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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회귀록-71화 (71/210)

# 71

군주회귀록 071화

정말이지 경악스러울 정도의 충성심.

‘많은 이는 착각을 하고 살아간다.’

예를 들어 가정 폭력 피해자, 혹은 알코올중독자들의 남편, 혹은 아내들.

그들은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처한 상황을 당연한 듯이 받아들이게 된다.

만약 알코올 중독자가 하루라도 술을 마시지 않으면 그날 하루는 정말 좋아하고 가정 폭력자가 하루라도 때리지 않으면 기뻐한다.

이게 행복일까?

틀렸다.

두들겨 패도 이렇게 충성심을 보이는 올리아.

그럼에도 자신의 군주를 지키고자 하는 올리아.

이게 과연 올바른 충성심이고 그의 행복일까?

틀렸다.

진짜 맛보지 않아서, 아직 느껴보지 못해서 모를 뿐이다.

‘내가 빼앗고 올리아의 행복을 강탈한다?’

쓴웃음이 난다.

누가 봐도 그건 아니지 않는가.

아서는 올리아를 데려가 대우해 줄 것이고 보상해 줄 것이다.

그가 자신에게 해준 만큼 충분히 해줄 것이다.

이렇게 용맹한 올리아는 다프 군주와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나마 올리아를 진정시키기 위해 아서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나.

패는 것을 멈췄다.

“컹컹컹, 주, 주인님!”

올리아가 정신을 잃은 다프를 깨우기 위해 할짝할짝 핥았다.

다프는 올리아가 핥자 서서히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올…… 리아?’

아서가 말했다.

“평생 후회해라, 올리아는 내가 데려갈 테니. 네놈에겐 아무것도 남지 않았어.”

다프 군주는 주위를 둘러봤다.

어느새 병력은 대부분이 죽었다.

슬쩍 고개를 뒤로 돌렸다.

루시아 군주는 고거 참 쌤통이라는 듯 킬킬거리며 웃다가 그가 바라보자 입을 막았다.

하지만 유일하게 자신을 걱정하며 얼굴을 핥는 하운드족 올리아.

“끼이잉, 끼이잉…….”

그가 작은 손으로 다프의 손을 끌어 올리고 있다.

참으로 멍청한 X새끼.

그럼에도 다프는 정말 사악한 생각을 품고 있었다.

“이놈을 네놈에게 줄 것 같아?! 줄 바에는 차라리 죽여 버릴 테…….”

이 군주 놈께 빼앗길 바에 차라리 죽이자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모두가 등을 돌렸을 때, 유일하게 자신을 지켜주기 위해 목에서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뛰어온 그 존재를!

그가 올리아의 목을 꺾기 위해 손을 뻗었다.

아서가 발 빠르게 올리아의 털을 잡아 뒤로 밀쳐냈다.

철퍼억!

“깨갱!”

아서가 바닥에 쓰러진 올리아의 뒷목을 쳐서 기절시켰다.

팍!

털썩.

그건 올리아에 대한 배려였다.

앞으론 그가 봐서는 안 될 일이 벌어질 거다.

“역시 넌 안 될 새끼야.”

아서는 있는 힘껏 다프의 뻗었던 손에 창을 박아 넣었다.

푸욱

“끄아악!”

그다음 망설이지 않고 창끝을 돌렸다.

뿌드득.

“끄흐으윽…… 그, 그마아안……!”

만약 전쟁 모드 서약서에 서로를 죽이지는 않는다는 명목만 없으면 단숨에 때려 죽였을 것이다.

하지만 죽이진 않아도 방법은 있다.

놈의 나머지 손도 창으로 힘껏 찔렀다.

푸지익!

“꺼억!”

그다음 아킬레스건.

푸지익!

푸지익!

“끄아악!”

부들부들 몸을 떨어대는 다프는 입에서 게거품을 물고 있었다.

아서는 확신한다.

같은 소속원을 죽인 다프 군주는 발키리 총연맹에서 버려질 것이다.

지금 그는 가진 게 없다.

발키리 총연맹은 그의 신의 방패를 강화시키면 분명히 대단한 방어부대가 나타날 거라 생각하고 키우고 있었을 것이다지

하지만 이제 그는 신의 방패도 잃을 거고 올리아도 잃을 거다.

아마도 발키리 총연맹은 앞장서서 다프 군주의 영지를 쓸어버릴지도 몰랐다.

본보기를 위해서.

카일 총연맹장은 그만큼 냉혹한 사내다.

아서는 뒤를 돌아봤다.

대부분의 병력을 잡았다.

그는 평지로 만들었던 창조의 그림을 해제했다.

병사들이 구덩이에서 일어나 거의 초죽음이 된 병력의 마지막 숨통을 끊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재밌는 일이 벌어졌다.

