아아아!

곳곳에 숨어 있던 얼음 늑대 수백 마리가 사방을 포위한 채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곧이어.

크롸아아아!

크르으으으!

크랴아아!

얼음 늑대들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허억……?!”

“억?!”

“뭐, 뭐야!”

“왜, 왜 우리를 공격하는 거지?!”

아서 쪽 병력이 아닌, 바스 쪽 전력을 향해.

아서가 손을 펼쳐 보였다.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반지 중 하나인 베레스트의 반지.

아니, 그와 비슷해 보이는 반지였다.

“모두 X되셨군요.”

그가 특유의 능글맞은 웃음을 지었다.

* * *

다섯 시간 전.

쿠웅!

문을 닫은 아서는 병사들을 둘러봤고 그들도 심각한 표정이었다.

‘우릴 사냥하려는 계획이라니…….’

아서는 산에 오르면서 ‘아군과의 대화’를 캐시 상점에서 구매해 모두에게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서 귀띔을 해준 바가 있었다.

“이제 어쩌실 겁니까?”

“바스 군주는 어떤 방법을 써서든 죽은 자의 지대 쪽으로 이끌 거다. 그리고 놈이 손가락에 착용하고 있는 반지. 그 반지를 이용해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우리 모두를 죽인 후, 모든 걸 약탈해 가겠지.”

“정말 쓰레기 같은 놈들 아닙니까?”

“허어…… 저런 짓을 일삼으면서 아직도 무사하다니.”

아서는 쓴웃음을 지었다.

“베레스트 산맥은 오르면 죽는 곳으로 유명하니까, 산행에 나선 군주들과 병력들이 죽어도 큰 의심은 못 했을 확률이 높지.”

“이제 어쩌실 겁니까?”

랜의 질문이었다.

그 질문에 아서는 답했다.

“역으로 우리가 얼음 늑대를 지배한다.”

“그게 가능합니까? 놈들은 분명 베레스트의 지배자라는 아티팩트를 사용하는데…….”

어찌?

“베레스트의 지배자 반지는 3단계로 나뉘어져 있지. 낡아빠진이 놈이 가진 거다. 이보다 더 높은 등급의 반지만 있다면 역으로 우리가 부릴 수 있다.”

“그 말씀은 더 강한 반지를 얻을 방법이 근처에 있다는 겁니까?”

그 말에 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영구성 아티팩트는 아니긴 하지만…….’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소모성 아티팩트.

하지만 이 소모성 아티팩트 ‘베레스트의 축복’을 얻으면 빛바랜 등급까지 오른 것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현한다.

아서는 가장 먼저 막사 안에서 질주의 매를 소환했다.

피이이

협소한 공간에 불만인 듯 놈은 아서의 팔 위에 앉아 도리질했다.

아서는 그를 무시하고 인벤토리에서 미리 용언의 연금술서를 통해 제조해 낸 것을 꺼냈는데, 손톱만 한 크기의 영단의 형태였다.

이는 일시적인 거인화를 해주는 기능이 있었다.

‘소모성 제조품. 고작 세 번만 사용할 수 있지.’

스무 페이지 중 하나에 수록된 거대화는 안타깝게도 딱 세 번 사용할 만큼만 만들 수 있었다.

아서는 초록빛을 띠는 그 영단을 질주의 매에게 건넸다.

녀석은 조금 싫은 듯 고개를 저었지만 아서가 머릿속으로 지시를 내리자 그걸 꼴딱하고 삼켰다.

곧이어 질주의 매가 서서히 커지기 시작했다.

아서는 재빠르게 들어왔던 입구의 반대쪽 문을 열었다.

그다음 서둘러 은빛 날개의 세트로 바꿔 착용했다.

“20분 내로 돌아오마. 혹여 날 찾으면 용변을 보러 갔다고 해라.”

“예.”

병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서는 질주의 매와 자신을 은빛 날개의 세트 효과를 이용해 투명화로 감췄다.

그다음 어느덧 와이번 크기만큼 커진 질주의 매의 위로 올라탔다.

‘3,000m까지.’

아서는 질주의 매와 함께 맹렬한 속도로 비행을 시작했다.

질주의 매는 아서를 태우고 단숨에 세 번째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다.

아서가 막 베이스캠프에 도착한 순간 알림이 울렸다.

띠링!

[미션. 베레스트 산맥 세 번째 베이스캠프에 빛처럼 도착한 자 달성.]

[두 가지 보상 중 하나를 선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아서는 망설이지 않았다.

“베레스트의 축복을 선택한다.”

* * *

크아아아!

크르으으!

얼음 늑대는 자그마치 3성.

아서는 병사들과 손가락만 쪽쪽 빨며 그 모습을 지켜봤다.

“끄아아악!”

“으아악!”

“이, 이건 말도 안 돼!”

여전히 바스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설마 네가 낀 그 반지가 3단계보다 높은 반지라는 거냐?”

바스도 단계가 높을수록 베레스트의 지배자 반지가 충돌할 시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는 듯싶었다.

“말도 안 된다. 이 반지들은 베레스트산에서 기록을 달성하거나 던전을 공략해야 얻을 수 있는 물건이란 말이다!”

“했다. 미션.”

“……뭐?”

미친 듯이 쏟아지는 얼음 늑대들 사이에서도 바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딱 20분 걸리더군.”

“……그, 그럴 리가.”

“믿거나 말거나. 그동안 많이도 해 처먹었나 보구나.”

아서는 설인족들에게서 후두두둑 떨어져 내리는 골드와 식량을 보면서 쯧 혀를 찼다.

“네가 떨어트린 반지는 내가 아주 유용하게 잘 쓸 것 같군.”

“이, 이건 말도 안…….”

후우웅!

얼음 늑대들이 바스를 향해 몸을 날렸다.

푸슈유육!

푸시익!

그는 부정하는 것을 멈추고 살기 위해 발악했다.

이미 모든 설인족이 쓸려 나간 상태였다.

애초에 얼음 늑대는 스무 마리만 나온다.

즉, 그 이상 무리를 짓지 않는다는 것.

그 불문율을 비트는 것은 모두 베레스트의 지배자 반지 때문이다.

그걸 스스로 비틀고 궁지로 몰아 들어온 셈이다.

푸지익!

“크하악!”

얼음 늑대 한 마리가 단번에 바스의 목을 물어뜯었다.

바닥에 쓰러진 바스가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뜯어 먹히면서도 아서를 보며 시뻘건 붉은 눈을 빛냈다.

“끄흐윽, 개, 개새끼…… 내, 내가 하산하지 않으면 곧 내 동료들이…… 끄흐윽…… 널 추격할 거다…… 나완 근본이 다른 자들이야.”

콰지익!

늑대 한 마리가 또다시 바스의 목을 물어뜯어 살점을 취했다.

아서는 목에서 피를 콸콸 흘리는 바스를 향해 다가갔다.

그는 무릎을 굽히고 앉아 죽어가면서도 자신을 노려보는 바스에게 말했다.

“내 병사들의 훈련에 도움이 되어준다고 하니,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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