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2
군주회귀록 052화
17장 미끼를 던지다
“……포식의 영지와 환상적인 조합이다.”
아서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말 그대로 포식의 영지와 환상적인 조합을 이룰 수 있는 칭호다.
자신과 동급이거나 혹은 그 이상의 몬스터 사냥 시 군주가 경험치를 습득한다.
군주는 어지간해선 영지 총레벨을 올려야만 경험치를 얻는다.
또 그 외의 방법은 특별한 미션 같은 것을 해내고 특별한 보상을 받아서 그 불문율을 비틀는 것이다.
하지만 그 불문율을 비트는 것도 사실 대부분이 소모용이다.
끽해야 그 소모용으로 5레벨이나 올릴 수 있으면 다행이다.
하지만 성장의 별은?
아서가 자신과 동급, 혹은 그 이상의 보스 몬스터를 잡으면 레벨 업 한다.
‘이 시스템은 지구에 있는 RPG 게임과 비슷한데?’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아서는 이제 다른 만렙 군주들과 다르게 무조건적으로 무한한 성장이 가능하게 된 셈이다.
어찌 희열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추가로 울린 알림!
[성장의 별 탄생 보상으로 광렙하는 보너스 이용권이 2장 지급됩니다.]
아서는 지체하지 않고 확인해 봤다.
광렙하는 보너스는 렌달이 받았던 학살의 보너스와 비슷하면서도 더 좋았다.
일단 몬스터가 끊임없이 나온다는 점이다.
그리고 학살의 보너스와 다르게 경험치 습득률이 1.3배로 상승한다고 했다.
거기에 추가적으로 아티팩트나 골드와 같은 것들도 드롭된다.
‘영지 총레벨은 가만히 두고 나는 레벨 업 할 수 있는 기회.’
아서는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시 벽에 기대어 주저앉았다.
피곤함에 자신도 모르게 사르르 눈이 감겨오고 있었다. 그는 곧 완전히 잠에 빠져들었다.
* * *
“으음…….”
잠에서 깨어난 아서는 주변을 둘러봤다. 잠에 빠져든 아서를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펜루스와 브레드, 그리고 로든까지 있는 마당이니까.
“내가 얼마나 잠들어 있었지?”
“두 시간입니다.”
아서는 몸을 일으켜 펜루스 위에 올라탔다.
펜루스가 아서를 태우고 성 밖으로 나왔다.
“와아아아아!”
“군주 카샤스가 죽었다!”
“반란군이 해냈다!”
영지민들은 아서가 해냈다는 느낌보다는 카탈로크가 해냈다는 느낌을 받을 터였다.
그들은 카탈로크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기뻐하고 있었다.
아서는 펜루스의 위에 올라 영지를 빠져나가기 위해 움직였다.
아르한 영지에는 이제 곧 발카스 영지의 사람들이 도달할 것이다.
그리고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회수할 것이며 만약 아르한 영지에서 발카스 영지로의 이전을 원하는 자가 있다면 받아들일 것이다.
영지민들은 다양한 방면으로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광부나, 농부, 그 외에도 영지민 의지에 따라 전쟁에도 참가할 수 있다.
물론 그들도 사람인지라 아서는 일한 만큼 보상을 줄 것이다.
이 모든 것을 1주일 내로 해내야 한다. 만약 1주일 동안 수거할 것을 수거하지 못한다면 이 영지는 지도상에서 사라져 버리니까.
“군주님!”
카탈로크와 반란군이 영지를 나서려던 아서 일행에게 서둘러 달려왔다.
“감사합니다, 정말.”
자신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이였지만 아서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탐난다.’
아서는 카탈로크를 데려가고 싶었다.
그리고 본래 ‘병력’ 정도는 가져가는 게 맞다.
하지만 병력은 아서가 모조리 죽여 버렸고 또 카탈로크는 본래 영지의 병력이 아니라 시스템상 존재하는 ‘군주 심판자’였다.
이 군주 심판자를 억지로 끌고 나가려고 하면 좋을 게 없었다. 대개 카리스마도 무척 높은 편이었다.
만약 그가 자신을 스스로 따르겠다고 하면 모를까, 잘못 건드리면 오히려 영지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막 그들을 지나쳐 가려던 때였다.
한 여인이 신발도 신지 않고 헐레벌떡 달려 나왔다.
그녀는 거칠게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다.
일레나였다.
“구, 군주님…….”
숨을 거칠게 몰아쉬는 일레나.
카탈로크가 미간을 구겼다.