퐈아아악!

퐈아아악!

몬스터 아웃 브레이크로 인해 튀어나온 놈들이 시간이 다 되자 요란하게 터지면서 골드와 같은 것들을 드롭했다.

‘끝났군.’

전쟁이 끝났다.

[새로운 형식의 전쟁 모드에서 승리하셨습니다.]

[배팅된 4만 골드를 얻었습니다.]

[배팅된 하운드족 올리아의 소유권을 얻었습니다.]

[배팅된 신의 방패를 얻었습니다.]

띠링!

멈추지 않고 추가 알림이 울렸다.

[카오 군주와의 전쟁에서 승리하셨습니다.]

[추가적으로 2만 골드를 강제 강탈합니다.]

이래서 카오 군주가 되면 좋지 않다.

만약 레벨이 낮은 군주가 카오 군주가 되었다 치자.

그럴 경우 레벨이 높은 일반 군주가 낮은 카오 군주를 죽여도 리스크가 생기지 않는다.

거기에 일반 전쟁 모드가 아닐 때 습격해도 크나큰 제재도 받지 않고 또 보상도 올라간다.

새로운 형식의 전쟁 모드였지만 카오였기에 추가 보상이 생긴 것.

아서는 이번 전쟁을 통해 통수를 친 빌어먹을 다프 군주를 처단했으며 신의 방패, S급 유닛이자 탐색꾼 올리아, 그리고 총 9만 골드를 얻어냈다.

이 정도면 흡족하다.

그리고 이제 남은 게 있다.

“…….”

흠칫!

남아 있는 여성 군주.

‘저 여인은 내 얼굴을 알고 있다.’

하지만 상관없다.

그녀는 분명히 군주의 서에 서명을 한 상태다.

그랬기에 다프 군주와 동행할 수 있었던 거고.

때문에 아서에 대해서 누군가에게 발설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어느 정도 겁을 줄 필요는 있었다.

“그레모리.”

“예.”

“오늘은 평소보다 덜 죽여서 좀 뻐근한데?”

아서가 우둑우둑 몸을 푸는 시늉을 했다.

그레모리는 그 뜻을 알아차리고 거들었다.

“아쉽군요. 하루에 꼭 스무 명씩은 죽이셔야 직성이 풀리시는데…… 저기 저 인간 여자라도 죽이시는 게 어떨까요?”

“그렇지. 흐음, 저 여인이라도 죽일까?”

아서의 말에 루시아는 자신이 취해야 할 포지션을 직감하고는 아서의 앞에 달려와 머리를 땅에 박았다.

“사, 살려주세요…… 저는 단지 다프 군주가 끌고 와서 어쩔 수 없이 동행한 거예요. 또 군주의 서를 작성해서 군주님에 대해 발설할 리도 없다고요!”

마치 저는 잡아먹어도 맛이 없어요로 들린다.

“흐으음…….”

아서는 턱을 느리게 쓰다듬으며 군주 루시아의 뺨에 검면을 가져갔다.

그녀가 부들부들 몸을 떨고 있었다.

아서는 일부러 비릿하게 웃었다.

“그럼 군주의 서를 또 하나 작성하지.”

“네……?”

루시아는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가 비릿하게 웃는 아서를 보고는 다시 머리를 땅에 박았다.

그런 그녀를 보며 아서는 그 어느 때보다 더 흐뭇하게 웃고 있었다.

‘여왕벌 루시아.’

그녀를 여기서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처음에는 긴가민가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확신이 든다.

아스가르드 대륙에는 도전 군주라는 거창한 이름을 가진 자들을 제외하고도 ‘극강삼인’이라는 이름을 가진 인간들도 존재했다.

이 극강삼인은 총 세 명으로 총연맹들도 어찌할 수 없는 막강한 무력을 지녔다고 알려진 군주였다.

이 극강삼인은 공통점이 존재한다.

모두 연맹에 소속되지 않았다는 것.

아서가 알던 미래의 여왕벌 루시아도 연맹에 소속되지 않았고, 그러면서도 엄청난 무력을 자랑했다.

그녀의 영지는 발카스 영지만큼이나 특별하다.

벌레의 영지.

사람들은 그렇게 불렀지만 실제 이름은 이스벨 영지다.

‘아직 그녀의 병영 총레벨은 16이 되지 않았어.’

여왕벌 루시아의 진짜 힘은 병영 레벨이 16이 되었을 때 발현된다.

그녀는 병영 레벨 16이 되고 시크릿 클래스 퀘스트를 받는다.

그 퀘스트를 통해 얻어낸 직업이 바로 ‘여왕벌.’

애초에 그녀의 영지는 희귀한 벌레 영지.

