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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회귀록-76화 (76/210)

# 76

군주회귀록 076화

‘미친놈……!’

이곳을 관장하는 글렌은 광렙하는 보너스가 진행되는 곳으로 내려오면 투명화되어 감춰진다.

그는 아서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을 듣고 정말 미쳤다고 생각했다.

‘하긴, 녀석은 그의 정체를 모르니까.’

글렌은 입술을 깨물었다.

소년이 자신의 죽음을 처참하게 당겨 버린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혓바닥…… 이라.”

랄프는 그 말을 여러 차례 곱씹었다.

아피린족은 평균 키가 180㎝ 정도다. 인간과 생김새는 흡사하다.

그것보다 더 재밌는 건 방금 소년이 자신에게 거시기 없는 인간 남자냐고 질문했다는 점이다.

혓바닥이 참으로 길다면서.

그리고 한 가지 알 수 있었다.

“인간이었구나.”

그의 목소리는 놀라움에 차 있었다.

아서는 분명히 또박또박 인간의 말투로 말했으니까.

‘내가 취이익, 거리면서 말을 나눌 필욘 없지.’

발키리 총연맹에 정체를 숨기는 건 귀찮은 걸 피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굳이 앞의 상대에게 그럴 필욘 없었다.

“혹시…….”

랄프는 짐작 가는 구석이 있어 운을 뗐다.

그 말이 끝나기 전에.

아서가 먼저 움직였다.

파아앗!

그의 창이 맹렬한 속도로 랄프를 노리고 쏘아져 들어갔다.

순식간에 아서을 뽑아 든 랄프가 검면으로 복부를 막았다.

탱!

“네놈이었구나. 성장의 별을 쏘아 올린 군주 놈!”

아서의 미간이 씰룩였다.

‘이자도 인간. 누구지?’

아서는 곰곰이 대상들을 추려보기 시작했다.

동등한 능력치, 오로지 개인의 실력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

자신의 검을 이렇게 빠르게 막아내는 자라.

그리고 랄프의 의문은 확신이 되었다.

‘빠르다.’

처음 느낀 생각.

과연 40단계까지 치고 올라올 만하다.

그러면서 이제까지 느꼈던 의문이 풀린 기분이었다.

‘인간일 줄이야.’

군주의 별이 쏘아졌을 때, 또 다른 종족이 쏘아 올렸겠거니 했었다.

하지만 이 앞의 자가 쏘아 올린 게 분명하다고 감이 외치고 있었다.

태앵!

랄프가 힘껏 검을 퉁겨내곤 이번에는 힘껏 찔렀다.

반동으로 튕겨 나갔던 아서가 몸을 옆으로 비틀며 쏘아져 들어온 검을 창대로 쳐올렸다.

태에엥!

랄프는 뱀처럼 노련한 창술에 감탄하며 검을 빠르게 원래의 자세로 늘어트렸다. 아서도 창을 부드럽게 늘어트렸다.

“재밌네.”

“재밌어.”

둘이 동시에 내뱉은 말이었다.

그리고 그 둘을 보면서 글렌은 눈을 크게 떴다.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그의 눈은 경악 그 자체였다.

아서가 강한 건 인정한다.

하지만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이유는 순전히 아서가 데리고 있던 소환수들의 덕도 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애초에 40단계까지는 그 정체 모를 껌이나 소환수들 없이 어떻게든 올라올 수 있었다는 건가?’

그렇게 판단됐다.

동등해진 둘의 능력치를 보자 확연히 보였다.

저놈, 물건이다.

‘아크가 진짜 제대로 된 후계자를 찾았어.’

글렌은 숨죽여 둘의 대결을 지켜봤다. 어느새 둘은 번쩍 날아올랐다.

아서는 발을, 랄프는 주먹을 상대의 명치에 꽂았다.

퍼억!

콰악!

“크흑!”

“흐읍!”

둘이 동시에 벌떡 일어섰다.

아서는 호흡을 골랐고, 랄프도 마찬가지였다.

‘동작 하나하나가 너무나도 실용적이야.’

랄프가 느낀 평이었다.

‘검술 자체가 고풍스러워. 하지만 그러면서도 강하다.’

