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주회귀록-88화 (88/210)

# 88

군주회귀록 088화

카제가 서둘러 기사에게 눈짓 했다.

기사가 문을 열자 안으로 황급히 뛰어 들어온 것은 보르딘 상단의 수석 연금술사 케이지였다.

케이지는 제조된 다양한 것들을 실험하고 연구하며 부작용도 찾아내는 중책을 맡고 있는데 이번에 카제와 함께 브래트 영지에 내려왔다.

“갑자기 무슨 일이냐?”

케이지의 평소 성격은 조용하고 차분한 편.

그런 케이지가 이런 호들갑이라니?

“아, 알파스 상단에서…….”

“알파스 상단에서?”

“저희가 이번에 유통을 준비하고 있던 카제잎과 같은 효과를 가진 찻잎을 출시했습니다.”

“……!”

“더 큰 문제는 저희가 유통하려고 예정했던 가격보다 더 싸다는 겁니다.”

“무, 무슨…….”

그 모습을 보며 아서는 전생이 떠올랐다.

‘이런 일이 있었지.’

보르딘 상단은 최고의 반열에 오르기 전 이런 난항을 겪었었다.

평소 앙숙과 같았던 알파스 상단에서 보로딘 상단을 무너뜨리기 위해 얄팍한 수를 짠다.

그들은 이미 카제잎이라는 게 출시될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맞추어 같은 효과를 가진 걸 판매 준비했고.

둘의 재료는 분명히 다르다.

하지만 효과는 같다.

재료는 다른 만큼 가격도 달랐다.

보르딘 상단 측 재료는 비싼 만큼 비싼 값에 유통될 수밖에 없고 알파스 상단은 싼 만큼 싼값에 같은 효과를 보게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보르딘 상단은 그 상품을 출시하기 딱 3일 전이었다.

그 의미가 뭐겠는가?

‘엄청난 손실을 본다는 뜻이다.’

이미 며칠 빨리 출시된 상품이 존재한다.

또 값도 더 싸고 효과는 똑같다.

어떤 소비자라고 할지라도 같은 선택을 한다.

‘싸움은 칼로만 하는 게 아니지.’

이것이 상단들의 보이지 않는 싸움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보르딘 상단은 완전히 당한 것이다.

“개 같은 알파스 상단 놈들!”

당했다는 걸 안 카제가 부들부들 떨었다.

카제잎은 괜히 카제의 이름을 딴 게 아니다.

앞으로 상단을 대표할 핵심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평민부터 귀족까지.

모두가 필요할 테니까.

그만큼 카제잎은 보르딘 상단의 상당한 돈이 들어간 상품이었다.

한데 그 돈을 그대로 맨땅에 처박게 생긴 셈.

“체중 감량을 할 수 있는 또 다른 차가 나올 줄이야…….”

카제가 중얼거렸다.

이 카제잎도 차의 일종인데 놀라운 효과를 가지고 있다.

그건 바로 소름 끼칠 정도의 ‘체중 감량’ 효과이다.

이러한 던전의 특별한 것들 때문에 여전히 던전 마스터와 전쟁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사람들은 던전이 축복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카제잎을 탄 물만 마시면 한 달이면 3㎏을 감량할 수 있다.

그리고 평균 체중이 되면 아무리 마셔도 더 이상 효과를 볼 수 없다.

이 얼마나 혁신적인가!

뚱뚱한 귀족들도, 평민들도 모두를 사로잡을 핵심 물품!

한데 선수를 빼앗겨 버렸다.

“더군다나 카제잎은 부작용도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

몸에 해를 끼치는 부작용은 아니지만 카제잎은 부작용이 있다.

“한데 알파스 상단에서 내놓은 상품엔 그마저도 없으니…….”

“……망했구나.”

카제는 털썩 의자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아서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 부작용이 오히려 상단을 살렸지.’

그 기억을 떠올리던 그때였다.

띠링!

퀘스트가 오픈했다.

(카제의 고민 해결)

등급: B

지급 캐시: 2,000

보상: 모든 스탯+2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시: 모든 스탯-10

설명: 카제는 현재 오랜 시간 공을 들인 카제잎을 폐기할 위기에 처해 있다. 해답을 알고 있는 그대, 고민을 해결하고 그의 호감을 높여라!

사실 고민하고 있었다.

개입할지 말지. 하지만 모든 스탯+2라면.

더군다나 이번 일을 해결해 주면 카제가 자신을 더욱더 믿고 아끼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야…….’

해결한다.

할 수 있으니까.

정보는 머릿속에 있다.

아서는 슬쩍 미끼를 던졌다.

“그 부작용이 뭔데 그러는 거죠?”

“깊은 잠에 빠져든다는 거다. 마시는 순간 바로 졸음이 밀려오지.”

차를 마시면 졸음이 밀려온다.

아서는 잠시 골똘히 생각하는 척하였다.

“카제 님.”

“……?”

절망에 빠져 있던 카제가 물 없는 세수를 하다가 아서를 봤다.

