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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회귀록-69화 (69/210)

# 69

군주회귀록 069화

놈은 자신을 철저하게 농락하고 도발하고 있었다.

그 도발에 넘어갈 쏘랴? 했는데, 다프 군주는 넘어갔다.

아서는 단지 불이 붙은 집에 기름을 끼얹었을 뿐.

사소한 행동 같았지만 이성을 잃은 지휘관은 아군을 죽음으로 몰고 가게 마련이다.

‘시크릿 유닛? 올리아?’

아니, 그것보다.

다프는 화를 추슬렀다.

물론 조금 추슬러진 것이다.

아직 아서에게 패배할 거라는 생각도, 앞으로 이기지 못할 거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이번 전쟁 모드를 승낙해 놈을 기필코 찢어 죽이리라, 다짐에 또 다짐하고 있는 중이었다.

‘S급 시크릿 유닛을 보유하고 있었어? 서, 설마……!’

S급 시크릿 유닛은 질주의 매라는 이름.

만약 이 매가 일반 매보다도 몇 배나 빠르다면? 만약 이 매를 이용해 미리 자신을 지켜보고 있던 거라면?

‘이제까지 모두 판을 짜놨던 게 착착 맞는다.’

특별한 능력을 부리는 군주가 미리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었고, 또 자신들의 행선지에 하나하나 함정을 설치해 놓은 거다.

‘도대체 시속 몇 ㎞이길래…….’

엄청난 속도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이제 저 매는 나의 매가 되는 것이지 않은가! 또 자연재해를 부리는 아티팩트라니!’

아서는 새로운 형식의 전쟁 모드 제안서를 이용해 자신에게 4만 골드와 질주의 매, 폭풍우의 부채를 배팅했다.

그리고 자신 쪽에선 4만 골드와 올리아, 신의 방패를 배팅하라고 하고 있다.

이 전쟁 모드는 일반 전쟁 모드와 달랐다.

사실 이 전쟁 모드가 끝나면 아서는 다프 군주를 절대 이기지 못한다.

무모하게 이딴 식으로 계속 전쟁 모드를 요구하는 이유가 뭘까.

‘도대체 왜?’

그런 의문도 들지만.

아서가 회귀했다는 사실을 알 턱이 없는 다프는 황금마차에 묶여 배와 고개를 땅에 처박고 있는 올리아를 봤다.

“끼이잉, 끼잉. 구, 군주님…… 괜찮으신가요?”

올리아는 매를 맞아 아픈 것보다 군주 다프가 이성을 잃고 패배했다는 것에 걱정하고 또 걱정하고 있었다.

정말 진정한 충견, 아니, 충직한 대리인이었다.

다프는 그런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웃었다.

“푸하하하하, 저런 병신 같은 X새끼를 배팅하라고? 얼마든지.”

“끼이잉…… 배, 배팅이요?”

배팅.

그 말에 올리아는 그 어떤 때보다 충격을 받았다.

배팅.

즉, 전쟁 모드에서 자신을 건다는 의미다.

“끼이잉, 끼잉……! 구, 군주님. 안 됩니다. 안 돼요…… 끼잉, 앞으로 밥도 더 조금만 먹겠습니다. 끼이잉, 제, 제발. 그러지 마세요. 끼이잉…….”

올리아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흘렀다.

버려진다.

나의 군주님께 버려진다.

처음 눈을 떴을 때가 문득 스쳐 지나갔다.

‘뭐야, 이딴 X새끼가 내 대리인이라고?’

다프는 심술궂은 표정을 지었지만 그는 자신의 군주님이었고.

‘X새끼야, 밥이나 처먹어라!’

땅바닥에 자신이 먹다 만 음식을 던졌지만 올리아가 눈을 뜨고 처음 본 ‘어미’로 인식한 존재와 같았으며.

‘병신 새끼, 도대체 네가 할 줄 아는 게 뭐야!’

아무리 자신이 병신 같다고, 머저리 같다고 욕해도 그가 좋았다.

불 꺼진 군주 성.

그가 술을 한껏 들이켜고 돌아오지 않을 때.

‘끼이잉, 우리 군주님은 언제 오시지?’

오로지 그만을 기다리며 성문 앞에 앉아 그를 기다렸던 유일한 존재.

다프가 침소에서 잠이 들면 스리슬쩍 침대로 올라가 그의 품에 파고들면 그 어떤 때보다 행복했다.

