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
군주회귀록 065화
시크릿 유닛을 만들어내기 위해선 말 그대로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정말 어울리지 않는 밸런스의 유닛을 조합해서 찾아내거나 혹은 이처럼 정말 무모한 짓을 하거나.
그 때문에 시크릿 유닛은 찾아내기만 한다면 조합에 실패란 없었다.
거기에 추가적인 것.
‘먼저 시크릿 유닛을 뽑은 자가 있으면 다른 누군가는 같은 행위를 반복해도 뽑을 수 없다.’
같은 행위를 반복해서 얻으려고 한다면 무조건 실패한다.
시크릿 유닛 중에서 질주의 매는 가장 쉽고 빠르게, 대신 넉넉한 골드를 들여 얻을 수 있는 존재라고 할 수 있었다.
‘내 머리엔 열둘의 시크릿 유닛의 정보 또한 들어 있다.’
그들은 다양한 재료와 다양한 유닛들, 다양한 변칙을 이겨내고 조합해야 이루어질 것이다.
아서가 막 병영을 이용해서 열의 병력을 새로 뽑으려던 때였다.
[다프 군주가 새로운 형식의 전쟁 모드를 제안합니다.]
[다프 군주의 ‘제안’을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전쟁 모드는 틀에 박혀 있는 모드도 존재했지만 이처럼 특수한 경우의 ‘제안’도 가능하다.
이 제안은 보통 군주가 운영자에게 건의하여 받아내고 상대편 군주도 수락해야지만 수립된다고 볼 수 있다.
“제안을 열람한다.”
아서는 망설이지 않고 제안을 열람했다.
(다프 군주의 제안)
군주의 말: 나 다프 군주는 군주보호기간에 있는 아서라는 건방진 군주에게 새로운 형식의 전쟁 모드를 제안한다.
방식:
⦁군주 다프는 이제 막 군주보호기간이 끝난 영지의 병력 50을 지원받아 전쟁에 참가한다.
⦁군주 다프는 5단계까지 존재하는 군주의 족쇄를 5단계까지 채워 아서 군주와 밸런스를 맞춰 낮은 능력치로 전쟁에 참여한다.
⦁양측 군주는 모든 병력이 사망했을 시 패배가 인정되고 패배한 군주는 상대편 군주에게 1만 골드를 빼앗긴다.
⦁아서 군주는 특별한 제재를 받지 않고 전쟁에 참가할 수 있다.
⦁군주끼리 서로 죽이지는 아니한다.
⦁추가로 발키리 총연맹에 소속된 두 명의 군주도 관전을 위해 참가한다. 이는 그들의 훈련 목적이며 아서 군주가 작성한 ‘아서 군주에 대한 비밀 누설 금지’에 대한 군주의 서를 작성했음을 알린다.
피식.
아서는 웃었다.
정말 입이 찢어져라 웃었다.
“쯧쯧.”
그리곤 혀를 찼다.
위의 방식은 모두 다프가 제안하고 만들어낸 룰이다.
이 위의 내용만 봐도 알 수 있다.
놈은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고 자만하고 있었다.
‘군주보호기간에 있다는 게 오히려 내겐 무기가 되는 건가.’
브록은 아서에 대해 열심히 피력했다.
하지만 실제라고 밝혀지지 않은 사실들이었다. 다프는 더욱더 믿지 않았을 것이다.
원래 대인배인 척하는 쫄보 소인배들이 의심이 많은 법.
아서는 마지막 조항을 보며 재밌는 생각이 들었다.
‘군주 두 명이 관전한다?’
그 때문에 혀를 찬 것도 있다.
분명히 저기에는 ‘훈련 목적’이라고 적혀 있지만 아서는 그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지가 얼마나 대단한지 지 밑의 것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거지. 진짜 병신 새끼도 아니고.’
아서는 브록 군주에게 자신이 작성한 군주의 서를 무더기로 쥐여서 보내줬다.
아마도 그중 여러 장을 다프 군주가 챙겼던 듯싶다.
아서에게 기발한 생각이 들었다.
‘놈의 골드를 모조리 빼 올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몰라.’
일명 다프 골드 털어먹기 대작전.
아서는 일단 서명하기로 했다.
그는 눈앞에 뜬 홀로그램의 서명란에 쓰여 있는 다프의 이름 옆으로 자신의 이름을 서명했다.
홀로그램이 푸른색 빛을 머금었다.
[다프 군주의 새로운 형식의 전쟁 모드 제안서에 서명하셨습니다.]
[다프 군주와 아서 군주의 전쟁 모드가 시작됩니다.]
[1만 골드가 배팅됩니다.]
아서는 어느새 인근의 나뭇가지 위에 사뿐히 내려앉아 자신을 보고 있는 질주의 매를 보았다.
녀석이 가진 특수 능력.
한 달에 한 번 군주 추적이 가능하다.
아서가 알기로 이 능력은 완전히 위치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지도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군주 추적. 다프.”
아서의 앞으로 지도가 떠올랐다.
