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주회귀록-94화 (94/210)

# 94

군주회귀록 094화

“전 가겠습니다.”

랜은 물러서지 않고 결의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더 뛰어난 지휘관이 되리.

딱 그런 표정이었다.

하나둘 병사들이 자원을 나섰다.

오십 명을 차출했다.

“차출된 이들을 제외하고 모두 평소처럼 훈련에 임해라.”

오십 명보다 더 많은 지원자가 나와주었다.

아서는 그중에서 평소에 더 독하다고 생각하거나 유닛 정보를 열람했을 때 등급 대비해서 조금 더 강한 공격력과 방어력을 가진 병사를 차출했다.

“모두 군장을 메고 1시간 후에 이 자리로 집합하도록.”

“예!”

* * *

오십 명의 모든 병력이 집결했다.

아서는 일단 ‘수면초’를 태웠다.

수면초.

이것도 용언의 연금술서를 통해 제조할 수 있는 것이다.

수면초를 태우는 순간, 병사들은 일시적으로 몽유병과 흡사한 상태에 빠진다.

잠에 빠졌으나 지시에 따라 몸을 움직이며 깨어나면 기억하지 못한다.

수면초 연기를 맡은 병사들이 취했을 때, 아서는 그들의 라이프를 1%씩 회수했다.

‘분명히 올라가는 도중 죽는 자가 있을 거다.’

아서가 그들에게 라이프를 회수한 것을 말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어차피 죽어도 살아날 텐데?’

이런 마음가짐 자체를 버려야 했다.

그만큼 베레스트 산맥은 끔찍하고 위험한 곳이었다.

모두가 생존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만 했다.

50명의 병력이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아서는 그들을 이끌고 출정을 시작했다.

쿠구궁!

아서가 영지를 벗어나는 순간이었다.

그레모리는 ‘영지 잠금’ 기능을 활성화했다.

영지 잠금 기능.

군주보호기간 군주에게 딱 1회 부여된다.

이 잠금 기능이 설정되면 그 어떠한 군주도 발카스 영지를 공격할 수 없게 된다.

대신에 발카스 영지의 영지민들도 농작물 회수, 광물 캐기 등의 행위를 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피그족을 통해 흡족한 양의 식량을 얻었기에 괜찮았다.

“부디 무사히 돌아오시길…….”

“망망, 벌써 보고 싶어!”

그레모리와 올리아는 멀어져 가는 병력을 바라봤다.

* * *

베레스트 산맥 입구.

설인족 병력 오십과 아이스 울프족 오십 병력이 마주 보고 있었다.

그 앞에서는 남녀 군주가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원숭이처럼 특이하게도 얼굴 곳곳에 검은 털이 수북하게 자란 사내.

그는 바로 바스라는 군주였다.

이번에 베레스트 산맥에 도전하기 위해 온 여성 군주는 의아한 목소리를 토했다.

“산행을 돕는다고요?”

“예, 저와 설인족들은 자그마치 서른 번도 더 넘게 정상을 찍은 경험이 있습니다. 정상만 찍으면 병사들이 1.2배 강해진다는 건 아시죠?”

“아…… 그건 알아요.”

여성 군주 루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유명한 사실.

그 때문에 많은 군주가 도전했지만 죽어나갔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스 울프들은 베레스트 산맥에 특화된 병력.

그 때문에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경험이 있는 자와 간다면 더 안전하게 갈 수 있을지 모른다.

“정상까지 얼마죠?”

“아시겠지만 정상까지 보통 35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때문에 오십의 병력이면 4만 골드면 됩니다.”

“너, 너무 비싸요.”

여성은 고개를 저었다.

바스는 꽤 오랜 시간 이곳에서 이 짓을 해먹었다.

그 때문에 표정만 봐도 알았다.

골드 자체가 없다는 걸.

“그렇군요. 흐음…….”

“네. 저 혼자 도전해 봐야겠어요.”

올라가다가 힘들면 도중에 포기하고 내려올 수도 있었다.

대신에 정상을 찍지 못하고 포기한 군주의 경우 두 번 다시 베레스트 산맥에 도전할 수 없다.

그리고 입장을 위해선 베레스트 문지기라는 자에게 50병력 기준으로 2만 5천 골드를 줘야 하는데, 이마저도 날리는 셈이라 할 수 있다.

루시는 고개를 꾸벅 숙여 보이고 그를 지나쳐 아이스 울프들과 함께 산행을 시작하려 했다.

바스는 그들의 뒷모습을 지켜보다 말했다.

“군주님.”

“예?”

