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주회귀록-63화 (63/210)

# 63

군주회귀록 063화

“아, 아서…….”

로리스는 믿을 수 없었다.

놈은 지금쯤 죽었어야 맞다.

자신의 비밀을 알고 있던 아서.

그는 분명히 던전 안에서 죽었어야 하는데?

또 어떻게 겁쟁이 아서가 이렇게 대담하게 블랙을 죽일 수 있단 말인가!

그녀가 그런 생각을 하던 때.

아서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콜로스는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이제까지 바라스에게 영지민을 제물로 바쳤던 것과 과거 바라스를 사냥하며 있었던 일을 편지에 작성하고 영지를 떠나려 했다.”

아서는 용언의 연금술서를 통해 만들어진 세뇌를 위한 액을 먹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콜튼의 뒤로 다가갔다.

그리고 망설이지 않았다.

푸지익!

풀썩.

콜튼이 허물어졌다.

“그 전에 그는 현상 수배범인 블랙과 그를 숨겨준 로리스를 만났다. 블랙은 시꺼먼 속내를 가지고 있었고 이곳에서 그들은 충돌했다.”

아서는 이번에는 콜로스의 뒤로 이동했다.

이번에도 역시 망설이지 않고 콜로스의 복부를 찔렀다.

푸지익!

풀썩.

아서는 싸늘한 시선으로 둘의 시체를 내려다봤다.

피식 웃음이 났다.

콜로스는 자신과 라우든을 죽이려 했고 콜튼은 또다시 불을 지르려 했다.

천천히 몸을 돌린 아서가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올 때마다 로리스는 뒤로 한 걸음 한 걸음 물러났다.

로리스도 차라리 세뇌가 풀리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이다.

아서는 블랙이 가진 연금술 재료를 모두 모아 세뇌할 수 있는 세이렌의 피라는 액체를 만들었다.

하지만 한 병이 약이 조금 부족했다.

로리스가 운이 좋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충돌의 과정에서 콜로스는 블랙을 죽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블랙에 의해 콜튼과 콜로스도 처참히 죽어버렸다.”

어느덧 아서는 로리스의 코앞에 서 있었다.

로리스가 주르륵 주저앉았다.

“그리고 산속의 블랙의 은신처에선 로리스의 시체도 함께 발견되었다.”

로리스는 이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아서가 모두 조작하겠다는 의미다.

아니, 완전한 조작은 아니다.

콜로스가 작성한 편지 내용은 사실이니까.

단지, 실제로 그들을 죽인 게 다른 사람이라는 거다.

“아, 아서…… 우리 아서…… 너 나 좋아하잖아? 응? 나 좋아하잖아, 내가 미, 미안해. 나도 사실 너를 좋아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니…… 응?”

“그리고 로리스의 아버지 로커스는 꽤 큰 상단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사건 수사에 관여할수록 자신이 현상 수배범인 블랙을 숨겨준 것이 들통날 것을 염려하여 더 이상 관여하지 아니했다.”

“내가 뭘 잘못했어어어어!”

그녀가 소리를 질렀다.

“예뻐지고 싶었어, 예뻐지고 싶었다고! 이 씹어 먹어도 시원찮은 새끼야. 사람들은 내 외모를 보고 싫어했어. 예뻐지고 싶었어. 그래서 예뻐져서, 예뻐져서 너무 좋았어. 남자들은 내 웃음 한 번 한 번에 좋아했고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에에에!”

로리스가 소리를 질렀다.

그녀의 얼굴이 소름 끼치도록 변했다.

본모습이 얼굴에 드러났다.

“예뻐진 덕에 나는 어떤 짓을 해도 용서받을 수 있어. 내가 남자들 손이라도 한 번 잡아주면 그들은 내 종이 되고 개가 되어 짖으라면 짖고 손을 내밀라면 내밀었어, 그런 나를 감히 네깟…….”

푸욱.

아서는 로리스의 목을 찌르는 것도 망설이지 않았다.

천천히 허물어지는 그녀.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보던 아서가 몸을 돌렸다.

“그 예쁜 미모로 더 예쁘고 착하게 살 수도 있었잖아.”

그 말이 끝이었다.

아서는 망설이지 않고 몸을 돌렸다.

산을 하산하는데 오늘 따라 유독 별이 빛나는 것 같았다.

‘이제 복수는 끝났습니다.’

아서는 잠깐 아버지를 떠올렸다.

그리고 다시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젠 저를 위해 살아야죠.’

앞으로 있을 무수히 많은 일들.

그는 자신의 손에 끼워진 약탈자의 반지를 내려다봤다.

아버지 아카스를 죽음으로 몰고 간 기사들과 바라스를 처단했고, 그들과 결탁하여 자신과 로우든을 죽이려 했던 로리스와 연금술사 블랙도 죽였다.

