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7
군주회귀록 077화
“마하라……?”
아서의 입에서 그의 또 다른 이름이 흘러나왔다.
글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1차 군주게임에선 마하라, 또는 신의 대장장이 글렌이라고 불렸지. 그리고 현재 운영자들이 내가 만들었던 아티팩트 열두 개를 ‘마하라의 아티팩트’라고 명명해서 2차 군주게임 곳곳에 숨겨둔 것으로 알고 있다.”
글렌은 스스로도 다소 황당하다는 목소리였다.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내가 관장하는 광렙하는 보너스의 50단계에 숨겨져 있었다니.”
아서는 그 말을 듣고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단순히 1차 군주게임의 절대군주들의 친구이자 신의 대장장이라 불렸던 대장장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대부분 비슷하다.
실제로 확인하지 못해 소문으로만 들은 것과 실제로 확인해 보고 그자를 보았을 때에 가지는 감정은 확연히 다르다.
아서는 마하라 아티팩트의 정보를 알고 있었다.
그로 인해 신의 대장장이 글렌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위치에 선 자인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마하라가 내 무기를 맞춤 제작해 준다……?’
소름, 그다음에 오는 것은 전율이었다.
모든 군주가 탐내는 마하라의 아티팩트를 제작한 자가 자신의 무기를 맞춤 제작한다.
이 얼마나 대단한 말인가!
“확인해 보지. 나쁘진 않을 거야.”
전율에 젖어 있던 아서는 글렌의 말에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지금 자신의 손에도 마하라의 아티팩트 중 하나가 쥐어져 있지 않은가.
그는 단숨에 확인했다.
(마하라의 반지)
특수 능력:
내구도: 30,000/30,000
•하루에 한 번 스킬 파괴 가능.
•파괴한 스킬 한 번 사용 가능
•손재주+10
설명: 마하라. 대적할 자가 거의 없다는 전설적인 대장장이. 그가 만들어낸 열 두 개의 마하라의 아티팩트 시리즈 중 하나이다.
“…….”
아서는 잠시 말문을 잃었다.
그리고 더 황당한 건 이어서 들려온 글렌의 말이었다.
“조금 아쉽긴 해도 말처럼 나쁘진 않지?”
“이게 아쉽다고?”
“내가 만든 열두 개 아티팩트 중 조금 하위라 해야 하나?”
확실히 군주 라일드가 가진 마하라의 건틀릿보다는 조금 떨어진다.
하지만 이마저도 엄청나다고 생각됐다.
‘막아낼 수 있는 등급 스킬의 제한이 없다.’
뿐만이 아니다.
‘또 그 스킬을 파괴하면 내가 한 번 사용할 수도 있다.’
대부분 군주들은 스킬을 한 번 사용하면 쿨타임을 가진다.
스킬을 무한하게 시간제한 없이 사용하는 군주는 없다.
이 스킬 파괴는 완전히 그자의 스킬을 파괴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한 번을 막아내고 또 그걸 그대로 흡수해, 본인이 한 번 사용 가능하다는 거다.
이 얼마나 멋지고 대단한 능력이란 말인가.
도전 군주들, 혹은 대군주들이 가진 스킬은 말도 안 되는 것이 많았다.
그런 것들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뜻이었다.
“나름 만족하나 보군. 그리고 네가 처음 입장했을 때 무시하듯 했던 건 미안하다.”
글렌은 진심으로 상체를 꾸벅 숙였다.
아서가 더 기분이 좋은 건 바로 이것이었다.
‘마하라가 나에게 고마워하고 있다.’
그 의미는 그는 온 힘을 다해 자신의 아티팩트를 맞춤 제작해 줄 거라는 것이었다.
“차 한잔하겠나?”
글렌이 뒤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서는 가슴 벅참을 느꼈지만 고개를 저었다.
“아직 할 일이 남아서.”
글렌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흥분감에 도취되어 추가로 얻을 걸 버리고 갈 순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아서는 47단계부터 몬스터들에게 죽음의 그림을 사용했었다.
하지만 모조리 실패했다.
브레드와 로든을 얻었던 게 생각보다 운이 좋았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꼭 얻었으면 하는 죽음의 그림 수하가 존재했다.
바로 정체 모를 동빛 골렘!