루시 군주가 고개를 돌렸을 때, 다스 군주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아무래도 마음이 편치 않아서요. 1차 베이스캠프 지점까지만 함께하도록 하죠. 또 가는 동안 오르시면서 주의할 점 등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저, 정말요?”

“예.”

바스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얼굴에 듬성듬성 털이 자랐다는 걸 제하면 그는 누가 봐도 사람 좋아 보이는 얼굴의 소유자였다.

루시는 조금의 의심이 들긴 했으나 고개를 저었다.

‘만약 위에서 우릴 기습하려는 생각이라면 바스 군주님은 손해일 수밖에 없어.’

그 생각을 하면 그의 선행이 분명해 보였다.

“그럼…… 정말 괜찮을까요?”

“물론입니다. 나중에 식사라도 한 끼 대접해 주세요.”

“아, 알겠어요.”

많은 산행을 한 이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

베레스트 산맥에선 큰 도움이 되어주리라.

그리고 그로부터 12시간 후.

바스 군주는 쯧 혀를 차며 오십 명의 설인족 병력들과 함께 내려왔다.

“염병할, 진짜 보던 것처럼 거지 년이었군.”

그는 미간을 구기며 가래침을 퉤 뱉었다.

하지만 아주 못 얻은 건 아니다.

즐겁게 그녀를 탐했고 그 병사들로부터 취한 이득도 분명히 존재했으니.

“어디 돈 많은 호구 놈 없나? 언제부터 이 베레스트 산맥의 명성이 이렇게 떨어진 거야? 저런 거지들이 도전하게. 쯧!”

그랬다.

그는 산행을 돕는 척하며 군주들과 병력을 죽여 약탈하는 사냥꾼이었다.

그가 호구호구 노래를 부르던 때.

또다시 그의 시선에 아주 보기 좋은 먹잇감이 들어왔다.

척 보기에도 쓰여 있었다.

‘나는 호구요.’

소년 군주였는데, 뒤로 병력이 함께 올라오고 있었다.

그리고 소년 군주가 착용한 방어구 세트는 정말 값져 보였다.

* * *

아서는 베레스트 산맥의 문턱에 도착했다.

‘웬 설인족들이 앞을 지키고 있는 거지?’

아서는 가장 먼저 입구 앞을 지키는 얼굴에 털이 자란 군주 한 명과 오십의 설인족 병사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크게 개의치는 않아 하고 문지기에게 다가갔다.

문지기는 키가 2m는 될 정도였고 동물의 가죽으로 옷을 만들어 입은 반거족이었다.

반거족은 반 거인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병사 오십 명과 군주를 합쳐서 총 2만 5천 골드일세.”

아서는 망설이지 않고 골드를 지불했다.

비싼 이용료.

하지만.

‘대규모 업데이트 때 이 베레스트 산맥의 입장료가 사라지지. 레벨 제한도 풀리고.’

그로 인해 아서는 이곳을 꽤 많이 올라봤다.

족히 100번은 되었다.

그 정도로 이 베레스트 산맥은 얻을 게 많았으며, 업데이트 후에는 몬스터도 훨씬 많아지고 그 안에 던전들도 생겨나 많이 올라봤다.

“들어가도 되네.”

문지기가 그러한 답을 주는 순간.

전 병력 앞으로 주먹만 한 상자 하나가 나타났다.

이 입장료는 단순한 입장료가 아니라, 베레스트 산맥에서 사용할 수 있는 등산용품 등을 구매하는 가격이라고 할 수 있었다.

병사들은 올라갈 때마다 저 조그마한 상자에서 새로운 등산용품을 계속 꺼낼 수 있었다.

모든 준비를 끝마친 아서가 베레스트 산맥으로 들어가려던 때였다.

앞을 지키고 있던 군주와 병사가 그 앞을 막았다.

가장 앞에 선 군주로 추정되는 자가 말했다.

“죽음의 산맥이라 불리는 베레스트. 위험하죠. 4만 골드를 지불하시면 저희가 정상까지 동행해 드립니다.”

그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

아서는 그 말을 듣고 무표정했다.

‘과거엔 이런 일도 있다고 했지.’

업데이트 전에는 산행을 돕는 자들이 기승을 부렸다 듣긴 했었다.

“저희는 이 베레스트 산맥을 자그마치 서른 번을 넘게 정복했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설인족들입니다. 이 녀석들은 눈 내린 산에 특화되어 있지요.”

사실이었다.

설인족은 베레스트 산맥을 타는 데 특화되어 있다.

추위에 강하며 고산병 따위는 걸리지 않는다.

거기에 발 자체가 아이젠을 착용한 것과 마찬가지로 눈이 수북해도 움직임의 제한을 크게 받지 않았다.

아서는 잠시 생각하는 척하다 말했다.

