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주회귀록-90화 (90/210)

# 90

군주회귀록 090화

포르스 영지의 군주 로칸.

그는 이를 손가락으로 쑤시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돼지처럼 처먹어대는 군주 대리인 알버트를 보았다.

알버트는 단숨에 사슴 고기 반 마리를 먹어치웠다.

알버트는 피그킹만큼이나 거대한 대리인이었다.

그런 그를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는 로칸 군주 역시 사실은 고도 비만의 뚱보 군주였다.

하지만 그런 뚱보 군주 로칸이 보아도 피그족들은 정말 더럽게 많이 처먹어댔다.

‘괜찮겠지. 다른 영지들을 이처럼 계속 약탈하면 된다.’

어제 두 개.

오늘은 자그마치 세 개의 영지를 약탈했다.

군주보호기간의 군주들을 약탈하는 일은 매우 쉬웠다.

혹여라도 놈들이 쫓아오면 피그족들이 단숨에 짓밟았다.

현재 로칸 군주는 군주보호기간이 끝난 지 1년차였다.

영지 총레벨은 현재 13.

하지만 그 무력만큼은 그보다 훨씬 뛰어나다 할 수 있었다.

피그족들의 무지막지한 강함!

그것은 결코 쉬이 따라올 수 없는 힘이었다.

“꿀꿀.”

배를 두들기며 웃는 알버트.

그때.

벌컥 문이 열렸다.

“꾸이익, 군주니임!”

식량 창고를 지키는 월스가 후다닥 뛰어 들어왔다.

사색이 되어 있는 월스.

알버트가 그 살 접히는 얼굴을 찌푸렸다.

“무엄하구나, 월스!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이렇게 함부로 군주의 방에 들어오는 것이냐!”

“크, 큰일 났사옵니다!”

하지만 알버트의 꾸짖음에도 월스는 눈에 보이는 것이 없는 듯하였다.

로칸은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무슨 일인데, 그러느냐.”

“시, 식량 창고에 있던 모든 식량이 사라졌습니다.”

“……!”

로칸 군주가 자신도 모르게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대리인 알버트는 아까 전 월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잃은 것처럼 털썩 무릎을 꿇었다.

“꾸이익…… 그, 그게 대체…….”

알버트의 눈에 이슬이 맺혔다.

그의 삶의 이유요, 즐거움이 먹는 것인데, 식량이 사라졌다니?

“혹시 네놈들이 다 처먹은 것 아니더냐?!”

로칸 군주는 놈들의 식탐을 잘 알았다.

“아무리 저희가 많이 먹어도 그걸 어떻게 다 먹겠습니까.”

월스의 말에 곰곰이 생각하던 로칸이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안에 들어 있던 식량은 돼지들도 한 달은 먹을 양이었다.

‘그 식량이 모두 사라졌다?’

이건 결코 예삿일이 아니다.

만약 다른 영지라면 성안에 잔존한 식량을 풀면 약 3일 정도는 먹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포르스 영지는 달랐다.

성에 잔존한 식량으로 그나마 병력의 반 끼나 먹일 수 있으면 다행이리라.

가장 큰 문제는 피그족들은 한 끼를 먹고 그다음 끼니를 제때 먹이지 않으면 그때부터 굉장히 예민해지기 시작한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다음 한 끼를 먹지 않으면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다.

‘내 카리스마와 무관하게 놈들은 내 말에 복종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로칸 군주는 무리해서라도 다른 영지를 약탈하는 것이다.

그나마 처음 영지를 배정받았을 땐 특성으로 인해 어느 정도 유지가 되었다.

그의 특성은 벌목장과 농장을 각 두 개씩 소유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식량을 다른 영지보다 두 배씩 더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피그족은 갈수록 더 많이 처먹어대니 결국 약탈까지 간 거다.

하지만 약탈을 해도 괜찮았다.

‘놈들은 피그족과 싸워보고는 모두 말머리를 돌렸지.’

