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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회귀록-78화 (78/210)

# 78

군주회귀록 078화

28장 네임드 몬스터

왕좌에 앉아 있는 랄프는 상기된 표정이었다.

‘올렌을 데려오면 먼저 영지 총레벨을 올릴 수 있게 지원해야겠어. 그다음엔 그의 아티팩트도 최대한 좋은 걸로 무장시켜 주고. 그만한 자라면 대우받아도 충분하지.’

그는 상상의 나래에 흠뻑 취해 있었다.

끼이익

쿵!

곧이어 문이 열리며 아라크네 대리인이 황급히 뛰어 들어왔다.

랄프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찾았나?!”

고르딘 총연맹의 정보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소연맹의 이름과 올렌이라는 군주의 이름을 알고 있으니 더 빨리 찾을 수밖에.

하지만 그의 기대완 다르게 아라크네 대리인은 굉장히 난처한 표정이었다.

“그, 그게…….”

“……?”

“올렌이라는 군주는 현존하지 않습니다.”

“……뭐?”

랄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또한 말씀하신 소연맹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랄프는 아까 전 그자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고르딘 총연맹의 정보력이면 금방 찾아내겠지?’

그렇게 말하면서 그는 생각했을 거다.

오늘 내로 거짓말인 걸 알 것이라고.

랄프는 그제야 알았다.

자신이 당했다는 걸.

“구, 군주님……?”

부들부들 떠는 랄프를 보며 아라크네 대리인이 흠칫 놀랐다.

“이 빌어먹을 새끼이이!”

랄프의 목소리가 성내를 쩌렁쩌렁 울렸다.

* * *

이벤트 당일.

아서는 허공을 배회하던 매 한 마리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걸 볼 수 있었다.

매는 브록 군주가 보낸 것이었다.

그가 오른팔을 쭉 뻗자 매가 부드럽게 팔 위로 내려앉았다.

매의 다리에는 둥글게 말린 작은 양피지가 있었다.

아서는 그것만 떼어낸 후 팔을 털어 매를 날려 보냈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둘둘 말린 양피지를 펼쳤다.

-이벤트 입장권.

아서는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곧 전장의 광장이 이벤트 입장을 요할 것이다.

‘유물 아티팩트. 라이프 수정.’

운영자들은 이미 유물 아티팩트의 정보도 오픈했다.

라이프 수정은 과연 유물 아티팩트라는 말이 어울리는 물건이다.

이 아티팩트를 소유한 자는 대상의 라이프가 100이라고 가정했을 때, 그들의 몸에서 라이프를 빼 올 수 있다.

빼내는 라이프의 양은 사용자 마음대로다.

1을 뺄 수도, 99를 뺄 수도 있다.

라이프를 1을 빼냈다고 가정했을 시 사용자의 모든 능력치가 1% 하락한다.

하지만 이 라이프를 안전한 곳에 보관한다면 그자의 육체가 죽어도 부활할 수 있다.

문제는 100에서 고작 1을 빼낸 라이프라면 그만큼 부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오래 소요된다.

많이 라이프를 빼내어 보관할수록 더 빨리 살아날 수 있고 적게 빼낼수록 더 오래 걸린다.

‘말도 안 되는 경악적인 아티팩트지.’

군주게임 내의 목숨을 좌지우지하는 아티팩트.

아쉬운 건 라이프를 빼낼 수 있는 자가 한정적으로 단 3명밖에 되지 않는다는 거다.

곧이어 전장의 광장이 황금빛을 흩뿌리기 시작했다.

[전장의 광장에 입장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서는 전장의 광장을 향해 걸었다.

그의 옆에는 올리아를 품에 안고 있는 그레모리가 함께 있었다.

‘못생긴 개야, 내가 시킨 걸 어서하렴.’

그레모리는 올리아에게 속삭였다.

“망망, 군주님은 제일 강해요! 군주님이 1등 할 거예요.”

아서는 올리아의 응원을 들으며 피식 웃었다.

“다녀오마.”

전장의 광장 앞에 멈춰 선 아서의 온몸을 황금빛이 집어삼켰다.

곧이어 아서가 홀연히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 * *

촤아아아아.

바람이 아서의 얼굴을 두들겼다.

눈을 뜬 아서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얼굴을 매만졌다.

‘예상대로 숨길 수 없다 이건가.’

아서는 입장하기 전에 착용하고 왔던 하얀 가면이 사라진 걸 알 수 있었다.

운영자들이 걸어놓은 제약이었다.

그는 자신이 배 위에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벤트에 참가하게 된 군주들은 양옆으로 나열해 앉아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다.

“배?”

“첫 시작은 배군.”

군주들은 빠르게 평정심을 찾았다.

