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3
군주회귀록 083화
1시간 전.
“아사히의 보석을 달라고?”
“우리가 왜 그래야 하는데?”
“네가 무슨 권리로 우리한테 그딴 개소리를 하는 거지?!”
아서가 아사히의 보석을 달라는 말에 군주들은 반발했다.
그에 아서는 짧게 말했다.
“너희 목숨 값으로 달라는 거다.”
“……목숨 값?”
“곧 있을 두 번째 습격. 너희는 절대 감당하지 못해. 전멸할 게 분명해.”
“그걸 어떻게 장담하지?”
“특성.”
아서는 짧고 간결하게 설명했다.
사실상 가장 쉬운 방법이기도 했었고.
하지만 군주들은 믿지 않았다.
또한 유물 아티팩트, 혹은 아사히의 보석 스무 개만 모아도 레어 아티팩트로 교환 가능하기에 쉬이 내릴 수 없는 선택임이 당연하다.
“못 믿겠어? 아직도 이벤트가 만만해?”
그 말에 군주들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증명하마. 놈들이 어떤 놈들인지, 얼마나 강한 녀석들이 나올지.”
아서는 그 말을 끝내고 곧바로 직업 만렙서를 부욱 찢었다.
두 시간 동안 적용되는 능력.
아서는 직업 만렙서를 찢기 전에 지정 중요 정보 열람을 오픈함으로써 창조주 군주의 모든 힘이 MAX가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확인해 봤다.
‘군주들의 얼굴만 안다면 그들도 그려낼 수 있다. 또한 실체형으로 부린다면 70%의 힘을 가질 수도 있기도 해. 거기에 원한다면 죽어도 바로 사라지지 않는다.’
말 그대로 바로 사라지지 않는다.
때문에 더욱더 위장 전술이 가능하다는 거다.
아서는 일단은 군주 한 명을 그려내었다.
“나잖아……?”
군주는 자신과 똑같은 이가 앞에 서 있자 깜짝 놀랐다.
“이걸로 놈들이 얼마나 무서운지 증명해 주마.”
그다음엔 예상대로다.
군주 중 60%가 일단은 두 번째 습격이 어떤지 확인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머지 40%는 처음엔 싸우겠다고 말했지만 60%의 군주가 배에 오르면 40%의 전력으로 절대 버티지 못할 걸 깨닫고 배에 올랐다.
그다음 살육자들과 몬스터들이 난입했다.
몬스터들은 처음과 비슷했다.
하지만 문제는 살육자들이었다. 그들의 말도 안 되는 무력 수위를 본 군주들은 입을 벌렸다.
“……저런 것들한테서 버텨내라고?”
“미친 새끼들!”
“해도 해도 너무하잖아!”
군주들은 납득했고 아서는 쇄기를 박았다.
“아직도 저 밑에 내려가서 싸우고 싶은 군주 있나?”
아무도 반발하지 못했다.
“배의 탑승료는 아사히의 보석이다.”
군주들이 아서에게 아사히의 보석을 건네주기 시작했다.
아예 없는 군주가 더 많긴 했다.
그러던 중 아서는 슬슬 눈치를 보는 군주에게 말했다.
“넌 어째서 주지 않고 숨기나.”
“무슨 소리지? 그런 적 없다. 애초에 하나도 얻은 적이 없어.”
“그래? 난 남들과 다르게 여러 개 특성을 가지고 있거든. 넌 아사히의 보석을 가지고 있어. 가진 자들의 것은 모두 보인다. 나는 너희의 목숨 값으로 딜하는 거다. 숨기는 자는 이 배에 있을 이유가 없지.”
아서는 단호하게 말했다.
특성?
아니, 오랜 시간 축적된 감이다.
그는 분명히 눈치를 봤다.
그리고 역시나 예상처럼 군주가 결국 숨겨뒀던 아사히의 보석 두 개를 줬다.
아서가 말한 ‘특성’에 의해 배에서 내려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낀 군주들, 즉 보석을 숨기고 있던 자들도 아서에게 보석을 건네주기 시작했다.
“그런데 앞으로 어떻게 하려고 그럽니까? 이 배로 이벤트를 탈출하는 겁니까?”
아서는 고개를 젓고 죽어나간 군주들이 허상이었음을 깨달은 살육자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나 혼자 전부 잡고 탈출한다.”
그 말에 군주들은 웅성거렸고 배의 문이 열렸다.
* * *
달려 나가는 아서의 오른손은 계속해서 붓을 움직였다.