“4만 골드라, 조금 비싸군요. 또 정말 정상까지 저희를 이끌 수나 있을지…….”

아서는 그들을 못 미덥다는 듯 훑었다.

그리고 바스는 쾌재를 불렀다.

‘이 군주는 돈이 없는 건 아니다.’

애초에 돈 많은 알부자 군주라는 생각을 하고 있긴 했다.

그는 소년 군주가 자신을 믿게 하기 위해 자신을 피력했다.

“저는 에켈로 총연맹의 군주 중 한 명인 바스라고 합니다. 또한 영지 총레벨은 17. 군주 등급으로 치면 B급. 여기 이 병사들도 모두 B급 같은 C급이지요.”

그는 자신감 있게 자신이 소속된 에켈로 총연맹을 팔아먹었다.

“에켈로 총연맹이라…….”

아서는 그 말을 곱씹어봤다.

산행을 이끈다는 건 말 그대로 거래다.

한쪽은 골드를, 한쪽은 노련한 경험으로 정상까지 이끈다는 거다.

하지만 아서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알았다.

‘피 냄새…… 그리고.’

아서의 눈은 바스의 손을 향해 있었다.

‘저 반지.’

아서는 속으로 웃었다.

어떤 상황인지 빠르게 눈치챘다.

‘이놈들은 단순히 산행을 하는 놈들이 아니군.’

그리고 거침없었다.

4만 골드를 꺼내서 지급했다.

“통이 크시군요!”

바스라는 군주는 예상외로 아서가 순순히 돈을 건네자 꽤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단숨에 4만 골드를 받아 들었다.

“자, 함께 가시죠.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적어도 한 달은 함께하게 될 테니까요.”

“예.”

아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과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베레스트 산맥 초입.

몬스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보통 3성의 녀석들이었다.

이 베레스트 산맥 초입에는 두 발 도마뱀들이 주로 출몰한다.

두 발 도마뱀은 이족보행 몬스터로 매우 빠른 발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악력이 어찌나 강한지 물면 살점이 다 뜯겨 나갈 정도다.

푸지익!

퐈악!

아서와 병사, 그리고 자신을 바스라고 소개한 군주와 설인족 병사들이 다섯 마리 나타난 두 발 도마뱀을 가뿐히 사냥했다.

후드득

“호오, 병사들이 무척이나 노련합니다.”

바스는 감탄 어린 목소리를 토했다.

실상 아서가 보기에 부족할 뿐, 아서의 병사들은 같은 등급의 병사들보다 노련한 편이었다.

로든에게 꾸준히 훈련을 받아온 덕분이다.

“바스 군주님도 대단하십니다.”

B등급의 군주치고 꽤 대단해 보였다.

특히나 그가 착용한 번들번들한 아티팩트들은 최소 레어에서 유니크 사이로 무장되어 있었다.

설인족 병사들도 아까 전 바스가 소개한 것처럼 B급 같은 C급이었다.

그때.

띠링

[재료 탐색이 발동됩니다.]

[C급 재료 도마뱀 꼬리가 탐색됩니다.]

아서는 갑자기 울린 알림에 인피니티를 보았다.

카자벤의 독창 모양이 편해, 그대로 변화시켜 놓았는데, 그것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아서만 볼 수 있는 빛이었다.

“잠시만 쉬었다 가도 되겠습니까?”

“벌써요?”

바스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직 초입이니까.

“예.”

하지만 아서는 단호했다.

“그럼 그러시죠.”

바스는 흔쾌히 응했다.

아서는 두 발 도마뱀에게 다가갔다.

‘어떻게 채집하면 되지? 그냥 평소처럼 하면 되나?’

그렇게 생각하던 때였다.

인피니티가 두 발 도마뱀에게 미약한 빛을 흩뿌렸다.

[C급 재료 도마뱀 꼬리를 습득하시겠습니까?]

그 알림에 아서는 ‘예’라고 중얼거렸다.

[재료도감을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호오.’

아서는 작게 감탄했다.

번거롭게 자신이 채집할 필요가 없었다.

쓱 가져다 대기만 하면 되었다.

‘괜히 유물 아티팩트가 아니구나.’

아서는 글렌에게 또 한 번 감탄하며 재료도감을 열람했다.

재료도감에 떡하니 C급 재료라고 쓰인 도마뱀 꼬리가 떠 있었다.

아서는 클릭해서 확인해 봤다.

이 도마뱀 꼬리를 이용해 그림을 그릴 시에 민첩 관련한 특수 능력이 더 뛰어나진다고 되어 있었다.

아서는 흡족해하며 모든 재료를 채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바스가 중얼거렸다.

“정말 탐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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