지도에서 다프는 붉은 점으로 표시되어 있다.
‘플레안 평지.’
그곳에서 포르데일 땅까지 느긋하게 쉬어주며 진격한다고 가정한다면 하루는 꼬박 걸릴 거다.
아서는 지도를 하나하나 짚어보기 시작했다.
전쟁 모드가 시작되었다는 건 다프가 이미 병력 50을 모았다는 것이 된다.
아서는 플레안 평지를 손가락으로 짚었다.
그다음 쭈우욱 내려 봤다.
‘첫 번째로 그들이 지나쳐야 할 곳은 바일르 숲이다. 그다음 그들의 행군지와 우리 영지 사이에 있는 오필리스강을 건너야 한다. 그 사이에는…… 오호. 만약의 수를 대비해 미션도 있군.’
아서의 입가에 진득한 미소가 맺혔다.
아직 완전한 설계를 짜긴 이르다.
놈들이 지금 어느 정도의 속도로, 또 어떠한 병력으로 움직이는지 파악되지 않았으니까.
그는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매에게 신호를 보냈다.
“플레안 평지로 가라.”
피이이이!
질주의 매가 하늘 위로 엄청난 속도로 솟구쳐 올랐다.
아서도 감탄할 정도의 빠른 속도였다.
서서히 멀어지는 질주의 매는 순식간에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그다음 아서는 남아 있는 배팅된 1만 골드를 제외하고 2만 골드를 소모해 D급 병력 열 명을 구매했다.
아서는 대체로 부리는 유닛으로 인간을 크게 선호하는 편이었다.
“출정을 준비해라.”
“예!”
그레모리가 힘차게 답했다.
출정 준비가 끝났을 때쯤 질주의 매는 플레안 평지에 도착할 것이다.
* * *
거대한 황금마차.
그 마차를 끄는 말은 흑마 두 마리와 백마 두 마리였는데 무척이나 화려했다.
마차에 앉아 다리를 꼬고 위스키를 들이켜는 사내는 뚱뚱하고 대머리였는데, 그가 군주 다프였다.
그는 자신의 무기, 갑옷도 마차 한구석에 처박아놓고는 술을 들이켜고 있었다.
움직이는 마차의 뒤로는 초라해 보이는 두 개의 마차가 황금마차를 뒤따르는 중이었다.
다프 군주가 키우는 두 명의 군주였다.
이제 막 군주보호기간이 끝난 군주 둘은 진절머리를 쳤는데, 한 명은 여성이었고 한 명은 남성이었다.
‘저 돼지가 또 뭘 하려는 거지?’
‘저런 또라이 새끼가 소연맹장이라고? 발키리 총연맹에 들어왔을 땐 정말 기뻤는데.’
그들은 속으로 다프를 험난하게 욕하고 있었다.
그는 대뜸 오르딘 군주의 브리드 영지에 쳐들어와 병력 50을 빼갔다.
오르딘 군주는 겨우겨우 힘겹게 육성해 낸 50명의 병력을 눈물을 흘리며 빼앗겨야 했다.
보통 이런 경우라면 그에 합당하는 보상을 줘야 한다.
오르딘 군주가 알기로도 소연맹장들이 무력으로 휘하에 있는 군주의 것을 빼앗는 것은 카일 총연맹장이 금지했다.
하지만 욕심 많은 다프가 그런 걸 신경 쓸 리 없었다.
그저 ‘내가 이놈들 좀 데려다 쓰지!’ 하고 개차반처럼 굴었다.
뿐인가?
그 인근에 위치해 있는 하나의 영지에도 덩달아 쪽지를 보냈다.
쪽지의 내용은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오늘 트롤 소연맹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는 날이다. 너에게 내가 어떻게 애송이 군주를 징벌하는지 보여줄 생각이니, 와서 관전하도록.’
참나.
어이가 없어도 너무 없는 말이었다.
한창 영지 운영에 바쁜 군주들에게 도움을 주기는커녕 이런 걸로 시간을 낭비시키다니.
‘낙오자들은 어쩔 수 없다 이건가.’
두 군주가 씁쓸한 표정으로 눈을 맞췄다.
어쩌면 당연한 처사였다.
운 좋게 발키리 총연맹에 들어왔지만 그들은 발키리 총연맹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즉, 낙오자.
때문에 각 소연맹에서 그들을 다프 군주가 소연맹장인 ‘브라큰’에 보낸 거다.
말 그대로 폐기 처분인 셈이다.
바보가 아닌 이상 어지간한 군주들은 알고 있다.
다프 군주의 소연맹은 발키리 총연맹에서 버려지는 쓰레기들이 모이는 곳임을.
그런데.
정말 그런데.
정작 다프 군주만이 그 사실을 모른다.
자신이 쓰레기를 담는 쓰레기통이라는 걸.
“크하하하. 카일 총연맹장님이 나를 얼마나 신뢰하시는지 너희는 아마 모를 거다. 나의 신의 방패 부대를 보면 떨지 않는 이가 없어!”