‘끼잉, 군주님, 품은 따뜻해…….’

모든 영지민이 다프는 성군이 아니고 폭군이다고 외칠 때, 유일하게 그를 믿어주고 유일하게 그를 따랐던 존재!

그 존재였던 올리아.

그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끼이이잉, 끼이이잉! 안 됩니다. 끼이이잉, 안 됩니다!”

그가 짖었다.

제발 절 버리지 말아주세요, 군주님.

제발요!

하지만 다프는 개의치 않아 했다.

“승낙한다.”

모든 것이 무너졌다.

올리아.

그의 모든 것이 무너졌다.

그저 간절히 바랐다.

다프 군주님이 승리해서 앞으로도 그의 품에서 잠들 수 있기를.

* * *

“끼릭끼릭, 놈들은 고작 40명밖에 되지 않는다.”

“끼릭끼릭, 미개한 인간들을 쫓아라!”

펜서스족.

그들은 루시아 군주의 병력이었다.

결국 다프는 루시아 군주가 데리고 있는 150의 펜서스 병력까지 사용했다.

펜서스족은 종족 중에서 꽤 특별한 축에 속했다.

이 펜서스족은 코카서스 왕장수 풍뎅이의 몸체를 가진 이족보행 종족이다.

그들은 코카서스 왕장수 풍뎅이가 가진 특유의 갈고리 모양으로 나 있는 두 개의 입도 가지고 있었는데, 칼처럼 날카롭고 예리했다.

또 팔 자체가 절삭력이 좋은 검과도 같았고, 몸은 검으며 피부는 갑옷처럼 단단하고 빠르기도 했다. 펜서스족은 몸 자체가 흉기였기 때문에 상당히 무서운 종이다.

루시아 군주는 특별할 게 없는 군주다.

그렇지만 펜서스족을 병력으로 부릴 수 있었기 때문에 발키리 총연맹에 들 수 있었다.

그녀는 펜서스족을 부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군주.

문제는 발키리 총연맹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이렇듯 다프 군주 밑에 있게 된 거고.

본래 오필리스강은 배가 띄워진 지점에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커다란 다리가 나온다.

펜서스족은 그 다리를 타고 맞은편으로 넘어가 맹렬히 적을 쫓고 있는 중이었다.

“허억허억.”

“허억, 허억.”

달리는 랜과 병사들은 어느덧 코앞까지 쫓아온 병력들을 볼 수 있었다.

150의 병력과 40의 병력.

차이가 커도 너무나 컸다.

‘모두 나를 믿나?’

‘예!’

‘그럼 놈들을 블로디 언덕까지 끌고 와라. 우리는 단 한 명의 아군의 피해도 없이 이번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다.’

랜은 아서의 말을 곱씹으며 이를 악물고 달렸다.

“더 빨리! 거리가 좁혀진다.”

저 병력과 충돌하면 필히 자신들은 전멸한다.

다리를 절뚝이는 병사를 부축하며 달리는 랜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조금만 더 가면 된다.

하지만 의아했다.

‘어째서 꼭 블로디 언덕까지?’

그곳에는 특별한 지형지물도 없었고 아군이 유리해 보이는 것도 없었다.

그런데 어째서 거기까지 끌고 오라고 하셨을까.

“크하하하, 도망치는 꼬라지를 보라지!”

다시 황금마차에 오른 다프가 도망치는 병력을 맹렬히 쫓으며 쩌렁쩌렁 웃었다.

무모한 군주 새끼 같으니.

40의 병력으로 150의 병력과 전쟁 모드를 제안했다.

다프 측은 얼마 가지 않아 놈들을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다프 군주가 있는 힘껏 활시위를 당겼다.

랜이 부축하고 있는 병사의 등을 겨냥한 다프가 활시위를 놓자 화살이 허공을 가르고 날아갔다.

푸슈유유.

푸욱!

“커헉!”

절뚝이던 병사의 등에 화살이 박혔다.

“젠장 할!”

랜이 다급하게 뒤를 돌아봤다.

정신을 잃은 병사.

결국 랜은 그를 업고 달리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간격이 좁혀졌다.

펜서스족 하나가 업힌 병사의 목을 치려던 순간이었다.

태에에엥!

푸직!

푸슈유육!