“이득을 보긴 힘들겠지만 최소한 손실은 막을 방법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네가 뭔데 그딴 소리를…….”

케이지는 그 말을 들으며 황당해져 소리치려 했다.

가뜩이나 이런 상황에서 웬 꼬맹이가 떠들고 있으니.

하지만 카제가 손을 들어 그를 제지했다.

‘루핀 커피도 획기적이었다. 이 소년은 뭔가 달라.’

카제는 아서를 그리 평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대는 크게 갖지 않고 들어보기로 했다.

“그게 뭐냐?”

“부작용이 깊은 잠에 빠지는 거라면 ‘불면증’ 치료약으로 쓰일 수도 있다는 거 아닌가요?”

“으음?”

“어?”

카제와 케이지가 잠시 서로를 돌아봤다.

엄청나게 획기적이다! 같은 건 아니지만 뭔가 흥미가 생기는 말이다.

“카제잎이 무엇으로 제조되었는지는 모르지만 현재 불면증에 관련한 치료약은 있다 하여도 극심한 부작용을 가진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카제잎의 부작용은 어찌 보면 수면에 빠진다는 건데, 이걸 역으로 이용하면 잠도 잘 자게 해주면서 살도 빠지게 해주는 거라는 거 아닐까요?”

소년다운 발상!

하지만 그 발상이 미치는 파장은 분명히 있었다.

“……그럴 수도 있겠구나.”

카제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고 케이지는 골똘히 생각하다가 말했다.

“일리가 있습니다. 저희가 원했던 만큼의 판매량은 나오지 않겠지만 세상에 불면증도 있고 뚱뚱하기까지 한 사람이 한둘이겠습니까? 그런 사람들은 알파스 상단에서 출시한 게 아닌, 저희들이 출시한 카제잎을 구매할 겁니다. 아직 불면증 치료약은 나온 게 없으니까요. 또한 카제잎은 사람이 적당한 체중이 되면 감량하는 효과가 사라지니, 불면증약으로도 분명히 팔릴 겁니다.”

“그럼 단순히 이 차를 판매할 때에 불면증 치료라는 걸 주로 두고 부로 뚱뚱한 사람은 살도 빠질 것이라고 하면 되겠군!”

카제가 옳거니 했다.

사실 이 방법은 지금 말을 뱉고 있는 케이지가 앞으로 한 달 후 버릴까 하다가 연구와 고심 끝에 내놓은 방법이다.

그걸 아서는 한 달 앞으로 당겼을 뿐.

아직 그 방법을 시도해 본 것은 아니었지만 카제는 알 수 있었다.

‘손실은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차라리 루핀 커피를 카제 커피로 명명하면 된다.’

카제는 아서를 보았다.

카제는 일부러 아서에게 어떻게 고양이똥을 루핀이란 몬스터에게 먹일 생각을 했느냐나 혹은 던전의 주인이 되었느냐 같은 건 묻지 않았다.

혹여라도 아서가 말하기 꺼려 해 다른 상단으로 가면 자신 측이 큰 손해니까.

‘정말 놀라운 소년이다.’

그는 남모르게 감탄했다.

* * *

카제 잎이 ‘불면차’로 이름을 바꾸고 유통을 시작했다.

그리고 불면차를 맛본 이중에는 현 황제 아스폰 더 레드이트가 있었다.

현 황제는 불면차를 맛보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오랜만에 잠다운 잠을 자본 것 같구나.’

황제의 말 한마디에 불면차에 대한 주문이 늘었다.

손실만 막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건만, 생각보다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가고 있었다.

그 때문에 카제는 한시름 덜 수 있었다.

그리고 현재, 아서는 마차에 타고 있었다.

‘전쟁터로.’

참혹했던 그곳으로 돌아간다.

‘창술의 신, 고든.’

대륙의 마스터 중 한 명.

현재 던전 마스터 토벌대 총사령관을 맡고 있다.

아마도 그를 만날 수 있을 거다.

‘눈 좀 붙일까.’

잠시 쉬는 것도 나쁘지 않다.

여기에서 눈을 붙인 후 군주게임에 접속할 생각이었다.

그때 아서의 홀로그램이 오픈되었다.

홀로그램 너머로는 그레모리가 보이고 있었다.

-구, 군주님……! 서둘러 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아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마차에는 다른 사람들도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에겐 아서가 띄운 홀로그램이 보이지 않았다.

-벌목장과 농장이 습격당했습니다……!

“……!”

아서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미미하게 끄덕였다.

‘습격…… 뭔가 이상하다. 만약 누군가 공격을 시도했다면 당장 그레모리는 전쟁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을 텐데. 벌목장과 농장을 습격당했다라.’

아서는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서둘러 군주게임에 접속했다.

* * *

군주게임.

황금빛에 휩싸여 나타난 아서.

그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던 그레모리가 고개를 숙여 보였다.

아서는 곧바로 영지 현황을 오픈한 후에 미간을 찌푸렸다.