아서의 카자벤의 독창의 끝이 완전히 뭉툭해졌는데, 그렇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스톤 골렘은 꽤 수월하게 잡을 수 있었지만 살인자의 단맛 껌과 광전사의 반지의 크리티컬 대미지가 터져도 동빛 골렘은 상대하기 정말 까다로웠다.
스피드면 스피드, 방어력이면 방어력, 거기에 공격력까지.
삼박자를 두루 갖춘 녀석이었다.
그래서 꼭 얻고 싶었다.
하지만.
‘오늘은 죽음의 그림이 날 받쳐주지 않는 느낌이란 말이지.’
아서는 그렇게 생각하며 일단 스톤 골렘들에게 사용해 보기로 했다.
“죽음의 그림.”
아서의 손이 빠르게 움직이며 스톤 골렘의 바로 위로 형상을 그려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 그려지던 형상이 스르르 허공에 사라졌다.
[죽음의 그림이 실패합니다.]
연달아 다른 스톤 골렘들에게 발동시켰다.
[죽음의 그림이 실패합니다.]
[죽음의 그림이 실패합니다.]
[죽음의…….]
총 여섯 번.
스톤 골렘 모두가 실패했다.
‘오늘은 죽음의 그림이 내 편이 아닌 날이군.’
아서는 쓴웃음을 지었다.
남은 건 동빛 골렘.
아서가 죽음의 그림을 사용했다.
그의 손에서 죽음의 그림이 발현되며 빠른 속도로 형상을 그려내기 시작했다.
‘제발…… 제발…….’
아서는 간절히 바랐다.
죽음의 그림아, 해내라!
그리고 아서는 볼 수 있었다.
‘사라지지 않는다?’
형상이 계속해서 그려지고 있었다.
그려내면서도 아서는 혹시나 마지막에 사라지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했다.
아서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 땅바닥에 톡 떨어졌을 때, 마지막으로 얼굴이 그려지고 알림이 들려왔다.
띠링!
[죽음의 그림. 아이언 골렘을 소환수로 부리실 수 있게 됩니다.]
[소환수 아이언 골렘의 이름을 변경하실 수 있습니다.]
[죽음의 그림 레벨에 따라 아이언 골렘의 능력치는 기존의 70%밖에 되지 않습니다.]
성공이었다.
그리고 동빛 골렘의 이름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아이언 골렘.
이름만큼이나 정말 단단하고 강했던 녀석.
크기는 약 3m 50㎝ 정도였다.
녀석이 아서의 앞으로 쿠웅 한쪽 무릎을 꿇었다.
아마도 말을 할 수는 없는 듯 보였다.
아서는 아이언 골렘의 정보를 오픈했다.
(아이언 골렘)
현재 낼 수 있는 힘: 70%
소환수
HP: 5,500 MP: 100
총합 공격력: 413
총합 방어력: 567
등급: B
잠재력: 93
특수 능력:
•마정석 장착 시 특성 광란 어그로 사용 가능.
“마정석?”
확인해 본 아이언 골렘은 다른 죽음의 그림 수하들과 다르게 특수 능력이 있었다.
그러고 보면 로든이나 펜루스는 뛰어나긴 해도 특수 능력은 없었다.
그리고 브레드의 경우 그 특수 능력을 아서가 퀘스트로 강탈해 왔고.
대신 아이언 골렘의 특수 능력을 쓰기 위해선 마정석을 장착해야 했다.
‘마정석이라…… 마정석의 크기에 따라서 스킬이 더 좋아질 수도 있으려나?’
아서의 생각은 충분히 그럴싸했다.
그는 아이언 골렘을 일으켜 세웠다.
녀석을 보자 든든해졌다.
군주 중 다수가 ‘탱커’ 개념의 유닛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압도적으로 높은 방어력과 HP가 존재해야 하는데, 가장 앞장서 적군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자들이나 혹은 적군의 어그로를 끌 수 있는 특수 스킬을 가진 자들이라 할 수 있다.
아이언 골렘은 탱거 역할에 최적화되었다고 볼 수 있었다.
아서는 죽음의 그림 수하들이 떨어진 아티팩트와 골드도 모두 챙긴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아서는 그제야 글렌과 함께 계단을 밟고 그가 거주하는 곳으로 올라갔다.
* * *
아서는 글렌과 꽤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아서는 그에게 어째서 갇히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질문했지만, 글렌은 그에 대답하기를 기피했다.