벌컥벌컥!
위스키를 병으로 들이켜는 다프는 그렇게 쩌렁쩌렁 외쳐대었다.
그래, 군주 두 명만이 참전하면 좋았다 이거야.
군주 둘은 힘에 겨워하는 병력을 돌아봤다.
“음머어어, 군주님…… 저희가 이 말도 안 되는 행군을 왜 해야 하는 겁니까.”
“음머어, 음머어.”
“끼리릭, 끼리릭…….”
두 명의 군주들도 병력을 이끌고 왔다.
오르딘 군주는 남아 있는 병력까지 탈탈 털어 데려왔는데, 그는 카우족을 병력으로 부리고 있었다.
카우족.
이족보행하는 소로서 몸집은 성인 남성보다 조금 더 큰 편이고 하체는 소의 것이지만 팔만큼은 인간의 것과 흡사했으며 손가락은 세 개였다.
놈들은 대체로 인간보다 강한 힘을 발현하는 반면, 속도 면에서는 조금 굼떴다.
두 명의 군주는 자신들이 이곳에 왜 왔는지 알았다.
그저 다프 군주에게 ‘어머, 대단하십니닷!’, ‘역시 다프 군주님이십니다’ 하고 띄워주기를 위해서 온 것임을.
‘X새끼.’
‘오크 똥꾸멍 같은 놈.’
군주들은 뒤에서 열심히 다프 군주를 욕했다.
“크하!”
다프 군주는 위스키 병을 마차 밖으로 던져 버리고는 다시 한 병을 깠다.
띠리릭
“끼잉낑…… 군주님, 더 이상 음주는 좋지 않습니다.”
그 옆에 개 목줄에 묶여 있는 이가 있었었는데, 체중이 10㎏이 될까 말까 할 정도로 작았다.
군주 대리인 하운드족 올리아였다.
하운드족은 몸은 인간의 것이었지만 전체적으로 털이 듬성듬성 자라 있었고 또 이족보행을 했다.
얼굴은 개의 것으로 종류는 다양했는데, 올리아는 푸들의 머리였다.
보통 푸들은 개중에서 활발하고 영리함의 대명사라 불린다.
털의 색은 갈색, 하얀색, 검은색 등 다양한 편이었는데, 군주 대리인 올리아는 조금 더 특별했다.
붉은색.
올리아는 털 색깔이 완전히 붉었다.
“술을 마시고 전쟁 모드에 임하시다니요.”
그 말을 들은 다프 군주가 미간을 구겼다.
“닥쳐라, 놈! 그깟 애송이 군주 하나 잡는데 술 좀 마시는 것이 뭐가 대수라고!”
“하, 하오나…….”
“닥치고 있어라. 네놈의 그 털만 보면 불길해 죽겠으니. 안줏거리로 네놈을 삶아 먹을 수도 있어. 쓸모없는 놈 같으니.”
“…….”
올리아는 입을 꾹 다물며 한숨을 쉬었다.
‘끼잉낑…… 군주님, 어찌 전쟁을 앞두고 술을 드십니까. 당신을 원망하는 눈초리가 보이질 않으신 겁니까?’
다프 군주는 올리아를 볼 때마다 불길하다며 욕을 하곤 했다.
또 매일같이 네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올리아의 목에 목줄을 걸기도 했다.
세상에.
군주 대리인의 목에 목줄을 걸다니.
하지만 그럼에도 하운드족인 올리아는 다프의 걱정부터 하고 있었다.
하운드족은 대체로 충성심이 강하기로 유명하다.
자신을 죽이려고 몽둥이로 두들겨 팬 군주 앞에서도 죽기 전까지 그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는 일화는 아스가르드 대륙에도 유명하게 전해진다.
‘끼잉낑, 무능한 저를 미워하시는 건 당연합니다.’
그리고 그처럼 올리아는 다프의 처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운드족 대리인을 두고 있는 몇몇 군주가 존재했다.
이 하운드족 대리인은 꽤 특별한 축에 속했고 골드 상점으로 구매할 수 없다.
그래서 많은 군주가 하운드족 대리인을 뽑으면 중간은 간다고 한다.
그 이유엔 여러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그들은 엄청나게 뛰어난 후각으로 주변 지형지물, 또는 적을 파악하고 추적하는 데 특기를 가졌다.
두 번째로 소리를 듣고서도 적의 숫자를 예측할 줄 알았다.
하지만 대리인 올리아는 적의 냄새를 잘 맡지도, 소리에 민감하지도 않았다.
인간만큼 퇴화되어 있었다.
그래서 다프 군주가 그를 쓸모없다 말하는 것이다.
‘끼잉낑, 내가 열심히 하는 게 군주님께 도움이 되는 길이다.’
목줄이 채워진 채에도 그리 생각하는 올리아의 충성심은 멍청해 보일 정도였다.
“음머어, 숲입니다!”
그때 바일르 숲이 올리아의 눈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