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주회귀록-66화 (66/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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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회귀록 066화

22장 단물 빨아먹기

“끼이잉, 군주님. 바일르 숲입니다.”

“드르렁, 피유유, 드르렁, 피유유.”

“……끼잉, 구, 군주님?”

올리아는 술에 취해 떡이 되어 잠이 든 그를 불렀지만 다프는 미동도 없었다.

오르딘 군주에게 빼앗은 병력은 가장 선두에 서서 나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들은 자연스레 숲 안으로 들어갔다.

전쟁 모드가 발발한 지 몇 시간.

아직 상대편이 이쪽의 위치를 찾아냈을 리는 만무했다.

반대로 다프 군주는 브록 군주로부터 발카스 영지의 위치에 대해 전해 들었다.

매복이 있을 리 없었다.

그랬기에 올리아도 안심했다.

‘끼잉, 전쟁 전에 숙면은 컨디션 회복에 도움이 될 겁니다.’

머저리 다프였지만 올리아는 그에게 이불이라도 덮어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황금마차가 바일르 숲 중간 지점쯤 갔을 때.

갑자기 주변에서 기이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푸쉬이이익!

푸쉬이이익!

주변에 자라나 있던 초록 꽃들이 정체 모를 기체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초록빛을 띠는 기체였다.

“낑낑, 구, 군주님!”

당혹한 올리아가 서둘러 그를 깨웠다.

그렇지만 일어나질 않았다.

“컹컹컹, 군주님!”

결국 그가 짖었다.

“음냐암, 엄마. 엉덩이는 때리지 마요!”

다프는 정체 모를 잠꼬대를 하며 잠에서 깨어났다.

“허억?!”

깜짝 놀라 일어난 다프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무안했던 듯 몽둥이를 집어 들었다.

“감히 내 단잠을 깨워? 이 쓸모없는 X새끼!”

“컹컹, 군주님. 주위를 둘러보십시오!”

다프가 그 말에 주위를 둘러봤다.

그리고 미간을 구겼다.

“헉……? 폭사꽃?”

올리아는 몰랐지만 다프는 그 꽃의 정체에 대해서 알았다.

폭사꽃은 포르데일 땅에선 흔히 채취할 수 있는 꽃이었다.

주로 독을 뿌리는 데 사용됐다.

폭사꽃 앞으로 물이나 독을 컵 같은 것에 담아놓으면 폭사꽃이 저절로 줄기를 컵에 꽂아 독이나 물을 빨아먹는다.

그리고 약 25분 정도 후에 그걸 꽃잎으로 분출해 낸다 하여 폭사꽃이라 불린다.

이 폭사꽃은 뿌리만 온전하게 뽑으면 시들지도 않고 다시 심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커헉?!”

[바라스의 독을 맞으셨습니다. 마비가 시작됩니다.]

다프는 깜짝 놀랐다.

생각지도 못한 독이 호흡기를 통해 폐부 깊숙한 곳으로 들어왔다.

모든 병력이 일제히 들은 알림이었다.

서서히 마비가 시작됐다.

“바라스? 바라스가 뭐지?!”

다프 군주는 바라스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

당연했다.

앞으로 미래에나 나올 이벤트용 몬스터니까.

하지만 확실한 건.

“음모어어! 모, 몸이 둔해졌다.”

“음머어, 억?! 몸이 둔해졌습니다, 군주님!”

카우족들은 당혹했고.

곧이어.

“쏴라!”

수풀에 숨어 있던 발카스 영지의 병사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그 선두에 선 랜은 아서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너희는 지금 군주보호기간이 끝난 영지의 병사들보다 약하지 않다. 하지만 정말 힘겹게, 폭사의 꽃이 아니면 이길 수 없었던 것처럼 행동해서 적을 교란시켜라.’

아슬아슬하게 승리를 받아내라는 말이다.

즉, 그들을 속여라.

‘그래야 우리가 놈들 단물을 쪽쪽 빨아먹을 수 있거든. 다프는 머저리다. 세상에 전쟁 모드가 발발한 상태에서 술을 마시다니, 놈들은 여유롭게 오고 있으니 너희는 최대한 빨리 바일르 숲에 도달해라. 나는 그다음의 판을 짜놓고 있으마.’

랜과 병력은 아서가 캐시 상점에서 구매해 준 말을 타고 허겁지겁 달려왔다.

다프 군주가 술을 마시며 재잘재잘 떠들 때, 아서는 질주의 매로 그들을 미리 파악하고 이곳에 그들을 보낸 것이다.

퓩퓩퓩!

숨어 있던 발카스 영지의 병사들이 쏜 화살에 적군들이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거기에 몸까지 둔해지고 있었다.

“이 새끼들!”

“흐앗!”

수풀에 숨어 있던 발카스 영지의 병사들이 무기를 치켜들고 달려 나갔다.

그들을 지휘하던 랜이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철퍼억!

“커허억?”

얼굴로 넘어져 코피를 질질 흘리면서 벌떡 몸을 일으킨 랜.

