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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회귀록-82화 (82/210)

# 82

군주회귀록 082화

“무, 무슨 개 같은……?!”

바칼론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혹시 던전 안에 들어갔다가 보상을 받고 나온 군주들은 모두 죽은 것일까?

아니, 생각해 보면 그건 말도 안 된다.

그럼 그들이 던전에서 가지고 나온 히든피스를 저 소년이 가져갈 수 없게 되기도 하며 너무 비효율적인 행동이다.

그런데도 군주들을 던전 안으로 들여보내 놓고 죽였다고?

거기에 자신들이 소년의 순진무구한 표정에 속은 거라고?

“왜 그걸 못 뺐을 거라고 생각하지?”

뒤를 치려고 했던 자들이었다.

아서는 차곡차곡 계획을 실천했을 뿐.

네임드 몬스터를 다섯 마리 죽였을 땐 분명 곳곳에서 적이 자신을 노리고 있을 걸 예상했다.

뛰어난 자는 적도 그만큼 많은 법이니까.

거기에 보상이 걸려 있다면 더더욱.

그리고 네임드 몬스터를 잡으면 칭호를 비롯해 물품 보상이 떨어지는 것도 미리 알고 있었고.

아서는 그 물품 중 무엇을 선택했던가.

아서가 이를 드러내 웃었다.

“강탈자의 양피지라고 아나? 찢는 순간 40분 동안 적용된다. 이 40분 동안 군주를 죽였을 시 원하는 것 하나를 강탈할 수 있게 해주는 기상천외한 물품이지.”

“……그, 그런 게 존재한다고?”

말을 들어보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시스템상 군주는 다른 군주를 죽여 원하는 걸 강탈할 수 없다.

때문에 아서가 호의적으로 접근해 그들을 던전으로 밀어 넣은 행위는 그들이 보기에 정말 ‘아군’으로 믿기 충분해 보였다.

하지만 그 양피지를 가진 걸 숨기고 있었다면?

애초에 처음부터 계획되었던 것.

아서가 이를 드러내 싸늘하게 웃었다.

“난 내 뒤를 치려 했던 적은 절대 살려두지 않아.”

설계에 당했다.

아서는 처음부터 자신들이 뒤를 노리는 것까지 알고 있던 거다.

그리고 지금 자신의 동료들은 모두 죽은 것이고.

“이런 개색……!”

그 말을 끝내기 전.

푸지이익!

아서가 버튼을 누른 작살이 바칼론의 목을 정확히 꿰뚫었다.

“회수.”

푸하악!

피가 솟구치며 바칼론이 허물어졌다.

아서는 천천히 걸어가 그가 히든피스를 통해 얻어낸 양피지를 집어 들었다.

그러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몸을 돌렸다.

‘열두 개의 히든피스 중 아티팩트는 다섯 개. 일곱 개는 양피지 혹은 물품.’

아서도 다소 놀라워하고 있었다.

신기록 보상 그 이상인 것들이다.

마치 하나하나가 생명 재생초와 동급, 혹은 그 이상이라고 해야 할까?

‘운영자 권한 차단 양피지, 기억의 폭죽, 일시적 MP 1만…….’

하지만 이중에서도 유독 아서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건 두 가지가 존재했다.

스킬 레벨 6 상승 양피지와 직업 강화 양피지.

‘애초에 이 히든피스는 한 명씩만 가져가라고 되어 있던 거다. 그걸 내가 모조리 독식했으니 이런 잭팟이 터질 수 있는 거지.’

이걸 어떻게 사용해 볼까 생각하던 때였다.

띠링!

중요 정보 열람이 번쩍거렸다.

싼 가격인 500캐시.

아서는 망설이지 않고 구매했다.

그다음 중얼거렸다.

“양피지를 조합하면…….”

아서는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완전한 창조주 군주의 힘을 일시적으로 얻는다?”

중요 정보 열람이 알려준 내용.

두 개의 양피지를 조합하라.

그러면 ‘직업 만렙서’를 얻게 된다.

이 양피지 조합서도 유닛 조합서처럼 캐시 상점에서 판매한다.

유닛 조합서보다 훨씬 싸다.

그리고 이러한 양피지 조합도 물론 실패 확률이 존재했다.

하지만 이 조합 역시 시크릿 유닛의 조합법처럼 실패하지 않을 조합!

아서는 망설이지 않고 양피지 조합서를 구매했다.

그다음 힘껏 찢었다.

부우욱

“스킬 레벨+6 양피지와 직업 강화 양피지를 조합한다.”

두 개의 양피지가 아서의 인벤토리에서 저절로 빠져나왔다.

두둥실 떠오른 두 개의 양피지가 하나로 모이며 빛을 흩뿌렸다.

파앗!

[시크릿 양피지 융합에 성공하셨습니다.]

[직업 만렙서를 얻었습니다.]

아서는 흥분감에 도취되어 상세 설명서를 읽어 내려갔다.

‘만약 1차 전직만 된 상태라면 1차 전직의 정점에 이를 때까지, 2차 전직된 상태라면 2차 전직의 정점에 이르렀을 때까지 직업 관련한 모든 것이 2시간 동안 MAX가 된다.’