“네가 지금 누구 앞을 막은 줄 모르느냐?!”
군주란 걷는 길에 막아서는 이가 없어야 한다는 인식이 있는 자들이 있다.
카탈로크가 딱 그런 유형이었다. 특히나 자신들을 도와 카샤스를 처단한 아서에게 호감이 매우 큰 듯싶었다.
정작 아서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그 말에 카탈로크는 입을 어버버거렸다.
정말 카샤스와는 다른 군주라는 생각이 스치자 결국 작은 웃음을 짓게 되었다.
“저희 집이 가난해서 드릴 게 없어 돌아가시는 길에 요기라도 하시라고 가져왔습니다.”
그녀가 내민 것은 양피지에 싸여 있는 음식이었다.
얼핏 보니 감자나 고구마 같았다.
“잘 먹으마.”
아서는 빙긋 웃고는 그녀를 지나쳐갔다.
일레나는 서서히 멀어지는 아서와 그 무리를 양손을 모으고 지켜봤다.
‘감사합니다, 군주님.’
아서가 막 아르한 영지를 벗어나려던 때였다.
크와아아!
한 마리의 와이번이 거칠게 내려서며 아서의 앞길을 막아섰다.
아서는 와이번 위에서 내리는 브록 군주를 볼 수 있었다.
그의 표정은 복잡함에 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인 듯 보였다.
“도대체 네 정체가 뭐냐.”
그 질문에 아서가 입을 뗐다.
“아서입니다만?”
자신은 아서다.
정체를 묻는데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한때 도전 군주였고 당신의 전우이기도 하였으며 과거로 돌아와 새로이 군주게임을 하고 있다?
그리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또 아서가 그렇게 친절하게 브록에게 설명해 줄 필요도 없었다.
그 말을 들은 브록은 곧 심각한 표정을 풀고 피식 웃었다.
‘정체? 중요하지.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지 않은가.’
당장 그의 정체보다 중요한 것.
“내가 너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려고 하려 한다.”
* * *
브록 덕분에 아서는 발카스 영지로 편하게 돌아올 수 있었다.
아서는 그가 소환한 와이번에 올라 능수능란하게 발카스 영지로 날아왔다.
부드럽게 내려선 아서가 수고했다는 듯 와이번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도대체 이놈은…….’
브록 군주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와이번을 타고 가겠다고 제안한 건 다름 아닌 아서다.
물론 브록 군주가 와이번을 불러내면 그도 탈 수 있다.
문제는 아무리 브록 군주의 명을 받드는 와이번이라고 할지라도 조종은 아서가 스스로 해야 했다.
와이번은 조종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더군다나 하늘 위를 날아다니며 시속 150㎞ 속도로 날아다니지 않는가.
한데 아서는 자신보다 더 빠르게 와이번을 몰고 앞서가 버렸다.
그걸 보며 브록 군주는 딱 이 말을 뱉었다.
‘헐…….’
거기에 지금 아서에게 머리를 내밀고 있는 와이번은 기분 좋아 하고 있기까지 하다.
하지만 당장 중요한 문제가 아니기에 브록 군주는 일단 차지했다.
두 사람이 대사관으로 들어갔다.
영지는 아서가 아르한 영지와의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사실에 환호하는 한편 경악과 놀라움에 빠져 있었다.
아서는 곧이어 브록 군주의 시작된 이야기를 들었다.
요약하면 간단하다.
‘이벤트에 발키리 연맹의 이름을 걸고 참가해 줄 것.’
‘성과에 따라 그에 따른 보상을 내릴 것.’
그 말에 아서는 속으로 웃었다.
‘복이 넝쿨째 굴러 들어온다고?’
아서도 사실 이벤트에 참가할 생각이었다.
전생에서 이때의 이벤트가 벌어질 때 그는 군주게임을 시작하기도 전이었다.
하지만 아서에게는 이벤트에 대한 방대한 정보가 풀려 있었다.
‘인간들이 가진 보상 중 최초로 유물 아티팩트가 나온다.’
구체적인 공략 방법이나 혹은 얻을 수 있는 것들 등.
그 이유는 이벤트가 끝나고 운영자들이 이번 이벤트의 진행 방식과 공략 방법 등을 재미로 군주들에게 풀어줬기 때문이다.
‘난 편법을 사용해서 개인으로 들어가려고 했지.’
편법.
충분히 가능하다.
가끔 특별한 미션 물품이나 히든피스 등의 보상으로 이런 것도 떨어진다.
