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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회귀록-72화 (7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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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회귀록 072화

25장 세상을 바꾸는 일

그녀가 빠르게 서명을 시작했다.

아서는 자신의 것엔 관대하나 아직 얻지 못한 것은 어떻게든 얻는다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그녀가 완전히 자신의 편이 된다면 관대해질 것이지만 아니라면 계속 이처럼 행동할 것이다.

“손.”

“네?”

“손을 줘라.”

확실히 그녀는 아서에게 단단히 겁을 먹은 듯 보였다.

그녀는 우물쭈물하며 손을 뻗어 아서의 손을 잡았다.

아서는 트레이드를 사용했다.

이 트레이드는 군주들끼리 손을 잡으면 가능하다.

아서는 즉시 2만 5천 골드를 그녀에게 넘겨주었다.

“펜서스족. 빠르고 강해. 하지만 단점이 옹졸하고 얄팍하다는 거지. 또 생각보다 높은 카리스마 수치를 필요로 해서 네가 부리기엔 다소 무리가 있어.”

아서의 말에 그녀는 엉겁결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2만 5천 골드로 모기 전사를 마련하길 추천한다.”

일단은 협력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녀가 나은 방향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게 좋다.

“모기 전사요? 하지만 그들은…….”

“그래, 골드 상점에서는 분명히 강력한 전투력을 가지고 있지만 방어력이 너무 낮다고 표기되어 있지.”

모기 전사는 현재 그녀가 구매할 수 있는 펜서스족, 그 외에 파리족과 비교하면 방어력이 너무 약하다.

골드 상점에 표기된 내용만 보았을 땐 펜서스가 방어력과 공격력 밸런스가 적절하다.

“모기 전사들은 대체로 방어력이 약하지만 펜서스보다도 빠르고 또 병영 레벨 대비해 유일한 공중전이 가능하기도 하다. 또한, 골드 상점에 표기되지 않은 특수한 능력을 가졌지.”

“특수한…… 능력……?”

그 말을 곱씹으며 루시아 군주의 동공이 진동했다.

그걸 어떻게 아는 거지?

아니, 생각해 보면 어떻게 군주보호기간의 군주가 벌레의 영지에 대해서 아는 걸까?

훈련소에서 배우지 않는 내용인데.

“그래, 자신이 죽인 적의 피를 빨아 상처를 빠른 속도로 회복시킨다.”

“아……!”

그녀가 감탄하는 소리를 냈다.

그런 대단한 능력을 가졌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보통 어떤 벌레의 영지를 선택해도 대부분 펜서스와 파리족을 구매한다.

그만큼 모기 전사는 밸런스가 무너져 있으니까.

하지만 그만큼 강했고, 설령 다친다 해도 적의 피를 빨아 회복이 가능했다.

이는 시크릿 유닛 정도는 아니지만 레어 유닛 정도라고는 할 수 있다.

“오늘은 나와 함께 가야 할 곳이 있다.”

“가야 할 곳이요?”

그녀는 한시라도 빨리 이 무서운 사람과 멀어지고 싶었다.

하지만 가야 할 곳이라니?

아서는 쓰러져 있는 다프 군주를 턱짓했다.

“저자가 저지른 만행을 까발려야지.”

* * *

홀로그램에 발키리 총연맹 군주들의 얼굴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카일 총연맹장이 말했다.

-그 군주와 다프 군주는 아직 전쟁 중인가?

“아마도 그럴 겁니다.”

홀로그램을 켜고 있는 브록 군주가 답했다.

-호호, 지금쯤 다프 군주에게 혼쭐이 나고 있겠군요.

-안 봐도 뻔하군. 건방진 애송이 같으니. 어딜 감히 건방진 입을 놀려. 역시 이번 이벤트는…….

그 말이 끝나기 전이었다.

쿠웅!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 누군가는 하얀색 가면을 쓰고 있었고 그 뒤로 루시아 군주가 양손을 배꼽 위로 올리고 졸졸 쫓아오고 있었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가면을 쓴 사내는 홀로그램 앞으로 무언가를 던졌다.

그는 다름 아닌 다프였다.

-저, 저거 다프 군주인가?

-허억……?!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아킬레스건이 절단되고 거기에 양쪽 손등이 꿰뚫린 군주의 족쇄를 찬 이는 분명히 다프가 맞았다.

‘때맞춰 오긴 했는데.’

브록은 식은땀이 주르륵 흐르는 느낌이라 어색하게 웃었다.

자신이 아는 아서는 어떻게 보면 ‘건방졌으니까.’

