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
군주회귀록 080화
400개만 모아도 5장이 지급된다.
거기에 400개 이상을 모으면 그 개수에 따라 강화권이 추가 지급된다.
일단 이 강화권은 실패 확률이 존재한다.
그 때문에 많이 얻을수록 더 좋았다.
‘원래 미친놈처럼 굴 생각이긴 했다만…….’
이러면 더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할 것 같았다.
키헤에에에!
캬하아아아!
그때 몬스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놈들은 하나같이 생김새가 기이했다.
더 큰 문제는 놈들이 생각보다 강하다는 거였으며, 중간중간에는 네임드 몬스터로 추정되는 놈들도 끼어 있었다.
푸슈슈슈슈슉!
허공에서 몬스터들이 쏜 화살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푸푸푸푸푹!
“끄아악!”
“으아아악!”
“모두 침착해라, 물러서지 마라!”
“우리가 있으니 할 수 있다!”
바칼론과 그 무리가 사자 하피를 도륙하며 외쳤지만 초반부터 사기가 꺾이기 시작했다.
그때 바칼론의 눈에 몰려오는 1,100마리의 몬스터와 그들을 향해 혈혈단신으로 맹렬히 달려가는 소년이 보였다.
아서는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타타타타탓!
오직 아서만이 몰려오는 놈들을 향해 달려나갔다.
‘내가 어떻게 아사히의 보석을 모으는지 보여주마.’
아서가 달리며 작게 중얼거렸다.
“죽음의 그림.”
퐈아아아!
검은 기류에 휩싸여 나타난 죽음의 그림 수하들이 옆에서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헉?!’
바칼론은 눈을 크게 떴다.
‘소, 소환사? 소환사가 저토록 강하다고? 말도 안 되는…….’
바칼론이 아는 소환사는 대체로 다른 부하들을 통해 싸우는 만큼 본인은 약한 경우가 허다했다.
“아이언!”
충돌 직전 아서가 외쳤다.
끼익쿵. 끼익쿵.
아이언 골렘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아서의 앞을 막아선 채 달렸다.
콰지이이익!
곧 몬스터 부대와 아서의 죽음의 그림 수하들이 충돌했다.
콰지익!
콰아아앙!
아이언 골렘이 맹렬한 속도로 길을 뚫기 시작했다.
그 틈을 비집고 죽음의 그림 수하들이 파고들기 시작했다.
후우우웅!
콰지익!
콰자악!
퍼지익!
죽음의 그림 수하들은 강했다.
단숨에 몬스터들을 밀고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1,100 몬스터 부대의 행렬이 주춤할 정도였다.
[아사히의 보석이 지급됩니다.]
[아사히의 보석이 지급됩니다.]
[아사히의 보석…….]
끊임없이 알림이 들려왔다.
캬라아아!
키레에에!
아서의 난입으로 몬스터 부대의 목표가 바뀌었다.
아서와 죽음의 그림 수하들을 척살하는 것으로!
아서는 계속해서 안으로 파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푸지익!
콰자악!
퐈악!
키헤에에에!
멀지 않은 곳에 거대한 몬스터가 있었다.
거인의 몸과 머리, 양쪽 팔은 오우거의 것이었으며 거대한 쇠사슬이 달린 철퇴를 들고 있었다.
아서는 척 보기에도 놈이 네임드 몬스터 중 하나인 거인 오우거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어스 퀘이크 능력을 부린다.’
아서는 네임드 몬스터들의 특성에 대해서도 꿰고 있었다.
쿠오오오오오!
거인 오우거가 거친 포효를 터뜨렸다.
그를 조종하는 주인 칼란이 신호를 보냈다.
어서 저 빌어먹을 꼬마 새끼를 죽여 버리라고.
쿵쿵쿵쿵!
놈이 앞을 막아서는 몬스터들을 짓밟거나 던지면서 아서를 향해 맹렬히 접근하기 시작했다.
