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주회귀록-53화 (53/210)

# 53

군주회귀록 053화

아서가 오픈했던 중요 정보 열람.

그 중요 정보 열람엔 분명히 이렇게 쓰여 있었다.

(군주 브록이 소유한 드래곤 알)

브록 군주가 드래곤 알을 소유하고 있다?

그 사실을 접하고는 아서도 굉장히 놀랐었다.

그도 전혀 알지 못했던 사실이었다. 이유는 전생에서 브록 군주가 드래곤을 소유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1차 군주게임이면 모를까, 2차 군주게임에서 드래곤은 그 자체로 막강한 무력을 가진 신화의 존재 정도로 생각됐다.

그나마 아서는 몇 년 후 드래곤을 부리던 이 하나를 알았는데, 그중 하나가 마족 군주 바알이었다.

아서의 목을 친 그놈 말이다.

그런데 인간들이 군주게임을 하는 아스가르드 대륙에도 드래곤 알이 존재한다?

그것도 가장 가까운 곳에?

이 의미가 뭐겠는가.

‘절대적인 로열 코드 수호자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 누구도 대적하지 못할 로열 코드 수호자.

실제로 마족 군주 바알의 폭룡도 로열 코드의 수호자였다.

물론 브록 군주가 알을 가지고 있는 건 중요 정보 열람이 가르쳐 줬으니 사실이겠으나 한 가지 염두에 둘 건 있다.

‘그 알을 깨는 방법은 절대 쉽지 않다는 것.’

그렇기에 브록 군주는 드래곤 알을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부화시키지 못했겠지.

앞으로 최후의 전쟁이 일어날 때까지도.

그렇다고 자신이 가진 드래곤 알에 대해서 떠들고 다닐 만큼 바보도 아니었고.

그는 지금도 드래곤 알을 부화시키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을 터.

어차피 그는 깨지 못할 녀석이다.

그걸 자신이 가지고 올 생각이고.

‘어쩌면 군주 육성기가 가르쳐 줄지도 모르지.’

바알도 부화시켰는데 자신이라고 못할까.

아서의 말에 적잖이 충격을 받은 듯한 브록이었다.

그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곧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도대체 그런 걸 어떻게 아는 거냐?”

아서는 뚜렷한 답변을 하지 않고 단호하게 말했다.

“위의 세 가지 조건. 그 세 가지 조건을 달성해 준다면.”

아서는 앞에 놓인 찻잔에 든 차를 단숨에 들이켜고 탁 소리 나게 내려놨다.

“이번 이벤트에서 진짜가 뭔지 보여주도록 하죠.”

브록은 테이머 군주다.

그에게 있어 드래곤 알이란 어떤 존재일까. 한 번쯤은 부화시켜 보고 싶은, 또는 드래곤 위에 올라 날아다니는 꿈을 꿀 수 있는 그러한 것일 거다.

그런 드래곤 알을 달라고 아서는 말했다.

때문에 아서도 강경하고 확실하게 나가야 했다.

진짜가 뭔지 보여주겠다.

브록 군주는 목이 타기 시작했다.

“여기 물 좀 줘.”

차가 아니라 시원한 냉수가 필요했다. 아서의 뒤에 서 있던 그레모리가 빈 컵에 차가운 물을 쪼르르 따라줬다.

벌컥벌컥 들이켠 브록 군주는 그나마 얼떨떨한 기분이 풀리는 듯했다.

그도 101명의 군주 중 한 명이다.

철저한 계산 끝에 도달한 결론.

“이렇게 하지.”

브록이 피식 웃었다.

“드래곤 알의 소유권을 딱 두 달 동안 이전한다. 물론 ‘군주의 서’를 작성해야 하고 만약 그 두 달 동안 네가 부화시키지 못한다면 다시 내게 돌려주는 것으로. 당연히 네가 1위를 기록했을 시에.”

군주의 서.

이는 아스간 대륙에 있는 약속의 서와 비슷하다.

군주가 서로 서명하고 약속한 것을 지키지 않으면 한쪽은 영지를 빼앗긴다.

이 말의 의미를 해석하자면 간단하다.

‘잠깐 빌려줄 테니까, 쓰담쓰담 좀 하다가 돌려줘.’

어차피 아서는 부화시키지 못할 거다.

그게 브록이 도달한 결론이다.

그는 테이머 군주.

즉, 몬스터를 부리는 것에 절정에 이른 자라는 거다.