“벌목장과 농장의 식량이 다 털렸군.”

그나마 다행이라면 한 달 동안 영지민들이 배를 채울 수 있는 식량은 남아 있다는 거였다.

말 그대로 벌목장과 농장의 것들만 쓸어 갔다.

처음 영지를 배정받을 때 식량을 1회 구매할 수 있는 특혜를 제외하면 앞으로는 농장과 벌목장, 혹은 몬스터 사냥을 통해 미미하게 드롭되는 식량을 통해서만 배를 채워야 한다.

‘이상한 일이다.’

공격을 하면 하는 것이지, 어째서 식량만 모조리 털어 간 것인가 하는 의문.

또한 시기를 보면 상대 영지도 추수를 한 지 그리 오래되진 않았을 터다.

이상한 일은 또 있었다.

“30명의 병력이 모두 맥도 못 썼다라…….”

아서는 다프 군주, 학살자의 보너스 등을 통해 얻은 골드를 이용해 병력을 200으로 맞췄다.

농장과 벌목장은 영지 외곽에 있기에 30명의 병력이 번갈아가며 보초를 서는데, 그 병력이 속수무책으로 죽어나갔다는 말이다.

병사의 죽음은 슬픈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아서는 냉정하게 판단했다.

‘슬퍼할 때가 아니야.’

전쟁을 하다 보면 무수히 많은 희생이 뒤따른다.

지금은 그 병사들을 위해 적을 척살해야 한다.

‘군주보호기간의 군주는 아니다.’

현재 아서의 병사들은 병영 레벨이 다른 군주보호기간 군주들보다 월등히 높아 더 강한 편이다.

그렇기에 30명의 병력이 쓸려 나갈 일은 어지간해서는 없다.

하지만 그들이 맥도 못 쓰고 당했다는 건 군주보호기간이 풀린 군주라는 의미다.

‘혹시…….’

짐작되는 건 있다.

특성이거나 혹은 아티팩트를 이용해 군주보호기간 군주도 공격할 수 있는 자일 확률이 높다.

“그 자리에서 생존한 병사 한 명을 들이겠습니다.”

그레모리의 말에 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곧이어 병사가 황급히 안으로 들어왔다.

“크흑, 죄송합니다. 군주님!”

병사는 들어오자마자 머리를 땅에 박았다.

“아니다, 자리에 없던 내 잘못이 더 크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부터 차근차근 말해봐라.”

그에 따라 병사가 입을 열었다.

“평소처럼 보초를 서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족 보행의 돼지들이 들이닥쳤습니다.”

“돼지……? 혹시 뿔이 달리지 않았더냐?”

“마, 맞습니다. 그걸 어떻게…….”

“흠…….”

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피그족.

여왕벌 루시아의 벌레들만큼이나 독특한 놈들이다.

여왕벌 루시아의 특성은 알을 까서 유닛을 소환한다는 것.

반대로 피그족의 경우는 먹을수록 강해진다.

초반에 피그족의 강함은 압도적이다.

특히나 그 압도적인 힘은 군주보호기간 때 빛을 발하리라.

이 피그족은 일반 유닛보다 1.5배는 강하며 더 많이 먹으면 이 강함은 더 커진다.

하지만 그만큼 많은 식량을 먹어야 한다.

때문에 초반 군주보호기간 영지의 군주는 다른 영지를 습격했을 거다.

하지만 어렵진 않았을 거다.

다른 군주보호기간 군주들은 피그족을 상대할 수 없으니까.

그만큼 피그족은 생각 외로 강하다.

그저 돼지라고 보기에는 말도 안 될 정도로.

만약 무력과 초반의 성장성만 본다면 극강삼인의 반열에 들었을 거다.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한다.

‘너무 많이 먹는다는 거야.’

그게 바로 치명적인 단점이다.

군주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식량을 감당 못해 피그족을 버리고 새로 다른 유닛을 뽑든가.

아니면 무리해서라도 다른 군주들의 식량을 이처럼 약탈해 영지를 유지시키든가.

‘그 군주는 후자를 택했다는 건데.’

사실 당연한 수순이다.

피그족의 강인함을 맛본 군주들은 대개 다른 유닛에 적응하지 못한다.

사실 피그족은 아서가 실제로는 싸워보지 못한 족이다.

하지만 피그족에 대한 이야기는 읽었던 적은 있었다.

‘놈들은 배가 고파지면…….’

정말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

그리고 특별한 것도 있다.

‘피그족이 있는 영지를 털면 엄청난 식량이 떨어지지.’

특별하게도 피그족은 죽이는 순간 식량이 드롭된다.

마치 몬스터처럼.

‘감히 발카스 영지의 것을 빼앗아 가?’

아서는 빼앗겼으면 그것의 열 배는 족히 다시 얻어야 직성이 풀린다.

띠링!

그때 중요 정보 열람이 반짝거렸다.

단숨에 구매해서 읽은 아서는 중얼거렸다.

“……드디어 버프의 신을 깨울 수 있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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