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주회귀록-61화 (6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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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회귀록 061화

20장 용언의 연금술서

-키헤에에, 아, 아파…… 네놈…… 죽…… 인다!

창이 놈의 몸통을 꿰뚫자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손이 미끄러졌다.

하지만 뒤의 벽이 창끝을 지탱해 주며 더 깊게 파고들었다.

아서의 눈앞에 포효하는 바라스의 눈과 입이 보였다.

놈이 고통에 찬 비명을 토해내고 있었다.

* * *

바라스는 처음 아서를 봤을 때 느꼈다.

꽤 오래전 자신이 잡아먹은 적이 있는 기사 놈과 닮았다고.

그 눈빛, 행동, 몸짓 하나하나.

그자와 판박이였다.

그놈의 자식이라는 걸 알아챌 수 있었다.

그 인간도 강했지만 이 어린 소년도 무척이나 강했다.

아니, 더 강했다.

그리고 놈을 죽일 수 있다고 믿고 달려든 순간, 놈의 마비가 풀리며 자신의 몸에 창이 틀어박혔다.

바라스는 포효를 터뜨리며 깨달았다.

피해야 한다.

이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자신은 필히 죽게 되리라.

그러던 중 바라스의 머릿속에서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 * *

“아…… 들아……!”

“…….”

바라스에게서 흘러나오는 음성.

아서가 잘 알고 있는 목소리.

아버지 아카스의 목소리였다.

아서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바라스는 자신이 집어삼킨 자의 기억 일부를 읽을 수 있는 능력 또한 가지고 있었고, 그자의 목소리를 흉내 낼 수도 있었다.

기억의 작은 부분.

그 부분을 떠올리며 바라스는 말했다.

“훌…… 륭하다, 아서. 정말 이 아…… 빠보다 멋진 사람이 되었구나.”

바라스는 고통에 찬 비명이 터져 나가려는 걸 참으며 슬그머니 촉수 하나를 움직이고 있었다.

방심한 틈을 타 아서의 목을 꿰뚫으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미간이 구겨진 아서는 차갑게 중얼거렸다.

“살려고 염병하는구나.”

자비란 없다.

아서는 창을 힘껏 들었다.

그다음 트리플을 사용했다.

푸푸푹!

세 번 연속으로 박혔다.

[크리티컬이 터집니다.]

광전사의 반지의 특수 능력이 발현되며 크리티컬 대미지를 터뜨렸다.

천천히 바라스의 몸이 허물어졌다.

꿀럭꿀럭.

놈의 몸에서 진득한 독이 뿜어져 나왔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성장의 별의 특수 효과.

자신과 동등하거나 혹은 이상의 보스급으로 간주되는 몬스터를 사냥할 시 군주 경험치를 얻을 수 있다.

총 3레벨 업을 해냈다.

하지만 아서는 기뻐할 새도 없이 벽에 등을 기대고 주저앉았다.

‘빌어먹을 새끼. 하필이면 아버지 목소리를…….’

아서라고 감정이 없을까, 그라고 사람이 아닐까.

오랜만에 듣는 아버지의 목소리에 가슴이 덜컥했다.

그렇지만 알고 있었다.

그는 진짜 아버지가 아니고 바라스의 흉내일 뿐임을.

어쩌면 아서가 바라스라는 몬스터가 원래 이런 놈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면 흔들렸을지도 모른다.

[퀘스트. 소중한 것을 앗아간 몬스터 완료.]

[바라스의 정수를 얻었습니다.]

[3,000캐시를 얻었습니다.]

짝……! 짝……!

박수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자 라우든이 천천히 치기 시작한 박수를 온 힘을 다해 힘껏 치기 시작했다.

짝짝짝짝!

“고맙다. 아서야, 정말 고맙다!”

그는 아서를 진심으로 자랑스러워하는 표정이었다.

아직 쓰러져선 안 된다는 걸 안 아서는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손으로 벽을 지탱하고 몸을 일으켰다.

‘일단은…….’

아서는 골드 상점을 오픈했다.

그 안에서 10ℓ짜리 물통을 구매했다.

그 통을 브레드 앞에 던졌다.

“바라스의 독을 그 안에 담아라. 방법은 간단하다. 이도류 끝으로 복부보다 조금 밑을 찌르면 독주머니가 터져 독을 쉬이 받을 수 있을 거다.”

-예.

브레드와 로든이 함께 빠르게 움직였다.

“도대체 그런 정체 모를 능력들은…… 던전에서 얻은 거냐?”

라우든도 던전을 통해 흘러나오는 능력들과 다양한 아티팩트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 질문에 아서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나가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라우든은 고개를 끄덕였다. 급하게 알 필욘 없으니까.

“전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았습니다.”

아서는 어느덧 브레드가 모든 피를 담아낸 걸 확인했다.

통을 인벤토리에 집어넣고 브레드와 로든에게 명령했다.

“안쪽으로 가면 보스 방이 나온다. 놈을 죽이도록.”

-예.

어차피 브레드와 로든이 손쉽게 처리할 수 있는 녀석이다.

아서는 라우든과 왔던 길을 거슬렀다.

