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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회귀록-58화 (58/210)

# 58

군주회귀록 058화

19장 통수

“일단 단서 하나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단서 하나?”

오르웬의 미간이 팍 구겨졌다.

하지만 아서는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첩자.”

“……!”

오르웬이 깜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이필립스 제국 내에 첩자가 있다고? 아니, 내게 닥쳐올 일이니까, 프라스에 있다는 말인가?”

아서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르웬은 입 안이 바짝 타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마른 입술을 혀로 한 번 적신 그녀가 물었다.

“그, 그게 누군데?”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대답을 들으시려면 조건 하나를 충족하셔야 합니다.”

“조건? 이 새끼가 진짜!”

“제가 모든 일을 마무리할 때까지 프레스 가문 자택 사람들을 지켜주십시오.”

오르웬이 불같은 화를 냈지만 아서는 여전히 흐트러짐이 없었다.

그의 말이 끝나자 오르웬은 화를 조금 추슬렀다.

이해할 수 있는 말이다.

지금 그가 처한 상황을 보면 자신의 도움이 어느 정도 필요했다.

‘만약 나였더라면…….’

자신도 그랬을 거다.

당장 든든한 아군이 되어줄 수도 있는 자가 옆에 있었고 그 아군이 미치도록 원하는 걸 쥐고 있으니까.

‘하지만 첩자에 대한 정보라면…….’

매우 중요하다.

그것도 도시 프라스에 있다면.

어쩌면 황제가 아끼는 측근일지도 모르는 노릇인 것도 아닌가.

오르웬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거지?”

잠시 뜸을 들인 아서가 태연하게 답했다.

“정리해야죠.”

* * *

이틀 후.

영지군이 양피지를 들여다보며 신입 병사 여덟 명과 기사 한 명을 짝지어줬다.

굳이 기사를 끼워 넣는 이유는 그들만큼 이 병사가 쓸 만한지 아닌지를 파악할 수 있는 이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틈에는 아서도 있었다.

근 이틀간 아서는 늦은 시간까지 콜로스를 주시했었다.

“마지막 조를 말해주겠다. 필립, 카논…… 그리고 아서와 담당 기사는 라우든 님이다.”

라우든 교관의 이름이 거론되었다.

“마지막 조는 카르딘 영지에서 훈련 던전이 모자라다고 협조를 요청해서 특별하게도 카르딘 영지 측 병사들도 함께하게 되었다. 이상.”

라우든은 눈살을 찌푸렸다.

‘왜 하필 나와 아서가 같은 조지?’

라우든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나머지 일곱 명의 병사를 쭈욱 훑어보았다.

그들에게 특이 사항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또 라우든은 그들에게서 마력의 파동조차 없다는 걸 알았다.

‘내 기우일까?’

설령 저들이 던전으로 들어와 아서와 자신을 공격한다고 할지라도 고작 병사 일곱이 라우든을 당해내긴 힘들 거다.

거기에 아서는 콜튼을 때려눕힌 실력자이기도 했다.

그리고 아서는 병사들을 돌아보며 속으로 웃었다.

‘……너희들이구나.’

이틀간 아서는 콜로스를 주시하면서 손가락만 빨고 있던 게 아니다.

정보는 충분히 얻었다.

‘내가 가는 훈련 던전에 약탈자의 반지가 있다.’

월척이다.

지금 들어가는 던전에 약탈자의 반지가 있으니까.

‘드디어 얻는구나. 던전 안에 다른 대륙으로 넘어가는 통로가 있다는 건 재밌는 이야기야.’

엘라스는 아서와 다른 대륙 사람이다.

그녀가 아스간 대륙으로 넘어왔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녀는 아스간 대륙과 자신이 살고 있는 대륙이 연결된 통로의 중간 지점까지는 왔었다고 들었다.

그리고 그녀는 약탈자의 반지를 얻고 무수히 많은 강자를 군주게임에서 부렸지만 끝내 죽었다.

‘그 힘을 감당할 수 없던 거지.’

반대편 던전도 등급이 매우 낮은 던전에 속한다 들었다.

하지만 그녀가 얻은 약탈자의 반지, 그리고 능력을 비롯해 부렸던 인재.

그로 인해 그녀는 요주의 인물이 되었고 결국 죽음을 맞이했다.

‘힘은 컨트롤할 수 있는 자가 가지는 게 낫지.’

어쩌면 약탈자의 반지가 그녀를 천군의 엘라스로 만들었지만 더욱더 빠른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일지도 모른다.