아마도 시스템상 제약이 걸려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를 나누며 아서는 뜻밖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마하라의 아티팩트에 세트 효과가 부과되어 있다고?”
글렌은 차로 입을 축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뛰어난 세트 효과지. 무엇이 모이든 상관없어. 세 개의 아티팩트가 모이면 추가적인 세트 효과를 발현할 거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있지.”
글렌은 자신감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상상 이상의 세트 효과를 보게 될 거라는 거다.”
참으로 구미가 당기는 말이다.
하지만 글렌조차도 그 아티팩트를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는 몰랐다.
‘지정 중요 정보 열람으로 찾을 수도 있겠군.’
하지만 아서의 경우 군주 육성기의 강화로 지정 중요 정보 열람을 사용할 수 있기에 어쩌면 세 개 이상을 모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참.”
아서는 문득 뭔가가 생각났다.
“드래곤의 알에 대해서 알고 있나?”
“알다마다.”
2차 군주게임엔 브록이 가진 드래곤 알을 제외하고 녀석들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반대로 1차 군주게임엔 드래곤이 꽤 존재했다고 알고 있었다.
“혹시 드래곤 알의 껍질을 이용해 아티팩트를 제작할 수도 있나?”
“드래곤 시리즈를 말하는군.”
“드래곤 시리즈?”
“그래, 드래곤과 관련된 모든 재료를 이용해 만들어낸 아티팩트를 드래곤 시리즈라고 불렀지.”
드래곤 시리즈가 존재한다는 건, 아서가 물은 드래곤 알의 껍질을 아티팩트 재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제작할 수 있는 자는 딱 하나 있지. 나조차도 드래곤 시리즈는 만들 수 없어. 또 그런 자라고 해서 마하라 아티팩트 같은 걸 만들 수도 없고.”
서로가 손댈 수 없는 분야는 존재한다는 의미다.
“그게 누구지?”
“드워프 칸트라고, 아주 괴팍한 드워프지. 1차 군주게임에 존재했던 놈이니 아마…….”
글렌이 말을 끝내기 전이었다.
칸트라는 이름을 알고 있는 아서가 재차 물었다.
“드워프 칸트? 드워프의 땅의 지배자 칸트를 말하는 건가?”
아서의 질문에 글렌은 상당히 놀란 표정이었다.
“드워프 칸트가 살아 있다고?”
“버젓이 살아 있지. 드워프의 땅을 지배하는 황금망치 총연맹의 연맹장이니까.”
“허…… 놀라운 일이군.”
글렌도 그건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혀를 내둘렀다.
아서가 기억하기로 드워프 칸트가 스스로 1차 군주게임을 진행한 적이 있다고 한 적은 없다.
아마도 제약 같은 게 있을 거란 의미다.
‘병사들의 장비류를 위해 언젠간 드워프 칸트를 만나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글렌의 말처럼 고집이 엄청 센 자다.
애초에 드워프들 자체가 생각보다 쪼잔하고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들이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하다.
은혜를 입으면 분명히 돌려준다는 거다.
‘드래곤 알의 껍질로 아티팩트를 만들어달라고 하면 되겠군.’
드워프의 땅에 몰아닥칠 재앙.
아서는 그 재앙을 알고 있다.
때문에 그걸 도와주고 글렌이 말해준 드래곤 시리즈도, 병사들의 장비류도 얻을 생각이었다.
[입장 시간이 곧 종료됩니다.]
아서는 알림을 들을 수 있었다.
광렙하는 보너스 이용권은 두 장이다.
추후 다른 한 장으로 접속해서 아티팩트를 받아야 할 듯싶었다.
“2주 후에 보도록 하지.”
“다시 한 번 고맙다.”
글렌의 말에 아서는 피식 웃었다.
아서는 퀘스트, 그리고 더 나은 보상과 레벨 업을 위해 한 일이었지만 글렌으로선 은인과 같았으니까.
곧 아서가 빛이 되어 사라지자마자 글렌은 그가 두고 간 카자벤의 독창을 내려다봤다.
‘특수 능력은 그대로 빼 와서 새로운 무기로 창조시켜야겠어.’
1차 군주게임에서 드워프 칸트가 방어구의 대장장이라고 불렸다면 신의 대장장이 글렌은 무기의 대장장이라 불렸다.
‘내 마지막 역작을 만들어주마.’
글렌은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을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