어스 퀘이크는 격렬한 지진을 일으키는 특성이었다. 아서는 그 특성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정확한 타이밍을 계산해야 한다.’
네임드 몬스터들도 특성을 한 번 사용하면 쿨타임 시간을 가진다.
일단 그 특성을 소모하게 만드는 게 핵심이다.
어느덧 거인 오우거가 아서와 근접해 있었다.
죽음의 그림 수하들과 아서가 거인 오우거를 향해 맹렬한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쿠오오오!
끼익쿵! 끼익쿵!
아이언 골렘이 거인 오우거를 몸으로 잡아챘다.
아서가 상대했던 때에 비해 70%의 힘밖에 내질 못하는 아이언 골렘이 거인 오우거에게 들려 그대로 땅에 내팽개쳐졌다.
후우우우웅!
번쩍 날아오른 로든이 놈의 옆구리를 베려다 녀석의 육중한 주먹에 얼굴을 맞고 바닥을 굴렀다.
퍼지익!
-크흑!
아서가 빠르게 접근해 작살로 놈의 아킬레스건을 찢었다.
푸지이익!
초록 피가 튀고, 놈이 한쪽 무릎을 꿇으며 거칠게 포효했다.
크아아아아아!
그 순간 아서는 놈의 근육이 팽창하는 걸 볼 수 있었다.
‘지금……!’
아서는 발 빠르게 죽음의 그림을 해제했다.
순식간에 수하들이 검은 기류가 되어 사라졌다.
그다음 허공으로 도약했다.
거인 오우거의 철퇴에 은은한 빛이 맺혔다.
녀석이 땅에 철퇴를 꽂는 순간이었다.
콰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앙!
땅이 뒤틀리고 격렬한 진동이 반경 6m로 뻗어나가며 주변의 몬스터들까지 집어삼켰다.
날아올라 지진의 여파에 휘말리지 않았던 아서는 멀지 않은 나무를 향해 작살을 겨냥하고 버튼을 눌렀다.
퓨슈슈슈슈!
콱!
아서가 작살을 회수하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나무에 박혀 빠지지 않는 작살이 대신 아서를 끌어당겼다.
퐈앗!
빠른 속도로 나무를 향해 날아간 아서는 어스 퀘이크의 범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나무에 찰싹 붙은 아서는 다시 한 번 버튼을 눌렀다.
이번에는 거인 오우거를 겨냥했다.
놈이 자신의 얼굴을 노리는 작살을 팔로 막아냈다.
콰직!
아서는 다시 작살을 회수했다.
역시 그의 몸이 오우거를 향해 날아갔다.
수우우웅!
오우거의 반대쪽 주먹이 아서에게 휘둘러졌다.
부드럽게 피해낸 아서가 녀석의 팔을 밟고 위로 도약해 올랐다.
그리고 놈의 정수리를 향해 있는 힘껏 작살을 꽂아 넣었다.
푸지이이익!
정확히 박힌 작살이 깊게 파고들었다.
뿌드드득!
쓰러지는 거인 오우거.
퐈아아악!
아서가 온 힘을 다해 작살을 뽑아냈다.
초록색 진득한 피가 그의 얼굴과 갑옷 곳곳에 튀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아 했다.
그 순간 모든 군주에게 일제히 들린 알림!
[두 번째 네임드 몬스터를 사냥한 군주의 출현!]
[불굴의 용맹함 버프가 모든 군주에게 적용됩니다.]
불굴의 용맹함 버프!
군주들에게 용기를 심어주고 모든 능력치 10%를 일시적으로 상승시켜 주는 버프다.
알림을 들은 군주들의 시선이 일제히 아서에게 향했다. 그는 거인 오우거의 목을 잘라낸 다음 그 머리를 양손으로 잡고 들어 올려 보였다.
“군주 아서! 네임드 몬스터를 사냥했노라, 모두 나를 따르라아!”