그가 어떤 돌발 행동을 할지 몰라 조마조마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아서가 스리슬쩍 다프 군주를 발로 찼다.

정신이 조금 깨어 있던 다프 군주의 입술이 천천히 열렸다.

“그만큼…… 이번 이벤트에서…… 활약할 수 있는…… 군주는 없을…… 겁니다…….”

힘겹게 한마디 한마디 내뱉는 다프.

아서는 그를 주먹으로 철저히 정신교육시켜 놨다.

때론 이러한 주먹을 통한 교육도 필요한 법.

“그가…… 꼭…… 이벤트에 참가……해야 한다……고요오오!”

그는 마지막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

-…….

-…….

발키리 총연맹의 모든 이가 입을 꾹 다물었다.

가장 반대를 외쳤던 다프가 저리 말하고 있었다.

-딸꾹, 딸꾹!

한 군주는 너무 놀라 딸꾹질까지 하기 시작했다.

-…….

-…….

-…….

그리고 다시 침묵.

“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곧이어 루시아 군주가 용기를 내어 앞으로 나섰다.

그녀는 다프 군주가 카오가 되었고 그것이 소속된 군주를 죽였기 때문이라고 낱낱이 까발렸다.

신의 방패를 아서가 가져갔다느니 뭐느니는 말하지 않았다.

-브록 군주.

“예, 카일 총연맹장님.”

-치워라.

“예!”

브록은 그 뜻을 알 수 있었다.

오늘 브록은 곧바로 와이번 수백 마리를 이끌고 다프 군주의 영지를 쓸어버릴 거다.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프는 그 말을 뱉고 기절해 있었다. 브록이 그를 한쪽 구석으로 치워 버렸다.

‘저 모습은 또 뭐야?’

브록은 고개를 갸웃했다.

아서는 평소보다 체격이 훨씬 더 커져 있었다.

브록은 모르지만 용언의 연금술서의 폴리모프 약을 마시고 온 거였다.

체격까지 감추는 치밀함.

아서가 하얀 가면을 쓰고 홀로그램을 쭈욱 훑어봤다.

“발키리 총연맹이 제일 담이 큰 줄 알았더니, 아니었나 보군요. 확 고르딘 총연맹으로 가버릴까요?”

-그, 그건…….

-아, 안 돼…….

이제야 그들이 입을 뗐다.

그걸로 대답은 끝났다.

“그럼 제가 출전하는 걸로 알겠습니다.”

아서는 그 말을 끝내고 쿨하게 문을 열고 나가 버렸고, 루시아가 총총총 그 뒤를 따랐다.

-…….

-…….

-…….

한동안 다시 침묵이 이어졌다.

너무 놀라 서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거다.

그러던 중 한 군주가 운을 뗐다.

-대체 왜…… 아직도 저 군주를 총연맹 발키리에 데려오지 못 했나, 브록 군주!

빛보다 빠른 태세 전환.

브록 군주는 이마에 손을 짚었다.

‘아이구야, 이 노땅들 정말.’

방금 전까지 아서 멍청이 하면서 낄낄대던 놈들이 아니던가.

순식간에 전세가 바뀌었다.

-아니, 저런 인재를 어찌 아직도……!

-지금 당장 다프 군주 자리를 내줘도 될 것 같은데?

-맞아요. 그자는 애초에 쓸모없었으니까요. 저희가 확실히 키우는 겁니다!

‘이것들이, 내 건데 어딜…….’

브록 군주가 입을 비틀어 웃었다.

그는 오로지 자신만 아서의 정체를 안다는 것에 이겼다는 정체 모를 희열감을 가지고 있었다.

-저자는 대체 누구지?

누군가의 질문.

브록은 씨익 웃으며 입에 지퍼를 채우는 시늉을 했다.

“글쎄요?”

-조용.

그리고 카일의 목소리로 인해 모두가 침묵했다.

-그 군주의 말처럼 1위를 기록할 시 유물 아티팩트 소유권을 넘긴다. 또한…….

카일의 근엄한 목소리에 모두가 마지막 말에 귀 기울였다.

-이건 극비다.

“충!”

브록 군주가 가슴에 손을 얹었다.

발키리 총연맹이 키우던 군주가 죽었다는 사실은 널리 퍼졌다.

발키리는 그 허를 찌를 생각이다.

* * *

군주 성으로 돌아온 아서는 재빠르게 자신의 옆에 붙는 그레모리를 볼 수 있었다.

“올리아는?”