아서는 기사단원들의 시체를 보스 방 앞으로 옮겼다. 라우든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따라 했다.

“시체는 왜?”

“꼭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30분만 앞에서 기다려주세요.”

라우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표정이 꼭 해야 할 일임을 말하고 있었으니까.

또한 라우든은 아서가 자신을 해하려는 일을 하지는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끼이익.

보스 방 문이 열리자 싸늘한 사체가 되어 있는 보스 몬스터가 보였다.

대왕 흡혈파리.

2성으로 브레드와 로든이 상대하기에는 조잡한 놈이다.

아서는 곧이어 보스 방에 존재하는 통로를 열기 위해 바닥을 유심히 살폈다.

곧이어 이어지지 않는 희미한 글자들이 보였다.

-ㅍ…… 를…… ㅇ용…… 통…….

이 정도.

거의 반절 이상이 지워진 글자다.

하지만 아서는 이미 통로를 여는 방법을 숙지하고 있었다.

엘라스는 아서가 살고 있는 통로와 연결된 던전을 통해 이곳으로 왔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아스간 대륙과 그녀가 있는 대륙의 중간 통로지점까지만 온 것이다.

딱 그 중간 지점에서 그녀는 돌아갔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쪽에 통로가 있다면 이쪽에도 통로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가 보았다는 문구와 비슷한 문구도 여기에 있었다.

그녀가 있던 던전의 끝에서의 문구는 또렷했다고 한다.

“브레드, 로든.”

-예.

“밖에 쌓여 있는 시체를 모두 안으로 들여라. 바라스의 사체도.”

-알겠습니다.

브레드가 밖으로 나가 죽은 기사단원 일곱 명의 사체를 넣고 바라스의 시체를 가져왔다.

아서는 창끝으로 손가락 끝을 살짝 벴다.

그러자 조금씩 붉게 맺히기 시작한 핏방울이 또옥또옥 글자 위로 떨어졌다.

글자 위로 핏방울이 떨어지자 모든 글자가 또렷해졌다.

‘피를 이용해 열리는 통로.’

쿠르르르르!

던전이 진동을 일으켰다.

대왕 흡혈파리 모양의 동상이 세워져 있던 자리가 양쪽으로 갈라지며 통로가 나타났다.

브레드와 아서는 시체 일곱 구를 그 안쪽에 던졌다.

철퍼억!

철퍼억!

허무하게 떨어지는 시체, 정확히는 제물들.

영지의 치안을 담당하는 기사들이 영지민들을 납치해서 제물로 바치고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채웠다.

또 기사단장을 죽인 것이나 다름없으며 그 아들과 교관 라우든도 죽이려 했다.

뼈를 씹어도 시원찮고 제물이 되어도 마땅하다.

뿌린 만큼 거두리라.

딱 그 말이 어울린다.

아서는 대왕 흡혈파리뿐만 아니라 바라스의 사체도 그곳에 던졌다.

‘혹시 모르지. 바라스의 시체에 반응해 더 좋은 보상을 줄지도.’

바라스를 죽음의 그림으로 부릴까 하는 생각?

아주 잠깐 했다.

하지만 고개를 저었다.

‘내 아버지를 죽인 놈이야.’

아무리 아서가 냉정하고 계산이 빠르다고 해도 그건 아니다.

촤라라라라!

통로의 벽이 갑자기 검은 벌레들로 변화했다.

‘딱정벌레?’

생김새가 흡사 딱정벌레와 같았다.

수천 마리의 검은색 딱정벌레가 사체들로 이동했다.

차르르르르르!

딱정벌레들이 사체들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시커멓게 뒤덮었다.

[왕성함의 딱정벌레가 포식을 시작합니다.]

아서에게 울린 알림.

곧이어 딱정벌레들이 물러나고 모습을 드러낸 건 뼈였다.

뼈밖에 남지 않았다.

딱정벌레들은 다시 벽이 되었다.

[왕성함의 딱정벌레가 흡족해합니다.]

[퀘스트. 통수에는 통수로 완료.]

[모든 스탯+10을 얻었습니다.]

[장난 많은 신이 숨겨놓은 정체 모를 보물. 왕성함의 딱정벌레를 얻었습니다.]

아서는 알림이 끝났나 싶어 확인하려고 했다.

그 순간 울린 알림.

[왕성함의 딱정벌레들이 포식에 매우 만족해합니다.]

[장난 많은 신이 추가 보상을 지급합니다.]

[왕성함의 딱정벌레가 잔혹한 딱정벌레로 강화됩니다.]

잔혹한 딱정벌레.

아서는 망설이지 않고 확인했다.

(잔혹한 딱정벌레)

수량: 세 번

효과:

⦁한 번에 5천 마리 사용 가능.

⦁적의 건축물을 갉아먹어 기존 레벨 대비 –5로 떨어트린다.

⦁적을 갉아먹어 단숨에 삼킬 수 있다. 이는 적에 따라 다르다.

⦁왕성함의 딱정벌레에 비해 3배 더 빠른 속도로 갉아먹는다.

“건축물을 갉아먹어?”

아서로서도 이러한 능력을 가진 소모성 물품은 처음이었다.