하지만 아직 찢지 않았다.

다음 습격까지 시간이 좀 남아 있다.

2시간 사용 한정이라는 걸 신중히 생각할 필요가 있다.

‘현재 모은 아사히의 보석은 170개.’

이마저도 대단한 수준.

‘죽은 군주들이 가졌던 아사히의 보석이라고 해봤자 초반에 죽은 자가 많다. 그걸 감안한다면…….’

끽해야 현재 손실된 아사히의 보석은 30개 정도일 거다.

나머지 300개를 얻기 위해선?

‘이미 보석을 가진 군주들에게 보석을 받는다. 그리고…….’

그 군주들이 아닌, 자신 혼자서 2차 습격을 쓸어버린다.

그럼 470개의 아사히의 보석이 모이게 되는 거다.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도는 일이다.

* * *

발렌은 홀로그램을 통해 1차 습격을 끝내고 앉아서 쉬고 있는 군주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크르, 그 꼬맹이 놈이 관전 불가 영역에 들어가 버렸어.’

관전 불가 영역.

운영자들도 들여다볼 수 없는 곳을 뜻한다.

‘시스템 설계자 카론. 그자는 도대체 왜 이런 걸 만들어놨는지 모르겠단 말이야.’

시스템 설계자는 항상 시스템을 만들어도 운영자에게 필요한 정보만 알려준다.

하지만 이를 제지하는 이는 없고 이의를 제기할 수도 없다.

그의 말 때문이다.

‘히든피스나 혹은 관전 불가의 영역을 운영자들이 모두 안다면 결국 군주들에게 이야기가 새어 나갈 수도 있잖아?’

합당한 말.

또 이런 불가능의 이벤트를 만들면 이런 말도 한다.

‘아니, 어차피 못 깰 거. 작은 희망이라도 주라고 만들어놓는 거다.’

하여튼 악취미인 설계자 새끼다.

그때였다.

파지잇!

“크르?”

“음?”

“흐음?”

발렌 군주와 알리샤, 발로크, 그리고 아끼는 몬스터 절반을 잃고 침통해하고 있던 칼란이 동시에 반응을 보였다.

“홀로그램이 안 보이는데?”

“크르, 왜 이런 일이…….”

발렌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 되었다.

그가 상급 운영자가 된 이래로 처음 있는 일.

곧이어 문이 벌컥 열리며 오크, 고블린, 그렘린 운영자들이 뛰어들어왔다.

“취이익, 발렌님! 홀로그램이 보이질 않습니다!”

“키에에, 저, 저희 쪽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르그르! 저희 쪽도 그렇습니다.”

“……?!”

발렌은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이 이벤트는 운영자들이 투명화 모드로 내려가는 것도 허용하지 않는다.’

운영자의 규율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운영자의 규율’이 즉형의 규율로 맺어져 있다는 거다.

즉형의 규율은 일반 규율과 조금 다르다.

어기는 즉시 곧바로 형벌에 처해진다.

“크르, 이런 식이면 그 꼬맹이가 지금 뭘 하는지 알 수가 없잖아!”

그 말을 듣던 발로크가 피식하더니 곧 박장대소를 시작했다.

“푸흐흐흐, 하하하하!”

“크르, 어째서 웃는 거지?”

“아니, 웃겨서. 넌 지금 ‘군주들’이 아니라, ‘그 꼬맹이가’라고 말했다. 그건 네가 다른 군주들은 뭘 하든 관심 없는데, 꼬맹이가 숨어서 뭘 할지는 두렵다는 거 아니더냐?”

그 말에 발렌은 입을 꾹 다물었다.

칼란이 몬스터들을 잃었다는 불안감에 손톱을 씹어대며 말했다.

오독.

“저, 저도 그 꼬맹이가 뭘 할지 불안해 죽겠어요…….”

이미 칼란의 손톱은 어찌나 씹어댄 건지 피가 배었을 정도였다.

그리고 알리샤도 마찬가지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크르, 1시간 후면 2차 출격이다. 그때 싹 쓸어버리면 그뿐이다.”

발렌은 애써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 목소리 뒤편에는 불안이 있었다.

* * *

1시간이 지났다.

두 번째 지령도 첫 번째와 비슷하다. 이번엔 다섯 마리의 네임드 몬스터와 1,100마리의 몬스터, 추가로 잿빛 살육자와 미치광이 살육자가 함께 출전한다였다.

공간을 찢고 나타난 세 사람.

네임드 몬스터 중 하나인 흑빛 맘보스 위에 타고 있는 칼란이 손톱을 뜯던 걸 멈췄다.

“……다행이에요. 꼬맹이가 허튼짓을 하지 않았어요. 저기 봐요. 두려움에 떨고 있는 군주들이 싸울 준비를 하고 있어요!”

그가 입을 막고 기뻐했다.

확실히 알리샤와 발로크도 보았다.

그리고 그 틈에, 그 둘은 볼 수 있었다.

그 꼬맹이도.