아서가 느낀 생각이었다.

아서는 전쟁터에서 배웠고 랄프는 천재적인 검술 가문 브레티에서 배웠다.

그들은 단 몇 수에 서로를 파악하고 있었다.

아서는 힐끗 시간을 보았다.

‘15분이 지나면 내 승리다.’

그리고 랄프도 알았다.

‘15분이 지나면 내 패배.’

그랬기에 서로 멈출 수 없었다.

콱!

아서가 땅 깊숙이 창을 박아 넣었다.

흙이 랄프의 얼굴을 향해 튀어 올랐다.

“비겁하구나!”

“죽고 사는 싸움에 그딴 게 어딨어!”

랄프가 눈을 한쪽 팔로 막으며 미리 확인한 아서의 동선대로 검을 휘둘렀다.

아서는 힘껏 찌르면서 창을 돌렸다.

드르르르!

막아낸 검을 창끝이 파고들려 한다.

랄프가 힘을 주어 튕겨내는 순간 그 때를 기다린 것처럼 아서가 몸을 띄워 허공으로 도약했다.

“흐읍!”

아서가 있는 힘껏 창을 내려쳤다.

끼리리리릭!

랄프가 몸을 뒤로 빼내고 창끝이 판금 갑옷과 만나며 스파크를 튀겼다.

랄프는 창에 의해 그어진 자국이 난 판금 갑옷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이놈은 현실에서 마스터급 이상이다.’

그리고 아서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서는 로드 마스터에 오르지 못했으나 실제로는 어지간한 마스터들도 때려눕혔으니까.

이번엔 랄프가 선공했다.

그는 단숨에 거리를 좁히며 아서의 목을 노리고 휘두르는 듯했다.

아서가 본능적으로 창을 들어 올리는 순간 랄프가 빠르게 검을 쥔 손을 바꿨다.

궤도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눈 깜짝할 사이……!’

아서는 자신의 복부를 노리는 검을 볼 수 있었다.

몸을 비틀었다.

푸드으윽!

레더 아머의 옆구리를 살짝 스치고 지나갔다.

1:1

다시 맹렬히 붙었다.

탱탱탱탱!

둘 모두 작은 틈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기회를 잡은 랄프가 손을 뻗어 아서의 창대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아서는 그의 검을 쥔 손목을 틀어잡고 있었다.

“끄으으으!”

“으으으으!”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눈을 마주친 것 같은 느낌.

퐈아악!

힘으로 창을 뺏은 랄프가 뒤쪽으로 던졌다.

콰지익!

날아간 창의 끝이 벽을 파고 들어가 박혔다.

그리고 아서도 그와 동시에 손을 비틀어 검의 그립을 뺏어 저 멀리 던져 버렸다.

“그래, 남자는 주먹이지!”

랄프가 소리쳤다.

주먹질 하나는 더 자신 있다는 듯.

하지만 아서도 마찬가지였다.

서로의 주먹이 허공에서 엄청난 빠르기로 부딪쳤다.

랄프가 아서보다 육체적으로 사정거리가 더 길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서는 랄프 이상으로 유연했다.

그가 날리는 주먹을 넘어질 듯 뒤로 몸을 꺾어 피해내곤 힘껏 발을 차올렸다.

‘진짜 없는 남자 될 뻔했군.’

타앗!

퍼억!

“크흡!”

퍼억!

“커헉!”

서로 한 대를 치면 그다음엔 때린 사람이 맞았다.

결국 두 사람이 바닥에 쓰러져 뒤엉켜 주먹을 휘둘렀다.

랄프가 아서의 몸 위로 올라타 맹렬한 주먹을 꽂았다.

그를 발로 밀쳐 버린 아서가 이번엔 그의 위에 올라가 두들겼다.

그렇게 두 사람 다 만신창이가 되었을 때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두 사람 모두 천장을 바라보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허억허억.”

거친 숨소리가 고요히 맴돌았다.

글렌은 그들을 보며 생각했다.

‘이거 완전 또라이들이군.’

그는 딱 이런 생각을 했다.

하여간 싸움 잘하는 것들은 이래서 안 돼.