적의 건축물을 갉아먹으면 5레벨을 떨어트린다.

그럼 가장 중요한 성을 갉아먹으면?

거기에 적에 따라 집어삼킬 수 있으며 놈들의 포식 속도는 기존에 받아야 했던 왕성함의 딱정벌레보다 약 3배나 빠르다고 한다.

감탄이 나오는 능력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젠 약탈자의 반지를 얻으러 가야 할 때였다.

‘해골의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 네 번째 손가락.’

엘라스는 중앙에서 벽에 걸려 있는 해골을 발견했다.

해골의 손가락에는 다섯 개의 반지가 걸려 있었고 그중 네 번째 손가락에 있는 반지를 집어 들었다고 했다.

그러자마자 반지는 스르르 해골과 함께 벽으로 사라졌다고.

아서는 어두운 통로에서 작은 빛만을 따라 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빛의 끝에 도달했다.

빛의 끝은 작은 횃불 두 개였다.

해골을 중심으로 양쪽에 걸려 있는 마법이 걸린 꺼지지 않는 횃불.

아서는 해골의 손가락에 걸려 있는 반지들을 훑어봤다.

모양은 모두 똑같았고 반지 위에 장식으로 쓰인 해골 모양의 색만 달랐다.

엄지는 초록, 검지는 파란, 중지는 빨강, 약지는 검은, 새끼는 하얀색이었다.

검은색.

아서가 원하던 약탈자의 반지.

아서는 망설이지 않고 검은 반지를 집어 들었다.

스르르르!

들었던 대로 해골이 벽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와 함께.

쿠구구구구!

통로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흠.”

그의 입에서 얕은 신음이 흘렀다.

엘라스가 왜 굳이 다른 대륙의 끝까지 가보지 않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통로가 무너지려고 하고 있었다.

우지지직!

아서는 달리기 시작했다.

바닥에 균열이 가기 시작하더니 이내 쩌저적 갈라졌다.

타타타탓

아서는 이를 악물고 달렸다.

어느덧 무너지는 땅과 천장이 아서의 뒤까지 쫓아왔다.

“으아아아!”

그는 마지막 힘을 짜내었다.

이곳에 와서 약탈자의 반지를 얻어놓고 죽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곧이어 아서가 들어왔던 입구를 발견했다.

콰아아앙!

바로 머리 뒤에서 엄청난 굉음이 들렸다.

후우우웅.

데구르르.

번쩍 뛰어오른 아서는 땅을 몇 바퀴나 구르며 무너지는 통로를 벗어날 수 있었다.

“허억허억.”

거친 숨을 몰아쉬던 아서가 손에 꽉 쥐어진 약탈자의 반지를 바라봤다.

천군의 엘라스라는 코드네임을 만들었던 반지.

이러한 특별한 능력을 가진 반지는 33개의 소울링이라고 불리며 권능 성장 아티팩트와 비슷하지만 그보다는 한 단계 떨어진다.

이 역시 숫자가 내려갈수록 더 뛰어난 반지고 올라갈수록 더 안 좋은 반지다.

이 약탈자의 반지는 33개의 소울링 중 22번째 반지에 해당했다.

아서는 흥분감을 추스르고 약탈자의 반지를 확인해 봤다.

(약탈자의 반지)

등급: 평범한 유니크

내구도: 5,000/5,000

특수 능력:

⦁반지 스스로 상대방을 선택해 퀘스트를 주며 이를 수행해 낼 시 그와 비슷한 재능을 가진 유닛을 군주게임에서 얻을 수 있다.

설명: 반지 스스로 천부적인 재능 있는 자들과 착용자 간의 퀘스트를 생성해 낸다. 그 퀘스트를 이행할 시 재능 있는 자를 카피해 유닛으로 만들어 군주게임에서 부릴 수 있으며 총 다섯 가능하다.

아스간 대륙에도 던전과 아티팩트, 스킬북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 약탈자의 반지는 애초에 군주를 위해 특수 제작된 물건이다.

만약 엘라스가 아닌 다른 이가 얻었다면 이러한 특수 능력은 알아내지 못했을 확률이 높다.

애초에 현실에서 강자를 통해 퀘스트를 받고 그들과 비슷한 이를 유닛으로 부린다는 명목을 가진 반지이니까.

아서는 나가기 전에 이번에는 바라스의 정수를 인벤토리에서 확인해 봤다.

초록색으로 진득거리는 액체가 작은 병에 담겨 출렁거렸다.

‘이런 능력이구나.’

아이템 확인을 끝낸 아서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망설이지 않고 마개를 땄다.

퐁!

경쾌한 소리와 함께 마개를 딴 그는 망설이지 않고 바라스의 정수를 들이켰다.

솔직한 말로 바라스의 정수는 머리를 감싸 쥘 정도로 끔찍한 맛이었다.

식도를 지나 뜨거운 것이 몸속 곳곳을 빠른 속도로 누비기 시작했고 일시적으로 온몸의 핏줄이 터질 것처럼 팽창했다.

곧 아서는 이 바라스의 정수의 효과에 대한 알림을 들을 수 있었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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