허공에서 나타난 창이 펜서스족의 팔을 힘껏 쳐내더니 목을 꿰뚫었다.

아서가 모습을 드러냈다.

황금마차에 탄 다프의 눈이 구겨졌다.

일반 잿빛 늑대보다 조금 더 작은 놈의 위에 타 있는 자.

은빛으로 빛나는 갑옷과 망토, 그리고 부츠를 착용하고 있는 소년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 서 있는 정체 모를 여인까지.

“저놈이 그 아서라는 군주란 말인가?”

다프는 다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제까지 자신이 저런 애송이 새끼한테 농락당하고 있었단 말인가?

“X같은 자식!”

그랬기에 분노는 더욱 크게 치솟았다.

“구, 군주님…….”

랜이 절박한 목소리로 아서를 불렀다.

아서는 병사의 등에 박힌 화살을 내려다보다 외쳤다.

“블러디 언덕을 넘어라. 뒤는 내가 엄호한다!”

“예!”

블러디 언덕.

이곳에는 총 세 개의 던전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아서는 다크엘프 브레드를 시켜 자신이 원하는 미션 ‘몬스터 아웃 브레이크’를 준비하고 있었다.

‘애초에 말도 안 되는 병력 차이. 그리고 펜서스족은 너무나도 강하지.’

그리고 역시나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병사들은 알아선 안 되었다.

발카스 영지의 병사들과 펜서스족의 거리는 생각보다 더 많이 좁혀져 있었다.

쿠우우웅!

적장을 발견한 다프가 황금마차에서 힘껏 뛰어내렸다.

“네노오오오옴!”

그가 빠른 속도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거리가 꽤 되었다.

하지만 아서는 개의치 않고 발카스 병사들과 바짝 붙은 펜서스족을 잡기 시작했다.

“그레모리.”

푸화악!

펜서스의 목을 창으로 뚫고 뽑아낸 아서가 말했다.

“예, 군주님.”

“네 실력 좀 보자.”

“예!”

그레모리의 제대로 된 첫 출전!

그녀는 오로지 날이 휘어 있는 단도 두개만을 들고 있었다.

‘마족은 대체로…….’

푸화악!

푸직!

콰직!

콰아아악!

‘싸움을 잘…… 해……?’

아서는 다소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신출귀몰이라고 해야 할까?

그녀는 꼬리에 붙은 병력을 빠른 속도로 쳐내고 있었다.

푸화악!

아서가 그레모리의 뒤를 노리는 펜서스족의 목을 꿰뚫었다.

뒤쪽 병력을 어느 정도 쳐내자 아서가 그레모리에게 손을 뻗었다.

“가자.”

“예!”

덥썩.

아서가 그녀를 힘껏 끌어 올려 펜루스의 뒤에 태웠다.

“꽉 잡아라!”

“예……!”

‘군주님의 등…… 넓어…….’

그녀의 볼이 발그스레해졌다.

이런 전투 중에도 아서에 대해 광적으로 복종하는 그레모리였다.

“비켜라!”

그들을 쫓는 다프는 엄청나게 빨랐다.

단숨에 펜서스족 사이를 치고 나올 정도였다.

큼지막한 바스타드 소드를 들고 뛰어나가는 다프는 말 그대로 위협적이었다.

“블러디 언덕이다!”

발카스 영지 병사들은 어느덧 블러디 언덕 위에 오를 수 있었다.

그들은 뒤를 돌아봤다.

아서가 함께 뒤따라오고 있었다.

아서는 블러디 언덕의 한구석으로 그들을 이끌었다.

“여, 여기는……?”

발카스 영지의 병사들은 의아함에 빠졌다.

그곳에는 마치 운석이 떨어진 것처럼 거대한 구덩이가 파여 있었다.

병력 40명이 모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들어가라, 어서!”

이 운석이 파인 듯한 구덩이는 군주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브레스 구덩이’라고도 부르는데, 드래곤이 브레스를 쏜 듯하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이었다.

물론 군주들의 추측일 뿐 밝혀진 건 없다.

“군주님은 안 들어가십니까?”

“군주니이이임!”

“안 됩니다. 저희끼리 들어갈 수 없어요. 또 저번처럼 무리하려고 그러죠?!”

아서는 자신을 걱정하는 병사들을 보며 헛웃음 지었다.

“병사들.”

“흐어어엉!”