피그족은 그만큼 레벨 대비해서 강하다.

또 로칸은 ‘무시자의 침략’이라는 에픽 아티팩트를 우연치 않게 얻었다.

그로 인해 군주보호기간의 군주들을 사냥할 수 있으며 군주의 항복을 받아내지 않아도 더 많은 걸 약탈할 수 있었다.

“꾸익, 큰일입니다, 군주님.”

먹기 위해 사는 대리인 알버트.

그가 눈을 번뜩이며 냉정을 찾았다.

오로지 먹기 위해서, 그는 냉정하게 사물을 판단하기 시작했다.

“창고에 있던 식량은 결코 적은 양이 아니었습니다. 최소한 오늘 다섯 개의 영지의 식량을 약탈해야 할 겁니다.”

“너, 너무 많지 않느냐?”

로칸 군주는 당혹스런 목소리를 냈다.

하루에 다섯 개의 영지.

아무리 피그족이 강해도 약탈당한 군주보호기간 군주들끼리 동맹을 맺고 칠 수도 있는 노릇이니까.

“하지만 더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겠지요. 지금 당장 병력들을 내보내야 합니다!”

밤중이었지만 상관없다.

“더 나아가 영지 안까지 파고들어 잔존한 식량도 모조리 빼앗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80여의 피그족 무리를 꾸려 다섯 개의 영지를 약탈하시지요.”

로칸 군주는 알버트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총병력은 450마리의 피그족.

하지만 그들 전부를 출정시킬 순 없다.

왜냐.

일단 피그족은 먹어야 말을 듣는 놈들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성내에 남은 식량은 450마리의 피그족을 흡족하게 배불려 출정시킬 수 없는 양이다.

하지만 80여 마리의 피그족 정도는 배불리 먹일 수 있다.

그들이 다음 영지를 약탈하면 식량이 생긴다.

그걸로 배를 채우고 돌아와 다시 추가된 피그족 병력이 출정한다.

이렇게 계속 식량을 얻고 출정 숫자를 늘려야 한다.

그런 식으로 며칠간은 침략에 중점을 둬야 할 것이다.

그래야 사라진 식량만큼을 충족시킬 수 있을 터!

“지금 당장 병력 80을 출정시켜라!”

“꾸이익, 예!”

어째서 식량이 사라졌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 당장 이 돼지들에게 가장 먼저 보이는 건 다음 끼니를 걱정하는 것뿐이었다.

로칸의 명령에 따라 알버트가 병력 출정을 위해 발 빠르게 나섰다.

* * *

다리와 가까운 곳에 매복해 숨어 있던 아서는 밤중에도 포르스 영지의 불이 켜지는 걸 볼 수 있었다.

‘곧 놈들이 온다.’

다리.

다리가 핵심이었다.

이 다리를 이용해 놈들을 막아야 한다.

또한 추가적인 것.

‘피그족의 약점 중 하나는 화살을 사용 못 한다는 거지.’

놈들은 화살을 사용하지 못한다.

그것이 최대의 약점 중 하나.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 하였다.

피그족의 약점을 꿰고 있는 아서는 결코 패배하지 않을 것이다.

끼이이익

쿠우우웅!

“꿀꿀, 식량이 없다!”

“영지에 식량이 없드아!”

피그족들이 의욕을 불태우며 영지에서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피그킹의 숫자도 자그마치 둘이나 된다.

피그킹을 선두로 하여 놈들이 다리를 향해 맹렬히 달려오고 있었다.

아서의 병력은 다리의 끝에 숨죽여 매복해 있었다.

다리는 병사 약 여덟 명이 일렬로 서면 빈틈이 없다.

가장 앞은 아이언 골렘이 막고 남은 빈틈을 죽음의 그림 수하들이 채운다.

그 뒤로 방패와 창을 든 병력들이 겹겹이 쌓아 막으며 긴 창을 찌른다.