평생 무기나 방어구를 제련하는 데 시간을 보낸 글렌으로선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지금 즐거워하는 표정이었으니까.

“빌어먹을 자식. 너 이름이 뭐야?”

“그 전에 먼저 말하는 게 순서 아닌가?”

아서의 퉁명스러운 목소리에 랄프가 당당하게 말했다.

“랄프. 고르딘 총연맹장의 랄프다.”

아서는 그 말을 듣고 놀랐다.

‘랄프…….’

그 이름 아주 잘 알고 있다.

‘대규모 업데이트 때 죽지.’

아스가르드 대륙의 대규모 업데이트.

그때 검의 대제 랄프는 죽는다.

아니, 랄프뿐만이 아니라 엄청난 숫자의 군주가 죽어나간다.

군주게임의 인류 중 2/7 정도가 죽어나갈 정도이니 말 다한 것 아니겠는가.

‘내가 필요로 하는 인류 중 하나.’

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다.

아서가 총연맹에 들어가는 것을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고르딘 총연맹에서 엄청난 속도로 크기 시작하면 다른 총연맹에서 아서에 대한 견제가 들어올 확률이 컸기 때문이다.

“난 올렌. 아시드라는 소연맹 소속이다.”

“올렌?”

랄프는 올렌이라는 이름을 여러 차례나 곱씹어봤다.

정말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 잘하는 아서였다.

“그래.”

“아시드 소연맹이라. 혹시 고르딘 총연맹에 올 생각 없나?”

랄프는 고개까지 들어 올려 기대감 어린 목소리로 제안했다.

“고르딘? 좋지. 총연맹! 그럼 얼마나 지원해 줄 건데?”

그리고 아서는 시간을 끌고 있었다.

“너 정도라면 내가 최고의 대우를 해주지. 그리고 빠르게 키워주는 건 장담한다. 영지 역시도.”

“그거 참 괜찮은 제안인데.”

아서는 턱을 쓰다듬었다.

‘이 녀석을 얻으면……!’

랄프는 희열했다.

이런 녀석을 밑에 두고 있다면 왠지 남부럽지 않을 것 같았으니까.

거기에 군주의 별을 쏘아 올린 놈 아닌가.

이놈을 얻으면 고르딘 총연맹은 더욱더 강력한 날개를 달 수 있을 거다.

“좋아. 그럼 고르딘 총연맹에 들어가지. 아시드 연맹장과는 알아서 상의하겠지?”

“물론. 그놈도 참 대단하군. 너 같은 인재를 데리고 있다니. 하지만 널 데리고 있을 그릇은 아닌 것 같다.”

아서는 슬쩍 좌측 상단 위에 떠 있는 숫자를 보고 있었다.

3.

2.

1.

랄프의 몸이 빛에 휩싸였다.

서서히 사라지는 그를 보며 아서가 쾌활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르딘 총연맹의 정보력이면 금방 찾아내겠지?”

“오늘 내로.”

아서는 이젠 함께하게 된 전우라도 된 것마냥 힘껏 손을 흔들었고 랄프는 곧 사라졌다.

그리고.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이지.”

아서는 순식간에 표정을 바꿨다.

그 모습을 보던 글렌은.

‘정말 물건이군.’

감탄했다.

저 랄프를 쥐락펴락할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까.

아서가 어깨를 으쓱했다.

[C급 20단계까지 클리어하셨습니다.]

[C급 클리어에 따른 보상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B급 1단계에 도전하실 수 있습니다.]

[B급에 도전하실 시 보상은 보류됩니다.]

알림은 똑같았다.

보상은 보류.

‘랄프가 40단계를 받고 받았던 보상보다 더 좋은 보상을 받는다라.’

아서는 군침이 도는 것 같았다.

* * *

아서는 41단계부터는 창조의 그림을 사용했다.

그는 머리를 쓰기로 했다.

일부러 자잘한 고블린들을 소환했다.

창조의 그림 대비해서 훨씬 낮은 급의 몬스터들을 그려내면 창조도 소모가 줄어드니까.

동굴에 고블린들이 가득 차 나타난 몬스터들을 밀어내고 몬스터들은 자연스레 고블린들부터 친다.

