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7
군주회귀록 067화
군주 육성기 강화.
이는 군주게임을 하면서 아서가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였다.
‘특성화된 군주 육성기만이 가진 기능.’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허공에 두둥실 떠 푸른빛을 흩뿌리는 군주 육성기에서 빛이 걷어졌다.
모양은 변한 게 없었다.
아서는 자신의 손 위에 스르르 올라온 군주 육성기를 내려다봤다.
[강화된 군주 육성기를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확인이라?
‘4단계 튜토리얼을 깬 보상이 군주 육성기의 강화라니.’
피식.
아서는 웃음이 났다.
강화되기 전의 군주 육성기 자체도 바칼로스가 아서에게 가르쳐 준 기존의 것보다 더 대단한 기능을 발휘했었다.
한데 여기에서 추가 강화되었다.
바칼로스는 얻어보지 못한 특성화된 군주 육성기의 강화!
아서는 망설이지 않고 확인했다.
(빛바랜 군주 육성기)
등급: 빛바랜
특수 능력:
⦁긴급 전투 모드 20,000캐시 혹은 50,000골드
⦁지정 중요 정보 열람 20,000캐시 혹은 50,000골드
언급했듯 아이템의 기본 등급은 네 가지.
하찮은, 평범한, 빛바랜, 환상적인이다.
그리고 아서가 추가 개척해 낸 등급이 절대적인이고.
그렇다는 것은 군주 육성기는 어쩌면 두 단계가 더 강화될 수도 있음을 의미할지도 모른다는 거다.
“긴급 전투 모드와 지정 중요 정보 열람?”
특성화된 군주 육성기가 강화됨으로써 추가된 것은 바로 이 긴급 전투 모드와 지정 중요 정보 열람이다.
이 외의 추가 사항이 있지만 적혀 있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긴급 전투 모드는 자그마치 20,000캐시를 소요한다.
아서는 세부 설명을 클릭해 읽은 후 감탄했다.
‘최적화된 돌파구를 찾아낸다.’
최적화된 돌파구.
긴급 전투 모드는 상황에 따라 군주를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최적화된 돌파구를 찾아낸다고 서술되어 있다.
예를 들어 아서가 위험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그를 구원해 줄 만한 미션, 퀘스트, 혹은 그 외의 던전 위치나 공략 방법, 모든 것을 가르쳐 준다고 하였다.
대신 말 그대로 20,000캐시, 혹은 50,000골드나 소요하고 발동 시간은 고작 24시간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발동 시간 동안 아서는 말 그대로 ‘최적화된’ 행동이 가능해진다는 건데.
‘군주 육성기가 최적화되었다고 해서 정작 사용자가 사용 못 하면 큰일이지.’
예를 들자면 바칼로스가 특성화된 군주 육성기를 가졌을 때와 아서가 가졌을 때의 차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둘은 분명히 같은 물건을 얻었지만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고 얼마만큼 성장했는지도 확연히 차이 나니까.
아무리 공략 방법을 알고 있다 해도 사용자에 따라 실패할 수도 있는 노릇.
‘쓸 만하다.’
아서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다음 지정 중요 정보 열람.
이는 어느 정도 예상되는 내용이었지만 확인해 봤다.
그리고 역시나.
‘내가 지정한 것의 중요 정보 열람을 오픈할 수 있다.’
아서가 현재 궁금한 것, 원하는 것, 그에 따른 중요 정보 열람 오픈이 가능하다.
대신에 이도 만만치 않은 가격인 20,000캐시를 소요하며 대체제의 느낌으로 50,000골드를 소요하면 사용할 수 있다.
현재 아서가 보유한 캐시는 기존의 56,000에서 추가로 10,000캐시를 얻어 66,000캐시다.
이걸로 아서는 돌아가면 일단 지정 중요 정보 열람부터 사용해 볼 생각이다.
목표는 버프의 신 아리스.
그녀를 깨울 방법.
‘좋군, 좋아.’
아서는 신이 날 수밖에 없었다.
“군주님?”
아서가 어찌나 실실거렸는지 그레모리가 당혹하여 불렀다.
“크흠. 내가 혼자 미친 듯이 웃었나?”
“예.”
그레모리는 단호하게 말했다.
쓴웃음을 삼킨 아서가 말했다.
“이제 그림을 그릴 시간이다.”
아서의 손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창조의 그림이 발현되기 시작한 거다.