이벤트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밝혀진 게 없다.

그렇지만 그들은 이벤트를 위해 몇 개월 동안 집중적인 케어를 받은 자들이라는 거다.

또한, 같은 연맹에서 왔다고 함께 배에 탑승하진 않았다.

총연맹의 경우 두 명이 출전하고 다른 연맹들의 경우 한 명이 출전한다.

하지만 미리 입을 맞춰 동맹 관계를 형성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랜덤이었기에 일단은 모두 떨어져서 시작한다는 거다.

쿠우우우웅!

갑자기 배가 큰 진동을 일으켰다.

‘시작됐군.’

아서는 침착하게 눈을 떴고 군주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뭔가가 배를 두들겼다.”

“뭐지?”

군주들은 몸을 일으켜 밑을 내려다봤다.

그중 한 명의 군주가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고, 고래……?!”

“고래라고?”

그를 따라 군주들이 모두 이동했다.

수심 밑으로 배만 한 크기의 고래가 비춰지고 있었다.

군주들은 웅성거리면서도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다른 군주들의 배를 보았다.

그 배에 탄 군주들도 웅성거리며 밑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벤트 설명서를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군주 육성기를 통해 모든 군주에게 알림이 들렸다.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군주들은 설명서를 읽어 내려갔고, 아서도 마찬가지였다.

아서가 이미 숙지하고 있던 내용 그대로였다.

모든 군주의 배는 ‘광란의 섬’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광란의 섬에 도착하는 순간 ‘살육자’라 불리는 삼인방이 공격을 감행할 것이다.

군주들은 살육자의 공격을 막아내야 한다. 광란의 섬 입장 24시간 후에야 섬에서 탈출할 수 있다.

그리고 추가로 수록되어 있는 내용.

‘아사히의 보석.’

말하자면 기여도였다.

이는 업적에 따라 모든 군주에게 지급된다.

몬스터만 잡아도 얻을 수 있으며 레벨이 낮은 놈보단 강한 놈을 잡아야 더 많이 얻는다.

핵심을 말하자면 이 아사히의 보석을 가장 많이 가진 자가 유물 아티팩트를 얻으며 수량은 총 500개가 풀려 있다.

또 ‘이벤트’답게 스무 개 정도의 아사히의 보석만 얻어도 ‘보석 상점’을 오픈해 레어 아티팩트 하나 정도는 얻을 수 있다고 서술되어 있었다. 당연히 많이 얻을수록 더 좋은 걸 가져갈 수 있다.

‘문제는 살육자들의 수준이지.’

살육자들의 정보는 당연히 군주들에게 오픈되지 않았다.

하지만 아서는 알고 있다.

‘끔찍할 정도로 강하다.’

여기 있는 군주들은 결코 대적할 수 없다.

그 때문에 알림은 말한 거다.

살육자를 죽여라가 아니라, 24시간 동안만 버텨내라.

‘난 살육자 셋을 잡는다.’

운영자들이 오픈했던 이벤트 정보.

그중에 하나가 바로 살육자를 죽였을 시에 얻는 또 다른 보상이다.

‘살육자들이 가진 보물을 준다고 했어, 분명히.’

그 보물이 무엇일지는 모른다.

하지만 결코 가벼운 것은 아닐 거다.

그랬기에 차근차근 남들과 다르게 움직여야 한다.

[첫 번째 지령이 오픈됩니다.]

또다시 군주 육성기로 알림이 들려왔다.

처음 설명은 말 그대로 ‘큰 틀’을 안내했다.

첫 번째 지령을 확인한 군주들이 눈을 크게 뜨기 시작했다.

어떠한 군주는 그 지령을 자신도 모르게 읽어 내려갔다.

“배를 쫓는 식인 범고래는 모두 4성의 몬스터이다. 이들은 매우 배가 고픈 상태. 5분 뒤 식인 범고래는 배를 공격할 것이다. 하지만 한 명의 군주로 식인 범고래의 배를 채워준다면 그들은 만족하고 돌아갈 것이다.”

이 의미는 쉽게 해석 가능하다.

스무 명이서 힘을 합쳐 식인 범고래를 죽이든가, 아니면 스무 명 중 한 명이 제물이 되어 고래 먹이가 되든가.

군주들이 잠시 서로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계산은 빠르다.

‘당연한 것이지.’

아서는 여전히 침착하게 앉아 고개를 끄덕였다.

협소한 배.

그리고 물에서만큼은 누구보다 민첩하고 강한 고래.

군주들은 배 위에서 제한된 싸움을 할 수밖에 없으며 그들은 영지 총레벨 10미만답게 레벨로 따지면 4성의 식인 범고래를 사냥하기 힘들다.