그러한 브록도 아직 찾아내지 못한 해답을 아서가 찾을 수 있을까?

‘내가 강경하게 나간다고 해도 브록이 바보도 아니고.’

아서는 속으로 납득하고 있었다.

자신이 가진 버프의 신 아리스를 누군가 달라고 하면?

그놈을 흠씬 두들겨 팬 다음 엉덩이를 걷어차고 꺼지라고 했을 거다.

더군다나 아직 깨지 못했을 뿐, 브록 군주는 언젠간 부화할 거라는 작은 믿음을 가지고 있을 테니.

또 드래곤 알을 부화시키면 어쩌면 도전 군주에 오를 수도 있지 않을까 여길지도 모른다.

‘나쁘지 않다. 2개월. 만약 2개월이 지나도 부화시키지 못한다면.’

아서가 철저하게 짜놓은 ‘대군주’에 오르기 위한 설계.

그 설계를 위해 달리는 동안 쉴 틈이 많지 않다.

2개월 동안 드래곤 알을 부화시키지 않으면 자신도 운명이 아니라 생각하고 포기하는 게 나을 것이다.

실제로 브록도 앞으로 수년간 부화시키지 못했으니.

“승낙하죠.”

브록은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것보다 첫 번째 조건과 두 번째에 내건 것도 파격적인데.”

아서는 그 말에 엉덩이를 살짝 떼었다.

“싫으면 마시죠.”

“아아, 잠깐만.”

브록 군주는 설명을 요했고 아서는 다시 엉덩이를 붙였다.

“생각해 보십시오. 가장 나은 성적을 기록한 팀은 운영자가 내건 보상인 아직 풀리지 않은 유물 아티팩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걸 발키리 연맹이 가져간다? 그럼 총연맹장 카일 군주님이 가지겠군요?”

“그렇지. 유물 아티팩트를 가졌다는 것 자체로도 도전 군주는 더욱더 명성을 쌓을 수 있다.”

“그게 말도 안 된다는 겁니다. 발키리 총연맹이 저를 훈련시켰습니까, 아니면 골드라도 줬습니까?”

브록 군주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

‘확실히 아서 입장에서 보면.’

보통 연맹에서 훈련시킨 이들은 1위를 기록하면 유물 아티팩트를 연맹에 주고 대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는 걸로 계약했을 거다.

그들은 연맹에서 훈련시킨 말 그대로 ‘계약자’일 수도, ‘연맹의 일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서는 계약자 쪽인데 발키리 총연맹에 도움을 하나도 받지 않았다.

그런데 유물을 넘겨준다는 건 머저리 짓.

“자, 첫 번째는 됐고.”

브록 군주의 반응은 개의치 않고 아서는 말을 이었다.

“두 번째. 저는 관심 받고 싶지도 않고 연맹에 들어갈 생각도 없습니다. 발키리 총연맹이 제가 나은 성적을 기록하면 여러분은 저를 어떻게든 포섭하려고 귀찮게 할 겁니다.”

브록 군주는 그 말에 동감했다.

자신도 지금 이 녀석을 가지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다.

다른 이들이라면? 더하면 더하지, 덜하지 않을 거다.

“또 저는 다른 총연맹의 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총연맹에 들지 않았으니 당연한 수순이죠.”

“그럼 총연맹에 들면…….”

“싫다니까요?”

아서는 연맹을 꾸릴 생각이 없지 않다.

단 소속되지 아니한다.

그가 원하는 연맹은 자신이 이끄는 연맹.

딱 세 명이서 이끌어갈 소연맹일 것이다.

이미 후보도 사실 정해놨고.

물론 앞으로 상황이 흘러감에 따라 설계가 변경될 수도 있긴 하다.

“나는 수긍할 수 있다. 뭐, 충분히 이해해.”

브록 군주는 아서의 확신에 찬 말들을 이해하고 공감했다.

하지만 다른 군주들과 발키리 총연맹장인 카일이 들으면?

그런 싸가지 없는 군주 새끼를 봤나, 할 것이 분명하다는 거다.

그에 아서는 피식 웃으며 양손을 깍지 끼고 상체를 앞으로 당겼다.

“어려운 일은 아니죠. 그들이 납득하게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 * *

총연맹 발키리.

홀로그램을 이용한 회의에 참여하는 101명의 군주이자 총연맹의 간부는 여섯 명이다.

그들은 브록 군주가 제안한 이름을 밝히지 않은 군주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격분하기 시작했다.