“아직 자고 있습니다.”

“그리덴이라는 여성이 강아지 미용을 잘한다더군. 그녀를 성에 불러 목욕시키고 미용할 수 있도록.”

아서는 돌아오는 길에 발카스 영지 시나리오를 펼쳐 미리 확인해 봤다.

“알겠습니다. 한데…….”

그레모리는 궁금함이 있으면 즉시 풀어야 하는 성격.

“올리아라는 하운드족이 질주의 매를 걸 만큼이나 특별한 존재인가요?”

아서는 그 말에 의자에 앉아 올리아에 대해 설명했다.

감탄한 그레모리는 곰곰이 생각했다.

‘어떻게 군주님은 이렇게 전부 아실까?’

아무리 자신이 충직해도 군주님은 너무 많은 걸 알고 계셨다.

아서는 그걸 짐작하고 있었다.

언젠간 궁금증을 확실히 풀어줘야겠다고 생각 중이었다.

“특성이다.”

“특성…… 이요?”

“그래, 특성. 알겠지만 특성은 군주게임이 시작되면 랜덤으로 배정되거나 혹은 이미 비슷한 능력을 가지고 있던 자들은 능력이 극대화된다. 전에도 말했지만 특성화된 군주 육성기로 인해 나는 더 특별한 군주가 되었고, 그로 인해 많은 걸 알고 여러 개의 특성을 가지고 있어 다른 군주들보다 뛰어나다.”

“아……! 그렇군요.”

그레모리는 납득한 듯 빙그레 웃어 보였다.

“올리아가 깨어나면 밥부터 맛있는 걸 먹여라. 시원한 물도 주고. 참, 이것도 먹이고.”

아서는 그레모리에게 액체가 출렁거리는 작은 병을 건넸다.

“기억의 샘물이라는 건데, 깨기 전에 마시게 해라. 그리고 다프라는 이름을 다섯 번 말해라. 그럼 그에 대한 기억이 흐릿해질 거다.”

“잘 해주시는군요.”

아서는 그 말에 빙그레 웃었다. 그는 활짝 열린 창 밖을 내다봤다.

“그레모리.”

“예.”

“나 혼자서 세상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을까?”

그 말에 그레모리는 잠시 대답이 없었다.

아서가 입에 발린 답변을 원하는 게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으니까.

때문에 쉬이 답할 수가 없었다.

아서는 쓴웃음을 지었다.

“쉽지 않겠지. 나 혼자서 세상을 바꾸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

“안타깝게도 혼자서 바꾸기엔 너무 벅찬 세상입니다.”

침울한 표정의 그녀 말에 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버려진, 또는 단 한 명만의 주인을 바라보는 자들을 누군가 거둔다는 건 말이야.”

아서는 그 어떤 때보다 쾌활하게 이를 드러내 웃어 보였다.

“그 존재에게는 세상이 바뀌는 일이다.”

“……아!”

그레모리는 정녕 감탄했다.

가슴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울컥하고 올라올 뻔했다.

버려진 존재나 마찬가지였던 올리아.

그는 오로지 주인 하나만을 바라봤다.

그처럼 새로운 주인을 만날 올리아는 기억의 샘물을 마시고 다프에 대해서 기억은 하지만 감정은 사라질 것이다.

대신에 아서라는 새로운 주인을 만날 것이고, 그것은 올리아에게는 세상이 바뀌는 일이 될 것이다.

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두근거리는 가슴 위에 양손을 포개어 올렸다.

“오늘도 군주님께 배웁니다.”

“그래, 올리아가 깨기 전에 내가 말했던 걸 모두 행할 수 있도록.”

“예!”

그레모리가 후다닥 달려 나갔다.

아서는 성 밖에 있는 하녀 한 명을 불렀다.

“아직 난 그레모리가 병사나 영지민들을 다루는 걸 보지 못했는데, 네가 본 그레모리는 어떻지?”

대리인들은 대개 군주들에게는 깍듯하지만 영지민들, 혹은 병사들에게는 혹독한 경우가 많았다.

그들은 군주는 하늘이지만 영지민이나 병사들은 그저 소모품 따위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까지 너무나 바빠 그것까지 차마 둘러볼 겨를은 없었던 아서였다.

그 말에 하녀가 입을 뗐다.

“그레모리 대리인은…….”

하녀의 얼굴에는 묘한 웃음이 자리 잡고 있었다.

“영지에서 츤츤모리로 유명하십니다.”

“……츤츤모리?”

희한한 이름에 아서는 고개를 갸웃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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