“안 됩니다아아아!”

“차라리 제가 혼자 싸울래요!”

“내가 군주 할래요!”

“……내가 미쳤다고 저 무식한 것들을 혼자 상대하나?”

아서의 말에 병사들이 ‘어?’ 하는 표정이 되었다.

아서와 펜루스, 그레모리가 투명화되어 사라졌다.

그리고.

슥삭슥삭.

슥삭슥삭.

아직 적군은 블러디 언덕을 넘지 못해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볼 수 없다.

‘시간이 없다.’

창조의 그림을 발현해 그림을 그려내는 아서는 그들의 뜀박질 소리를 들으며 거리를 계산하고 있었다.

‘10초, 9초…… 8초…….’

5초.

4초.

3초.

아서가 창조의 그림으로 그려내는 건 다름 아닌 딱딱한 평지였다.

평지라고는 하지만 병사들이 숨을 쉴 수 있는 구멍은 꽤 크게 만들어놨다.

위장 전술.

2초.

평평해진 땅.

병사들이 완전히 감춰졌다.

이어 아서는 펜루스, 그레모리와 함께 투명화된 상태로 빠르게 움직였다.

“끼릭끼릭, 어디로 간 거냐?!”

“끼릭, 사, 사라졌다?!”

블러디 언덕을 넘은 다프와 병력들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뭐야?”

귀신이 곡할 노릇.

병력이 하나같이 사라졌다.

그리고 곧이어.

콰지익!

콰지익!

콰지익!

사방에서 요란한 소리가 퍼졌다.

커다란 나무 한 그루와 블러디 언덕 중앙의 메마른 바닥이 울룩불룩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그에 따라 다프를 비롯한 펜서스족들은 침 삼키는 소리도 내지 않고 주변을 살폈다.

‘블러디 언덕에는 세 개의 던전이 밀집되어 있고 공통점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몬스터 아웃 브레이크 미션이 발발 가능한 유일한 지점이지.’

세 개 던전의 공통점.

‘보스 몬스터를 잡지 않아도, 또 입장하는 숫자가 얼마든 전혀 상관없이 나갔다 들어왔다 할 수 있지.’

즉, 출입이 자유롭다.

그리고.

‘몬스터 아웃 브레이크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선 던전의 보스 방에 있는 보스들이 모두 입구까지 나와야 한다.’

그 과정에서 단 한 마리의 몬스터도 사냥되어선 안 된다.

즉, 몬스터들을 일명 몹 몰이 한 상태로 보스 방문을 열고,

‘따라 나와, 보스 X발놈아.’

하고 보스와 몬스터를 우르르 이끌고 다시 입구까지 몰이를 해서 가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입구가 포화 상태가 된다.

세 개의 던전이 모두 같은 공식이 성립되어야 한다.

보스가 입구까지 끌려 나와야 하고 모든 몬스터가 침투한 적을 따라 입구까지 끌려 나와야 하는 것.

이렇게 하면?

몬스터들은 입구 밖으로 나가 버린 그자를 쫓아 나가고 싶어 한다.

하지만 시스템상 몬스터들이 밖으로 나가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특별한 아티팩트나 물품 없이 그런다는 것은.

하지만 이 몬스터 아웃 브레이크의 충족 요건이 달성되었을 시엔?

[미션! 몬스터 아웃 브레이크 달성.]

[세 곳의 던전의 몬스터들이 미션 달성자의 의지에 따라 1.5배 강해져 30분간 던전 밖으로 뛰쳐나옵니다.]

[몬스터 아웃 브레이크. 튀어나온 몬스터들이 미션 달성자의 명령에 의해 움직입니다.]

이렇게 된다는 거다.

즉, 아서는 자신의 병력이 아닌, 몬스터를 이용한 싹쓸이를 선택한 것.

짜악!

아서가 박수를 힘껏 쳤다.

“끼리릭? 어디서 박수 소리가 들렸는데.”

“끼릭끼릭……?”

펜서스족들이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다프도 마찬가지.

그와 딱 맞춰 박수 소리를 듣고 출정을 준비하고 있던 수백 마리의 2성급 몬스터가 땅을 비집고, 나무를 뚫고 던전 입구에서 튀어나왔다.

쿠화아아아!

쿠라아아아!

키햐아악!

“X발…….”

진심으로 욕이 터진 다프 군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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