“모두 나를 따라와라.”

“예.”

라우든 교관은 자신에게 배정된 일곱 명의 병사를 이끌고 던전으로 걸음을 옮겼다.

병사 일곱 명과 아서는 그들을 따라 걸었다.

“난 필립이라고 한다. 카르딘 영지에서 얼굴을 담당하고 있지.”

아서는 쾌활하게 웃으며 자신에게 악수를 건넨 사내의 손을 내려다보다 가볍게 잡아줬다.

“아서다.”

“반갑다. 체구는 작은데 눈빛이 좋네?”

그가 부드럽게 웃었다.

다른 여섯 명의 인원도 아서에게 호의적인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었다.

그들은 배정된 대로라면 카르딘 영지에서 훈련 던전이 부족해 파견 온 자들이니까.

라우든이 아서에게 슬쩍 손가락을 움직이는 게 보였다.

아서가 그 뒤로 빠르게 붙었다.

“의심스럽지만 걱정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끽해야 신입 영지군이니까.”

아서는 고개만 끄덕였다.

‘아직은 아니야.’

라우든도 아서도 위험한 상황에 직면하진 않았다.

또 라우든에게 말해서도 안 되었고 말한다고 들을 턱도 없다.

“자, 훈련을 시작한다.”

던전에 모두가 입장했다.

리셋 던전이었기에 몬스터들은 새로이 나타났다.

이곳에 나타나는 몬스터들은 흡혈파리다.

흡혈파리는 주먹보다 조금 더 큰 크기로 주둥이가 모기처럼 삐죽하게 솟아 있다.

그리고 그 주둥이로 피를 가진 자들이면 모조리 빨아먹어 버린다.

놈들은 생각보다 둔했고 또 갑각도 무척 얇았기에 쉬이 사냥할 수 있는 놈들이다.

“첫 번째는 필립.”

“예!”

필립이 자신의 무기인 검을 힘껏 꼬나 쥐며 긴장된 기색으로 앞으로 나섰다.

라우든 교관은 앞쪽에서 날아오는 흡혈파리를 볼 수 있었다.

흡혈파리는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무리를 지어서 나타나지만 던전의 입구 쪽에는 보통 두세 마리씩만 나타난다.

“자, 내가 지켜보고 있으니 안심하고 사냥해 보도록.”

영지군에 지원했다고 하여서 평소 몬스터를 사냥해 본 것은 아니다.

필립은 긴장한 기색으로 흡혈파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콰지익!

그가 엉성한 자세로 검을 휘두르자 퍼직하고 흡혈파리의 몸이 터져 나갔다.

“흐이익!”

필립은 자신이 놈을 터뜨려 놓고도 찐득찐득한 액체를 보며 기겁했다.

“저런 머저리 같으니!”

“하하하!”

보통 던전 훈련은 이런 식으로 매우 쉬운 편에 속한다.

‘놀고들 있군.’

필립의 그 모습을 보며 아서는 눈매를 가늘게 떴다.

라우든 교관은 짝짝 박수를 쳤다.

“잘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와중에도 라우든은 지끈거리는 두통을 느낄 수 있었다.

‘왜 이렇게 머리가 아프지?’

정확히 아침을 먹고 나서부터다.

조금씩, 천천히 계속 머리가 아파오고 있었다.

“자, 다음은 라네토.”

“옙!”

라네토라는 병사도 라우든이 지켜보는 앞에서 세 마리의 흡혈파리를 가뿐히 터뜨렸다.

하나하나 차례가 지나고 아서의 차례가 되었다.

카자벤의 독창을 들고 있는 아서는 가뿐히 흡혈파리 세 마리를 사냥하고 돌아왔다.

“휘유. 아서, 대단한데?”

“브래트 영지에서 차기 기사단장이라는 콜튼을 팼다더니, 소문은 아니었구나.”

씰룩.

아서의 코가 씰룩였다.

그리고 그 말을 뱉은 필립은 아차하며 입을 다무는 게 찰나 보였지만 아서는 곧 모른 척했다.

라우든은 미간을 구겼다.

‘내가 왜…….’

분명히 이상하다.

평소의 라우든이라면 이 생각을 했을 거다.

‘콜로스가 그 소문이 다른 영지에 퍼지지 않게 통제하였을 거다. 그런데 어떻게 벌써 카르딘 영지까지 그 소문이 퍼졌지?’