‘이 정도면 만만해 보이려나?’

모두 그의 만만해 보이려는 계획된 행동이었던 것이다!

“죽어라!”

푸욱!

푸욱!

“음머!”

“으, 음머…… 아, 아프다!”

병력은 처참히 쓸려 나가고 있었다.

마비로 인해서였다.

다프 군주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이, 이런 병신 같이 허술한 병사들한테 당하다니. 오르딘, 대체 병사들 훈련을 어떻게 시킨 거냐!”

“그, 그게…….”

오르딘의 병력 50을 제외하고 루시아 군주나 혹은 남은 카우족들은 절대 참전해서는 안 된다.

오르딘은 억울하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본래 연맹에 드는 이유는 지원과 병력 훈련 도움 등을 받기 위함인데, 그는 소연맹장 다프로부터 빼앗겼으면 빼앗겼지 병사 훈련에 대한 도움을 받은 적이 없었다.

그래놓고 저리 뻔뻔하다니.

“죽어라!”

미끌.

투욱!

“……흐이이익!”

“음머어, 거기 서랏!”

랜은 속으로 만족해했다.

‘자식들이 연기 하나는 기가 막히는구나.’

병사 한 명이 검으로 카우족을 베려다 오히려 검을 놓쳐 버렸다. 마비가 시작되어 느려졌던 카우족이 떨어트린 검을 보며 느릿느릿 쫓아갔다. 그러자 연기한 병사가 도망치는 흉내까지 냈다.

촤아악!

랜이 또 다른 카우족 한 명을 베어내며 주변을 둘러봤다.

아무리 허술하게 연기해도 그들은 지금 갈수록 느려지고 있었다.

‘이런 대단한 독을 가지고 계시다니.’

랜은 또 한 번 군주님께 감탄했다.

쿠우웅!

결국 다프가 마차에서 뛰어내렸다.

그는 갑옷도 채 입지 않고 자신의 커다란 바스타드 소드를 들고 내려섰다. 그리고 그를 향해 마주 달려 나가는 사내가 있었다.

바로 로든이었다.

맹렬히 달리던 로든이 우뚝 멈춰 서더니 뒷머리를 긁적였다.

-아차차, 이러언 큰 실수를!

그의 연기는 왕국 제일 바보처럼 끔찍했다.

-실수로 검을 놓고 와버렸네?

랜은 이마에 손을 짚었다.

‘로, 로든 경…….’

로든은 요즘 아서의 명에 따라 병력의 훈련을 도와주고 있었는데, 아주 잔혹하고 피도 눈물도 없었다.

하지만 가르치는 실력 하나만큼은 일품.

그러나 그의 연기 실력은 영 아니었다.

-이걸 어쩌지?

책을 읽듯 딱딱한 대사.

랜은 맞장구 쳐주기로 했다.

“제 검을 쓰십시오.”

-고맙다, 역시 너밖에 없구나, 랜. 넌 정말 훌륭하고 멋진 대장이야.

“예, 알겠으니 어서…….”

랜은 차라리 대사라도 안 치면 낫겠다고 생각했다.

-이놈, 받아라. 나의 정의의 검을!

로든은 거기에 납득 안 되는 애드리브까지 치고 있었다.

태에엥!

랜이 보기에 더 황당한 건 다프는 그걸 알아채지 못하고 납득하고 있다는 거였다.

다프는 자신의 다리에 묶여 있는 군주의 족쇄를 내려다봤다.

‘빌어먹을……!’

이런 옹졸하고 허접한 놈들에게 당하다니.

태에엥!

다프가 힘껏 그의 검을 쳐냈다.

뒤로 튕겨 나간 로든이 땅바닥에 철퍼덕 쓰러졌다.

비록 연기 실력은 꽝이었지만 로든은 다프의 모든 수를 읽어내고 있었다.

군주의 족쇄를 차지 않았다면 다프의 모든 스탯은 로든을 훨씬 압도한다.

하지만 현재 다프는 군주의 족쇄를 차고 있으며 로든은 명실공히 왕국제일검.

로든은 당하는 연기를 하는 거다.

그를 향해 다프가 바스타드 소드를 힘껏 치켜들었다.

콰지익!

-히익, 정말 위험했군!

내려찍는 바스타드를 팔로 기어 가 피해낸 로든.

어느덧 주변 정리가 끝났다.

[배정된 50명의 병력을 모두 잃으셨습니다.]

[아서 군주와의 전쟁 모드에서 패배하셨습니다.]

[배팅된 1만 골드를 빼앗기셨습니다.]

“와아아아!”

“이겼다!”

발카스 영지 병사들이 환호했다.

그들은 서로 얼싸안고 좋아하고 있었고 로든은 서둘러 몸을 빼내어 도망치듯 병사들 틈에 스며들었다.

다프가 다른 병력을 죽이지 못하게 막으면서 교묘히 시간을 끈 것이다.

다프의 표정은 처참히 일그러지고 있었다.

‘내가…… 내가 저런 병신들한테…… 말도 안 돼!’