또 자택에 불을 질러 모두를 앗아 간 콜튼에게도 복수했다.

그리고 잔혹한 딱정벌레, 바라스의 정수, 용언의 연금술서도 얻었다.

그리고 지금.

‘꼭 그리고 싶은 그림이 있다.’

처음이었다.

창조주 군주라는 직업을 얻고 이토록 그려보고 싶은 그림이 생길 줄은 몰랐다.

그것은 마치 갈증 같았다.

머릿속에서 누군가 말하는 것 같았다.

지금 당장 그림을 그리라고.

아서는 서둘러 자택으로 돌아갔다.

* * *

자신의 방에 들어온 아서는 양피지를 펼쳤다.

가장 먼저는 알론에게 배웠던 대로 스케치를 해서 그려야 할 것을 잡아내기 시작했다.

그다음 붓으로 물감을 찍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는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했다.

그때의 추억, 그 기억.

오늘 복수는 끝났지만 앞으로도 당신을 잊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며 그림을 그려냈다.

서서히 형체를 드러내기 시작하는 그림.

푸르른 나무가 곳곳에 세워진 가운데 브레트 영지의 기사단장을 나타내는 검의 문양이 등에 그려진 갑옷을 입고 있는 아카스가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서 손을 잡고 나란히 걷고 있는 어린 소년의 모습.

둘 모두 얼굴은 보이지 않는 뒷모습이었다.

노을도 하나 그렸다.

아서는 동산에서 아버지 아카스와 함께 놀고 되돌아가던 추억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었다.

거의 완성되어 갈 때쯤, 아서는 머릿속에 알론의 목소리가 메아리치는 것 같아 자신도 모르게 우뚝 붓을 멈췄다.

‘진짜 자신의 그림을 그렸을 때이지 않을까 합니다.’

더 나은 등급의 작품을 그려내기 위해선 어떠한 방법이 있을까라고 아서가 질문했을 때, 그가 했던 말이다.

‘어쩌면…….’

아서는 완성되어 가는 그림을 보았다.

어찌나 집중했는지 이마에서 땀이 떨어지려 했다.

팔로 쓰윽 닦아낸 아서는 어느덧 완성된 그림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처음에 비해 확실히 일취월장한 실력이었다.

빙그레 웃는 아서.

그의 손이 그림에 뻗어지며 스킬 예술의 기억이 발현되었다.

[예술의 기억이 점수를 측정합니다.]

[당신이 기억하는 아버지와의 추억이 작품 등급에 이바지합니다.]

[예술 점수 71%!]

[수작이 탄생했습니다.]

[수작의 이름을 정해주시기 바랍니다.]

“수…… 작……!”

아서는 희열했다.

평작에서 더 나아진 수작.

작품의 등급이 어디까지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확실히 더 나은 작품 등급을 받았다는 것에 기뻤다.

아서는 수작의 이름을 고민하다가 피식 웃으며 내뱉었다.

“아버지와 아들.”

영웅과 아들이라는 이름도 생각해 봤지만 차라리 이게 어울렸다.

거창한 이름보다 그저 아버지였던 아카스와 아들 아서가 함께 돌아가는 그 모습.

띠링!

[첫 번째 수작이 탄생하였습니다.]

[첫 번째 수작을 탄생시킨 보상으로 앞으로 예술 점수+5 효과를 얻습니다.]

[창조의 그림이 5레벨에서 6레벨로 상승합니다. 그릴 수 있는 범위가 커집니다.]

[가속 그리기가 5레벨에서 6레벨로 상승합니다. 더욱더 빠르게 그리실 수 있습니다.]

[손재주+3을 얻었습니다.]

창조의 그림과 가속 그리기가 또다시 레벨 업을 했다.

‘수작의 탄생에 따른 보상.’

그리고 이어진 추가 알림.

[수작. 아버지와 아들이 그림도감에 등록되었으며 언제든 꺼내 보실 수 있습니다.]

[수작. 아버지와 아들을 본 모든 자에 대한 치유 능력이 생겨납니다.]

‘치유…… 능력?’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 치유 능력이 형성된다.

아서는 세부 설명을 클릭해서 확인해 보았다.

‘좋다……!’

아서는 빙긋 웃었다.

이 그림을 보는 자들이 당장 치료되는 것이 아니었다.

꾸준히 이 그림을 보는 모든 자의 병이 낫는다는 설명이었다.

지독한 고열, 감기, 혹은 귓병이나 콧병, 그 외에 어지간한 잔병들.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병이라고 할지라도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면 이 역시 치료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예를 들어 암 초기와 같은 병이라고 할 수 있을 거다.

아서는 망설이지 않고 그 그림을 액자에 넣었다.

그다음 불 꺼진 자택의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걸어놨다.

아서는 이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수작을 보면서 이런 생각도 스쳤다.

