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3
군주회귀록 093화
32장 베레스트 산맥
1ℓ라면 딱 두 방울 정도면 될 것이다.
아서는 정확하게 딱 두 방울을 흘려보냈다.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청소를 하는 액을 이용해 빛나는 샘물을 천족의 생명수로 정제한다는 걸.
투명한 그릇에 담아두었던 빛나는 샘물이 여러 가지 색을 흩뿌리기 시작했다.
곧이어.
띠링!
[독특한 정제법을 찾으셨습니다.]
[빛나는 샘물이 천족의 생명수로 정제됩니다.]
[천족의 생명수가 더 뛰어나져 A등급으로 상승합니다.]
천족의 생명수가 붉은빛을 띠었다.
아서는 망설이지 않고 확인해 봤다.
(천족의 생명수)
등급: A
수량: 1ℓ
효과:
•마시는 양에 따라 총 능력치가 상승하며 1ℓ를 모두 마실 시 모든 스탯+10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천족의 생명수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이것이다.
무조건 마신 한 사람만의 스탯이 올라가는 게 아니라, 모든 스탯 +10을 나눠서 마실 수도 있다는 것.
지정 중요 정보 열람을 통해 알아낸 아리스를 깨우는 방법에는 약 200㎖의 물만을 섭취하면 된다고 하였다.
즉, 800㎖는 아서가 마셔서 모든 스탯+8효과를 볼 수 있었다.
아서는 자신이 마시기 전에 200㎖의 한 컵 분량의 물만을 가지고 아리스의 침실로 들어갔다.
“그레모리, 머리 좀 받쳐라.”
“예, 군주님.”
그레모리가 아리스의 머리를 양손으로 조심스레 받쳐 올렸다.
아서는 그녀의 입을 손으로 벌려 물을 흘려보냈다.
꿀떡꿀떡.
[아리스에게 천족의 생명수를 마시게 하셨습니다.]
[봉인이 차츰 해제됩니다.]
[3일 후 아리스가 깨어납니다.]
알림을 들은 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알림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기다리기만 하면 그녀가 깨어난다는 의미였다.
아서는 망설이지 않고 남아 있는 모든 천족의 생명수를 마셨다.
[천족의 생명수를 마셨습니다.]
[모든 스탯+8 효과를 얻었습니다.]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인 아서가 여전히 잠이 들어 있는 아리스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군주의 방으로 이동했다.
그 후 왕좌에 앉은 그는 광렙하는 보너스 이용권을 꺼냈다.
오늘이 글렌과 약속한 날짜였다.
어제오늘 일이 많아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1시간이면 돌아올 거다.”
“알겠습니다, 군주님.”
그레모리의 답변을 들은 아서가 망설이지 않고 광렙하는 보너스 이용권을 찢었다.
‘마하라가 만들어주는 맞춤형 무기라.’
밝은 빛에 휩싸인 아서의 얼굴은 기대감에 차 있었다.
* * *
빛에 휩싸여 나타난 아서는 전의 그 동굴에 와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그가 계단을 밟고 올라갔다.
기다리고 있던 글렌이 활짝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반겨주었다.
“왔나? 기다리고 있었네.”
아서는 글렌의 얼굴에서 볼 수 있었다.
자신만만함을.
자신이 만들어낸 것에 대한 자부심이 보였다.
그리고 그의 생각처럼 글렌은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내 마지막 역작. 이 정도라면 더할 나위가 없지.’
글렌은 자신의 작업실로 들어간 후 바로 나왔다.
그가 만들어낸 역작을 보면서 아서는 얼굴을 구겼다.
“이게 카자벤의 독창인가?”
아서의 얼굴은 의아함에 가득 차 있었다.
글렌이 가지고 나온 것은 한없이 볼품없어 보였다.
대나무를 이용해 창대를 형성했고 가장 형편없는 철을 이용해 창두를 만들어낸 것처럼.
“외형에 실망했나 보군.”
글렌이 그렇게 말하며 미미한 마력을 불어넣는 순간이었다.
콰드드득!
놀라운 이변이 일어났다.
볼품없던 외형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창대가 은빛으로 번들거렸고 창두는 매섭게 뾰족해져 무엇이든 뚫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또다시 글렌이 미약한 마력을 불어넣는 순간.
콰드드득!
빠른 속도로 또다시 외형이 변화했다.
이번에는 창이 아닌 검이었다.
글렌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마지막엔 붓의 형상으로 만들어내며 아서에게 건넸다.
“외형을 변화시킬 수 있는 건가?”
