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주회귀록-64화 (64/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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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회귀록 064화

21장 질주의 매

‘그곳엔 왜?’

‘아버지를 따라 위대한 기사가 되고 싶다고 하면 될까요.’

‘그래, 너라면 잘 해낼 거라 믿는다.’

그것이 대화의 끝이었다.

고마운 사람이다.

뚜렷하게 묻지 않고 묵묵히 자신이 하는 일을 믿어주는.

물론 위의 대답은 반은 거짓이고 반은 진실이다.

‘4년 후에 던전 마스터들의 총공격이 감행된다. 그때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을 빼앗겼어.’

아스간 대륙을 게임의 필드로 잡은 던전 마스터들은 지금도 아스간 대륙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제국 간의 싸움도 싸움이지만 던전 마스터들를 몰아내기 위한 싸움도 끝나지 않고 있었다.

‘살려야 하는 이도 많아. 그리고 증표도 받아야 하고.’

던전 마스터들의 총공격이 감행된 날을 대륙인들은 ‘절망의 날’이라고 불렀다.

그 절망의 날 이전에 사람들은 항상 아쉬워했다.

7클래스 대마법사 고르만 살아 있었어도, 용병왕 묠르만 살아 있었어도, 또는 대장군이라 칭송받던 바르벨이 살아만 있었어도.

아스간 대륙인들이 그토록 밀리진 않았을 텐데 하고.

아서가 전쟁터로 떠나는 이유는 그들을 살리기 위함이다.

일단 이름을 대륙 곳곳에 알려야 했다.

그리고 아서는 그들을 통해 약탈자의 반지로 퀘스트를 받아낼 수 있을 거다.

재능, 혹은 힘 있는 자를 찾아내면 약탈자의 반지는 스스로 반응할 테니까.

퀘스트, 그리고 마스터의 증표를 함께 얻으리.

이 마스터의 증표는 마스터라고 명명된 자는 모두 가지고 있으며 이는 딱 한 사람에게만 줄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은 마스터의 증표를 준 이들에게 무조건적으로 ‘한 번’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이 마스터의 증표를 열두 개 모은 사람은 로드 마스터라고 불렸다.

어떠한 제국이든, 왕국이든, 그에 억압받지 않고 로드 마스터에 선 자에게는 모든 마스터가 명령에 따라야 한다고 전해졌다.

단, 최소한의 도덕 내에서.

아서는 전생에서 고작 세 개밖에 얻어내지 못하였다.

그들을 현실에서 부릴 수 있는 통치권, 그리고 군주게임에선 그들과 닮은 유닛으로.

그것이 현재 아서의 현실 목표다.

그리고 오르웬.

그녀는 프라스로 돌아갔다.

아서는 그녀에게 첩자가 누구인지까지만 말해주었다.

‘믿을 수 없어.’

그녀는 경악했고.

‘아직은 때가 아닙니다.’

아서는 기다리라고 했다.

자신이 프라스로 갈 때까지.

전쟁터에서 활약하다 보면 금방 프라스로 갈 것이다.

아직 마법사 브락이 벌였던 학살 사건이 발발하기 훨씬 전이었으니까.

아서는 몸을 돌렸다.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

아서는 군주게임을 생각해 보았다.

며칠은 그레모리에게 맡겼다.

하지만 이젠 전쟁이 코앞이었다.

101명의 군주 다프.

아서는 그를 너무도 잘 안다.

‘쓰레기 같은 놈.’

아서의 입이 비틀어졌다.

자택으로 걸어가는 아서의 군주 육성기가 황금빛을 흩뿌렸다.

남들은 보지 못할 광활한 빛이 아서를 감싸며 군주게임에 접속되었다.

* * *

군주게임.

아서가 다프를 처음 만난 것은 군주게임을 시작하고 2년 후였다.

아서가 처음 다프를 만났을 때 그 생각은 딱 이러했다.

‘이런 머저리 새끼가 101명의 군주라고? 101명의 군주를 뽑는 기준이 도대체 뭐야?’

그는 다혈질적이면서도 이기적이고 전략 전술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오만한 군주였다.

오로지 전진, 전진, 전진.

할 줄 아는 게 전진밖에는 없는 머저리.

101명의 군주라고 해서 모두가 같은 급은 아니다.

101명의 군주 중 스무 명만이 A급에서 S급 사이.

그 밑의 군주들는 대부분 A급 정도였고 좀 더 낮으면 B급에서 막 A급이 된 자들이었다.

그리고 다프 군주는 A급에서 B급이 되는 시스템이 없는 게 참으로 다행이라 여겨야 할 군주였고.