‘마지막까지 프레스 가문 사람들을 지켜주시겠다는 겁니까?’

어쩌면 말도 안 되는 갖다 붙이기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를 그린 그림이 잔병을 잡는다.

이 그림은 프레스 가문에 계속 걸려 있을 것이고 앞으로 가문 사람들은 계속 이 그림을 볼 것이다.

허리가 쑤신 자는 곧 나을 것이고 지독한 콧병에 시달리는 한스도 코가 뻥 뚫릴 것이다.

아서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자신의 방으로 올라가 잠을 청했다.

그리고 그날 아침.

“히야……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괜스레 마음이 편안해져요.”

한스가 그림을 보면서 감탄했다.

아서가 이런 재주가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헬렌도 동감했다.

“우리 아서가 이런 손재주가 있을 줄이야…….”

헬렌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프레스 가문의 모든 사람이 거실에 모여 수작 ‘아버지와 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 * *

브레트 영지가 시끄러워졌다.

한 영지군이 산속 깊은 곳에 있는 오두막집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영지군은 갑자기 수십 마리의 새가 날아와 자신을 이끌듯했다고 한다.

이러한 기현상에 신기해한 영지군은 녀석들을 따라 산에 올랐고, 그곳에서 싸늘하게 죽어 있는 시체 네 구를 발견했다.

시체는 기사단장 콜로스와 콜튼, 로리스, 정체 모를 자였다.

브레트 영지에 비상이 선포되었다.

그와 동시에 영지군이 콜로스의 편지를 그의 방 안에서 발견하였다.

이제까지 영지에서 소년, 소녀, 그리고 노인, 남녀를 가리고 않고 사라졌던 것이 모두 콜로스를 비롯한 일곱 명의 기사의 소행임이 밝혀졌다.

아서와 라우든이 던전에서 살아 나오고 그 던전의 다른 병력이 죽은 것에 몇몇 이가 의문을 품었지만 더 큰 사건이 터져 버리자 바로 묻혔다.

콜로스가 작성한 편지는 본인의 필체와 대조한 결과 99% 일치했다.

그리고 오두막의 정체 모를 사내가 현상 수배범임이 밝혀졌다.

사람들은 추론을 시작했다.

현상 수배범이 콜로스와 콜튼을 죽였다.

콜로스와 콜튼은 그를 죽였으나 결국 자신들도 죽게 되었다.

그리고 로리스가 거기 있던 이유.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현상 수배범이 로리스를 강간하고 죽이기 위해 오두막으로 끌고 갔다.

그녀는 칼리스 영지의 최고 미녀였으니까.

사람들은 그것이 사실인 양 떠들기 시작했고 곧 영지군도 그것을 사실이라고 발표했다.

웅성웅성.

아서는 영주의 말을 전하기 위해 온 보좌관이 영지민들을 한곳으로 모으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영주님의 말씀이오! 나 브레트 영지의 영주 발리 더 리스톤은 이번 일에 매우 유감을 표하는 바이며 그에 따라 나는…… 생략…… 새로운 기사단장을 뽑아 영지의 치안을 강화하고…… 생략…… 하는 바이다.”

새로운 기사단장.

후보는 이미 몇 올라 있다.

라우든, 코네토, 브란.

영지민들이 숙덕거렸다.

“편지에서 그랬다잖아, 콜로스하고 다른 기사들은 도망갔다고! 그런데 라우든 경만이 영웅 아카스와 함께 싸우려다가 뒤를 맞았다고.”

“그런 나쁜 놈들이 있나! 돈에 눈이 멀어 지들끼리 도망치고 금은보화를 꿀떡해?!”

“셋 후보 중 누가 기사단장이 되면 좋을까?”

“그야 당연히 라우든 경 아니오!”

한 영지민이 말했다.

“라우든 경이 교관이 되고부터 우리 영지의 영지군들 실력이 크게 좋아졌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아닙니까?”

“그렇지. 또 라우든 경이 검술을 펼치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그는 기사 셋도 가뿐히 이겨내는 실력자라고!”

“하지만 라우든 경도 이제까지 함묵하고 있던 것 아닌가.”

“그럼 목에 칼을 겨누고 협박하는데 어쩌겠습니까!”

이미 영지민들은 라우든이 새로운 기사단장이 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반론을 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영지의 현황 상 영주 발리도 어쩔 수 없이 라우든 경을 기사단장으로 임명할 것이다.

아서는 몸을 돌리며 회상했다.

‘앞으로 어쩔 것이냐.’

라우든 경의 물음이었다.

그는 던전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뚜렷한 답을 원하진 않았다.

아서가 그러지 않기를 원한다는 걸 알고 배려한 거다.

‘1개월 동안은 영지군으로 살아가려고 합니다. 그 후에는 떠나려고요.’

‘떠나? 어디로.’

‘전쟁터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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