그럼 브레드, 로든, 펜루스가 아서 앞으로 자신들이 숨만 붙여놓은 몬스터를 집어 던졌다.

어느덧 아서의 더욱더 강력해진 검은 단번에 적들을 베어냈다.

50단계.

스톤 골렘 부대였다.

스톤 골렘은 둔하지만 방어력이 월등히 높았고 거기에 무시할 수 없는 괴력을 가졌다.

때문에 스톤 골렘을 부린다면 강력한 방패 하나를 얻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아서의 이목을 끄는 것은 스톤 골렘이 아니었다.

일반 스톤 골렘보다 조금 더 작으면서 민첩해 보이는 동빛 골렘.

아서도 본 적이 없는 골렘이었다.

‘과연……!’

그리고 글렌은 마른침을 꿀덕 삼키며 그의 마지막 전투를 바라봤다.

그의 손에 땀이 가득 찼다.

아서가 마지막 전투를 위해 자신의 소환수들과 함께 달려 나갔다.

* * *

우르르르.

동빛 골렘을 마지막으로 모든 몬스터를 처리할 수 있었다.

[퀘스트. 50단계까지 도전 완료.]

[절대 감각+4, 행운+1, 손재주+2를 얻었습니다.]

[5,000캐시를 얻었습니다.]

[신의 대장장이 글렌이 맞춤 무기를 제작해 줄 예정입니다.]

[50단계까지 클리어하셨습니다.]

[마하라의 반지를 얻으셨습니다.]

“……!”

아서는 마지막 알림에 눈을 떨었다.

‘마하라……? 내가 아는 그 마하라?’

마하라.

언급한 적이 있듯 군주게임 곳곳에는 숨겨져 있는 보물이 가득하다.

그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아티팩트에 붙어 있는 이름이 있다.

바로 이 ‘마하라’다.

이 마하라의 아티팩트는 총 열두 개만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특이하게도 마하라의 아티팩트는 모두 하찮은, 평범함, 빛바랜과 같은 아티팩트 등급이 존재하지 않았다.

앞으로 미래에 마하라의 건틀릿을 가진 군주가 나타난다.

용족 군주 라일드.

그가 가진 아티팩트는 마하라의 건틀릿이었다.

마하라의 건틀릿의 특수 능력.

군주들은 ‘회생’능력이라고 불렀다.

군주의 HP가 10% 미만까지 떨어졌을 시에 마하라의 건틀릿의 특수 능력 ‘마하라의 분노’가 발동된다.

마하라의 분노가 발동되면 10분 동안 모든 능력치가 ×2 된다.

추가로 10% 미만까지 떨어진 HP, 즉 몸의 모든 상처가 회복된다.

그래서 ‘회생’ 능력이라 불렀다.

라일드 군주가 가진 마하라의 건틀릿에 대한 정보가 오픈되었을 때, 그 정보를 접한 군주들은 하나같이 똑같은 생각을 했다.

‘미치도록 가지고 싶다!’

억만금을 줘도 가질 수 없는,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아티팩트가 바로 마하라였다.

운영자들은 라일드 군주가 가진 마하라의 건틀릿에 대한 정보가 풀리자 기초적인 마하라 아티팩트에 대한 정보를 풀었다.

마하라의 반지를 제작할 자는 더 이상 세상에 없다.

또한 열두 개의 아티팩트가 풀려 있고 군주게임 곳곳에 숨겨져 있다.

마하라 아티팩트 중 용족 군주 라일드가 얻은 마하라의 건틀릿은 평범한 축에 속한다.

이 얼마나 경악적인 아티팩트란 말인가.

회생 능력을 가진 아티팩트가 고작 중간에 속한다는 거다.

‘그 마하라의 아티팩트 중 하나를 내가 얻다니.’

아서는 희열했다.

당장 확인해 보려던 때였다.

“마하라의 반지군.”

글렌의 목소리였다.

아서가 50단계까지 클리어하자 그의 투명화가 풀린 것이다.

아서는 중요 정보 열람을 통해 이미 알고 있던 내용이었기에 크게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부분에서 놀랐다.

“내가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아티팩트 중 하나지.”

신의 대장장이 글렌.

그의 또 다른 코드네임이 바로 마하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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