그리고 다리의 좌우에 배치된 병사들이 화살을 쏠 것이다.

다리를 뚫지 못하는 이상 놈들은 절대 밖으로 기어 나올 수 없다.

이 다리만 지키면 놈들은 스스로 괴멸할 터!

아서의 눈이 어둠 속에 숨어 번뜩였다.

“크륵?! 왜 다리에 횃불이 꺼져 있지?”

피그킹 중 하나인 롤스는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다리에는 항상 횃불들이 켜져 있었다.

유일하게 이동할 수 있는 길목이기 때문이다.

“크륵. 시간이 많이 없다.”

한시가 급한 때라 롤스의 의아함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피그킹인 루드가 병력을 이끌고 앞장섰다.

‘루드는 너무 앞뒤를 안 가려서 탈이야.’

롤스는 혀를 쯧 찼다.

하지만 괜찮을 것이다.

피그킹 루드는 오크 전사도 한 주먹에 때려잡는 자였으니까.

80명의 병력이 모두 다리 위에 올랐다.

가장 앞장선 루드와 맨 끝을 지키는 롤스.

“꾸르, 빨리빨리!”

롤스가 병사들을 재촉했다.

그러다 그는 미간을 구겼다.

어둠 속에서 번들거리는 무언가가 보였기 때문이다.

그 생각을 끝낸 순간.

그 번들거리는 아이언 골렘이 한 발을 들어 올려 다리를 크게 찍었다.

쿠우우웅!

‘뚫리지 않는다.’

협소한 다리 위를 아이언 골렘과 죽음의 그림 수하들이 막고 있다면, 절대 뚫릴 리 없다.

“매, 매복……?”

설마 적이 자신들의 영지 앞에 진을 치고 있을 줄은 몰랐던 롤스가 당혹해했다.

하지만 곧 입을 비틀었다.

“쓸어라!”

“꿀! 배고파 죽겠는데 감히!”

“꿀꿀, 머저리 새끼들. 배고픈 돼지를 막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주마!”

분명히 오늘 약탈한 영지의 어떠한 군주일 터.

배고픈 돼지는 앞뒤가 보이지 않는 법이다.

하물며 다음 끼니를 못 채울 걸 생각하면 더더욱.

그들은 피그킹 루드를 선두로 하여 맹렬하게 아이언 골렘을 향해 달려 나갔다.

그리고.

쿠우우웅!

아이언 골렘은 루드의 육중한 크기에도 굴하지 않았다.

“쿠르?”

당혹한 루드.

곧이어 아이언 골렘이 강력한 주먹을 휘둘렀다.

콰지익!

아이언 골렘의 주먹에 강타당한 루드가 뒤로 밀려났다.

그와 함께 밀치고 들어오는 적들은 좌우에 단단히 버티고 선 로든과 브레드가 뚫리지 않고 막아냈다.

“쏴라!”

아서의 명령에 따라 병사들이 활을 쏘기 시작했다.

푹푹푹푹!

“꾸이이익!”

“꾸이익!”

역시 피그족다웠다.

놈들은 화살이 몸 곳곳에 박혔음에도 쓰러지지 않고 밀고 들어왔다.

하지만 아이언 골렘과 죽음의 그림 수하들에 의해 길이 막혀 차마 뚫어내지는 못했다.

그리고.

푹푹푹푹!

가장 선두를 지키는 죽음의 그림 수하들의 틈으로 병사들이 창을 힘껏 찔러댔다.

뿌드드득!

“꾸이이익!”

“꾸에엑!”

피그족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뒤쪽에서 앞을 향해 피그족들을 헤치고 나오던 롤스의 고개가 하늘로 치켜 올라가려다 멈췄다.

놈들은 목에도 살이 쪄 고개를 들어 올릴 수 없던 것이다!

적들의 틈에서 번쩍 뛰어오르는 늑대 한 마리.