완전한 만렙을 찍은 가속 그리기는 말 그대로 절정에 이르렀다.
손만 쓰윽 흩어도 그려질 정도.
광란의 섬을 향해 그려지는 다리.
그리고 아서가 지나친 다리는 스르르 사라졌다.
혹여 몬스터들이나 살육자들이 배를 공격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거인 오우거는 계속 다리 위를 가득 채웠고, 아서는 그 뒤에서 그들과 함께 달리며 소리쳤다.
“돌격하라아!”
쿵쿵쿵쿵쿵!
쿵쿵쿵쿵쿵!
거인 오우거들이 매서운 기세로 내달렸다.
그 숫자가 자그마치 500마리.
거기에 창조의 그림 레벨에 따라 그들이 낼 수 있는 힘은 70%.
또 죽음의 그림 수하들은 현재 기존 힘의 100%를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곧이어 다리가 광란의 섬까지 안착했다.
거인 오우거들이 광란의 섬에 내려서며 자신들을 향해 포효하던 몬스터들과 충돌을 시작했다.
콰지익!
콰직!
퐈악!
아서도 죽음의 그림 수하들과 함께 다시 광란의 섬에 내려섰다.
다리는 완전히 사라졌다.
뒤를 돌아보자 군주들이 배에 탑승해 섬을 보고 있었다.
“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가 있죠.”
알리샤가 눈을 파들파들 떨었다.
발로크도 잠시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듯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아서는 그 틈에서 투명화되어 스르르 사라졌다.
* * *
오독오독.
손톱 깨물던 것을 멈췄던 칼란이 다시금 깨물기 시작했다.
“거, 거인 오우거 부대라고?”
자신이 만든 사랑스러운 자식이 적이 되어 공격하고 있었다.
그것보다 저런 엄청난 숫자의 거인 오우거라니, 믿기지 않았다.
거기에 더 놀라운 건.
거인 오우거들이 몬스터들에게 상처를 입으면 회복되고 있었다.
“도,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야! 우리가 보지 못하던 1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던 건데!”
흑빛 맘보스 위에 탑승한 칼란은 이 상황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그때에 등 뒤에서 들린 목소리.
“뭐긴 뭐야. 큰일 난 거지.”
칼란의 고개가 돌아갔다.
퍼지익!
작살이 뻗으며 단숨에 놈의 가슴팍에 박혔다.
죽음을 목전에 둔 칼란.
그의 입에서 육성이 튀어나왔다.
“너 이 X발 새끼…….”
퍼엇!
아서는 망설이지 않고 놈을 발로 걷어찼다.
작살이 뽑혀 나오며 칼란이 맘보스 위에서 떨어져 내렸다.
[세 명의 살육자 중 한 명을 살해하셨습니다.]
[보상과 시련 중 하나를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보상 보류 후 시련은 다른 살육자 한 명을 죽이는 것입니다.]
시련.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다.
신기록을 달성하고 보류한 후 계속 높은 신기록을 세울 시에 보상이 더 좋아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시련을 선택한다.”
아서로선 당연했다.
남은 살육자를 죽일 자신이 있었으니까.
아서는 흑빛 맘보스 밑으로 떨어진 칼란에게 죽음의 그림을 시도했다.
[죽음의 그림이 실패합니다.]
안타까운 탄식을 흘린 그는 빠르게 다음 해야 할 일을 생각했다.
‘남은 건…….’
가장 어려운 두 존재.
미치광이 살육자 발로크, 잿빛의 살육자 알리샤.
칼란은 몬스터 조합사이기에 몬스터를 부리는 특별한 능력을 제하고는 정말 형편없는 무력 수위를 가졌다.
하지만 둘은 달랐다.
아서의 몸이 다시 투명화되어 사라졌다.
* * *
거인 오우거들은 상처를 입을 때마다 정체 모를 힘에 의해 회복되고 있었다.
마치 트롤처럼.
하지만 발로크의 검이 움직이면 단숨에 죽어나갔다.
그때 발로크는 등 뒤로 느껴지는 서늘함을 느꼈다.
후우웅!
목을 가볍게 비틀어 피해냈다.
아서가 작살을 비틀며 그의 목을 쫓았다.
발로크는 유연하게 고개를 돌려 작살이 쫓아오는 것을 피했다.
태래래래랭!
발로크의 검이 한 번 휘둘러졌음에도 열두 번 아서를 공격했다.