사실상 그는 101명의 군주 중 가장 최하위권이었다.

그럼에도 그가 전생에서 그 자리를 고수할 수 있었던 이유.

그 이유를 현재의 다른 이들은 몰랐지만 아서만은 알고 있었다.

현재 아서의 영지 총레벨은 7로 업그레이드되었다.

보통 0에서 1로 건축하는 게 시간이 오래 걸리지, 다른 군주들도 1로 건축 후 업그레이드하는 데 몇 개월씩 걸리진 않는다.

1에서 2로 업그레이드는 보통 2일, 2에서 3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데 3일.

이런 식으로 며칠씩 추가될 뿐이었다.

“서른 명의 병력으로 전쟁을 치르는 건 무리가 있겠지.”

병영 앞에 서 있는 아서.

그의 옆엔 그레모리가 함께 있었다.

이미 아르한 영지의 모든 것은 회수한 상태였다.

꽤 넉넉한 보상을 얻을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영지 총레벨 2를 올리는 쾌거를 이륙해 냈다.

“병영을 지정 업그레이드한다.”

아서는 카샤스와의 전투에서 그의 지정 업그레이드를 가져왔다.

총 5레벨+가 가능하다.

이제 병영은 7레벨이 아니라 12레벨의 힘을 낼 수 있게 된다는 의미였다.

병영 12는 군주 등급으로 봤을 때 C급의 군주가 부릴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영지 총레벨은 7.

때문에 이벤트에 참여하는 데는 문제가 전혀 없다.

“대단한 능력이군요. 병영의 레벨이 12라니…….”

그레모리는 이젠 더 이상 경악할 것도 없다는 듯이 꽤 담담히 받아들이는 듯했다.

아서는 그녀를 돌아봤다.

“그레모리.”

“예, 군주님.”

“만약 시속 500㎞로 하늘을 나는 매가 있다면 믿을 수 있겠나?”

“예?”

그레모리는 정체 모를 이야기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시속 500㎞?

“시속 500㎞는 아니지만 천리의 매는 자그마치 시속 350㎞까지 날아간다는 이야기는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천리의 매.

나쁘지 않은 매로서 유니크 유닛으로 분류된다.

아니, 일반 매가 시속 200㎞로 날아간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나쁘지 않은 매가 아니라 좋은 매일 것이다.

‘그런 머저리를 상대하는 데는 3만 골드면 충분해.’

병영 레벨 10이 되면 이제 군주는 ‘유닛 융합’을 사용할 수 있다.

‘제대로 된 영지전을 앞두고 그 녀석을 얻을 수 있게 되었어.’

아서는 먼저 캐시 상점을 오픈했다.

캐시 상점에 ‘융합서’가 판매하고 있었다.

본래 융합서는 영지 총레벨 10을 달성하면 시스템이 주거나 혹은 퀘스트로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아서는 캐시 상점에서 구매 가능했고 가격은 5천 캐시였다.

아서는 망설이지 않고 융합서를 먼저 구매했다.

그의 손에 융합서 양피지가 생겨났다.

그레모리는 또다시 아서가 뭘 하려나 싶어 의아해하는 한편, 지켜보기로 했다.

‘군주님을 믿으니까.’

아서는 자신이 하지 못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 하였다.

아서는 골드 상점을 오픈했다.

정찰용 매를 한 마리 구매했다.

피이이이!

정찰용 매가 아서의 머리 위에서 날았다.

정찰용 매는 본래 12시간 기준으로 이용하는 데 1,000골드를 소모한다.

소모품이라는 걸 생각하면 다소 비싼 수준일지도 모른다.

아서는 또다시 정찰용 매를 구매했다.

피이이.

피이이.

두 마리.

그리고 세 마리, 네 마리, 다섯 마리.

아서는 쉬지 않고 정찰용 매를 구매하기 시작했다.

‘구, 군주님……?’

그레모리는 아서를 누구보다 끔찍이 믿지만 이 정체 모를 상황에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영지 현황을 오픈한 그레모리는 엄청난 속도로 골드가 깎여 나가는 걸 볼 수 있었다.

8만 골드에서 단숨에 5만 골드가 되었다.

어느새 아서의 머리 위로는 수십 마리의 정찰용 매가 하늘을 날고 있었다.

일회용.

그것도 12시간이 지나면 정찰용 매는 소멸된다.

현재 전쟁 모드도 아니다.

때문에 남들이 보면 이건 흔히 하는 ‘돈지랄’로 보이기 충분했다.

하지만 아서는 골드 상점을 클릭해서 계속 정찰용 매를 구매했다.

구매하시겠습니까?