-미쳤군. 지금 장난쳐? 유물 아티팩트를 독식하겠다? 그런 미친놈이 세상에 있을 수가 있나?

“하지만 그가 주장하기로 자신이 도움을 받지 않았는데, 그래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더군요.”

-허…… 그런 건방진 애송이가 다 있나!

성난 목소리를 토하는 이는 쉰 중반의 브라드 군주였다.

곧이어 여성 군주 얀루라가 말했다.

-제가 생각해도 그건 아닌 것 같네요. 세상에 군주보호기간이 끝나지 않은 군주를, 그것도 그런 건방진 제안을 한 애송이의 말을 들어주다니요?

브록은 애송이라는 말에 어깨를 으쓱했다.

‘애송이가 맞긴 한데, 몸만 애송이지.’

그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브록 군주, 지금 이 이벤트가 장난인가? 그 건방진 새끼가 누구지? 내 당장 놈의 영지를 초토화시켜 버리겠어.

“죄송하지만 밝힐 수 없습니다.”

브록은 입에 지퍼를 채우는 시늉을 했다.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하나입니다. 그 이상으로 이번 이벤트에서 활약할 수 있는 군주는 없다는 겁니다.”

사실상 이해되지도 납득되지도 않는 말투성이였다.

브록 군주가 말하는 자는 군주보호기간에다가 신원도 불투명하다.

그런데 도대체 어찌 저자가 저리 홀렸단 말인가.

-카일 총연맹장님, 더 이상 들을 것도 없습니다. 제가 이번에 새로이 추천한 알프레도라는 자가 제격…….

-그만.

총연맹장인 카일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알프레도라는 자를 추천하는 군주는 평소 브록 군주와 사이가 좋지 않은 다프였다.

-브록, 그 군주가 누구지?

카일 총연맹장의 질문.

카일의 말은 거의 반강제적인 힘을 가졌다.

총연맹장의 힘은 무시할 수 없다.

그 말에 다른 군주들도 힘을 보탰다.

-브록 군주, 어서 말하시오.

-어서 말해요. 감히 총연맹장님 앞에서도 숨기겠다는 건가요?

브록은 아서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총연맹장이 과연 제 정체에 대해서 묻지 않겠습니까. 물을 겁니다. 그러니 준비를 하고 가야죠.’

그가 꺼낸 것은 군주의 서.

“저는 그 군주에 대해서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겠다는 조약을 맺었습니다. 때문에 죄송하지만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이것은 거역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음이 되어버린 거다.

‘이런 것까지 계산하다니.’

브록은 쓰게 웃었다.

홀로그램 너머 카일은 깍지 낀 손으로 생각에 잠긴 표정이었다.

‘브록 군주는 결코 헛된 말을 할 자가 아니다.’

카일은 브록을 크게 신뢰하고 있었다.

-미쳤군, 브록이 미쳤어. 저런 머저리와 군주의 서까지 작성하고. 쯧쯧.

“닥쳐라, 다프.”

브록은 또다시 아서의 말을 회상했다.

‘어디를 가도 꼭 다혈질적으로 나오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 더군다나 군주보호기간에 있는 제가 얼마나 같잖겠습니까.’

‘그렇겠지.’

브록도 그 말에 수긍했었다.

자신도 만약 그를 직접 보지 않았다면 같은 생각이었을 테니까.

아서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었다.

‘그렇다면 그를 이용하는 겁니다.’

그를 이용한다.

아서의 말처럼.

브록은 평소 다프가 거슬렸다.

그가 101명의 군주에 들 수 있는지 자질이 의심스럽다.

하지만 그가 가진 아티팩트 ‘신의 방패’가 너무 뛰어나서 문제다.

그걸 뺀다면 그는 그저 조금 특출 난 군주에 지나지 않다.

-닥치라고? 네놈이나 닥쳐라, 브록. 알프레도가 제격이다. 어디서 감히 족보도 없는 군주 새끼를 추천해.

“알프레도? 아, 현실에선 혈귀라고 불린다지? 그런 미치광이 마스터를 데려다 쓰면 참 잘 돌아가겠군.”

문제는 다프가 추천한 이가 현실에선 ‘마스터’였다는 거다.

때문에 현재 그에 대해 말이 많았지만, 대부분의 군주들은 알프레도라는 자에게 기울어져 있었다.

그것을 한 번에 뒤집을 수 있는 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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