분명히 투명화 상태임에도 그는 모든 것을 읽고 있었다.
막아내는 아서는 신음이 절로 터져 나왔다.
‘미친 새끼……!’
정말 미쳤다.
강해도 너무 강하다.
멀지 않은 곳에 잿빛 살육자가 있다.
둘은 바보가 아니다.
굳이 위험을 부담하려 하진 않을 터.
빠르게 잡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주변에 투명화로 숨겨뒀던 죽음의 그림 수하들이 발로크를 둘러쌌다.
그리고 아서는 수하들과 자신의 투명화를 풀었다.
“흐읍!”
아서의 선공.
태래레레레레!
주변의 죽음의 그림 수하들이 달려들었다.
하지만 발로크가 검을 휘두르자 수하들의 모든 병장기가 튕겨 나갔다.
수웅!
태래래랭!
발로크의 검을 막아낼 때마다 아서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역시 여럿이서 쳐도 힘들어. 그렇다면…….’
“제법이야. 싸울 맛이 난다. 네 눈빛이 좋아 그 팔찌를 허락했지.”
“그건 참 고맙군.”
아서는 이를 악물었다.
태태태탱!
브레드, 로든, 펜루스.
소환수들의 몸에 상처가 생겨났다.
자칫 그들 중 하나가 사라질 뻔했다.
방법을 바꾸기로 한 아서.
죽음의 그림을 해제해서 모두 소환의 방으로 돌려보냈다.
“혼자서? 과연?”
발로크는 비웃었다.
재밌는 소년이긴 하지만 자신과는 견줄 수 없다.
아서가 입을 비틀었다.
“난 뒈지겠지?”
“그럴 거다.”
씨익.
하지만 아서는 웃으며 달려들기 시작했다.
발로크는 그의 동선을 읽었다.
자신이 검을 휘두르면 좌측으로 튀어나갈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그가 눈을 크게 떴다.
‘검을 휘두르는데 멈추지 않아……?’
그는 정면으로 돌진해 왔다.
그로 인해 가슴팍이 베인다.
팔이 베인다.
다리가 베인다.
피가 몸 곳곳에서 솟구쳐 올랐다.
푸쉬이이익!
아서는 발로크의 능력을 보고 알았다.
‘열두 번 휘둘러지는 검은 자르진 못하더군.’
자르진 않는다.
즉, 베기만 할 뿐.
열두 번 베인 아서의 몸은 끔찍했다.
하지만 허용했기에 발로크의 코앞에 다가가 그의 검을 쥔 손목을 틀어잡을 수 있었다.
“무, 무슨……?!”
발로크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런 놈은 처음 봤다.
피할 수 있는 공격을 정면으로 돌진해 받아냈다.
더 놀라운 건 따로 있었다. 그는 지금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다.
몸 곳곳이 난자되어 있다.
얼굴도 성하지 않다.
하지만 그는 분명히 자신을 잡고 있었다.
오싹.
발로크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자신의 목숨을 이용해서 접근하는 놈이라니?!
하지만 아서는 그런 바보는 아니었다.
죽을 만큼의 고통을 감수할 건 알았지만 방법이 있으니까.
다리가 후들거렸다.
몸이 외쳤다.
넌 지금 쓰러져야 맞다고.
그랬기에 아서는 말했다.
“생명 재생초를 사용한다.”
파앗!
허공 위로 떠오른 생명 재생초!
심지에 불이 붙으며 아서의 온몸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씨익.
그는 허리춤에서 단검을 뽑았다.
“이, 이런 미친놈이 다 있나!”
아무리 상처가 회복 가능해도 자칫 목을 스쳤으면 죽었을 텐데.
“넌 여기서 죽는다.”
몸이 회복되기 시작하는 틈을 타 아서가 허리춤에서 뽑은 단검으로 발로크의 몸 곳곳을 찌르기 시작했다.
푹푹푹푹푹푹!
“커허억, 끄허억, 억!”
발로크의 입에서 붉은 피가 한 움큼 토해졌다.
아서의 얼굴은 진득한 피가 칠해져 있었다.
그가 이를 드러내 웃었다.
“넌 없잖아, 생명 재생초.”
발로크의 몸이 허물어졌다.
‘마, 말도 안 되는…….’
하지만 인정해야만 했다.
소년이라는 존재를.
눈이 감기기 전 발로크는 생각했다.
‘우로보로스가…… 진정한…… 주인을 만났…… 다……. 나의 죽음에 의해…… 그가…… 수호자로 눈을 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