이 생각.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의심이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일행은 다시 나아갔다.

영지군들은 몇 번 해보더니 자신만만해졌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아서도 그걸 지켜만 봤다.

병사들은 지금 아서와 라우든을 던전의 끝으로 유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반대다.

‘너희들을 유도하고 있는 건 바로 나다.’

모든 건 그들.

정확히는 콜로스의 계획대로가 아니라, 아서의 계획대로 끝 쪽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거다.

일행은 계속해서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번갈아가며 흡혈파리를 사냥했다.

더 깊숙이, 계속해서 쉬지 않고 들어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보스 방이 머지않아 나올 것이다.

어느덧 1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모든 HP-45%, 모든 능력치+45%.’

아서는 불끈거리는 팔을 내려다봤다.

던전의 끝에 다다랄 쯤에는 모든 능력치 100%+가 되어 있을 거다.

그는 시간 계산도 완벽하게 해놨다.

‘충분하다.’

이 정도면 할 수 있다.

던전의 끝까지 거의 다 왔다.

이제 연금술사가 걸어놓은 라우든 교관에게 걸려 있는 세뇌를 해제할 시간이었다.

아서는 조심스레 그의 옆에 따라 붙어 속삭였다.

* * *

이틀간 아서는 계속해서 칼새를 이용해 콜로스를 주시했다.

그리고 어제저녁 콜로스는 자신의 자택을 나섰다.

그는 일곱 명의 단원, 즉 과거 아카스를 버리고 갈 때 함께했던 이들을 소집했다.

“내일 아서와 라우든을 죽인다.”

“호오, 이제야 그 가시 같은 것들을 치우는 겁니까?”

그들은 비릿하게 웃었다.

항상 라우든의 존재 자체가 불안했다.

그 일이 있은 후 시간이 조금 흘렀기에 이젠 그의 죽음에 의심을 가지는 자는 많지 않을 거다.

“알겠지만 이번 달에도 바라스에게 제물을 바쳐야 한다.”

“설마…….”

한 기사단원이 이채를 띠었다.

콜로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서를 바치면 된다. 놈은 이번엔 어린 소년의 피를 원하고 있으니까.”

“좋은 생각이군요.”

“한데 라우든 교관은 어떻게 죽이실 겁니까?”

“내일 던전 훈련이 있다. 그 던전 훈련에 너희 일곱 명이 위장해서 신입 영지군이 되어 그들과 함께 들어가 라우든부터 죽이고, 아서는 상처 하나 없이 바라스에게 바쳐야 한다. 그래야 여느 때처럼…….”

콜로스는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뜻을 이해한 그들에게 탐욕스런 미소가 떠올랐다.

“한데 위장이라니. 그런 게 가능합니까?”

한 기사가 의문을 표했다.

끼이익!

그때 문을 열고 들어온 여인이 칼리스 영지에서 미녀로 소문난 로리스였다.

그 뒤에서 함께 들어선 이는 눈에 칼자국이 나 있는 빼빼 마르고 로브를 걸친 사내였다.

“연금술사 블랙. 사람들은 그렇게 부르지.”

작게 목례를 취한 블랙이 보랏빛 액체가 담긴 작은 병을 들고 설명했다.

“여러분에게 제가 만든 폴리모프 약을 한 병씩 드릴 겁니다. 마시는 순간 반나절 동안 얼굴도, 신체도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지요.”

블랙이라는 연금술사는 로브 사이로 비릿하게 웃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라우든의 눈을 피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다른 약도 준비했습니다. 내일 그가 아침에 마실 물에 이 약을 떨어트리십시오.”

이번에는 붉은 액체가 출렁이는 작은 병이었다.

“그다음 가장 먼저 여러분의 목소리를 들려주십시오. 약 10초간 잠이 들 겁니다. 그 후 눈을 뜬 라우든은 더 이상 마력 파동도 감지하지 못하고, 여러분에 대한 의심도 서서히 사라지게 될 겁니다. 흔히 말해 약간의 세뇌가 가능하다는 겁니다.”

“여, 연금술로 그런 게 가능하단 말인가?”

“오오오오!”

그들은 작게 감탄했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누군가 물었다.

“세뇌는 한번 걸면 못 푸나?”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풀립니다. 물론 다른 방법도 존재하지요. 바로 이 말을 하면 됩니다.”

* * *

“חהאמפעסנץחךלליטחז”

아서가 라우든 교관의 귀에 속삭인 말은 용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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