문구가 나오면 ‘예’를 망설이지 않고 누르는 것을 반복하느라 손가락이 저려올 정도였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어느새 허공에 정찰용 매 50마리가 날아다녔다.

피이이이!

피이이이!

피이이이!

허공을 나는 수십 마리의 정찰용 매.

“하, 하하하…….”

그레모리는 허탈하게 웃었다.

아르한 영지를 통해 빼앗은 골드, 던전을 돌며 얻은 골드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아서는 망설이지 않았다.

그는 융합서를 부욱 찢었다.

“정찰용 매 50마리를 융합한다.”

“……?!”

그레모리의 눈이 번쩍 뜨였다.

찢어진 융합서가 허공 위로 천천히 날아올랐다.

곧이어 정찰용 매 오십 마리가 찢어진 융합서를 중심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한자리에 모여든 정찰용 매들은 곧이어 환한 빛을 흩뿌렸다.

[정찰용 매 50마리의 융합을 시작합니다.]

우우우웅!

융합에는 실패 확률도 존재한다.

실패하면 말 그대로 골드를 버리게 된다는 거다.

애초에 영지 총레벨 10을 달성했을 때 받는 융합서 5장을 제외하면 군주간의 트레이드, 즉 거래나 퀘스트를 통해 융합서를 얻는 건 쉽지 않다.

그것까지 합치면 어마어마한 손실인 셈.

하지만 아서의 입은 비틀어지고 있었다.

‘만약 저게 실패하면……!’

그레모리는 다신 아서에게 경악할 일은 없겠다 여겼었다.

하지만 또다시 저질러 버린 우리의 군주님.

아서의 위에서 나는 매들을 보며 간절히 외쳤다.

융합아, 성공해라!

퐈앗!

곧이어 아서의 눈앞으로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그리고 바로 위쪽의 오십 마리의 매들이 모였던 곳에도 방금 전과 전혀 다른 생김새의 매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서는 알림을 들을 수 있었다.

띠링!

[시크릿 유닛을 융합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시크릿 유닛의 소유권자가 되셨습니다.]

(질주의 매)

융합 병력

HP: 600 MP: 100

총합 시속: 700㎞

등급: 시크릿 유닛

특수 능력:

⦁한 달에 두 번 군주 추적 가능.

‘시크릿 유닛.’

아서는 흐뭇하게 웃었다.

군주들에게 시크릿 클래스가 존재하듯이 유닛 중에도 시크릿 유닛이 존재한다.

시크릿 유닛, 유니크 유닛 등이 있었다.

시크릿 유닛은 보통 숨겨져 있는 시스템을 달성해 얻을 수 있는 유닛이었다.

생각해 보라.

5만 골드는 군주들에게 결코 작지 않은 금액.

거기에 융합서도 필요했다.

한데 5만 골드로 심심하다고 매 50마리를 구매한다?

그런 미친놈이 세상에 딱 한 명 있었다.

아니, 미친놈이라는 말보다는 그렇게 돈지랄할 수 있는 자가 몇 있었는데, 그중 하나인 대부호 제네스가 바로 이 질주의 매인 시크릿 유닛을 발견했다.

제네스가 가진 특성은 다름 아닌 ‘트리플 골드’다.

이 트리플 골드가 뭔지 설명하자면 남들보다 3배에 해당하는 골드를 얻는다는 거다.

예를 들어 영지전에서 승리했을 시 골드를 약탈한다.

그 금액이 1만 골드였다면 그는 3만 골드로 부풀릴 수 있는 특성을 가졌다.

그 때문에 그는 유독 일반 군주들보다 돈이 많았다. 또 제네스는 현실에서도 대상인이라 불린 자였다. 그래서 그는 타고난 장사 수완으로 엄청난 돈지랄을 할 수 있는 군주로 유명했다.

피이이이!

질주의 매는 일반 매보다 약 1.5배 정도 커다랬고 부리도 훨씬 길고 뾰족했다.

또 털 색깔이 피닉스처럼 붉은색이라는 게 인상적이었다.

“아아아……!”

조마조마해하던 그레모리가 안도의 탄성을 지르며 다리가 풀려 주저앉았다.

아서가 오른팔을 쫙 뻗자 질주의 매가 그 위로 내려앉았다.

‘내가 너무 놀렸나?’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아서는 그레모리가 놀랄 때마다 괜스레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나도 별 희한한 취향을 가졌어.’

아서는 그렇게 생각하며 주저앉은 그레모리가 몸을 일으키는 걸 보았다.

시크릿 유닛.

사실 이 조합법은 절대 실패하지 않는 조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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