그리고 만약 배가 뒤집힌다면?

그 자리에서 전멸할 확률이 높다.

반대로 단 한 명을 고래 밥으로 준다면?

열아홉 명이 무사히 갈 수 있다.

‘참혹한 이벤트지.’

하지만 목숨을 걸 만큼 후한 보상이 걸려 있다.

모든 군주의 생각은 하나로 통일된 듯싶었다.

한 명의 군주를 고래 먹이로 준다.

그리고 열아홉 명이 무사히 광란의 섬에 도착해 이벤트를 진행한다.

군주들의 눈이 빠르게 서로를 훑어보는 이유는 하나다.

‘만만한 사냥감을 물색한다.’

섬에서 버티는 게 목적이라면 잘 싸우는 군주는 죽어선 안 된다.

가장 약한 군주가 적합하다는 거다.

‘가장 약해 보이는 놈이…….’

서로를 훑어보는 이 중 한 명인 알란.

그의 시선에 한 군주가 들어왔다.

의자에 앉아 태연하게 생각에 잠겨 있는 소년.

‘저 꼬맹이가 제격인 것 같은데?’

알란의 입꼬리가 찢어졌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대부분 군주의 시선이 아서에게 향해 있었다.

소년.

어떻게 군주게임에 참가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군주들은 하나같이 비슷한 생각을 했다.

‘어떤 머저리 같은 연맹에서 저런 꼬맹이를 출전시킨 거지?’

별의별 소연맹에서 군주들이 출전했다.

그 때문에 머저리 같은 군주 하나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거였다.

알란이 천천히 아서를 향해 다가갔다.

하지만 곧 그들이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벌떡 몸을 일으킨 아서.

첨버엉!

그가 물속을 향해 뛰어들었다.

“헉?!”

“뭐, 뭐야!”

군주들이 잠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놀란 목소리를 토했다.

그러던 중 한 군주가 황당하단 웃음을 지었다.

“자기가 제물이 될 걸 알고 스스로 뛰어 들어간 건가?”

“그런 것 같군요. 이거 참…….”

자신들의 힘으로 그를 식인 범고래의 먹이로 던져 줄까 하던 군주들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자기 분수는 아는구나 싶은 거다.

하지만 그때.

여전히 시선을 물속에 두고 있던 군주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시, 식인 범고래하고 싸우고 있…….”

쿠우우우웅!

그 말이 끝나기 전이었다.

배가 크게 요동쳤다.

촤아아아아!

키에에에에!

식인 범고래가 비명을 지르며 허공으로 고개를 치켜들었다.

“흐읍!”

식인 범고래의 등 뒤에 타고 있는 아서가 녀석의 지느러미를 꽉 잡고 있었다.

아서는 전생에서 해상전도 다수 치른 적이 있었다.

당시 꽤 많은 군주가 식인 범고래를 이용하기도 했다.

그래서 아서는 식인 범고래의 가장 큰 약점을 알고 있다.

놈들은 특이하게도 등 뒤에 지느러미가 있는데, 이것만 잡으면 몸에서 힘이 빠졌다.

‘이놈을 잡으면 보상이 나온다.’

하나도 놓치지 않는다.

이 식인 범고래 사냥도 분명히 도움이 되어준다.

애초에 잡지 말고 군주 한 명씩을 버려 먹이로 주라는 게 운영자들의 의도지만, 그 불문율을 비튼다면 보상을 얻을 수 있다.

키에에에에에!

식인 범고래가 다시 물속으로 들어갔다.

그와 함께 숨을 참은 아서는 여전히 지느러미를 꽉 쥐고 있었다.

고래가 고개를 돌려 아서를 공격하려 해도 닿을 리가 없었다.

푹푹푹푹!

아서는 허리춤에서 뽑은 단검으로 식인 범고래의 몸 곳곳을 쉴 새 없이 찌르기 시작했다.

[크리티컬이 터집니다.]

퐈하하학!

식인 범고래의 피가 번져 나갔다.

곧이어 식인 범고래가 마지막 발악을 하기 위해 힘차게 몸을 흔들었다.

놈의 죽음이 코앞까지 왔음을 인지한 아서는 녀석의 몸에서 떨어지지 않는 것에만 집중했다.

곧이어 식인 범고래가 물속 깊은 곳으로 스르르 추락하기 시작했다.

띠링!

[레벨 업 하셨습니다.]

[식인 범고래를 사냥한 군주의 탄생!]

[특별 보상으로 생명 재생초가 지급됩니다.]

[범고래 사냥꾼의 작살을 얻었습니다.]

[아사히의 보석이 지급됩니다.]

[아사히의 보석이 지급됩니다.]

[아사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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