“그래. 때론 창이, 때론 검이, 또 때론 붓이. 자네가 원하는 그 어떤 것도 될 수가 있지. 그리고 확인해 보면 자네가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거야.”
아서는 그의 자신만만함에 망설이지 않고 확인해 봤다.
(인피니티)
등급: 빛바랜 유물
공격력: 472
내구도: 무한
특수 능력:
•공격력+2%
•적을 찌르거나 닿을 시 15% 확률로 2초간 스턴
•회수
•그림 재료 탐색
•외형 변화 가능
•창조주 스킬+2
또 다른 유물 아티팩트!
아서는 감탄했다.
그는 일단 공격력이 대폭 상승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다음 카자벤의 독창에 있던 기존의 특수 능력도 더 좋아진 걸 볼 수 있었다.
추가적으로 이목을 끌 만한 건 창조주 스킬+2와 더불어 그림 재료 습득이라는 내용이었다.
‘몬스터를 죽여서도 재료가 드롭될 수 있다. 또한, 그림 재료 탐색을 누르면 전방 300m 내에 있는 재료를 탐색하거나 혹은 특별한 재료가 있을 시 스스로 탐색해 낸다.’
아서는 세부 설명을 읽고 그림을 그리는 데 특별한 재료가 필요한가? 하는 생각을 했다.
글렌은 그 생각을 읽은 듯 말했다.
“자네가 창조주 군주로서 얼마만큼의 힘을 발현하는지 나는 몰라. 하지만 내가 알던 아칸은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그림을 그려냈고 엄청난 역작을 배출해 냈지.”
엄청난 역작.
아서는 그 말을 속으로 곱씹었다.
“아칸은 백 년의 먼지를 양피지에 발랐지. 그리고 트윈 헤드 오우거의 피를 물감으로 사용했어. 그때 탄생한 그의 명작은 아직도 내 뇌리에 깊게 박혀 있는데, 특수 능력도 대단했지. 그 그림을 보는 괴수들이 그림에 매료되어 아칸의 수하가 되었다면 믿겠는가?”
“단순히 보는 것만으로?”
글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재료에 따라 그림에 부가되는 특수 능력이 달라지지. 난 그가 재료를 찾아다니며 애쓰는 걸 보며 한 번쯤 만들어주고 싶었어, 자체적으로 재료를 추적해 내는 아티팩트를. 그리고 그걸 자네가 얻게 된 거고.”
아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림 재료의 설명에 추가로 적혀 있는 ‘탐색’을 클릭했다.
[그림 재료를 탐색합니다.]
[D급 재료 종유석이 탐색됩니다.]
종유석.
동굴에 고드름처럼 자라 있는 원추형의 광물질이다.
세부 설명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종유석을 긁어내어 양피지에 녹여낼 수 있다고 되어 있었다.
하지만 D급 재료인 만큼 세부 설명에는 ‘추천하지 않는 재료’라고 수록되어 있었다.
때문에 굳이 가서 그걸 긁어내거나 하진 않았다.
“잘 쓰도록 하지.”
그 말을 끝낸 순간이었다.
[10초 후 군주성으로 돌아갑니다.]
[10, 9, 8…….]
글렌도 그 알림을 들은 것인지 시원섭섭한 표정이다.
“고맙네, 날 여기서 꺼내줘서. 그리고 잘 쓰도록 하게.”
아서는 인피니티를 창의 모양으로 바꿔 보였다.
“마음에 쏙 든다.”
대장장이에게 이것만큼의 큰 칭찬이 또 있을까.
아서가 빛이 되어 사라졌다.
그가 사라진 자리를 보며 글렌은 빙긋 웃었다.
“특성화된 군주 육성기가 제대로 된 주인을 만났어.”
그가 벌을 받게 된 이유.
특성화된 군주 육성기를 제작했기 때문이었고, 이는 누군가에게 발설해서는 안 되는 제약에 걸려 있었다.
특성화된 군주 육성기를 제작했을 때 그는 절대군주들의 힘을 빌었었다.
하지만 그는 모든 것을 독박 썼다.
이제 그는 영원한 잠에 빠져들 것이다.
자칫 아서가 아니었다면 혼자 이곳에 남아 영원의 삶을 살아야 할 수도 있었다.
외로운 이곳에서 그것만큼 끔찍한 일이 또 있을까?
쿠구구구구!
동굴 전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이제 그 누구도 이곳에 들어올 수 없으리.
곧이어.
콰아아아앙!
동굴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 * *
이른 아침.
아서는 그레모리에게 전 병력을 소집할 것을 명령한 후에 영지 현황표를 오픈했다.