* * *
(아서 군주의 제안)
군주의 말: 나 아서는 다프 군주와의 첫 번째 대결에서 승리했음을 알리며 정정당당 또 한 번 겨뤄보고 싶기에 이를 요청하는 바이다.
방식:
⦁군주 다프는 이제 막 군주보호기간이 끝난 영지의 병력 80을 지원받아 전쟁에 참가한다.
⦁군주 다프는 5단계까지 존재하는 군주의 족쇄를 5단계까지 채워 아서 군주와 밸런스를 맞춰 낮은 능력치로 전쟁에 참여한다.
⦁양측 군주는 모든 병력이 사망했을 시 패배가 인정되고 패배한 군주는 상대편 군주에게 2만 골드를 빼앗긴다.
⦁아서 군주는 특별한 제재를 받지 않고 전쟁에 참가할 수 있다.
⦁군주끼리 서로 죽이지는 아니한다.
다프는 자신이 서명을 끝낸 새로운 형식의 전쟁 모드 제안서를 보며 웃었다.
“이 기고만장한 새끼!”
유물 아티팩트의 소유권을 발키리 총연맹에 요구할 때부터 알아봤다.
이놈은 지금 기고만장의 끝을 달리고 있는 거다.
첫 50명의 병력을 다소 허무하게 잃은 다프다.
하지만 그는 순전히, 놈의 운이 좋아서일 뿐이거늘.
다프는 더 이상 술을 입에 대지 않았다.
아직 술기운이 없지 않아 있긴 했으나 이 정도면 전투를 치르기 무리는 없을 터.
거기에 이 애송이가 얼마나 건방진 녀석인지 병력을 30 추가하게 해줬다.
대신 그에 맞추어 2만 골드를 추가해서 걸었다.
그깟 2만 골드쯤이야. 다프 군주는 코웃음을 치며 승낙했다.
그리고.
“이봐, 오르딘!”
“예, 군주님.”
“네 남은 병력을 좀 사용해야겠다.”
“……예?”
오르딘은 순간 표정 관리를 못 할 뻔했다.
딱 들어맞게도 아서 군주는 오르딘의 남아 있는 병력 80을 말했다.
“귓구멍에 똥을 처박았느냐? 네 병력을 더 써야겠다고.”
“그럼 혹시 새로운 병력을 구매할 골드를…….”
콰직!
그 말이 끝나자마자 다프 군주의 성난 주먹이 그의 머리를 힘껏 두들겼다.
“커헉!”
머리를 내려찍었을 뿐인데도 오르딘은 큰 충격을 받으며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순간 정신을 잃은 오르딘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다행히도 죽진 않았다.
“키레엑, 오르딘 군주니이임!”
그의 대리인이 털썩 기절한 오르딘을 살피며 새파랗게 안색이 질렸다.
“이 하등한 고블린 새끼야, 당장 네놈의 군주 새끼를 데리고 꺼지거라.”
“키렉, 예. 예…….”
자칫 말을 잘못했다간 오르딘 군주, 그리고 자신까지 위험해지리라.
고블린 대리인이 끙끙거리며 오르딘 군주를 힘겹게 옮겼다.
그리고 다프는 흡족한 표정으로 남아 있는 80명의 카우족을 돌아보곤 지정을 시작했다.
[80의 병력이 지정되었습니다.]
이제 이 지정된 병력이 죽으면 패배가 된다.
하지만 다시 패배할 일은 없을 터!
“놈들을 쫓아라!”
히히히힝!
황금마차의 말들이 거친 울음을 토하며 달리기 시작했다.
“오, 오르딘 군주가…….”
다프의 등 뒤에서 그를 보며 비웃던 루시아는 게거품을 흘리며 기절한 오르딘을 보며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내가 이러려고 발키리 총연맹에 들어온 게 아닌데…….’
괜스레 루시아 군주는 무력감이 치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이런 대접을 받자고 들어온 총연맹이 아니건만…….
그러면서도 그녀는 막무가내인 다프를 보면서 겁을 집어먹었고, 누가 저 빌어먹을 새끼에게 한 방 먹여줬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럼에도 그게 그녀는 지금 다프 군주와 싸우는 이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도 보았다.
허술한 병력, 허술한 전술, 그나마 폭사의 꽃을 사용한 것은 기발했지만 그러한 어중간한 병력으로 다프 군주를 이길 수 있을 리 없어 보였다.