허술한 전술, 허술한 병력, 머저리 같은 검술 실력까지.

저따위 것들한테 자신이 당하다니?

‘방심. 만약 폭사의 꽃에 당하지만 않았다면…… 내가 이겼어. 분명히.’

다프는 술기운이 확 달아나는 기분이었다.

발키리 총연맹의 다른 간부들에게 웃음거리가 될 생각에.

‘호호, 쌤통이다.’

그의 뒤에 있는 루시아 군주는 쌤통이라는 듯 다프 군주 모르게 실실거리며 웃고 있었다.

반대로 50의 병력을 순식간에 잃어버린 오르딘 군주는 울상이었다.

“끄아아아아, 이런 빌어먹을!!!”

정해진 규칙.

사실상 검증은 끝났다.

패배한 것은 사실이니까.

그리고 발카스 영지의 병사들은 서둘러 몸을 빼내고 있었다.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다는 듯.

그에 분해 있는 다프 군주는 당장 뭐라도 이 좆같은 기분을 해소할 게 필요했다.

“왜 미리 안 깨웠어, 이 X새끼야!”

“끼이잉…… 끼잉…… 너무 곤히 잠드셔서…….”

마차에 오른 다프가 두터운 몽둥이를 집어 들었다.

어느덧 올리아는 매번 매를 맞을 때처럼 처량하게 배와 턱을 바닥에 붙이고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막 다프가 몽둥이찜질을 하려던 그때!

[아서 군주가 새로운 형식의 전쟁 모드를 제안합니다.]

[아서 군주의 ‘제안’을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 * *

오필리스강.

그 앞에 서 있는 그레모리는 아서의 설명을 듣고 감탄했다.

“적의 상황을 보고 그 정도까지 읽어내셨단 말입니까?”

아서는 뒷짐을 지고 오필리스강을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군주님이십니다.”

그레모리는 신나 있었다.

랜에게 되도록 어설퍼 보이라는 연기를 하라고 했을 때 그레모리는 의아했다.

그러나 아서는 이미 질주의 매를 이용해 적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

다프 군주는 쓸데없이 불쌍한 군주 두 명을 이끌고 진격하고 있었다.

뒤에 붙은 군주들은 말 그대로 그의 자존감을 올려주고 치켜세워 줄 ‘장식용’에 지나지 않다.

하지만 그 덕분에 아서는 녀석을 상대로 ‘단물까지 쪽쪽 빨아먹기 전략’을 세울 수 있었다.

사람들은 참으로 단순하다.

어설픈 상대에게 패배하면 이런 생각을 한다.

‘다음에는 이길 수 있을 것 같은데.’

물론 어설퍼 보이겠지.

하지만 아서는 질주의 매가 플레안 평지에 이르렀을 때 은빛 날개의 세트 효과를 이용해 ‘투명화’시켰다.

그다음 약 30분 동안 주시했다.

마차의 속도, 그리고 병력의 숫자, 다프의 상태.

그리고 녀석이 술을 마실수록 추후 어떤 일이 일어날지 등등을 모두 파악해 봤다.

물론 모든 계산은 ‘변칙’을 염두에 두지만 바보 같은 다프는 다행히 그 계산대로 행동했다.

그리고 아서는 지금 ‘으, 한 판만 더 하면 이길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는 그에게 먼저 전쟁 모드를 제안했다.

술에 취한 다프.

다음엔 이길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럼 어떻게 될까?

[다프 군주가 새로운 형식의 전쟁 모드 제안서에 서명하셨습니다.]

[다프 군주와 아서 군주의 전쟁 모드가 시작됩니다.]

[2만 골드가 배팅됩니다.]

예상처럼 또다시 미끼를 물었다.

아서는 놈의 1만 골드를 빼앗고 기존의 1만 골드를 합쳐 2만 골드를 배팅했다.

그리고 놈도 2만 골드를 추가 배팅했다.

저걸 먹으면? 4만 골드가 된다.

아서는 1만 골드로 단숨에 3만 골드를 버는 셈.

그리고 여기서 끝내지 않을 생각이다.

정말 단물까지 쪽쪽 빨아 개털로 만들어 버릴 생각이다.

막 그 계획을 실천에 옮기려던 때에 아서에게 알림이 울렸다.

띠링!

[튜토리얼 퀘스트 4단계. 군주보호기간이 끝난 영지와의 전쟁에서 승리 완료.]

[퀘스트. 4단계 튜토리얼 모두 완료.]

[10,000캐시를 얻었습니다.]

파앗!

아서의 품속에 있는 군주 육성기가 품속에서 스스로 빠져나왔다.

아서는 혹시라도 원칙의 ‘전쟁 모드’가 아니어서 반응하지 않으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이었다.

군주 육성기는 몽롱한 푸른빛을 흩뿌리며 허공으로 두둥실 날아올랐다.

곧이어 울린 알림.

띠링!

[군주 육성기가 강화됩니다.]

“……강화?”

아서의 동공이 진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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