그리고 그중에서도 더 희귀한 벌레 영지의 축에 낀다.

펜서스는 벌레 영지를 가졌다면 누구나 뽑을 수 있다.

하지만 여왕벌 퀘스트가 있는 벌레 영지는 딱 한 곳, 이스벨 영지밖엔 없었다.

여왕벌이 되면 무서운 것은 딱 하나.

‘골드를 소요하지 않는다는 거다.’

그녀는 골드를 소요하지 않고 병력을 생산할 수 있다.

알을 낳고 그 알에서 벌이 부화한다.

실제로는 알을 낳는다는 개념보다는 특수한 스킬로 알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녀는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나도 그녀에게 도움을 주면 된다.’

아서가 기억하기로 여왕벌 루시아는 결국 죽었다.

어떻게 죽었느냐.

그녀는 퀘스트를 달성하고 여왕벌 숙주를 몸에 받아들여 ‘여왕벌’로 전직했다.

그리고 그녀의 벌레 군사가 8천이라는 숫자에 임박했을 때 숙주가 루시아의 몸을 빼앗고 그녀의 정신을 죽였다.

그로 인해 폭주한 루시아로 인해 벌레 대군을 퇴치하느라 도전 군주들이 애를 먹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생에선…….’

숙주를 죽일 수 있는 방법.

그 방법을 찾아낼 거다.

지정 중요 정보 열람이 있으니까.

그거라면 든든한 아군을 얻을 수 있다.

그만큼 그녀의 능력은 특별하고 강하다.

또 일꾼 벌들은 인간이나 그 외의 다른 종족에 비해서도 모든 것에 작업량이 빠르다.

광산, 혹은 농장, 벌목장.

그 외에 무수히 많은 곳에서 훨씬 빨랏다.

그 부분을 지원받을 수도 있을 거고.

그리고 아서가 다프 군주의 족쇄를 4단계까지 풀게 한 이유.

4단계까지 풀어도 처참히 밟아버릴 수 있는 자신이 있기도 했지만 미래의 여왕벌 루시아에게 보여주려 했던 것이다.

나는 이만큼이나 유능한 군주다.

네가 믿고 따라올 수 있을 정도로.

그리고 그건 분명히 증명되었다.

“저기…….”

그때 루시아가 아서가 새롭게 작성해 내민 군주의 서를 보며 슬며시 고개를 치켜들었다가 다시 빠르게 숙였다.

“문제 있나?”

“구, 군주의 서가 너무 악덕…….”

그녀는 말끝을 흐렸다.

‘할 말은 하는 성격. 지금 같은 절박한 상황이 아니면 담도 좀 있겠군.’

아서는 피식 웃으며 그녀가 말하는 부분을 읊어줬다.

“혹시 ‘아서 군주가 필요로 할 때 언제든 응한다’ 항목을 말하는 건가?”

“네…….”

그녀의 대답에 아서는 느리게 고개를 끄덕이며 턱을 쓰다듬었다.

“그 밑의 항목에 뭐라 적혀 있지?”

“아서 군주는 그에 합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

“그래, 그리고 그 뒷장.”

그녀는 군주의 서를 한 장 넘겼다.

그곳에 적혀 있는 것을 보고는 다소 놀란 표정으로 눈을 크게 떴다.

“2만 5천 골드를…… 서명할 시 즉시 지, 지원한다.”

그녀가 너무 놀라 다시 홱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녀와 눈을 맞춘 아서가 말했다.

“그래, 서명만 해라. 그럼 바로 지원한다.”

아서는 맨입으로 부려먹지 않는다.

그럼 효율성도 떨어진다.

특히나, 고작 2만 5천 골드를 이용해 군주의 서를 작성하게 해서 수족으로 부린다.

거기에 여왕벌이 포함되어 있다.

이 얼마나 남는 장사란 말인가.

그리고 지금 그녀의 상황은 절망적이다.

다프 때문에 모든 병력을 잃었다.

이 2만 5천 골드는 병력을 재구매할 수 있는 돈이 되어줄 거고, 그녀로선 어쩔 수 없이 서명할 수밖에 없다.

또 병력이 없으면 그녀도, 아서도 난감하다.

어차피 아서가 그녀를 필요로 한다면 지원이 필요하다.

만약 여왕벌 루시아를 2만 5천 골드로 샀다는 말을 미래의 도전 군주들이 들으면 이런 말을 할 거다.

‘조온나 부럽군.’

‘난 100만 골드도 줄 수 있는데.’

피식 쓴웃음이 난 아서는 빠르게 삼켰다.

“싫으면…….”

아서는 카자벤의 독창을 쓰윽 꺼냈다.

그의 모습이 그녀에겐 가히 악마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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