불굴의 용맹함 버프에 더해진, 네임드 몬스터를 사냥한 아서의 위엄!
그 위엄에 꺾였던 사기가 치솟기 시작했다.
“저, 저 소년과 함께라면 해낼 수 있다!”
“놈들을 쓸어라!”
“죽여 버려, 개 같은 몬스터 새끼들!”
“와아아아!”
꺾였던 사기가 솟아올랐다.
군주들이 자신들의 무기를 꼬나 쥐고 남아 있는 몬스터들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서는 그 틈에 또 다른 네임드 몬스터 트롤 키메라 쪽을 향해 거인 오우거의 시체를 망설이지 않고 집어 던졌다.
“피 폭발.”
우우우우웅
거인 오우거의 몸에서 핏빛 구가 솟아올랐다.
곧이어 구는 트롤 키메라와 주변의 몬스터들을 집어삼켰다.
콰아아아앙!
[아사히의 보석을 얻었습니다.]
[아사히의 보석을 얻었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 * *
“…….”
“…….”
침묵.
출전한 칼란을 제외한 살육자들과 상급 운영자 발렌이 숨조차 쉬지 못하고 이 모습을 지켜보았다.
곧이어 폭발의 여파에 휘말린 트롤 키메라가 온몸이 터져 죽어버렸다.
트롤 키메라는 엄청난 재생 능력을 가진 네임드 몬스터였다.
“마치 꿰뚫는 것 같아요.”
입을 뗀 것은 이제까지 침묵하고 있던 알리샤였다.
그에 발로크와 발렌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서는 처음 단번에 뛰어들어 몬스터들을 쓸어내고 그다음에 거인 오우거를 잡았다.
그로 인해 군주들이 용맹함의 버프를 받았고 사기가 치솟았다.
그다음 말도 안 되는 재생 능력을 가진 키메라를 단 한 수에 폭발로 죽였다.
마치 육탄전으로 놈을 사냥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발렌, 본래 첫 번째 습격에서 예상했던 군주들의 생존 숫자는 몇 명이었지?”
그 질문에 발렌은 그 두꺼운 손으로 얼굴을 쓸었다.
“크르, 450명이었다. 3성을 조합한 몬스터인 놈들은 사실 기존 3성보다 강하니까.”
“지금 희생된 숫자는?”
발렌은 암담함 표정으로 군주의 숫자를 보고 답했다.
“크르, 143명. 그것도 초반에 60명이 죽었기에 143명이다. 불굴의 용맹함은 보기보다 대단한 버프다. 두려움이 사라진 군주들은 몸을 사리지 않는다. 두려움 없는 자들은 몸을 사리는 자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무섭지.”
발로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홀로그램을 바라봤다.
“저 소년 혼자서 모든 걸 해내고 있다. 꺾였던 사기를 올렸고 군주들을 공포에 떨게 하던 네임드 몬스터를 사냥해서 더욱더 사기를 끌어 올렸다. 이미 저 소년은 군주고, 다른 군주들은 병사가 되어버린 거지.”
놀라운 상황이다.
저 어린 소년이 어찌.
하지만 놀라운 일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오크 운영자가 황급히 안으로 들어왔다.
“취이익, 저 소년 군주는 발키리 총연맹에서 출전한 군주입니다.”
“발키리? 얼마 전에 키우던 군주가 죽었다던 그 발키리 총연맹?”
발렌이 미간을 구겼다.
오크 운영자가 말을 덧붙였다.
“취이익, 한데 정보 보호를 요청하여 영지의 위치나 군주에 대해서 정확한 파악이 불가능합니다.”
필요하다면 연맹에서 군주 정보 보호를 요청할 수 있도록 시스템 되어 있다.
그렇게 되면 운영자도 함부로 열람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 이벤트는 총연맹끼리의 자존심 싸움이었다.
즉, 승리를 가져간 군주와 연맹이 이름을 높일 수 있는 기회인데 정보 보호라?