“구, 군주님…….”
그녀의 옆에 선 바쿡족이 걱정스런 목소리를 냈다.
바쿡족 역시 이족보행.
13살 소년 크기의 바쿡족 대리인의 걱정스러운 목소리에 루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서둘러 따라가자. 늦으면 또 지랄할지도 모르니까.”
다프는 말했다.
자신 싸우는 걸 보며 오늘 제대로 배워 가라고.
그리고 뭔가 하나를 배우긴 했다.
정말 저 새낀 쓰레기 새끼라는 걸.
* * *
미리 오필리스강에 말을 타고 빠르게 달려온 병력 40명은 아서가 그려낸 배 위에 올라 소리치고 있었다.
“으아아아, 놈들이 쫓아온다. 빨리 도망가라구우~”
“끄앗, 카우족이 쫓아온다. 자그마치 80에 해당되는 병력이라고! 우리가 이길 수 있을 리 없어!”
“배에 올라 어서 도망가자구우.”
“서둘러어! 이러다가 우리가 잡히면 모두 전멸할지도 몰라아아!”
손을 둥글게 말아 외쳐대는 병사들을 보며 아서는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투투투투!
놈들이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40명의 병력의 얼굴에 가득했던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타타타탓!
펜루스의 위에 타 있던 아서와 그레모리가 빠르게 몸을 숨겼다.
아직 자신을 내보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되어서였다.
모든 것은 단계가 있는 법.
아직 아서는 다프와 대면할 만큼 급박하진 않았다.
교묘히 병력을 움직여 더더욱 도발했다.
네 개의 나무배에 올라탄 병사들이 배를 띄웠고, 때마침 황금마차와 80의 카우족이 도착했다.
“이 X새끼들!”
다프는 거친 숨을 크게 몰아쉬었다.
그는 주변에 추가로 떠 있는 나무배를 볼 수 있었다.
“모두 올라라!”
다프의 명령을 듣지 않는 이는 없었다.
카우족도 그의 흉포함에 겁을 덜컥 집어먹을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오르딘 군주의 머리를 크게 두들긴 자가 아니던가.
물론 반항심이 생기지 않는 건 아니다.
하지만 자신들의 군주 오르딘이 그것을 원치 않을 걸 않기에 그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오필리스강에 띄워진 배를 보고 의아해하는 이는 많이 없었다.
오필리스강 곳곳에는 군주들이 버리고 간 배나 군주들이 다른 영지와의 거래를 위해 놓고 간 배가 많았다.
배도 골드 상점을 통해 구매할 수 있는데, 가격은 크게 비싼 편은 아니다.
특히나 나무배의 경우 가장 싼 편에 속한다.
그런데 지금 바로 코앞에서 적들이 배를 띄워 달아나자 다프는 눈이 돌아버려 배에 병력을 이끌고 탑승한 것이다.
카우족은 성인 남성보다 조금 더 체구가 컸기에 여러 개의 배에 여덟씩 병력을 나눠 타야만 했다.
그 틈에 끼어 있는 다프 군주는 황금마차는 뒤로 내팽개친 지 오래였다.
여기에서 놈들을 모두 죽이리라는 마음뿐이었다.
“저어라!”
“음머어어!”
카우족들이 힘껏 노를 젓기 시작했다.
카우족들이 탄 배가 빠른 속도로 병력을 뒤쫓았다.
하지만 반대로 발카스 영지 병사들은 노를 느슨하게 젓고 있었다.
어느덧 발카스 영지의 나무배는 오필리스강의 중간 지점까지 나아갔다.
다프가 타고 있던 나무배가 선두에서 5m까지 거리를 좁혔다.
“더 빨리!”
뱃머리에 선 다프가 당장 놈들을 찢어 죽이겠다는 듯 외쳤다.
그리고 인근에 숨어 있는 아서는 볼 수 있었다.
황금마차에서 몽둥이찜질을 당한 듯 보이는 하운드족 한 마리를.
그는 다프에게 흠씬 맞은 듯했지만 배에 탑승한 다프에게서 걱정 어린 눈을 한시도 떼지 않으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있었다.
‘미친놈.’
아서는 다프를 사납게 노려봤다.
자신의 대리인을 저렇게 패다니.
또 그는 모를 것이다.
지금 그가 이렇게 개 패듯이 팬 저 올리아라는 하운드족이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시크릿 유닛이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