크와아아아!

키헤에에에!

몬스터들이 습격을 시작한다.

불굴의 용맹함 버프가 끝난 군주들은 다시 사기가 꺾인 듯한 모습이었다.

몬스터들이 미친 듯이 군주들을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끄아아악!”

“으, 으아악!”

“사, 살려줘. 제발!”

비명이 퍼진다.

“나도 이제 시작해야겠어.”

발로크가 한 걸음 한 걸음 떼기 시작했다.

그리고 알리샤는 번쩍 날아올랐다.

그녀의 검이 휘둘러지는 순간이었다.

파지지지직!

용의 형상과 흡사한 전류가 군주들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부들부들

“끄허어억!”

“커허억!”

단숨에 삼십 명의 군주가 전기에 감전되어 바닥에 쓰러져 게거품을 물고 떨어댔다.

그리고 발로크.

그는 검을 쥐고 말없이 걸었다.

푸수유유육!

푸슈유육!

그저 걷는 것처럼 보일 뿐임에도 군주들의 몸에서 피가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다.

푸슈유육!

푸슈유육!

풀썩.

풀썩.

“꺼어억.”

“커억!”

미치광이 발로크.

그의 또 다른 코드네임.

십이의 검.

한 번의 휘두름이 열두 번처럼 느껴진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었고, 그가 가진 힘이기도 했다.

“죽어라앗!”

한 군주가 번쩍 날아올랐다.

발로크는 무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꺼져라, 벌레.”

푸쉬이이익!

군주의 몸 곳곳이 순식간에 난자되었다.

그 누구도 발로크가 검을 휘두르는 걸 보지 못했다.

현재 모든 능력치가 B급으로 하향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감히 손댈 엄두도 낼 수 없는 사내였다.

그와 마찬가지로 알리샤도 엄청났다.

퐈아아악!

검을 한 번 휘두르면 계속해서 군주들이 쓸려 나갔다.

둘은 닥치는 대로 휩쓸고 있었다.

그리고 발로크는 서서히 가까워지는 걸 알 수 있었다.

몬스터들과 싸우고 있는 소년과!

‘이상하다. 어째서 이렇게 속수무책이지? 모든 건 나의 기대였던 것뿐인가?’

오랜만에 한번 싸워볼 놈이 나타났나 싶었다.

또 그때 그 신전에서의 그 눈빛을 떠올리면 놈은 이 정도로 호락호락하지 않다.

푸슈유유육!

여전히 발로크가 지나칠 때마다 군주들이 털썩털썩 쓰러졌다.

걸을 때마다 쓰러지니 이 역시 장관이었다.

어느덧 발로크는 소년과 가까워지고 있었다.

은빛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매섭게 몬스터들과 싸우는 소년.

그 소년이 발로크를 보며 눈을 번뜩이더니 작살을 들고 달려왔다.

‘무언가 이상하다.’

그렇게 느낀 순간.

발로크의 십이검이 움직였다.

푸슈슈슈슉!

소년이, 그 놀라우리만치 대단했던 소년이 너무나도 허무하게 피를 흩뿌리며 쓰러져 내렸다.

그와 동시에.

“이, 이게 뭐야?!”

“무슨 상황이지?”

살육자들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방금 전 바닥에 쓰러졌던 모든 자들이 스르르 허공에 흩어지기 시작했다.

마치 원래 존재하지 않았던 환상이었던 것처럼.

곧이어 아직 베이지 않은 이들도 모두 스르르 허공에 흩어져 사라졌다.

‘분명히 내가 베어낸 이들은 내가 보았던 적이 있는 자들이다.’

발로크는 그나마 검을 휘두르는 자들을 눈여겨보았다.

그런 자들은 분명히 뇌리에 남아 있었고, 걸어오면서 그 역시 베어냈다.

한데 그들이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사라지고 있었다.

곧 광란의 섬에서는 살육자 셋과 몬스터들을 제외하면 군주들을 찾아볼 수가 없게 되었다.

‘광란의 섬에서 사라졌다? 땅으로 꺼졌나? 아니면 하늘? 아니, 말이 안 되지.’

그럼 그들이 숨을 수 있는 곳?

떠오르는 곳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그 밑에는 몬스터들이 드글드글하다.

군주들이 바보도 아니고.

‘엄청난 크기의 배를 가진 게 아니라면…….’

그런 생각을 하던 때였다.

칼란이 너무 놀라 평소의 여성형 목소리가 아닌 굵직한 남성의 목소리로 괴성을 토했다.

“허어어억! 저, 저저, 저기…… 배, 배가 있다!”

발로크와 알리샤의 고개가 돌아갔다.

거기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런…….’

정말 배가 있었다.

그것도 800명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배가.

곧이어 배의 문이 열렸다.

방금 전 베어낸 소년이 그 안에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붓?’

곧이어 소년이 붓을 휘젓는 순간이었다.

다리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다리가 허공에서 길어지며 광란의 섬을 향해 뻗어 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길어지는 다리 위로 거인 오우거들이 빼곡하게 채워지며 광란의 섬을 향해 질주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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