예상외였다.
“취이익…… 그리고…….”
오크 운영자는 자신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마른 입술을 그 초록 혀로 핥고는 입을 뗐다.
“정보 보호를 요청해도 군주의 이름과 영지 위치, 영지 이름을 모를 뿐 영지 총레벨은 확인 가능하지 않습니까?”
“크르, 그렇지.”
발렌은 어서 빨리 이 머저리 같은 오크가 저놈이 어떤 편법으로 입장했는지 말하길 기다렸다.
곧이어 충격적인 말이 튀어나왔다.
“저 군주는 군주보호기간의 군주입니다.”
“크르, 뭐라고……?”
발렌은 순간 오크의 목을 틀어잡을 뻔했다.
군주보호기간이라고?
“크르, 그게 말이 되나?”
“취이익, 저도 도대체가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편법을 사용했다고 보기 어려운 게 애초에 군주보호기간의 군주인지라…….”
발렌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홀로그램으로 고개를 돌렸다.
‘크르, 정말이지 믿을 수 없다.’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던 발렌.
하지만 곧 그는 고개를 저었다.
두 번째 습격.
세 명의 살육자가 동시에 출몰한다.
소년은 절대 막아낼 수 없다.
* * *
아서의 작살이 또 다른 네임드 몬스터를 거침없이 꿰뚫었다.
쿠웅!
요란한 소리와 함께 네임드 몬스터가 쓰러지자 알림이 들렸다.
띠링!
[최단 시간 다섯 마리의 네임드 몬스터를 사냥하셨습니다.]
[네임드 학살자 칭호를 얻었습니다.]
[스무 가지 물품 중 하나를 보상으로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기록의 탑에 군주의 이름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출몰하는 네임드 몬스터는 총 다섯 마리.
사실상 이 학살자 칭호를 얻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군주게임에서 네임드 몬스터를 찾는 건 하늘의 별 따기와 같다.
이벤트이기에 이렇게 다섯 마리가 옹기종기 모여 계속 나타나는 거지, 본래는 어림도 없다는 거다.
아서는 네임드 학살자 칭호를 확인해 보곤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이제 네임드 몬스터를 잡을 때마다 아서는 남들보다 보상이 0.1배씩 늘어난다.
“강탈자의 양피지를 선택한다.”
아서는 물품 보상을 선택 후 역시 익명으로 기록의 탑에 이름을 올린 후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두 번째 습격은 정말 문제다.’
잿빛 살육자와 미치광이 살육자가 동시에 나타난다.
그들을 대비하기 위해서, 아서는 숨을 죽여 기다리고 있는 게 있었다.
그리고 예상처럼 절대 감각 스탯이 아서의 등 뒤에서 살기를 띤 자들이 접근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 * *
바칼론과 그 무리.
일단은 끊임없이 밀고 들어오는 몬스터들부터 막는 게 급선무였다.
소년이 거슬리긴 했지만 당장 자신들이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를 쫓기는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무리가 어느 정도 진정이 되자 기회를 엿보기 시작했다.
‘유물 아티팩트를 빼앗길 순 없어.’
‘우리가 이번 이벤트를 위해 얼마나 공을 들였는데.’
‘놈은 추후 군주게임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할 거다.’
바칼론과 그 무리의 생각은 통일되어 있었다.
소년을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인다.
그리고 유물 아티팩트를 가진다.
바칼론 무리는 원을 그리곤 서로 눈을 맞추며 천천히, 조심조심 소년을 향해 다가갔다.
때마침 놈이 부리는 소환수들도 잔당을 처리하기 위해 놈과 멀어져 있었다.
막 몬스터 한 마리를 추가로 베어낸 소년의 등 뒤로 바칼론이 도끼를 내려찍으려던 그때!
“여기들 있었군. 모두 무사해서 다행이다.”
소년이 몸을 돌리며 바칼론을 향해 웃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