‘규율 해제의 서’와 같은 것들인데, 이는 운영자들이 쳐놓은 접근 불가의 영역이나 혹은 방어막까지도 무시하고 들어갈 수 있게 해줬다.
이걸 사용하면 아서는 자신이 알고 있는 길을 통해서 그곳에 참가할 수 있다.
그런데 발키리 총연맹에서 자신들 선에서도 보상을 준다고 하니 나쁘지 않다 여겼다.
하지만 아서는 말했다.
“싫습니다.”
“그놈의 싫습니다.”
브록이 미간을 구겼다.
저번에 브로드 훈련소에서도 그는 딱 잘라 이리 말했으니까.
“위험할 것 같아서요. 너무너무 무섭거든요. 또 들어보니 다른 군주들은 3개월간 집중 케어를 받았잖습니까. 그런 무.서.운. 사람들을 제가 어떻게 이깁니까?”
주르륵.
차로 입을 축였던 브록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다시 뱉어냈다.
표정은 이러했다.
어이, 소년 군주 씨? 당신 오늘 했던 행동이 더 무서운데, 누가 누구보고 무섭다는 겁니까?
딱 이런 표정.
[군주의 별. 그중 성장의 별을 쏘아 올린 군주가 탄생했습니다.]
모든 군주에게 울렸던 알림이다.
‘군주의 별을 쏘아 올린 최초의 인간 군주.’
브록은 눈치챘다.
그도 바보가 아니다.
물론 아서도 그가 알고 있을 걸 안다.
브록 군주는 계속해서 아르한과 발카스의 전쟁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했던 말도 안 되는 짓들을 볼 수 있었다.
그는 분명히 혼자서 아르한 영지를 때려 부쉈다.
뿐만인가? 어떻게 찾은 건지 모르겠지만 군주 심판자를 이끌고 반역자들을 모아서 오크 병력을 학살해 냈다.
이는 아서의 병력의 직접적 도움이 아니라 시스템을 이용한 도움이었기에 아서 혼자서 그들을 잡았다고 인정될 것이다.
‘세상에, 자신보다 11개월 앞선 군주를 혼자서 깨부수다니.’
다시 생각해 봐도 참으로 무서운 놈이다.
“원하는 게 뭐야?”
그 말에 아서는 빙그레 웃으면서도 말을 더듬거렸다.
“무무, 무서워 죽겠다니까요? 제가 어떻게 그런 무서운 사람들 틈에서…… 저 같이 선량한 군주는 그런 거 못 합니다.”
“하아.”
브록 군주는 알았다.
저 말이 무슨 의미인지.
“제시해 봐.”
“옙.”
“…….”
브록 군주는 빠른 태세 전환하는 아서를 보면서 머리를 긁었다.
‘나 그래도 브록인데…….’
분명히 어디를 가도 대접받고 누구든 찬양하는 101명의 군주인데, 이놈한테 왜 이용당하는 거 같지?
“첫째. 제가 발키리 총연맹의 성적을 1위를 기록시키면 보상으로 지급 받은 ‘유물’의 소유권을 가집니다.”
브록 군주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둘째. 저는 그 누구에게도 어디의 영지의 누구인지 밝히지 않을 것이며 이는 아군에게도 적용하며 발키리 총연맹 모두 포함입니다.”
“야, 그건 아니지 않냐?”
“근데 언제 봤다고 반말입니까?”
아서의 말에 브록 군주가 입을 텁 다물었다.
살다살다 이런 대접을 받아보긴 처음이니까.
“내가 나이가 더 높으니 해도 되지 않겠나…… 요?”
“뭐, 인심 쓰겠습니다.”
아서가 불쌍하니 해준다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
어차피 아서는 브록 군주가 지금 자신을 얻지 못하면 어떤 상황에 직면할지 알고 있다.
모든 패는 본인이 쥐고 있다.
‘이벤트고 뭐고 그냥 확 밀어버릴까……?’
허벅지 위에 올라가 있던 브록 군주의 주먹이 꽉 쥐어졌다.
그는 전멸의 토벌대에서 오르웬 교관이 아서에게 느꼈던 분노를 오늘 비슷하게 느끼고 있었다.
“세…… 번째.”
본래 두 번째에서 끝내려고 했던 아서였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앞에 떴던 중요 정보 열람을 확인해 방금 클릭해 봤다.
그리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셋째…… 음…….”
잠시 망설이던 아서.
“뭔데, 빨리 말해봐.”
브록 군주가 답답하다는 듯 재촉한다.
“셋째. 당신이 가지고 있는 드래곤의 알을 넘겨주십시오.”