(발카스 영지)
영지 레벨: 12 영지 경험치: 45%
영지 수호자: 우로보로스
영지 총 전투력: 418
영지 총 방어력: 346
적재: 블랙 레일트리 나무10%
철광: 쇠, 구리 13%
식량 및 자원 채집 속도: 36%
영지병사: 130/600
영지민: 1,421/3,500
재정: 풍족 식량: 매우 풍족
영지민 만족도: 77%
포르스 영지와의 전쟁으로 인해 영지 총레벨을 12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그에 따라 부릴 수 있는 병사의 숫자도 더 많아졌고 이제 공성 무기와 같은 것도 구매 사용이 가능해졌다.
영지 현황표를 확인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병사들이 열을 맞추고 정렬했다.
소집된 병력을 보며 아서가 입을 열었다.
“어제의 승리는 분명히 값졌다. 전투 중 사망한 병력은 고작 서른 명. 상대편이 피그족을 부리는 영지, 거기에 군주보호기간이 아닌 것을 감안하면 분명히 엄청난 승리였다.”
그 말에 병사들의 얼굴에 작은 미소가 맴돌았다.
뿌듯함이 밀려오는 거다.
하지만 아서는 곧 찬물을 끼얹었다.
“그런데 내가 없었으면?”
어떻게 들으면 자기 잘난 맛에 사는 군주처럼 보일지도 모르는 한마디였다.
하지만 아서는 이들의 의욕을 불태워야 할 필요가 있었다.
“만약 내가 식탐자라는 제조액을 만들지 못했다면, 내가 그 자리에서 지휘하지 않았으면?”
작은 웃음을 짓던 병사들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이 자리에 있던 모두가 전멸했을 거다.”
그 말에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다.
사실이었으니까.
“잘 싸웠다고는 하나 딱 내 지휘를 통해 싸웠을 뿐.”
아서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들을 둘러봤다.
“너희는 지금 무능하다.”
아서는 정곡을 찔렀다.
“만약 너희가 강했더라면 전투 중 죽은 서른 명의 전우도 살 수 있었을지 모르지.”
승리의 기쁨은 어제 만족했으면 그뿐이다.
“또 죽어간 농민들을 구할 수 있었을 수도 있다.”
병사들은 동조했다.
누군가는 이들을 NPC, 혹은 유닛으로 보지만 그들도 감정을 가졌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린 무능하다…….’
그들은 그 말을 곱씹었다.
“물론 병영 레벨이 올라가면 너희도 덩달아 강해질 거다. 내가 배움의 터에서 골드를 들여 강화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분명히 한계에 부딪칠 거다.”
사실이었다.
유닛의 강화는 결국 한계가 존재한다.
그 때문에 필요하다.
스스로 더 강해지는 것이.
아서가 그들을 아침부터 이런 식으로 몰아가는 이유는 하나다.
그들의 의욕을 불태우게 하기 위함.
‘우린 매일 군주님 뒤에 숨어 있었다.’
랜은 히든 던전에서의 다크엘프들과의 전투 때를 떠올렸다.
‘카우족들과 싸울 땐 구덩이 안에 숨어 있었지.’
어떤 병사는 다프 군주와의 전투 때를 떠올렸다.
그리고 바로 어제의 전투까지.
“맞습니다. 저희는 무능합니다.”
랜은 부정하지 않고 말했다.
“저희도 강해지고 싶습니다.”
“강해지고 싶습니다!”
그들은 아서를 믿었고 그가 다른 군주들과 다르다는 걸 알았다.
그 때문에 원했다.
강해지는 방법을.
그리고 아서는 그들이 이런 반응을 보여주길 기다렸었다.
“나는 여기서 딱 오십 명의 병사만 차출해서 베레스트 산맥을 오르려고 한다.”
“베레스트라면 주, 죽음의 산맥……!”
“헙……!”
병사들이 놀라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이들에게도 기초 정보 정도는 입력되어 있다.
베레스트 산맥은 포르데일 땅에 위치해 있다.
약 8,000m보다 조금 못한 높이.
올라가는 중에도 빙계열 몬스터들이 꾸준히 나타난다.
그 때문에 군주와 병사가 함께 올라갔다가 전멸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래서 죽음의 산맥이라 불린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병사들이었기에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함께 베레스트 산맥을 오른 병사들은 분명히 성장할 것이다.”
오십 명.
더 강해지고 싶은 자.
혹은 죽음을 불사르고 도전할 의지를 가진 자여야만 했다.
그렇지 않고선 정작 오르면 짐이 될 수도 있다.
“산맥을 오를 때 뒤처지는 자가 있다면 버리고 갈 거다.”
아서는 쇄기를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