그 위에 올라탄 흑빛 갑옷 세트를 두른 아서가 은빛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피그족들 사이로 난입했다.

푸지익!

“꾸이이익!”

촤르르르!

아서의 손에서 뻗어나간 작살이 단숨에 피그족들을 잡기 시작했다.

펜루스는 누구보다 노련하게 움직였다.

다리의 피그족들의 몸을 밟으면서 재빠르게 뒤쪽으로 이동했다.

피그족 맨 뒤쪽으로 이동한 아서가 발 빠르게 인벤토리를 오픈했다.

그가 꺼낸 것은 기름통이었다.

콸콸콸콸!

그는 기름통 두 개분의 기름을 단번에 다리 끝에 부었다.

그다음.

성냥개비에 불을 붙이면서 씨익 웃었다.

“너희가 턴 발카스 영지의 군주다. 내 영지를 털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주마.”

성냥개비가 그의 손에서 땅을 향해 떨어졌다.

곧이어.

화르르르륵!

매서운 불이 치솟기 시작했다.

“꾸이이익!”

“꾸익꾸익, 불이다!”

진퇴양난.

뒤로 가면 불이요, 앞으로 가면 아이언 골렘과 죽음의 그림 수하들이었다.

어차피 뚫어야 하는 길, 놈들은 아이언 골렘을 뚫는 걸로 결정했다.

“크르으으으!”

어느덧 피그킹 롤스와 루드가 합세해 아이언 골렘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파앗!

아서는 다시 펜루스를 타고 부드럽게 아군 쪽 진영으로 넘어올 수 있었다.

‘피그킹은 압도적인 맷집과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지. 하지만 조금 느려.’

날렵한 펜루스가 놈들 틈에서 벗어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아서는 곧이어 로든과 브레드, 아이언 골렘에게 신호를 보냈다.

끼이익 쿵

아이언 골렘이 피그킹들의 압도적인 힘에 밀려나듯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크흑!

-읍!

로든과 브레드도 한 걸음씩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곧이어 다리의 끝까지 밀려났다.

“아, 안 돼!”

“이럴 수가 방어가 뚫렸다.”

“막아, 어떻게든 막아!”

병사들이 소리쳤다.

피그킹 롤스와 루드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크르, 군주보호기간 군주치고는 제법이다. 하지만 여기까지야!”

그 말을 듣던 아서가 곧 능청스럽게 말했다.

“그래, 너흰 여기까지인 것 같구나.”

그렇게 말하는 순간.

아서는 피그킹과 피그족이 자신이 원한 범위에 들어왔음을 알았다.

병사들이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죽음의 그림 수하들도 마찬가지였다.

따악!

아서가 손가락을 퉁기는 순간.

창조의 그림에 의해 그려졌던 땅이 사라졌다.

구덩이 안으로 피그킹 둘과 피그족들이 우르르 쏟아져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 구덩이는 아서가 미리 병사들과 파놓았던 깊이 5m는 되는 곳이었다.

“꾸우우울!”

“꿀꿀꿀!”

콸콸콸!

아서는 또다시 그곳에 기름을 붓기 시작했다.

곧이어.

성냥개비에 불을 붙였다.

뒤쪽의 피그족들은 구덩이로 인해 오가지도 못하고 그 끔찍한 광경을 지켜봐야만 했다.

“꾸울, 로, 롤스 경, 루드 겨엉!”

“고기는 구워야 맛이지.”

롤스의 눈에 사악하게 웃는 소년과 떨어지는 성냥개비가 슬로모션처럼 느리게 보였다.

“안 돼에에에!”

롤스가 손을 뻗었지만 성냥은 곧 기름과 만났다.

화르르르륵!

“꾸이이이익!”

“꾸이이익!”

불에 휩싸여 어떻게든 빠져나오려는 피그족들을 창병들이 재빠르게 찔러댔다.

“꾸이이익!”

“꾸이익!”

“꾸에에에엑!”

돼지 멱따는 소리가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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